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서로 다른 형태로 수용된 각각의 데이터가 뇌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한 단계 차원이 높은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했다."
"이제는 대중적 용어가 된 통섭(consilience)의 어원은 라틴어 '컨실리에르(consiliere)'에서 파생돼 함께(con) 뛰어넘는(salire)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최근엔 진화심리학, 천문생물학, 바이오물리학, 해양생물학, 지구물리학, 인지심리학, 금융수학 등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기압이 기체 분자의 운동 결과임을 알고 감명받은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원소의 화학적 성질이 가장 바깥 전자껍질에 있는 전자에 달려 있음을 배우고 놀랐어요. 이상기체 방정식과 운동에너지 공식이, 물리학과 화학이 연결되는 순간, 신기하기도 했고, 숨어 있던 깊은 질서의 존재를 깨닫는 듯해 잠시 숙연해지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문화사 분야에서 역작들을 써낸 논픽션 작가 피터 왓슨은 그런 발견들이 19세기 중반부터 과학사에서 빈번히 일어났으며, 현재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역설합니다. 물리학이 화학과 거의 합쳐졌고, 화학과 생물학이 만나 분자생물학을 낳았습니다. 이제 생물학, 심리학, 경제학이 한데 어우러지고 고고학, 유전학, 언어학이 협력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 분야의 연구가 다른 분야 연구의 도움을 받고, 여러 학문의 연구 대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전에 보지 못했던 큰 그림이 드러나는 지적 사건들에 뭐라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왓슨은 에드워드 윌슨이 사용한 '통섭consilience' 대신 '집합, 수렴'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용어를 택했습니다. .... 그래서, 종국에는 모든 학문이 하나로 합쳐질까요? 철학, 예술, 윤리를 과학이 설명하는 날이 올까요? 물리학과 수학이 통합된다면, 우주가 곧 수학이라는 의미일까요? 우리가 아는 모든 현상과 이론 뒤에는, 언뜻 무한해 보이는 다양성을 낳은 심오한 질서가 숨어 있고, 우리는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일까요? 그 원리가 '궁극의 진리'일까요? 아니면 이게 다 최근 과학의 성과에 놀란 학자들이 벌이는 호들갑일까요?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 있는 지적인 독자라면 분명히 빠져들 책입니다.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pp.345~346, 장강명 지음
https://m.youtube.com/shorts/S84TgMpfZlI 음악을 소개 많이 해주셔서 저도 하나 소개해봅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2번 웃고 있으면서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음악이라고들 하더군요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이 1000평 규모로 4월 28일 오픈했다고 하네요. 영등포구에서 구립도서관으로 심혈을 기울였다는데, 소개 영상을 보시면 수긍할만 합니다. https://youtu.be/mC5CDlMtZYY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기는 건 분명 좋은 일이긴 한데.. '책을 읽는다'는 의미에 좀 더 충실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시험 개관에도 사람들이 꽉 찼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만간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마이클 잭슨이 14세에 부른 'Ben' 입니다. "Ben, most people would turn you away I don't listen to a word they say They don't see you as I do" 이 부분이 마음에 드네요. <지구의 짧은 역사> 에서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할 것이며.. ' 라는 대목이 떠오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7TTSzfs2kw J.Fla의 Ben 커버 https://www.youtube.com/watch?v=bQKa7wkGH2Q Connie Talbot - Ben https://www.youtube.com/watch?v=i1Vfo1kr3y0 Ben, the two of us need look no more We both found what we were looking for With a friend to call my own I'll never be alone And you, my friend, will see You've got a friend in me Ben, you're always running here and there You feel you're not wanted anywhere If you ever look behind And don't like what you find There's something you should know You've got a place to go I used to say "I" and "me" Now, it's "us", now, it's "we" Ben, most people would turn you away I don't listen to a word they say They don't see you as I do I wish they would try to I'm sure they'd think again If they had a friend like Ben Like Ben Like Ben
'밤바다'로 시작해 '어떤 편지'로 끝나는 이 책은 카슨의 문장력을 여실히 보여 준다. 특히 숲길을 거닐고 직접 밤바다를 마주한 경험들이 한 문장 한 문장에 녹아 있다. 어느 비 오는 날 숲 속에서의 단상은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날보다 숲이 생명의 숨결을 세차게 내뿜는 날은 없다. 상록수의 가느다란 잎사귀가 은빛 모자를 쓰는가 하면, 양치류는 열대 숲의 무성함을 닮아가고, 숲의 모든 잎사귀와 풀의 끝자락에 맑은 수정 방울이 맺힌다." "숲길 역시 이끼로 만들어진 양탄자로 장식되곤 했다. 퇴락한 고성에 깔려 있던 긴 융단이라도 되는 듯, 녹색의 숲 가운데 은회색 빛의 가느다란 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평생 바다를 사랑한 카슨. 그녀는 온 몸으로 바다를 느꼈다. 썰물이 자아내는 냄새를 통해 자그마한 것까지 감지한 것이다. '생명의 소리, 생명의 맥박'에서 카슨은 "드넓은 바다의 그 모든 것들이 한 줄기 바람결에 실려와 나의 기억과 인상을 자극하는 그런 순간이었다"라고 썼다. 한편 여린 작가의 심성은 아래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가을 정원의 오케스트라 가운데 가장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나는 요정의 종소리라고 부른다. 나는 그 요정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 소리는 여리고 섬세하며 들릴 듯 말 듯, 바깥세상에서 들리는 듯, 어떤 영묘한 기운마저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쩐지, 눈에 보이지 않는 채로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82~83쪽.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pp.91~92, 김재호 지음
레이첼 카슨의 숲길 단상을 읽으니 몇년 전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에 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왜 치유의 숲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어요. 사진은 각각 치유의 숲과 비오토피아에서 만난 풍경을 제가 찍어본 것이에요.
