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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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종류의 심해 잠수정은 긴 케이블을 통해 원격으로 조종되어 바닷속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물, 동물, 해저 암석과 퇴적물 샘플을 모아서 가져오는 기능도 있다. 원격 조종 수중 로봇ROV이라고 부르는 이 기계는 원래 석유·가스 업계에서 연안의 시추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건설·유지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수심 6000미터까지 내려가도록 설계되었다. 무인 잠수정을 이용하는 대신 몸소 심해로 내려가는 소수의 용감하고 운이 좋은 사람도 있다. 이런 유인 잠수정은 보통 박광층 상층부에서 머물며 과학자들은 더 깊이 내려가기도 한다(해군 잠수함이 몇 미터까지 내려가는지는 기밀이다).
눈부신 심연 - 깊은 바다에 숨겨진 생물들, 지구, 인간에 관하여 pp.52~53, 헬렌 스케일스 지음, 조은영 옮김
신생대에는 인도가 나머지 아시아 대륙과 충돌해서 히말라야산맥이 하늘 높이 치솟는 바람에 물리적 침식 속도가 빨라졌다. 이 충돌은 대략 5000만 년 전 에오세Eocene Epoch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히말라야산맥은 대규모 증발암 퇴적이 일어난 마이오세에도 대거 융기했고, 테티스해 해로가 막히는 데 영향을 주었던 유럽과 아프리카의 충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황철석과 석고 풍화 속도가 빨라져서 기온 하강을 막는 완충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당시 지구는 증발암 풍화와 퇴적으로 인한 소규모 기후 교란에서 회복하는 힘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판게아 같은 초대륙이 황혼기를 맞이한 시기처럼 침식 속도가 낮았을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회복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산소가 풍부한 신생대 바다는 폐쇄해성 환경의 확장에도, 산화 풍화 작용과 황산염 퇴적의 산소 제거 효과에도 저항했다. 그래서 신생대에는 산소와 황산염 수준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에디아카라기-캄브리아기의 전환기와 비교해 보자. 겉으로 볼 때는 에디아카라기에서 캄브리아기로 넘어가던 전환기와 신생대가 아주 비슷하다. 장대한 조산 운동이 벌어졌고, 바다에 황산염이 넘쳐났다. 하지만 똑같은 일이라도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 첫 번째, 과다한 황산염은 산소가 없는 에디아카라기 바다에서 산화 환원 균형을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황철석 매장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동시에, 황 순환(DOC 산화)을 통해 훗날 칼슘 순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수준으로 온난화를 일으켰다. 높은 황산염 수준은 5억 5000만 년 전 이후로 가장 두드러지는 대규모 석고 퇴적으로도 이어졌다. 활발한 침식은 산화 풍화 작용을 거쳐 산소를 소비한다. 폐쇄해성 환경과 황철석 매장은 산소를 다시 배출하고(혹은 더 많이 생산하고), 황산염 퇴적은 산소를 제거한다. 그러므로 무산소 환경의 확산은 곧 산소 발생 사건으로 이어진다. 에디아카라기에서 캄브리아기로 바뀌는 전환기에 지구 기후와 산소 수준, 황산염 수준은 크게 요동쳤고, 커다란 변화의 진폭은 생명체의 확산과 위기에 잘 드러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기에, 그러나 유사하게 발생한 지각 변동 사건을 보면, 교란에 대한 생물권의 반응은 그 교란의 성격만이 아니라 당시 지구 시스템의 상태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실제로, 똑같은 교란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에디아카라기에는 온난화가 산소 발생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었지만, 이후에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다. 훨씬 더 먼 과거를 살펴보면 또 다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환경 변화일 GOE도 그런 순간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원래 산소는 오직 오아시스나 미생물 깔개 내부에 겨우 흔적만 있는 수준이었지만, GOE 이후 최저 임계치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면서 육지의 풍화 환경을 산화할 수 있었다. 앨프리드 P. 슬론 재단Alfred P. Sloan Foundation에 자금을 지원받는 국제 공동 연구 기관 심층 탄소 관측 팀Deep Carbon Observatory은 놀랍게도 GOE가 오늘날 지구에 있는 광물 유형의 절반 이상을 생산했다고 추산했다. 갑작스레 수많은 원소가 산화할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황도 이런 '다원자가polyvalent' 원소였으므로 황 순환 역시 돌이킬 수 없게 변화했고, 처음으로 지구 시스템에서 주요 파괴자 역할을 맡았다.
