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 내가 화산을 찾았을 때 용암은 이미 굳어 마치 밑바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분화구까지 광범위하고 황량하게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분화구 가장자리를 에워싸자 가이드는 용암이 만들어 낸 암석에서 자라나는 자그마한 식물 하나를 가리켰다. 샌님 같은 세균학자들은 우리가 에워싸고 있는 거대하고 황량한 분화구 끝이 아니라 식물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우리는 과학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자그마한 개척자는 콩과 식물이었다. 이 씩씩한 식물은 뿌리혹에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지니고 있다.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없다면 식물은 질소가 부족해 화산암에서 자랄 수 없다. 이 식물이 자라면서 화산암은 풍화돼 부서질 테고, 그 결과 더 많은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다양한 식물과 미소 동물이 함께 참여할 것이다. 이 식물, 동물 그리고 박테리아가 죽으면 남은 유기물을 분해하기 위해 다른 미생물이 찾아와 천천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우리가 토양이라 부르는 생태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남은 여정 동안 우리는 대부분 조용히 생명의 회복력과 화산 폭발, 죽음, 그리고 새로운 군집의 탄생이라는 끝없는 순환에 경외심을 느꼈다. 산에서 내려가려고 돌아설 때 우리는 얼룩다람쥐가 분화구 가장자리를 날쌔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 ”
『흙이 사라진 세상 - 우리 발밑에 있는 지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위태로운 미래』 pp.39~40, 조 핸델스만 지음, 김숲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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