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이 화석을 찾기까지 장장 6년이나 걸렸지만, 우리는 결국 고생물학적 예측을 확인하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새로운 물고기가 두 동물 종류 사이의 중간 단계라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리가 예측했던 바로 그 지구 역사의 시기에, 고대의 환경 조건, 즉 3억 7500만 년 전 고대 개울에서 형성된 암석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화석의 발견자로서, 테드와 패리시와 나는 학명을 지을 특권이 있었다. 우리는 북극의 누나부트 준주에서 유래한 물고기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곳에서의 작업을 허락해준 이누이트 원주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이름을 원했다. 우리는 공식 명칭이 이누이트 콰지마자투콴지트 카티마지이트Inuit Qaujimajatuqangit Katimajiit인 누나부트 장로회에 이누이트 언어로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솔직히 나는 이누이트 콰지마자투콴지트 카티마지이트라는 이름의 위원회가 우리로선 도무지 발음하기 어려운 학명을 제안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나는 장로들에게 화석 사진을 보냈고, 그들은 시크사지아크와 틱타알릭Tiktaalik이라는 두 가지 안을 내놓았다. 우리는 이누이트 말을 못하는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발음할 수 있는 틱타알릭으로 정했다. 이누이트 말로 '커다란 물고기'라는 뜻이었다. 틱타알릭은 2006년 4월에 발표된 이후 각종 신문들에서 머릿기사를 장식했고, <뉴욕 타임스>의 1면 헤드라인으로도 등장했다. 각지에서 관심이 쏟아졌던 그 일주일은 조용하기 그지없는 내 삶에서 참 특이한 시기였다. 그런데 온갖 언론의 공세 속에서 내게 가장 뜻 깊었던 순간은, 만평이나 사설에 틱타알릭이 등장한 것을 봤을 때도, 여러 블로그에서 뜨거운 토론이 벌어진 것을 봤을 때도 아니었다. 순간은 아들의 유치원에서 찾아왔다.
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pp.46~48,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언론이 아직 틱타알릭에 대해 소란스럽게 떠들던 때에,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선생님이 내게 화석을 가져와서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착실하게 틱타알릭 주형을 준비한 뒤 아들 너대니얼의 교실로 가면서,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질 것을 각오했다. 그러나 스물네 살의 선생님과 다섯 살짜리 꼬맹이들은 내가 뾰족한 이빨을 보여주며 북극에서 어떻게 화석을 찾았는지 설명하는 동안, 놀랍도록 의젓하게 이야기를 경청했다. 나는 어떤 동물의 화석 같으냐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이 총알처럼 손을 들었다. 한 사내아이가 크로커다일이나 앨리게이터라고 대답했다. 내가 왜냐고 묻자 아이는 악어나 도마뱀처럼 머리가 납작하고 두 눈이 위에 다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빨이 커다란 점도 비슷하다고 했다.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 녀석을 지목하자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아니, 이건 악어가 아니고 물고기예요. 왜냐하면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으니까요." 또 다른 아이가 외쳤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라요." 틱타알릭의 메시지는 이처럼 유치원생들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확실했다. ... 틱타알릭 화석을 통해 내 몸을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걸까? 틱타알릭의 목을 생각해보자. 틱타알릭 이전의 모든 물고기들은 두개골과 어깨가 일련의 뼈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통을 돌리면 반드시 목도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틱타알릭은 다르다. 틱타알릭의 머리는 어깨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런 구조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그리고 인간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틱타알릭 같은 물고기가 작은 뼈 몇 개를 잃음으로써 이런 전체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pp.48~50,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손목, 갈비뼈, 귀, 그 밖에 인체 골격의 어떤 부분이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 모든 속성들이 틱타알릭 같은 물고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틱타알릭 화석은 '루시'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같은 아프리카 원인 화석만큼이나 인간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는 루시를 보면서 고등 영장류였던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고, 틱타알릭을 보면서 물고기였던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세상은 아주 질서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동물원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암석층에 어떤 화석들이 들어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예측을 바탕으로 화석을 발견하면 먼 옛날 생명의 역사에서 어떤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밝힐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의 기록이 해부학적 조직의 형태로 여태 우리 몸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가 아직 언급하지 않은 사실은 인류의 역사를 유전자, 즉 DNA를 통해 추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기록은 세상의 바위들 속이 아니라 인체의 세포들 속에 새겨져 있다. 나중에 우리 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할 때는, 화석과 유전자를 둘 다 활용하게 될 것이다.