얼음과 불의 탄생, 인류는 어떻게 극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가 - 빙하와 화산을 통해 지적인 생명체의 기원을 추적한다 pp.347~349, 그레이엄 실즈 지음, 성소희 옮김, 최덕근 감수
얼음과 불의 탄생, 인류는 어떻게 극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가 - 빙하와 화산을 통해 지적인 생명체의 기원을 추적한다“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마지막 해답이 될 것이다. 학문적 증거가 거의 없었던 선캄브리아, 그 시기 다윈과 그 이후의 수많은 학자도 밝혀내지 못한 비밀을 지질학자 그레이엄 실즈 저자가 놀라운 통찰력으로 마침내 풀어냈다.
이건 좀 찬찬히 읽어봐야겠네요. 한 번 쓱 읽어서는 이해가 안되어서요. 인용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거대한 증발 퇴적물이 만들어지지 않지만, 여전히 황산칼슘은 뜨거운 바닷물이 해저의 균열을 통해 순환하는 곳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거되고 있다. 이 과정은 화산 활동을 통해 늘 새로운 해양 지각을 만들어내는 대양 중앙 해령 아래에서 일어난다. 압력을 받은 바닷물이 섭씨 150도를 훌쩍 넘기는 온도에서 끓는점에 이르는 열수구 주변에서 황산칼슘의 무수 형태인 경석고가 흔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알 수 있다. 경석고가 침전되면 몇 달에서 몇 년 내로 균열이 막혀서 해양 지각의 투수성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오늘날 바다에서 황산염 농도는 칼슘의 세 배에 달하므로, 경석고 침전 이후 열수에 황산염이 남아 있겠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양 지각이 변화하는 동안 현무암에서 마그네슘 대신 칼슘이 침출된다. 이는 나머지 황산염이 모조리 제거된다는 의미다. 당신은 내가 앞서 황산염 퇴적이 지구 황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때 왜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열수 경석고 침전을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새로운 해양 지각이 중앙 해령에서 멀리 떨어져 식고 나면 결국 이 경석고가 대부분 용해되어서 황산염이 바닷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틀림없이 GOE 이후에 시작되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언제였을까? 이 일시적인 황산염 흡수원이 생겨난 일은 지구 산소 수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까? 살짝 방향을 틀어 GOE 이전으로, 표면 환경에 사실상 유리 산소가 없었던 시기로 돌아가서 답을 찾아보자. 이제까지 우리는 주로 세 번째 원생누대와 네 번째 현생누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장 앞선 명왕누대는 지질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지만, 화산이 폭발하고 운석이 지구를 폭격하던 시기였다. 명왕누대에 뒤이어 40억 년 전에서 25억 년 전까지 지속된 시생누대에서는 우리 고향 행성의 독특한 특징이 처음 생겨난 듯하다. 바로 이때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다. 아울러 시생누대가 끝날 즈음에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만들고 있었다. 지각이 부분 용융partial melting(고온 환경에서 고체 상태의 암석이 부분적으로 녹아 섞이는 현상-옮긴이)을 거듭 거치면서 마그네슘보다 칼륨이 더 많고 밀도가 낮은 지표 규산염층으로 바뀐 것도 이 시기다. 시생누대 말에 밀도가 낮은 대륙 지각은 물 위에 둥둥 뜬 얼음처럼 맨틀 위에 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밀도가 더 높은 해양 지각이 대륙 지각 아래로 들어갈 수 있었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가파른 섭입과 초대륙 순환, 지각 변동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부력이 뚜렷한 효과를 낸 덕분에 대륙이 바다 위로 솟아올라서, 사실상 물밖에 없었던 세상은 파란색과 초록색, 갈색이 섞인 오늘날의 지구와 훨씬 더 비슷하게 바뀌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대륙의 출현은 생물지구화학 순환을 영구히 바꿔놓았다.
