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ain님의 문장 수집: " 생명체의 세포 속에서는 정교한 화학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하나의 화합물이 다른 여러 종의 화합물로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생화학자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림3-1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이 그림은 세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응들 중 1%도 안되는 내용을 추려서 요약한 것이다.
이 순환도 속에는 각 과정을 거치면서 변해가는 분자의 변천과정이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복잡하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가 늘 경험하고 있는 호흡의 과정, 이른바 크렙스 사이클(Krebs cycle)이다. 분자 구조의 변천과정을 각 단계별로 분리해서 보면 그다지 격렬한 변화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은 생화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며,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이 사이클을 재현시킬 방법은 없다. 서로 비슷한 구조를 가진 두 종류의 물질이 있을 때,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하는 데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가 치러져야 한다. 서로 다른 두 형태 사이에는 에너지의 '언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산골짜기에 바위가 하나 놓여 있는데, 이 바위를 봉우리 건너편의 다른 골짜기로 옮기려면 터널을 뚫지 않는 한 일단은 산꼭대기까지 끌고 올라가야 한다. 즉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가 투입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화학반응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화학자들은 이때 투입되는 에너지를 '활성화 에너지'라고 부른다. 주어진 화학물질에 원자를 추가로 붙이려면 새로운 원자를 아주 가깝게 가져가서 원자의 배치상태가 달라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때 투입된 에너지의 양이 부족했다면, 마치 산꼭대기로 끌고 올라가던 바위가 도중에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화학반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원자들 사이의 간격이 충분히 가까워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분자를 손으로 잡아서 강제로 틈을 벌린 후에 새로운 원자를 끼워 넣을 수 있다면, 이것은 산허리를 돌아가는 지름길로 반응을 유도한 셈이며, 따라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투여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포 속에서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들이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작은 분자들을 붙들고 있으면서 위에서 서술한 식으로 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복잡한 물질이란, 다름 아닌 효소(enzymes)이다(효소는 설탕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효모(ferments)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실제로 그림3-1의 첫 반응 과정 중 일부는 설탕의 발효과정을 연구하면서 밝혀진 것이다). 효소가 있는 한, 이런 반응은 항상 일어난다. "
“ 물리학이 생물학을 비롯한 여타 과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실험 기술'이다. 사실 실험 물리학 분야의 발전이 없었다면 그림 3-1과 같은 생화학적 사이클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복잡한 반응 과정을 분석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반응에 관여하는 원자들마다 일종의 '꼬리표'를 달아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탄소 원자에 '녹색 꼬리표'를 달아줄 수만 있다면, 향후 그녀석의 위치를 추적하여 반응의 전모를 훨씬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녹색 꼬리표'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동위원소(isotope)'이다.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핵의 질량이 아니라 전자의 개수다. 그런데 자연에는 6개의 양성자와 6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이 있고, 이와 동시에 6개의 양성자와 7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도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탄소(C)의 핵'이라고 부른다(양성자의 개수는 전자의 개수와 일치하므로, 양성자의 수가 같은 원자들은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원소의 이름이 달라지려면 양성자의 수가 달라져야 한다: 옮긴이). 화학적 관점에서 볼 때, C¹²와 C¹³원자는 성질이 동일하지만 핵의 세부 구조와 질량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구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C¹³(또는 C¹⁴)이라는 동위원소를 첨가하여 이들의 자취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pp.115~116,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문장모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