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밥심님의 대화: 이 방에선 얼마든지 에디아카라기 타르트나 오르도비스기 붕어빵을 그리워 하셔도 됩니다.
아니.. 제 뜻은 밖에서도 얼마든지 먹고 싶다는 거였어요.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생명체의 세포 속에서는 정교한 화학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하나의 화합물이 다른 여러 종의 화합물로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생화학자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림3-1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이 그림은 세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응들 중 1%도 안되는 내용을 추려서 요약한 것이다. 이 순환도 속에는 각 과정을 거치면서 변해가는 분자의 변천과정이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복잡하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가 늘 경험하고 있는 호흡의 과정, 이른바 크렙스 사이클(Krebs cycle)이다. 분자 구조의 변천과정을 각 단계별로 분리해서 보면 그다지 격렬한 변화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은 생화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며,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이 사이클을 재현시킬 방법은 없다. 서로 비슷한 구조를 가진 두 종류의 물질이 있을 때,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하는 데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가 치러져야 한다. 서로 다른 두 형태 사이에는 에너지의 '언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산골짜기에 바위가 하나 놓여 있는데, 이 바위를 봉우리 건너편의 다른 골짜기로 옮기려면 터널을 뚫지 않는 한 일단은 산꼭대기까지 끌고 올라가야 한다. 즉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가 투입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화학반응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화학자들은 이때 투입되는 에너지를 '활성화 에너지'라고 부른다. 주어진 화학물질에 원자를 추가로 붙이려면 새로운 원자를 아주 가깝게 가져가서 원자의 배치상태가 달라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때 투입된 에너지의 양이 부족했다면, 마치 산꼭대기로 끌고 올라가던 바위가 도중에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화학반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원자들 사이의 간격이 충분히 가까워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분자를 손으로 잡아서 강제로 틈을 벌린 후에 새로운 원자를 끼워 넣을 수 있다면, 이것은 산허리를 돌아가는 지름길로 반응을 유도한 셈이며, 따라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투여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포 속에서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들이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작은 분자들을 붙들고 있으면서 위에서 서술한 식으로 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복잡한 물질이란, 다름 아닌 효소(enzymes)이다(효소는 설탕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효모(ferments)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실제로 그림3-1의 첫 반응 과정 중 일부는 설탕의 발효과정을 연구하면서 밝혀진 것이다). 효소가 있는 한, 이런 반응은 항상 일어난다. "
물리학이 생물학을 비롯한 여타 과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실험 기술'이다. 사실 실험 물리학 분야의 발전이 없었다면 그림 3-1과 같은 생화학적 사이클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복잡한 반응 과정을 분석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반응에 관여하는 원자들마다 일종의 '꼬리표'를 달아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탄소 원자에 '녹색 꼬리표'를 달아줄 수만 있다면, 향후 그녀석의 위치를 추적하여 반응의 전모를 훨씬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녹색 꼬리표'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동위원소(isotope)'이다.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핵의 질량이 아니라 전자의 개수다. 그런데 자연에는 6개의 양성자와 6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이 있고, 이와 동시에 6개의 양성자와 7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도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탄소(C)의 핵'이라고 부른다(양성자의 개수는 전자의 개수와 일치하므로, 양성자의 수가 같은 원자들은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원소의 이름이 달라지려면 양성자의 수가 달라져야 한다: 옮긴이). 