얼음과 불의 탄생, 인류는 어떻게 극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가 - 빙하와 화산을 통해 지적인 생명체의 기원을 추적한다 pp.349~351, 그레이엄 실즈 지음, 성소희 옮김, 최덕근 감수
또 하나의 찝찝한 문제가 있습니다. 왜 생물은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대사 작용을 할 때 같은 동위원소라도 가벼운 원소를 선호할까? 101쪽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광합성 생물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여 유기 분자를 만들 때, 더 무거운 동위원소인 탄소-13보다 더 가벼운 탄소-12를 지닌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생물이 일부러 탄소-12를 고르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가벼운 이산화탄소가 세포에 있는 효소와 더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유를 말은 해주었습니다. 가벼운 이산화탄소가 더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이게 이유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죠. '왜 더 쉽게 반응하는데?'에 대한 답을 주어야 완벽한 답이 되겠죠.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생물은 적은 에너지를 투입해서 큰 에너지를 얻고 싶어합니다. 한마디로 높은 효율을 추구하죠. 생물만이 아니라 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원리를 적용하면, 가벼운 원소와 반응할 때 에너지가 덜 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벼운 동위원소는 중성자수가 무거운 동위원소보다 적습니다. 뭔가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반응하는데 에너지가 덜 든다는 의미 아닐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혹시 이에 대해 설명한 참고문헌 같은 게 있으면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의 자세입니다! 역시 우수 멤버이십니다. ^_^
ㅎㅎ 아무래도 얇은 책을 오랜 기간 읽다보니 더 생각을 하게 되네요.
@polus 과학자님 혹시 @밥심 님이 의문을 제기하신 위 내용에 답변해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저도 동위원소에 대해서 계속 궁금해서 관련 내용이 나오면 부분적으로 이곳에 올리긴 했는데요. 찾아보니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질량이 가벼운 탄소-12가 무거운 탄소-13보다 생체막을 통과하거나 효소와 반응할 때 물리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하네요. 산소가 ‘부족한 or 풍부한’ 이 부분도 번역하면서 생긴 문제도 있고 .. 그래서 저도 처음에 ‘부족한’에 별 이의를 달지 않았어요. 제가 보는 책에는 ‘부족한’이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깊은 곳에 살았다고 되어 있으니 문맥상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넘어간 듯 합니다. 그러나 책마다 다르게 기록되어 있는 오류를 발견했고요. 에디아카라기와 같은 오랜 시간 전에 있었을 해수의 순환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네요.
@밥심 @ifrain 이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저도 동위원소 지구화학 수업은 그냥 생명체는 가벼운 동위원소를 선호한다고 전제하고 진행됐죠. 단순히 생명체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결합력이 약한 가벼운 동위원소를 대사에 사용한다 정도로 간단한 설명은 있었던 것 같네요. 이 부분은 아마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의 영역일 거에요. 각자 영역이 다른 거죠.^^
결합력이 약해서 에너지 소모가 줄어드는 것이군요. 단순히 가벼워서라고 생각했는데요.
