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밥심님의 대화: 그렇죠. 상대성 이론이 어렵죠. 빛의 속도는 어디에서나 일정하다는 전제만 인정하고 들어가면 설명은 가능한데 이해하기가 쉽진 않더라구요. 언제 이면지가 눈에 띄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시계의 시간이 왜 늦게 가는지 그림으로 설명드릴게요. 옛날에 한번 관심이 있어서 파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업무를 봐야 해서. ㅎㅎ 그리고 요즘 러시아 영화 보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고 자막만 열심히 보니까 이상한 기분입니다.
그때 기별 주시면 저도 말석에서나마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과학의 언어 THE LANGUAGE OF SCIENCE 과학적인 언어는 사람 귀에 듣기 좋거나 각별히 선율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정이나 자유로운 표현도 없고 1인칭 대명사를 기피하며 형식적이고 잘 검증된 규정을 엄격하게 따른다. 느낌표 사용은 절대로 아니올시다다. 의미가 명백하고, 보이는 그대로이다. 그런 이유로, 과학적 언어는 과학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게다가 친숙한 단어들을 완전히 다른 맥락에 집어넣기도 하고 평소에는 결코 마주칠 일 없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함께 논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로, 언어는 과학에서 가장 큰 미해결 딜레마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는 연구에 관한 토론과 출판이 거의 다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 발견한 것을 자국어로 출판하기를 주저한다. 읽히지 않거나 중복되는 연구가 불필요하게 진행될 것을 염려한다. 부당하게도 모든 중요한 정보는 결국 영어로 전달되는 것 같아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언어로 출판되는 새롭고 중요한 연구를 놓치고 있다. 특히 생물 다양성과 생태 환경처럼 꽤 많은 부분이 다양한 나라에서 진행되는 분야에서 그렇다. 이 문제는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15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동안 과학자들은 보통 아이디어를 두고 토론할 때는 자국어를, 출판할 때는 꽤 중립적 기반이 있어 보이는 라틴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라틴어는 점차 과학이라는 영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갈릴레오는 목성과 그 위성들을 처음으로 발견해 라틴어로 출판했지만, 후기 연구는 이탈리아어로 발표했다. 뉴턴의 후기 연구도 주로 영어로 쓰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초기 아이디어는 라틴어로 기록되었다. 19세기 초반까지 오직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의 세 언어만이 서신 교환과 연구 문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 세기 동안의 주목 쟁탈 끝에 지금은 영어가 과학의 언어로서 국제 공용어로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단일 언어로 만사 상통하는 방식은 다른 언어들의 고유한 의견 교환 방식을 잃게 될 위험을 내포한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변화하는 과학 용어를 따라잡는 것조차 벅차다. 우리의 사고와 발견, 진화에 얹어진 경계가 그렇게 좁아진다면, 무엇 하나 특별히 얻을 것도 없이 종래에는 모두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된다.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p.96,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밥심님의 대화: 민들레가 불렀든, 민들레를 불렀던, 민들레가 제목이든, 민들레 관련 노래들은 다 좋네요. 하지만 저의 최애 민들레 노래는 바로 이곡입니다. https://youtu.be/aLMuwlIaGWY?si=V-wfRpJltUtHGy3y 조플린 님은 저랑 연식이 비슷하신가봐요. 민들레가 저 노래를 발표한 1994년은 제가 아내를 만난 해이거든요. ㅎㅎ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 93학번입니다ㅎㅎ 올려주신 민들레 노래는 첨들어보는데 좋네요 아 그리고 낭만적이세요 부인되시는 분과 자주 음악도 같이 들으실거같아요 here, there and everywhere https://youtu.be/FusIKjztap8?si=GDUk3m27WVcrnpUw