화학적 관점에서 볼 때, C¹²와 C¹³원자는 성질이 동일하지만 핵의 세부 구조와 질량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구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C¹³(또는 C¹⁴)이라는 동위원소를 첨가하여 이들의 자취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15~116,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ifrain님의 대화: '바그다드 카페'는 아주 가끔 생각날 때 한 번씩 보는 영화인데요. 붉게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네온 사인 간판과 주유소가 있는 장면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 공간을 뚫고 나가는 'I am Calling you' 사운드가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 같아요. 영화 요약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SaXMIUUWA 바흐의 평균률 클라비어 곡집 제1권 제1번 '전주곡'에 대한 설명이 있는 영상이에요. 반복되는 음표를 물결에 비유하는 부분이 마음에 드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msgp_CyPClg
우주에 전화 좀 걸게요 I WOULD LIKE TO PLACE A CALL TO UNIVERSE 외부 우주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고요, 끝 간 데 없이 광막하고 별빛이 가득 담긴 무성 영화, 소리 없는 디스코 등을 연상하다. 우주가 진공 상태vacuum(어떤 물질도 없는 상태로, '텅 비었음'을 뜻하는 라틴어 바쿠우스vacuus에서 온 단어)임을 생각하면 꽤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사실 우주에는 소음 지옥과 끊임없는 우주적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64년 천문학자 아르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은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는 안테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이 당시 그들의 직접이었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제거할 수 없는 잡음이 무척 거슬렸다. 알고 보니 우연히 우주 복사의 가느다란 소리에 주파수를 맞췄던 것이다. 그것은 빅뱅의 결과 남은 배경 전자기파, 곧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소리였다. 천체는 전파와 함께 빛의 파동도 방출한다. 그러니 우리는 천체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그 빛을 볼 수도 있다. 전파 천문학자들은 민감한 안테나와 수신기를 가지고 그런 전자기적 진동을 잡아내 음파로 바꾼다. 그러면 태양에서 플레어 현상이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전파 에너지가 터져 나오는 소리, 목성의 표면의 폭풍이 내는 괴이한 소리, 펄사가 메트로놈처럼 꾸준히 킁킁거리는 소리, 토성의 얼음 고리에서 나는 소리 등 무無의 소리가 빚어내는 초현실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p.129,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신작.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우주의 다양한 측면을 면밀히 살핀다.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모르고 지나쳐온 놀라운 과학적 현상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로 세심하게 다룬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우주에 전화 좀 걸게요 I WOULD LIKE TO PLACE A CALL TO UNIVERSE 외부 우주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고요, 끝 간 데 없이 광막하고 별빛이 가득 담긴 무성 영화, 소리 없는 디스코 등을 연상하다. 우주가 진공 상태vacuum(어떤 물질도 없는 상태로, '텅 비었음'을 뜻하는 라틴어 바쿠우스vacuus에서 온 단어)임을 생각하면 꽤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사실 우주에는 소음 지옥과 끊임없는 우주적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64년 천문학자 아르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은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는 안테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이 당시 그들의 직접이었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제거할 수 없는 잡음이 무척 거슬렸다. 알고 보니 우연히 우주 복사의 가느다란 소리에 주파수를 맞췄던 것이다. 그것은 빅뱅의 결과 남은 배경 전자기파, 곧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소리였다. 천체는 전파와 함께 빛의 파동도 방출한다. 그러니 우리는 천체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그 빛을 볼 수도 있다. 전파 천문학자들은 민감한 안테나와 수신기를 가지고 그런 전자기적 진동을 잡아내 음파로 바꾼다. 그러면 태양에서 플레어 현상이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전파 에너지가 터져 나오는 소리, 목성의 표면의 폭풍이 내는 괴이한 소리, 펄사가 메트로놈처럼 꾸준히 킁킁거리는 소리, 토성의 얼음 고리에서 나는 소리 등 무無의 소리가 빚어내는 초현실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
