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새 번식지에 형성된 드넓은 풀밭에 다다랐을 때는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했다. 단단한 땅을 밟고 서자 마음이 놓였다. 용암 모래 속 오아시스 같던 그곳은 희미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며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환한 초록빛을 터뜨리고 있었다. 무릎까지 자란 풀밭 가장자리에는 잎이 넓은 루멕스가 거의 나무처럼 크고 풍성하게 퍼져 있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풀 한 포기 없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새똥이 없었다면 지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소가 대기가 아닌 바닷새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토양과 식물에 함유된 질소의 화학적 지문chemical signature, 곧 동위원소 구성을 분석한 결과, 식물과 토양에 포함된 질소의 약 90퍼센트가 바닷새에서 유래했으며, 나머지 10퍼센트만이 대기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새들은 번식지 한가운데에 에이커당 연간 약 27킬로그램의 질소를 배출했다. 반면, 새가 머물지 않는 지역의 질소 유입량은 에이커 당 연간 0.5킬로그램에 불과했다.(참고로 일반적인 농경지에는 에이커당 약 45킬로그램의 질소 비료가 투입되며, 방목지나 건초 생산용 영년초지permanent grassland에는 에이커당 9~14킬로그램 정도 사용된다.) ”
『먹고, 싸고, 죽고 - 지구는 어떻게 순환하 는가, 동물의 일생이 만드는 생명의 고리』 p.35, 조 로먼 지음, 장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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