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던 생명체가 얕은 바다로 올라오면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영양물질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습득했다. 광합성은 태양 에너지와 물 분자,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물질은 만들고, 부산물로 산소를 방출한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번성하자 산소량이 증가했다. 혐기성(嫌氣性, anaerobic) 생명체만 있던 당시의 지구에 산소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유독 기체였다. 시아노박테리아 때문에 지구는 조금씩 산소로 오염됐고,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미생물은 대부분 멸종됐다. 산소가 간단한 분자들을 산화시켜 에너지원을 없앴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 최초의 대규모 멸종 사건이었다.
약 25억 년 전 바닷속 산소의 양이 급증했고, 산소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금속 원소를 산화시키는 데 사용됐다. 바닷물에는 여러 가지 금속 원소가 녹아 있었는데 철이 가장 많았고, 산소와 결합한 철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층층이 쌓여 호상철광층(縞狀鐵鑛層, Banded Iron Formation)*이 됐다. 이 철광층은 현대 인류에게 철을 제공하는 주요 자원인데, 그 형성에 생물의 진화가 관여한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21억 년 전의 호상철광층에서 생소한 진핵세포(eukaryotic cell) 생물이 발견됐다. 그리파니아(Grypania)라는 이 화석은 진핵세포 생물로는 가장 오래된 화석이다. 캐나다에서도 진핵생물로 추정되는 화석들이 계속 발견됐다. 원생누대(Proterozoic Eon) 중기에 접어들면서 생물의 크기가 커지고 화석도 많아졌다. 캐나다에서 발견된 현재의 홍조류와 비슷한 화석이 가장 오래된 다세포 생물의 기록이다. 원생누대 마지막 시기에 속하는 호주의 에디아카라 언덕에서 발견된 화석은 해파리처럼 얇고 부드러운 생물 화석이다. 어떤 것은 크기가 1m를 넘는데도 순환기관은 없다. 비슷한 시기에 단단한 껍질을 가진 생물이 처음 등장했다. 클라우디니테(Cloudinidae)라고 불리는 수 센티미터 크기의 석회질 껍질로 된 화석이 세계 각지에서 발견됐다.
*철이 많은 층과 실리카 물질이 많은 층이 교대로 나타나는 철광층.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철광석의 약 60%를 차지한다. ”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 pp.262~264, 교양과학연구회 지음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교육 현장에서 과학 지식 전파와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18명의 자연과학 전문가들이 모여 자연과학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이론과 개념을 소개하고,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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