우주는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색깔도 만들어낸다. 우주의 어느 한 조각에서 방출되는 가시광 복사를 모두 한데 모을 수 있다면 그 모든 빛이 인간의 눈에 어떻게 종합적으로 감지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 이반 볼드리와 천문학자 칼 글레이즈브룩이 바로 그런 일을 했다. 그들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2dF 은하 적색편이 조사'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계획에는 없었지만 흥미로워 보이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년 동안 20만 개 이상의 은하에서 오는 빛을 관측한 결과, 만약 하늘 전체를 가린다면 우주는 그저 따분한 옅은 베이지색이라는 것이다. 그 색의 이름을 '우주라떼'라고 지었는데, 다른 후보 중에는 '유니 베이지' '스카이 보리' '천문학자 아몬드' 등 우주라떼 색을 조금 더 괜찮은 느낌으로 만들어보려는 이름들이 있었다. 우주가 지금은 우주라떼 색일지 몰라도, 영원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별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색은 서서히 바뀌어간다. 젊은 별들은 뜨거워서 근사한 파란 빛을 띠고, 더 늙고 차가운 별들은 점차 붉은 빛을 발한다. 수십억 년 전의 과거에는 젊고 격렬한 별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아서 우주는 수레국화 같은 푸른빛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억 년 동안에도 우주는 계속 변모할 것이고, 짜릿하게도, 점차 베이지색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pp.130~131,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밥심님의 대화: 오호.. 레이저가 쉽진 않네요. 옆방에서 왜 빠르게 날아가면 시간이 천천히 가는가 그런 것도 물으시고 했던 것 같은데 답은 얻으셨나요? 저자 분께서 향팔 님 포함 물리를 사랑하는 독자분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대답하시느라 바쁘시겠어요. 그게 즐거움이겠지만요. ㅎㅎ
하하 네, 상대성 이론은 사실상 “왜”에 대답은 안해주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 머리 속에선 학생 시절 러시아어를 배울 때의 기억 한 토막이 되살아났어요. 사람들이 러시아어의 괴랄함에 괴로워하며 “이러이러한 건 대체 왜 이렇죠?”라는 질문을 하면 선생님께서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왜’는 없습니다.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 그냥 받아들이세요.”라고 하셨던 대답이요 ㅎㅎ
향팔님의 대화: 하하 네, 상대성 이론은 사실상 “왜”에 대답은 안해주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 머리 속에선 학생 시절 러시아어를 배울 때의 기억 한 토막이 되살아났어요. 사람들이 러시아어의 괴랄함에 괴로워하며 “이러이러한 건 대체 왜 이렇죠?”라는 질문을 하면 선생님께서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왜’는 없습니다.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 그냥 받아들이세요.”라고 하셨던 대답이요 ㅎㅎ
그렇죠. 상대성 이론이 어렵죠. 빛의 속도는 어디에서나 일정하다는 전제만 인정하고 들어가면 설명은 가능한데 이해하기가 쉽진 않더라구요. 언제 이면지가 눈에 띄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시계의 시간이 왜 늦게 가는지 그림으로 설명드릴게요. 옛날에 한번 관심이 있어서 파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업무를 봐야 해서. ㅎㅎ 그리고 요즘 러시아 영화 보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고 자막만 열심히 보니까 이상한 기분입니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우주는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색깔도 만들어낸다. 우주의 어느 한 조각에서 방출되는 가시광 복사를 모두 한데 모을 수 있다면 그 모든 빛이 인간의 눈에 어떻게 종합적으로 감지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 이반 볼드리와 천문학자 칼 글레이즈브룩이 바로 그런 일을 했다. 그들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2dF 은하 적색편이 조사'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계획에는 없었지만 흥미로워 보이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년 동안 20만 개 이상의 은하에서 오는 빛을 관측한 결과, 만약 하늘 전체를 가린다면 우주는 그저 따분한 옅은 베이지색이라는 것이다. 그 색의 이름을 '우주라떼'라고 지었는데, 다른 후보 중에는 '유니 베이지' '스카이 보리' '천문학자 아몬드' 등 우주라떼 색을 조금 더 괜찮은 느낌으로 만들어보려는 이름들이 있었다. 우주가 지금은 우주라떼 색일지 몰라도, 영원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별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색은 서서히 바뀌어간다. 젊은 별들은 뜨거워서 근사한 파란 빛을 띠고, 더 늙고 차가운 별들은 점차 붉은 빛을 발한다. 수십억 년 전의 과거에는 젊고 격렬한 별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아서 우주는 수레국화 같은 푸른빛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억 년 동안에도 우주는 계속 변모할 것이고, 짜릿하게도, 점차 베이지색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
