ifrain님의 문장 수집: "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아버지는 히틀러와 나치라는 재앙에 맞서 조국을 위해 참전했다. 그때 나는 여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두 자매들, 올리(Olly)와 오드리(Audrey)와 (모두에게 "대니(Danny)"로 알려진(어렸을 때 나는 "그래니(Granny, 외할머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외할머니와 살기 위해 1872년에 지어진 유리창이 크고 천장이 높은, 붉은 벽돌의 빅토리아 시대풍 저택으로 이사했다. 버치스가(The Birches)가 그곳이었다.
우리는 돈이 거의 없었다. 어쨌든 전시 식량 배급이 실시되었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잘 자란 나무 여러 그루와 이끼로 뒤덮인 잔디가 깔린 널따란 정원(혹은 뜰)이 있었다. 나도 너도밤나무(비치beech))와 매끈한 은빛 몸통과 우아한 가지들을 지닌 세 그루의 멋진 은색 자작나무(birch)가 그곳에서 자랐다. 또 가을이면 붉은 열매들이 아름답게 열리는 마가목(mountain ash, rowan) 한 그루와 유럽밤나무(Spanish chestnut) 두 그루도 있었다. 그중 한 그루에서는 밤송이를 까려고 애쓸 가치도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밤들이 매년 열렸고, (누키라고 이름 지은) 또 다른 한 그루는 불구였다. 몸통의 위쪽 절반과 가지들을 베어 낸 이 나무는 사실상 키가 20피트(약6.1미터)인 그루터기에 불과했다.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많은 가지들은 잃어버린 몸통을 보상하려는 듯이, 다시 20피트 이상 자랐다. 누키는 밤은 고사하고 꽃도 전혀 피우지 못했다.
정원 주위는 가끔씩 손질하는 서양호랑가시나무(holly tree)를 엮어 넣은, 높은 쥐똥나무(privet) 산울타리가 빙 둘러쌌다. 커다란 전나무류(fir) 두 그루와 소나무류(pine) 다섯 그루가 그늘을 드리우고 사방에 만병초류(rhododendron) 덤불과 담쟁이덩굴(ivy)이 있어서, 결코 '밝은' 정원은 아니었다. 그래서 대니와 올리가 채소를 키우려고 총력을 기울였는데도 그늘과 모래흙(우리 집은 바다에서 도보로 겨우 10분 거리였다.), 만병초류와 소나무류의 산성 때문에 실제로는 오직 깍지콩(runner bean)과 대니의 파슬리, 민트만 무성했다. "
“ 하지만 무엇인가가 자랐다. 매우 추운 달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정원 가득 데이지(daisy)가 피었다. 우리가 매년 얼마나 많은 데이지 화환을 만들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민들레류(dandelion)는 도처에서 자랐다(그 길고 긴 뿌리를 파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매년 봄이면 우리는 첫 눈꽃(snowdrop)이, 겨울 서리 때문에 아직도 단단한 흙을 뚫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사프란속(crocus)이 그 뒤를 따랐고 땅이 따뜻해지면 프림로즈(primrose)와 디기칼리스류(foxgloves), 블루벨(bluebell)과 미나리아래비류(buttercup),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춤추는 수선화(daffodil)들의 구름"(워즈워스의 시 「나는 구름처럼 외로이 방황했네(I Wandered Lonely as a Cloud)」, 제목이 「수선화」로 번역되기도 함)에 수선화들이 춤을 춘다고 묘사한 시구가 있다.-옮긴이)이 연달아 피었다. 항상 나무 위에서는 통통한 싹들이 자라서 조그맣고 어린 이파리들을 내보냈다. 그 뒤 산사나무(hawthorn, may tree)의 흰 꽃과 짙은 분홍색과 붉은색 꽃, 금사슬나무(laburnum)의 밝은 노란색, 라일락(lilac)의 보랏빛이 눈부시게 피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한, 자극적인 향기를 뿜어내던 골짜기의 백합(lily)들은 지금까지도 어린 시절을 가슴 시리도록 떠올리게 만든다. ”
『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p.17,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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