향팔님의 대화: 하하 네, 상대성 이론은 사실상 “왜”에 대답은 안해주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 머리 속에선 학생 시절 러시아어를 배울 때의 기억 한 토막이 되살아났어요. 사람들이 러시아어의 괴랄함에 괴로워하며 “이러이러한 건 대체 왜 이렇죠?”라는 질문을 하면 선생님께서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왜’는 없습니다.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 그냥 받아들이세요.”라고 하셨던 대답이요 ㅎㅎ
털납작벌레는 체외 소화External Digestion를 합니다. 조류algae나 미생물을 먹고 사는데.. 몸 표면에 붙어 있는 섬모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이동해 먹이 군락을 발견하면 그 위를 덮치듯이 자리를 잡아요. 그리고 배 아래쪽으로 소화 효소를 쫙 분비해서 먹이를 분해하고요. 그런 다음에 먹기 좋게 분해된 유기물 액체를 세포막을 통해 흡수한다고 하네요. 러시아어도 먹기 좋게 요리한 다음 드셔보세요. ㅎㅎㅎ 해면Sponge은 몸 전체의 동정세포Choanocyte라는 세포로 바닷물을 빨아들인 뒤, 필터가 작용하듯이 미생물만 먹고 물을 다시 배출하고요. 우리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스폰지도 이 동물의 구조를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밥심님의 대화: 민들레가 불렀든, 민들레를 불렀던, 민들레가 제목이든, 민들레 관련 노래들은 다 좋네요. 하지만 저의 최애 민들레 노래는 바로 이곡입니다. https://youtu.be/aLMuwlIaGWY?si=V-wfRpJltUtHGy3y 조플린 님은 저랑 연식이 비슷하신가봐요. 민들레가 저 노래를 발표한 1994년은 제가 아내를 만난 해이거든요. ㅎㅎ
저는 우효님의 민들레는 이 버전이 좋더라구요. 뒤에 영상에서 민들레가 뱅글뱅글 돌아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9-AMuEz7_84 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우리 동네에 가요 편한 미소를 지어 주세요 노란 꽃잎처럼 내 맘에 사뿐히 내려앉도록 바람결에 스쳐 갈까 내 마음에 심어질까 무심코 내딛는 걸음에 아파하며 돌아설까 구겨진 잎사귀라도 예쁜 책에 꽂아놓고 너에게 주고만 싶어요 사랑을 말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매일 기다려요 나 웃을게요 많이 그대를 위해 많이 많이 웃을게요 우리 손 잡을까요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오늘은 안아줘요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는 춤을 춰요 왜 왜 자꾸 놓아주려 해 놓아주려 해 바람처럼 사라질까 내 마음을 채워줄까 시간마저 쉴 수 있는 나의 집이 되어줄까 빗물이 나를 적시고 눈앞을 흐리게 해도 나는 너를 보고 싶어요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시간 함께 하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같이 걸어가요 웃게 해줄께요 더 웃게 해줄게요 영원히
ifrain님의 대화: 귀여워서 다행이에요. 삼엽충을 예쁘게 봐주세요. 요즘 사람들은 비둘기도 엄청 싫어하고요. 특히 초등학생 여학생들.. ^^ 자기와 다른 뭔가를.. 혐오하는 게 익숙한 것 같아요. 젊은 여성들이 바퀴벌레 등 각종 벌레를 잡는데 10,000원, 20,000원 정도 지불한다는 것을 당근에서 종종 보았어요. 심지어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것도 사람을 필요로 하더군요..
앗, 정말요?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네요. 저는 벌레 사체는 어떻게든 치우겠는데 살아있는 벌레는 정말 기절초풍하겠더군요. 한번에 죽여야 하는데 놓치면 낭패잖아요.