흑체복사가 발생하면 넓은 범위의 파장을 가진 빛이 만들어진다. 플랑크가 양자역학을 도입하여 유도한 공식에 따르면 물체는 뜨거울수록 밝게 빛나고, 그 빛을 구성하는 파장은 짧아진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중 빨간색 빛이 가장 긴 파장을 가지고, 보라색 빛이 가장 짧은 파장을 가진다. 그래서 뜨거울수록 빛의 파장이 짧아진다는 것은 빛의 스펙트럼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모든 계절의 물리학 -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유쾌한 과학의 세계 67-68쪽, 김기덕 지음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우주는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색깔도 만들어낸다. 우주의 어느 한 조각에서 방출되는 가시광 복사를 모두 한데 모을 수 있다면 그 모든 빛이 인간의 눈에 어떻게 종합적으로 감지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 이반 볼드리와 천문학자 칼 글레이즈브룩이 바로 그런 일을 했다. 그들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2dF 은하 적색편이 조사'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계획에는 없었지만 흥미로워 보이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년 동안 20만 개 이상의 은하에서 오는 빛을 관측한 결과, 만약 하늘 전체를 가린다면 우주는 그저 따분한 옅은 베이지색이라는 것이다. 그 색의 이름을 '우주라떼'라고 지었는데, 다른 후보 중에는 '유니 베이지' '스카이 보리' '천문학자 아몬드' 등 우주라떼 색을 조금 더 괜찮은 느낌으로 만들어보려는 이름들이 있었다. 우주가 지금은 우주라떼 색일지 몰라도, 영원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별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색은 서서히 바뀌어간다. 젊은 별들은 뜨거워서 근사한 파란 빛을 띠고, 더 늙고 차가운 별들은 점차 붉은 빛을 발한다. 수십억 년 전의 과거에는 젊고 격렬한 별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아서 우주는 수레국화 같은 푸른빛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억 년 동안에도 우주는 계속 변모할 것이고, 짜릿하게도, 점차 베이지색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
우주라떼 ㅎㅎ 정겹고 따숩게 느껴지네요. 우주라떼 거품 위에는 별이랑 달이 띄워져 있을 듯!
밥심님의 대화: 그렇죠. 상대성 이론이 어렵죠. 빛의 속도는 어디에서나 일정하다는 전제만 인정하고 들어가면 설명은 가능한데 이해하기가 쉽진 않더라구요. 언제 이면지가 눈에 띄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시계의 시간이 왜 늦게 가는지 그림으로 설명드릴게요. 옛날에 한번 관심이 있어서 파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업무를 봐야 해서. ㅎㅎ 그리고 요즘 러시아 영화 보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고 자막만 열심히 보니까 이상한 기분입니다.
와! 밥심님께 이면지와 시간이 생길 때까지 숨 참고 기다립니다! 완전 좋아요(기대) (요즘 타르콥스키 영화 보시는군요? ㅎㅎ)
밥심님의 대화: 그렇죠. 상대성 이론이 어렵죠. 빛의 속도는 어디에서나 일정하다는 전제만 인정하고 들어가면 설명은 가능한데 이해하기가 쉽진 않더라구요. 언제 이면지가 눈에 띄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시계의 시간이 왜 늦게 가는지 그림으로 설명드릴게요. 옛날에 한번 관심이 있어서 파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업무를 봐야 해서. ㅎㅎ 그리고 요즘 러시아 영화 보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고 자막만 열심히 보니까 이상한 기분입니다.
그때 기별 주시면 저도 말석에서나마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과학의 언어 THE LANGUAGE OF SCIENCE 과학적인 언어는 사람 귀에 듣기 좋거나 각별히 선율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정이나 자유로운 표현도 없고 1인칭 대명사를 기피하며 형식적이고 잘 검증된 규정을 엄격하게 따른다. 느낌표 사용은 절대로 아니올시다다. 의미가 명백하고, 보이는 그대로이다. 그런 이유로, 과학적 언어는 과학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게다가 친숙한 단어들을 완전히 다른 맥락에 집어넣기도 하고 평소에는 결코 마주칠 일 없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함께 논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로, 언어는 과학에서 가장 큰 미해결 딜레마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는 연구에 관한 토론과 출판이 거의 다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 발견한 것을 자국어로 출판하기를 주저한다. 읽히지 않거나 중복되는 연구가 불필요하게 진행될 것을 염려한다. 부당하게도 모든 중요한 정보는 결국 영어로 전달되는 것 같아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언어로 출판되는 새롭고 중요한 연구를 놓치고 있다. 특히 생물 다양성과 생태 환경처럼 꽤 많은 부분이 다양한 나라에서 진행되는 분야에서 그렇다. 