“생명체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결합력이 약한 가벼운 동위원소를 대사에 사용한다.” 간략한 문장 안에 모든 내용을 담고 있네요. ^^
원생대 대부분에 걸쳐서 대기와 표층수의 산소 농도가 낮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농도의 약 1퍼센트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동물이 커지고 산소가 풍부해져 갈 때, 지구의 광합성 생물상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화석과 보존된 지질 모두 30억 년 넘게 주로 세균이 맡던 광합성을 조류가 대신하면서 생태학적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57,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제3강 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 강의를 시작하며 물리학은 모든 과학 분야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분야이며, 과학의 발전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학문이다. 사실, 오늘날의 물리학은 현대 과학의 산파역할을 했던 자연철학과 거의 동등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의무적으로 물리학 강의를 듣게 되어 있는데, 이는 물리학이 자연현상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초학문이기 때문이다(자연과학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옮긴이). 이 장에서 우리는 다른 과학 분야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살펴볼 것이다. 물론 그 복잡 미묘한 사항들을 이렇게 한정된 지면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다. 물리학이 모든 과학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학과 산업, 사회, 전쟁 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정상 생략해야 할 것 같다. 또한, 물리학과 가장 인연이 깊은 수학에 대해서도 깊은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다(수학은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자연을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므로 '자연과학'이라 부를 수 없다. 수학의 진위여부는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는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분명하게 해둘 것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과학적이 아닌' 것에 대하여 불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과학이 아니면서도 우리에게 좋은 것은 얼마든지 있다. 사랑이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무언가가 과학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단지 과학이 아닌 '다른 무엇'일 뿐이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05~106,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 기획하고, 리처드 파인만이 출연하여 만들어진 강의록. 파인만의 화려한 연출력과 탁월한 실력으로 물리학을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화학 물리학으로부터 가장 깊은 영향을 받은 과학은 아마도 화학(chemistry)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초기의 화학은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무기화학만을 주로 다루었다. 화학자들은 수많은 원소들을 찾아내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로 다양한 원소들이 화합물을 이루어 바위나 지구와 같은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초기 화학은 물리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화학의 원자이론은 실험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규명되어 있었으므로, 화학과 물리학은 운명적으로 각별한 상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화학의 반응이론은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속에 훌륭하게 함축되어 있으며, 이로부터 원자들 사이의 신기한 상호관계가 차츰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은 훗날 무기화학 법칙의 토대가 되었다. 그런데 무기화학의 법칙들은 궁극적으로 양자역학을 통해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이론화학은 물리학과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설명'이란 원리적인 설명을 뜻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체스게임의 규칙을 잘 안다고 해서 프로기사가 될 수는 없다. 거기에는 수많은 실전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의의 화학반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미리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이론화학의 핵심이 양자역학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06~107,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물리학과 화학이 합작하여 새롭게 태어난 분야도 있다. 이것은 역학 법칙이 성립한다는 전제하에 모든 결론을 통계적으로 유도하는 매우 중요한 과학인데, 흔히들 '통계역학(statistical mechanics)'이라고 부른다. 화학적 대상을 연구할 때에는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엄청난 수의 입자들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 모든 입자들의 운동을 일일이 분석할 수 있다면 기존의 화학이나 물리학만으로 결론을 유도해낼 수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가장 빠른 컴퓨터를 동원한다해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그 복잡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릴 수도 없다. 이런 경우에는 연구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통계역학은 열과 관련된 현상, 즉 열역학(thermodynamics)을 다루는 과학이다. 오늘날의 무기화학은 물리화학과 양자화학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물리화학은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과 반응의 구체적 과정(분자들 간의 충돌이나 물질의 분해 등)을 연구하는 과학이며, 양자화학은 화학적 현상들을 물리학의 법칙으로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분야이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07~108,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다른 화학 분야로는 생명현상과 관계된 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유기화학(organic chemistry)을 들 수 있다. 생명현상과 관계된 물질들은 그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고 경이롭기 때문에 한동안 화학자들은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믿었다. 