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포아풀은 길가나 밭, 논, 공원 등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잡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귀화식물인 새포아풀은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 […]
이 새포아풀은 일본에서는 골프장의 주요한 잡초로도 알려져 있다. 골프장의 티, 페어웨이, 런, 그린 등에서는 잔디를 각기 다른 높이로 베어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포아풀은 잔디깎기에 베이지 않도록 잔디 높이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이삭을 맺는다.
러프는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잔디를 깎는 곳인데 여기에 있는 새포아풀은 잔디가 깎이는 높이까지 자랐다가 베이지 않도록 그보다 더 낮은 곳에서 이삭을 맺는다. 페어웨이는 그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잔디를 깎지만 새포아풀은 그보다 낮은 위치에서 이삭을 맺는다.
골프장에서 가장 낮은 위치인 그린은 땅과 가까운 높이에서 아주 낮게 그것도 자주 잔디를 가지런히 깎는다. 그래서 새포아풀도 땅에 바싹 붙은 높이에서 이삭을 맺는다.
새포아풀이 장소에 따라 키가 다른 것은 환경에 맞게 외관을 바꾼 '표현형적 가소성'일까, 아니면 '유전적 변이'일까? 이는 씨앗을 가져와 같은 환경에서 재배해 보면 알 수 있다. 환경을 똑같이 맞췄더니 변화가 사라졌다면 그것은 표현형적 가소성이고, 환경이 같아도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유전적 변이다.
그럼 새포아풀은 어떨까? 새포아풀은 각각의 장소에서 씨앗을 가져와 같은 조건에서 길렀는데도 원래 있던 장소의 잔디 깎는 높이에 맞게 이삭을 맺었다. 그린에서 채취해 온 씨앗에서 싹이 난 개체 역시 한 번도 잔디를 깎지 않았는데도 땅과 아주 가까이에서 이삭을 맺었다. 이는 그린에서 나던 키 작은 새포아풀이 유전적으로 변이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잡초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집단이라서 늘 일정한 비율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다. 골프장에서 잔디 깎는 높이보다 더 높은 곳에 이삭을 맺는 개체는 자손을 남길 수 없다. 잔디 깎는 높이보다 낮은 위치에서 이삭을 맺는 개체만이 자손을 남길 수 있다. 이렇게 각 장소에서 잔디 깎는 높이에 맞춰 이삭을 맺는 집단이 형성된 것이다. ”
『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싸우는 식물》등으로 국내에서 탄탄한 고정팬을 확보한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이번에는 쓸모없는 식물로 여겨지는 잡초의 생존전략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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