이 문제는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15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동안 과학자들은 보통 아이디어를 두고 토론할 때는 자국어를, 출판할 때는 꽤 중립적 기반이 있어 보이는 라틴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라틴어는 점차 과학이라는 영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갈릴레오는 목성과 그 위성들을 처음으로 발견해 라틴어로 출판했지만, 후기 연구는 이탈리아어로 발표했다. 뉴턴의 후기 연구도 주로 영어로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초기 아이디어는 라틴어로 기록되었다. 19세기 초반까지 오직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의 세 언어만이 서신 교환과 연구 문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 세기 동안의 주목 쟁탈 끝에 지금은 영어가 과학의 언어로서 국제 공용어로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단일 언어로 만사 상통하는 방식은 다른 언어들의 고유한 의견 교환 방식을 잃게 될 위험을 내포한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변화하는 과학 용어를 따라잡는 것조차 벅차다. 우리의 사고와 발견, 진화에 얹어진 경계가 그렇게 좁아진다면, 무엇 하나 특별히 얻을 것도 없이 종래에는 모두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된다.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p.96,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밥심님의 대화: 민들레가 불렀든, 민들레를 불렀던, 민들레가 제목이든, 민들레 관련 노래들은 다 좋네요. 하지만 저의 최애 민들레 노래는 바로 이곡입니다. https://youtu.be/aLMuwlIaGWY?si=V-wfRpJltUtHGy3y 조플린 님은 저랑 연식이 비슷하신가봐요. 민들레가 저 노래를 발표한 1994년은 제가 아내를 만난 해이거든요. ㅎㅎ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 93학번입니다ㅎㅎ 올려주신 민들레 노래는 첨들어보는데 좋네요 아 그리고 낭만적이세요 부인되시는 분과 자주 음악도 같이 들으실거같아요 here, there and everywhere https://youtu.be/FusIKjztap8?si=GDUk3m27WVcrnpUw
향팔님의 대화: 하하 네, 상대성 이론은 사실상 “왜”에 대답은 안해주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 머리 속에선 학생 시절 러시아어를 배울 때의 기억 한 토막이 되살아났어요. 사람들이 러시아어의 괴랄함에 괴로워하며 “이러이러한 건 대체 왜 이렇죠?”라는 질문을 하면 선생님께서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왜’는 없습니다.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 그냥 받아들이세요.”라고 하셨던 대답이요 ㅎㅎ
털납작벌레는 체외 소화External Digestion를 합니다. 조류algae나 미생물을 먹고 사는데.. 몸 표면에 붙어 있는 섬모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이동해 먹이 군락을 발견하면 그 위를 덮치듯이 자리를 잡아요. 그리고 배 아래쪽으로 소화 효소를 쫙 분비해서 먹이를 분해하고요. 그런 다음에 먹기 좋게 분해된 유기물 액체를 세포막을 통해 흡수한다고 하네요. 러시아어도 먹기 좋게 요리한 다음 드셔보세요. ㅎㅎㅎ 해면Sponge은 몸 전체의 동정세포Choanocyte라는 세포로 바닷물을 빨아들인 뒤, 필터가 작용하듯이 미생물만 먹고 물을 다시 배출하고요. 우리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스폰지도 이 동물의 구조를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밥심님의 대화: 민들레가 불렀든, 민들레를 불렀던, 민들레가 제목이든, 민들레 관련 노래들은 다 좋네요. 하지만 저의 최애 민들레 노래는 바로 이곡입니다. https://youtu.be/aLMuwlIaGWY?si=V-wfRpJltUtHGy3y 조플린 님은 저랑 연식이 비슷하신가봐요. 민들레가 저 노래를 발표한 1994년은 제가 아내를 만난 해이거든요. ㅎㅎ
저는 우효님의 민들레는 이 버전이 좋더라구요. 뒤에 영상에서 민들레가 뱅글뱅글 돌아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9-AMuEz7_84 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우리 동네에 가요 편한 미소를 지어 주세요 노란 꽃잎처럼 내 맘에 사뿐히 내려앉도록 바람결에 스쳐 갈까 내 마음에 심어질까 무심코 내딛는 걸음에 아파하며 돌아설까 구겨진 잎사귀라도 예쁜 책에 꽂아놓고 너에게 주고만 싶어요 사랑을 말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매일 기다려요 나 웃을게요 많이 그대를 위해 많이 많이 웃을게요 우리 손 잡을까요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오늘은 안아줘요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는 춤을 춰요 왜 왜 자꾸 놓아주려 해 놓아주려 해 바람처럼 사라질까 내 마음을 채워줄까 시간마저 쉴 수 있는 나의 집이 되어줄까 빗물이 나를 적시고 눈앞을 흐리게 해도 나는 너를 보고 싶어요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시간 함께 하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같이 걸어가요 웃게 해줄께요 더 웃게 해줄게요 영원히
ifrain님의 대화: 귀여워서 다행이에요. 삼엽충을 예쁘게 봐주세요. 요즘 사람들은 비둘기도 엄청 싫어하고요. 특히 초등학생 여학생들.. ^^ 자기와 다른 뭔가를.. 혐오하는 게 익숙한 것 같아요. 젊은 여성들이 바퀴벌레 등 각종 벌레를 잡는데 10,000원, 20,000원 정도 지불한다는 것을 당근에서 종종 보았어요. 심지어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것도 사람을 필요로 하더군요..
