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는 거대한 증발 퇴적물이 만들어지지 않지만, 여전히 황산칼슘은 뜨거운 바닷물이 해저의 균열을 통해 순환하는 곳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거되고 있다. 이 과정은 화산 활동을 통해 늘 새로운 해양 지각을 만들어내는 대양 중앙 해령 아래에서 일어난다. 압력을 받은 바닷물이 섭씨 150도를 훌쩍 넘기는 온도에서 끓는점에 이르는 열수구 주변에서 황산칼슘의 무수 형태인 경석고가 흔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알 수 있다. 경석고가 침전되면 몇 달에서 몇 년 내로 균열이 막혀서 해양 지각의 투수성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오늘날 바다에서 황산염 농도는 칼슘의 세 배에 달하므로, 경석고 침전 이후 열수에 황산염이 남아 있겠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양 지각이 변화하는 동안 현무암에서 마그네슘 대신 칼슘이 침출된다. 이는 나머지 황산염이 모조리 제거된다는 의미다. 당신은 내가 앞서 황산염 퇴적이 지구 황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때 왜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열수 경석고 침전을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새로운 해양 지각이 중앙 해령에서 멀리 떨어져 식고 나면 결국 이 경석고가 대부분 용해되어서 황산염이 바닷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틀림없이 GOE 이후에 시작되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언제였을까? 이 일시적인 황산염 흡수원이 생겨난 일은 지구 산소 수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까? 살짝 방향을 틀어 GOE 이전으로, 표면 환경에 사실상 유리 산소가 없었던 시기로 돌아가서 답을 찾아보자.
이제까지 우리는 주로 세 번째 원생누대와 네 번째 현생누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장 앞선 명왕누대는 지질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지만, 화산이 폭발하고 운석이 지구를 폭격하던 시기였다. 명왕누대에 뒤이어 40억 년 전에서 25억 년 전까지 지속된 시생누대에서는 우리 고향 행성의 독특한 특징이 처음 생겨난 듯하다. 바로 이때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다. 아울러 시생누대가 끝날 즈음에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만들고 있었다. 지각이 부분 용융partial melting(고온 환경에서 고체 상태의 암석이 부분적으로 녹아 섞이는 현상-옮긴이)을 거듭 거치면서 마그네슘보다 칼륨이 더 많고 밀도가 낮은 지표 규산염층으로 바뀐 것도 이 시기다. 시생누대 말에 밀도가 낮은 대륙 지각은 물 위에 둥둥 뜬 얼음처럼 맨틀 위에 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밀도가 더 높은 해양 지각이 대륙 지각 아래로 들어갈 수 있었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가파른 섭입과 초대륙 순환, 지각 변동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부력이 뚜렷한 효과를 낸 덕분에 대륙이 바다 위로 솟아올라서, 사실상 물밖에 없었던 세상은 파란색과 초록색, 갈색이 섞인 오늘날의 지구와 훨씬 더 비슷하게 바뀌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대륙의 출현은 생물지구화학 순환을 영구히 바꿔놓았다. ”
『얼음과 불의 탄생, 인류는 어떻게 극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가 - 빙하와 화산을 통해 지적인 생명체의 기원을 추적한다』 pp.349~351, 그레이엄 실즈 지음, 성소희 옮김, 최덕근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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