ifrain님의 대화: 저는 우효님의 민들레는 이 버전이 좋더라구요. 뒤에 영상에서 민들레가 뱅글뱅글 돌아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9-AMuEz7_84 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우리 동네에 가요 편한 미소를 지어 주세요 노란 꽃잎처럼 내 맘에 사뿐히 내려앉도록 바람결에 스쳐 갈까 내 마음에 심어질까 무심코 내딛는 걸음에 아파하며 돌아설까 구겨진 잎사귀라도 예쁜 책에 꽂아놓고 너에게 주고만 싶어요 사랑을 말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매일 기다려요 나 웃을게요 많이 그대를 위해 많이 많이 웃을게요 우리 손 잡을까요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오늘은 안아줘요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는 춤을 춰요 왜 왜 자꾸 놓아주려 해 놓아주려 해 바람처럼 사라질까 내 마음을 채워줄까 시간마저 쉴 수 있는 나의 집이 되어줄까 빗물이 나를 적시고 눈앞을 흐리게 해도 나는 너를 보고 싶어요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시간 함께 하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같이 걸어가요 웃게 해줄께요 더 웃게 해줄게요 영원히
여기서는 피자가 뱅글뱅글 돌아가요. ^^ 우효님의 '피자' https://www.youtube.com/watch?v=tvUMCOWrTgA Summer's been boring without you Empty talk and entertainment Been yawning every minute or so Waiting for the phone to ring What's gotten into me? Can anybody see? Oh love's a crazy game I don't know how to play To make you want to stay I'm too scared to say That I want you I want you back Cause I want you I want you back Cause pizza sucks without you It's not a question of appetite Pizza sucks without you Anyway Mom and Dad out for a movie I'm stuck at home watching re-runs Don't really feel like going out in the city Or on the Net where everyone's trying to look pretty Cause I ain't got no time to impress To try and live up to anyone's stupid interest See I ain't got no time to look back To wonder how it might have been if I had tried That I want you I want you back Cause I want you I want you bad Cause pizza sucks without you It's not a question of appetite Pizza sucks without you Anyway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Pizza sucks without you Every day is a bore without you
ifrain님의 대화: 털납작벌레는 체외 소화External Digestion를 합니다. 조류algae나 미생물을 먹고 사는데.. 몸 표면에 붙어 있는 섬모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이동해 먹이 군락을 발견하면 그 위를 덮치듯이 자리를 잡아요. 그리고 배 아래쪽으로 소화 효소를 쫙 분비해서 먹이를 분해하고요. 그런 다음에 먹기 좋게 분해된 유기물 액체를 세포막을 통해 흡수한다고 하네요. 러시아어도 먹기 좋게 요리한 다음 드셔보세요. ㅎㅎㅎ 해면Sponge은 몸 전체의 동정세포Choanocyte라는 세포로 바닷물을 빨아들인 뒤, 필터가 작용하듯이 미생물만 먹고 물을 다시 배출하고요. 우리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스폰지도 이 동물의 구조를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몇년전 <바다해부도감>을 보고 나서야 스폰지밥이 해면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깜놀랐습니다 하하하! 세번째 사진은 지난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찍은 해면이에요. (셋 중 가운데 친구 이름이 예쁜데 빛반사로 잘 안 보이네요.. "예쁜이해면")
바다해부도감 - 바다 위아래의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바다 위아래의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석 작용에서부터 바닷물은 왜 짠지, 바다 깊이에 따른 구역, 산호초의 세계, 해변의 생김새 등 바다를 둘러싼 모든 풍경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곳곳에 펼쳐져 있다.
stella15님의 대화: 앗, 정말요? 죽은 벌레를 치워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네요. 저는 벌레 사체는 어떻게든 치우겠는데 살아있는 벌레는 정말 기절초풍하겠더군요. 한번에 죽여야 하는데 놓치면 낭패잖아요.
속편 벌레 이야기(1) 달밤의 행진 꽤 오래전 이 칼럼에서 벌레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해서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벌레 이야기를 한층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일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단다.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띠의 폭은 대충 1미터 정도.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의 거대한 괄태충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천 몇만 마리는 되어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행진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려 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노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난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고 있었으니까. 거기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거겠지"하고 그녀는 말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의 거대한 괄태충이 과연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옮겨 가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 같은 이야기다. 필기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고 그것이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pp.239~24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ifrain님의 문장 수집: "속편 벌레 이야기(1) 달밤의 행진 꽤 오래전 이 칼럼에서 벌레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해서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벌레 이야기를 한층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일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단다.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띠의 폭은 대충 1미터 정도.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의 거대한 괄태충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천 몇만 마리는 되어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행진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려 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노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난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고 있었으니까. 거기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거겠지"하고 그녀는 말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의 거대한 괄태충이 과연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옮겨 가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 같은 이야기다. 필기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고 그것이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참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시네요.