앗, 정말요?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네요. 저는 벌레 사체는 어떻게든 치우겠는데 살아있는 벌레는 정말 기절초풍하겠더군요. 한번에 죽여야 하는데 놓치면 낭패잖아요.
ifrain님의 대화: 저는 우효님의 민들레는 이 버전이 좋더라구요. 뒤에 영상에서 민들레가 뱅글뱅글 돌아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9-AMuEz7_84 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우리 동네에 가요 편한 미소를 지어 주세요 노란 꽃잎처럼 내 맘에 사뿐히 내려앉도록 바람결에 스쳐 갈까 내 마음에 심어질까 무심코 내딛는 걸음에 아파하며 돌아설까 구겨진 잎사귀라도 예쁜 책에 꽂아놓고 너에게 주고만 싶어요 사랑을 말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매일 기다려요 나 웃을게요 많이 그대를 위해 많이 많이 웃을게요 우리 손 잡을까요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오늘은 안아줘요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는 춤을 춰요 왜 왜 자꾸 놓아주려 해 놓아주려 해 바람처럼 사라질까 내 마음을 채워줄까 시간마저 쉴 수 있는 나의 집이 되어줄까 빗물이 나를 적시고 눈앞을 흐리게 해도 나는 너를 보고 싶어요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시간 함께 하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같이 걸어가요 웃게 해줄께요 더 웃게 해줄게요 영원히
여기서는 피자가 뱅글뱅글 돌아가요. ^^ 우효님의 '피자' https://www.youtube.com/watch?v=tvUMCOWrTgA Summer's been boring without you Empty talk and entertainment Been yawning every minute or so Waiting for the phone to ring What's gotten into me? Can anybody see? Oh love's a crazy game I don't know how to play To make you want to stay I'm too scared to say That I want you I want you back Cause I want you I want you back Cause pizza sucks without you It's not a question of appetite Pizza sucks without you Anyway Mom and Dad out for a movie I'm stuck at home watching re-runs Don't really feel like going out in the city Or on the Net where everyone's trying to look pretty Cause I ain't got no time to impress To try and live up to anyone's stupid interest See I ain't got no time to look back To wonder how it might have been if I had tried That I want you I want you back Cause I want you I want you bad Cause pizza sucks without you It's not a question of appetite Pizza sucks without you Anyway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ifrain님의 대화: 털납작벌레는 체외 소화External Digestion를 합니다. 조류algae나 미생물을 먹고 사는데.. 몸 표면에 붙어 있는 섬모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이동해 먹이 군락을 발견하면 그 위를 덮치듯이 자리를 잡아요. 그리고 배 아래쪽으로 소화 효소를 쫙 분비해서 먹이를 분해하고요. 그런 다음에 먹기 좋게 분해된 유기물 액체를 세포막을 통해 흡수한다고 하네요. 러시아어도 먹기 좋게 요리한 다음 드셔보세요. ㅎㅎㅎ 해면Sponge은 몸 전체의 동정세포Choanocyte라는 세포로 바닷물을 빨아들인 뒤, 필터가 작용하듯이 미생물만 먹고 물을 다시 배출하고요. 우리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스폰지도 이 동물의 구조를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몇년전 <바다해부도감>을 보고 나서야 스폰지밥이 해면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깜놀랐습니다 하하하! 세번째 사진은 지난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찍은 해면이에요. (셋 중 가운데 친구 이름이 예쁜데 빛반사로 잘 안 보이네요.. "예쁜이해면")
바다해부도감 - 바다 위아래의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바다 위아래의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석 작용에서부터 바닷물은 왜 짠지, 바다 깊이에 따른 구역, 산호초의 세계, 해변의 생김새 등 바다를 둘러싼 모든 풍경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곳곳에 펼쳐져 있다.
