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목가적인 집과 영국의 풍경 속에서 성장한 경험이, 식물과 자연계에 대한 일생에 걸친 애정의 기초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전에 어머니가 정성 들여 보관하던 내 어린 시절의 보물 상자를 살펴보던 중, 내가 12살 때 지역의 수많은 식물들과 꽃들을, 세밀화로 그려 놓은 「자연 공책(Nature Notebook)」우연히 발견했다. 그때의 나는 각각의 데생이나 수채화 옆에, 주의 깊게 관찰한 내용과 아마도 약간은 책에서 조사한 사실에 기초해 해당 식물의 세부 사항들을 일일이 적어 놓았다.
이 공책은 교과서가 아니며 과제물로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식물의 세계를 그리고 색칠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기록했을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희망의 씨앗』을 60년 전에 쓰기 시작했다!
물론 독립적인 개체로서 식물들(음, 실제로는 나무들)에 대해 점점 더 알게 될수록, 동시에 동물들에 대해서도 훨씬 더 많이 배웠다. 특히 괴상한 울음소리로 밤에 간간이 끼어드는 가면올빼미(barn owl)와 타오르는 듯한 붉은 분홍색의 가슴 깃털을 가진 멍쟁이새(bullfinch), 비명을 지른 후 우리 중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와 빵 껍질을 던져 주기를 기다리는, 정원 위를 저공비행하는 재갈매기(herring gull)와 붉은부리갈매기(black-headed gull)를 몹시 좋아했다. 검은꾀꼬리류(blackbird)와 노래지빠귀(song thrush), 울새류(robin)와 많은 종류의 박새류(tit)들이 정원의 높고 엉클어진 산울타리와 나무 위에 둥지를 틀었다. 그때는 아직도 절벽 뒤편에 붉은다람쥐(red squirrel)들이 한두 마리 남아 있었지만 회색 침입자들이 빠르게 영토를 장악해 갔다. 때때로 버스를 타고 뉴포리스트에 갔다. 그곳은 히스(heather)로 덮인 황무지를 가로지르는 숲이었는데 여기에 뉴포리스트 종의 조랑말과 사슴이 있었고 운이 좋으면 여우를 잠깐 보기도 했다. ”
『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pp.20~21,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문장모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