물론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유기물은 원자의 배열 상태가 복잡하다는 것 말고는 무기물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유기화학은 연구대상을 제공해주는 생물학(biology)과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으며, 산업과도 깊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물리화학과 양자역학은 무기물과 유기물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유기화학의 주된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생명을 이루는 물질을 분석하고 합성하는 것이다. 이 모든 분야들은 은연중에 보조를 맞추면서 생화학, 생물학, 분자생물학 등으로 연결된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108,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생물학 이렇게 해서 우리는 생명 자체를 연구하는 생물학에 이르게 된다. 초기의 생물학자들은 생명체의 종류를 나열하고 분류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기 때문에 벼룩의 다리에 난 털의 개수까지도 일일이 세어야 했다. 그들은 이 번거로운 듯한 작업을 훌륭하게 완수한 후에 드디어 생체의 내부구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두루뭉술한 일반적 특성밖에는 알 수가 없었다. 물리학과 생물학 사이에도 매우 유서 깊은 인연이 있다. 물리학의 기본법칙 중 하나인 에너지 보존법칙이 생물학 분야에서 먼저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마이어(J.R. Mayer, 1814~1878)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입증하였는데, 그는 생명체가 흡수하는 열량과 방출하는 열량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다가 이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08~109,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살아 있는 동물들이 겪는 생물학적 과정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거기에는 많은 물리적 현상들이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의 순환과 심장의 펌프질, 압력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신경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날카로운 돌을 밟았을 때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발바닥에 전달된 신호가 신경계통을 거쳐 통증을 감지하는 대뇌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정말 흥미롭다. 생물학자들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신경이라는 것이 매우 얇고 복잡한 외벽을 가진 미세한 관(tube)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벽을 통해서 이온이 교환되어 세포의 내부는 음이온, 외부는 양이온으로 차게 되는데, 이는 전기회로의 소자로 사용되는 축전기(copacitor)와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세포막(membrane)도 매우 흥미로운 성질을 갖고 있다. 막의 특정 위치에서 방전이 일어나면(즉, 일부 이론들이 다른 위치로 이동하여 그 지점에서의 전위차가 감소하면), 그 전기적 영향이 근방에 있는 이온들에게 전달되어 순차적인 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뾰족한 돌을 밟았을 때 발바닥의 신경들은 전기적으로 들뜬(excited)상태가 되고, 이 상태가 이웃의 신경세포들에게 도미노처럼 전달되어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물론 쓰러진 도미노가 다시 세워지지 않으면 더 이상의 신호를 보낼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신경세포는 이온을 외부로 서서히 방출하면서 그 다음의 신호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적어도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신경세포와 관련된 전기적 현상은 실험장치를 통해 감지될 수 있으며, 이 과정 속에는 전기적 현상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신경계를 통해 자극이 전달되는 원리는 물리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물리학은 생물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셈이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09~110,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생물학은 엄청나게 광범위한 분야이므로, 거기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들 중 어떤 문제는 그 복잡한 정도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말로 표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과 소리를 감지하는 귀의 세부구조 역시 복잡하기 짝이 없다(우리의 '생각'이 발생하고 진행되는 원리에 관해서는 후에 심리학은 논할 때 자세히 언급할 것이다).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들은 사실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이런 세세한 과정 속에 숨어 있는 원리들을 모두 알아낸다 해도, 생명 자체에 관한 문제들은 여전히 미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신경계통을 연구하는 학자는 자신의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경계를 갖지 않은 동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계통이 없어도 '생명'은 존재할 수 있다. 식물은 신경이나 근육 없이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물학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무수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공통점은 생명체들이 한결같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각 세포의 내부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화학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물세포의 경우에는 낮에 햇빛을 받아 수크로오스(sucrose)를 생성하는데, 바로 이 수크로오스 덕분에 밤에도 생명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 그리고 동물이 식물을 먹으면 동물의 뱃속에서는 광합성과 비슷한 일련의 화학반응들이 일어나게 된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11~112,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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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나의 불교, 남의 불교[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5월 15일, 그믐밤에 만나요~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봄에는 봄동!
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학벌이 뭐길래?
성공하면 30억을 받는 대리 수능💥『모방소녀』함께 읽기[📚수북플러스] 5. 킬러 문항 킬러 킬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슬픈 경쟁, 아픈 교실] 미니소설 10편 함께 읽기
소설로 읽는 기후 위기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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