stella15님의 대화: 앗, 정말요?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네요. 저는 벌레 사체는 어떻게든 치우겠는데 살아있는 벌레는 정말 기절초풍하겠더군요. 한번에 죽여야 하는데 놓치면 낭패잖아요.
속편 벌레 이야기(1) 달밤의 행진 꽤 오래전 이 칼럼에서 벌레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해서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벌레 이야기를 한층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일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단다.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띠의 폭은 대충 1미터 정도.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의 거대한 괄태충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천 몇만 마리는 되어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행진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려 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노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난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고 있었으니까. 거기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거겠지"하고 그녀는 말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의 거대한 괄태충이 과연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옮겨 가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 같은 이야기다. 필기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고 그것이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pp.239~24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ifrain님의 문장 수집: "속편 벌레 이야기(1) 달밤의 행진 꽤 오래전 이 칼럼에서 벌레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해서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벌레 이야기를 한층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일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단다.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띠의 폭은 대충 1미터 정도.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의 거대한 괄태충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천 몇만 마리는 되어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행진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려 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노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난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고 있었으니까. 거기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거겠지"하고 그녀는 말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의 거대한 괄태충이 과연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옮겨 가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 같은 이야기다. 필기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고 그것이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참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시네요.
ifrain님의 문장 수집: "속편 벌레 이야기(1) 달밤의 행진 꽤 오래전 이 칼럼에서 벌레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해서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벌레 이야기를 한층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일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단다.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띠의 폭은 대충 1미터 정도.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의 거대한 괄태충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천 몇만 마리는 되어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행진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려 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노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난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고 있었으니까. 거기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거겠지"하고 그녀는 말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의 거대한 괄태충이 과연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옮겨 가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 같은 이야기다. 필기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고 그것이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
속편 벌레 이야기(2) 송충이 항아리의 비극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무엇인가. 역시 '송충이 항아리'겠죠. 하긴 이 '송충이 항아리'를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니까 그다지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끔찍함에 관한 한은 그 어떤 형벌에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깊이 2.5미터에서 3미터, 직경 2미터 정도의 튼튼한 항아리를 준비한다. 꽤 단단해야 하며 또한 어느 정도 무게가 안 나가면 쓸모가 없으니까 주의한다. 안쪽 벽은 가능한 한 미끈미끈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항아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망루를 세워 거기서 항아리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이것으로 1단계는 완료. 그다음에 노예를 삼천 명 정도 모은다. 그리고 "한 사람당 송충이 열 마리씩 잡아올 것. 그러지 못하면 곤장 백 대!"라고 명령한다. 노예들은 곤장을 백 대나 맞고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죽어라고 송충이를 모아온다. 그렇게 하면 한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채취할 수 있다. 그러고는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항아리에 쏟아붓는다. 송충이 삼만 마리를 한곳에 모으면 어지간히 장관이다. 마치 검은 콜타르가 항아리 안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광경 같다.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린다. 송충이가 쌓인 깊이는 대충 2미터 정도.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완료. 남은 건 죄수를 그 안으로 떨어뜨리는 일뿐이다. 그러고는 다같이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며 즐기는 것이다. 항아리 안으로 떨어진 죄수는 벽을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끈미끈해서 곧장 미끄러져버리고, 깡충깡충 뛰어올라 숨을 쉬려고 해도 발밑에 깔려 짓이겨진 송충이가 질척거려 뜻대로 안 되고, 그러는 사이 입안으로 검은 송충이가 꾸물꾸물 한가득 기어들어가 결국은 질식사하고 만다. 무섭죠. 이런 형벌? 따끔따끔한 송충이가 입안 가득 들어오다니 생각만 해도 정말 구역질이 난다. 이렇게 죽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다. 침대 위에서 평온하게 죽고 싶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pp.242~24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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