와, 우리나라 같지가 않고 이국적인 느낌입니다. 핀란드 같은 북유럽 느낌!
두번째 사진은 호수인가요? 하늘도 맑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에요. ^^
네, 비오토피아 생태공원에 있는 작은 호수입니다.
호수 위로 잔물결도 보이고.. 물이 깊지 않은지 호수 안의 민물 조류같은 것들도 가까이 보이네요.
헨델, 《세르세 Xerxes》 중에서, '아름다운 나무 그늘이여 Ombra mai fu' https://youtu.be/OdeOyrLHdSg?si=aGmXgYgofpN5smA- 이리도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감미로운 나무 그늘은 일찍이 없었으리…
바다에 대한 사랑, 바다 3부작으로 카슨이 바다를 향해 보여 준 사랑은 정말 남달랐다. 그녀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책 제목 그대로 바다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고 했다. 바닷가를 찾아가야만 바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카슨은 "여러분은 바다를 찾기 위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옛날에 바다가 머물렀던 흔적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카슨은 바다를 접하기 전인 어린 시절에 바다가 어떻게 생겼을지, 파도가 어떤 소리를 낼지 상상했다. 그녀가 바다를 느꼈던 정취는 아래 문구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내륙으로 1,500킬로미터쯤 들어간 곳이라 하더라도, 마음 속의 눈과 귀에 먼 과거의 그 유령 같은 물결과 파도 소리를 재현시켜 주는 증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펜실베니아 주의 어느 산에 올랐을 때, 나는 하얀 석회암 위에 앉아 거기서 수조 개나 되는 아주 미세한 해양 동물 껍데기 모양을 발견했다. 이들은 한 때 이곳을 뒤덮고 있던 대양 속에서 살다가 죽어갔고, 그 석회질 유해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 154쪽. 바다를 느끼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다 생물들만이 알고 있는 물의 세계를 느끼기 위해선 어떠한 감각을 가져야 할까? 카슨은 먼저 인간의 감각을 벗어던지라고 주문한다. 인간이 지닌 길이, 너비, 질량, 시간, 공간 등 잣대가 없어야 바다를 느낄 수 있다. 물의 관점을 갖기 위해선 인간의 관점을 버려야 한다. 특히 인간은 땅에 발을 딛고 살기 때문에 '땅의 감각'을 극복해야 철저한 적막과 어둠이 지배하는 바다의 심연을 이해할 수 있다. 카슨은 새에 관한 글들을 여러 편 쓰기 위해 현장을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바다를 그리워했다. 그녀는 매를 관찰하기 위해 매서운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산등성이를 마다않고 달려갔다. 바다에 대한 연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아래 기록을 통해 카슨이 어떤 책을 쓰고 싶어 했는지 우리는 알아챌 수 있다. 카슨은 산에서 발견된 조개화석 등에 대한 내용들을 관련 책들에서 언급하곤 했다. 바다를 너무도 사랑하는 내가 산에서 바다를 회상할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언덕 개울이 허둥지둥 내려가는 것을 볼 때면 항상 그 여행을 길더라도 결국은 바닷속에서 여행을 끝맺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애팔래치아 산맥의 고원 지대에는 과거 이 땅을 차지했던 고대 바다를 떠오르게 하는 무엇인가가 항상 있다. 전망대로 가는 가파른 길 중간쯤에는 사암으로 형성된 절벽이 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상하고 낯선 물고기들이 헤엄쳤을 얕은 바닷물 아래에 그 절벽이 있었다. 그 뒤 바다는 물러가고 산이 들어 올려져, 지금의 바람과 비가 절벽을 처음의 모래 알갱이로 부스러뜨리는 것이다. 내가 지금 걸터앉은 이 하얀 석회암도 고생대 바다 아래에서 형성되었다. 그 물속을 떠다니던 무수하고 작은 생명체들의 뼈가 만들어 낸 것이다. 지금 나는 눈을 반쯤 감고 누워, 내가 다른 바다의 밑바닥에 있다는 것을 느껴 보려 애쓴다. 매들이 항해하는 대기의 바다 말이다. -『잃어버린 숲』, 59~60쪽.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pp.75~77, 김재호 지음
@stella15 @얼치기맘2 언제부턴가 모르게 참 인생이 꼬이기만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관악산이든 북한산 진관사 산신각이든 조만간 올라봐야겠네요. 그 행위 자체로 겸허한 마음을 깨우거나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분 전환도 될 것 같고요.
호주에서 온 크래커인데.. 세포의 단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제가 좋아하는 무화과도 들어 있고..
극지방에 얼음이 쌓일 때, 당시 적도 저지대에 있던 북아메리카, 유럽, 중국 각지를 비롯한 곳들은 습지로 뒤덮였다. 산업혁명을 뒷받침한(그리고 세계 온난화를 부추기는) 석탄 중 상당량은 이 고대 습지에 묻힌 식물 잔해들에서 형성되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8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오늘날 주로 작게 자라는 약 15종만 남아 있는 식물 집단인 쇠뜨기류는 당시에는 높이 10미터를 넘는 나무 종도 있었다. 또 마찬가지로 지금은 주로 땅을 기어 다니는 작은 식물인 석송류도 석탄기 열대 습지에서는 30미터 넘게 자랐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일리노이주 일대에서 채굴된 석탄은 주로 이 멸종한 거인들의 잔해가 짓눌려서 생긴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8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수만 년이 흐른 뒤에는 표본에 탄소-14의 양이 너무 적어서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려올 때가 많기에, 다른 동위원소를 찾아야 한다. 특히 지구의 깊은 역사를 연구할 때는 우라늄의 동위원소를 이용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41p,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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