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pp.50~51,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아 ㅋㅋ 이누이트 콰지마자투콴지트 카티마지이트.. 장난 아니네요 ㅎㅎㅎ 틱타알릭 화석 발굴과 작명에 얽힌 얘기가 넘 재밌습니다.
저는 고생물학자인 닐 슈빈이 아들의 유치원에 초청받아 틱타알릭이 어떤 동물인지에 대해 다른 아이들과 토론하는 부분이 감동적이었어요. ^^ 아이들이 어찌나 명쾌한지요!
이런 가사로 롹을 부르다니.. 대단하네요!
네 그러네요 락이나 메탈이라고 하면 반항,저항 같은 가사가 보통 생각나는데 이렇게 할수도 있네요 제가 모르는 케이스도 많을거같아요
ㅎㅎㅎ 절찬리에 듣고 계시는군요. 여기 더 긴 노동요 리스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같이 애용해주세요! (아, 그렇다고 노동을 길게 하시란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Hs-o-bxx3TU0-PqdFVSb3d9je816JxHp&si=jT5nwFC7qlnJ_cl7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함께만든 #사운드트랙 #그믐 그리고 요거슨 뽀너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Hs-o-bxx3TW3SqtgLFKZs9UyL8LuE7Xo&si=wBVIoOHzuOknUzIH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함께읽고 #공부해요 #그믐
들어왔지요:)
박소해 작가님 환영합니다. ^^ 1부에서 중간에 들어오셨는데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눠서 아쉬웠어요. 벽돌책 방에서 우연히 뵙고.. 모셔왔습니다. ㅎㅎ 느리기 읽기 방도 아무말 제도를 도입할까봐요.
ㅎㅎㅎ 아무말은 언제나 하고 있습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책을 사야 합니다! 구매 후 인증샷 올리겠습니다, 꾸벅.
반갑습니다. 박소해 작가님.
환영 감사해요! :)
책이 품절이라 중고로 구입하셔야 할 거에요. ^^ 인증샷 기다릴께요 ~~
네네 그렇잖아도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
그믐에서 '느리게 읽기'를 시작하고서 함께 독서모임에 동참해주신 멤버를 실제로 만나게 될지 생각지도 못했어요. 오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향팔님과 나란히 옆에 앉아 우주먼지(지웅배 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지구의 짧은 역사' 책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도서실에서 발견했는데.. 그 책을 함께 읽고 그 장소에서 향팔님을 만나게 될 줄이야.. ㅎㅎ 열심 멤버이신 @밥심 님도 언젠가 함께 뵈면 좋겠습니다. ^^
첫번째 사진은 우주먼지님이 뉴질랜드에서 직접 찍으신 거라고 해요. 오른쪽 아래 단발머리 여성 때문에 사진이 더욱 돋보이는 듯 하고요. 고흐의 Starry Night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어요. 세 번째 사진은 아일랜드의 천문학자 Ross 경이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그린 그림입니다. 고흐가 활동하던 당시 사람들 사이에 이것과 관련해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이 고흐가 그걸 보고 작품에 반영했을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메시에51(M51)을 그린 천문학자의 전체 이름이 이렇습니다. William Parsons, 3rd Earl of Rosse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에는 천문학자 윌리엄 파슨스라고 나와 있어요. https://en.wikipedia.org/wiki/William_Parsons,_3rd_Earl_of_Rosse
처음 알게 된 이야기라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고흐 그림 속의 별은 고흐가 마시던 압생트 술 때문에 환각을 보고 그린 거다, 뭐 그런 얘기는 들어본 것 같은데, 천문학자가 그린 은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수 있다니… 고흐의 그림이 더 좋아지네요.
첫번째 사진같은 하늘 아래 내가 서 있다면… https://youtu.be/ZNS6YdEr2Hc?si=JyDqjn1LWDITgBSm 별이 진다네 - 여행스케치 https://youtu.be/M21msfCJxpE?si=yfEu1Ou0qVV48zUe Long Distance Flight - F. R. David https://youtu.be/zhRzORqNa0E?si=PUJQHrFjt8vz0yYh Time - Alan Parsons Project https://youtu.be/6h9Ql0VRB28?si=3lh3pWUm-TSmYBfw 기도 - Where the story 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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