ifrain님의 문장 수집: "속편 벌레 이야기(1) 달밤의 행진 꽤 오래전 이 칼럼에서 벌레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해서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벌레 이야기를 한층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일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단다.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띠의 폭은 대충 1미터 정도.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의 거대한 괄태충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천 몇만 마리는 되어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행진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려 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노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난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고 있었으니까. 거기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거겠지"하고 그녀는 말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의 거대한 괄태충이 과연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옮겨 가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 같은 이야기다. 필기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고 그것이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
속편 벌레 이야기(2) 송충이 항아리의 비극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무엇인가. 역시 '송충이 항아리'겠죠. 하긴 이 '송충이 항아리'를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니까 그다지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끔찍함에 관한 한은 그 어떤 형벌에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깊이 2.5미터에서 3미터, 직경 2미터 정도의 튼튼한 항아리를 준비한다. 꽤 단단해야 하며 또한 어느 정도 무게가 안 나가면 쓸모가 없으니까 주의한다. 안쪽 벽은 가능한 한 미끈미끈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항아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망루를 세워 거기서 항아리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이것으로 1단계는 완료. 그다음에 노예를 삼천 명 정도 모은다. 그리고 "한 사람당 송충이 열 마리씩 잡아올 것. 그러지 못하면 곤장 백 대!"라고 명령한다. 노예들은 곤장을 백 대나 맞고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죽어라고 송충이를 모아온다. 그렇게 하면 한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채취할 수 있다. 그러고는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항아리에 쏟아붓는다. 송충이 삼만 마리를 한곳에 모으면 어지간히 장관이다. 마치 검은 콜타르가 항아리 안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광경 같다.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린다. 송충이가 쌓인 깊이는 대충 2미터 정도.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완료. 남은 건 죄수를 그 안으로 떨어뜨리는 일뿐이다. 그러고는 다같이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며 즐기는 것이다. 항아리 안으로 떨어진 죄수는 벽을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끈미끈해서 곧장 미끄러져버리고, 깡충깡충 뛰어올라 숨을 쉬려고 해도 발밑에 깔려 짓이겨진 송충이가 질척거려 뜻대로 안 되고, 그러는 사이 입안으로 검은 송충이가 꾸물꾸물 한가득 기어들어가 결국은 질식사하고 만다. 무섭죠. 이런 형벌? 따끔따끔한 송충이가 입안 가득 들어오다니 생각만 해도 정말 구역질이 난다. 이렇게 죽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다. 침대 위에서 평온하게 죽고 싶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pp.242~24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도마뱀 이야기 지난 회에는 지지난 회에 이어 개미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도마뱀 이야기. 우리 집은 비교적(아니, 꽤) 시골에 있어서 사방에 도마뱀이 우글거린다. 도마뱀이란 외견상으로는 그다지 인간의 사랑을 못받는 동물이지만 사실 사람에게 이렇다 할 해를 끼치지도 않고 벌레도 잡아먹어주는데다 가만히 보면 좀 수줍어하는 구석도 있어서, 결코 성격이 나쁜 동물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 두 마리는 하여튼 도마뱀 골려먹기를 세 끼 밥보다 좋아해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으면 도마뱀을 마구 흔들어대며 장난을 친다. 도마뱀 쪽은 그게 좋을 리가 없으니 곧바로 꼬리를 끊고 달아난다. 자연계란 참으로 미스터리한 것이다. 고양이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도마뱀의 몸뚱이를 좇지 않고 잘린 꼬리 쪽에 집착한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는 잘려나와 파들파들 움직이는 꼬리에 대한 매력을 절대로 거역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도마뱀은 계속 살아남는다. 그래서 나는 바로 얼마 전까지도 도마뱀이 위대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과학잡지를 읽어보니 도마뱀도 도마뱀 나름대로 고통스럽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꼬리를 잃은 도마뱀은 동료들 사이에서 꽤나 학대를 받는 모양이다. 꼬리가 없는 도마뱀은 꼬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업신여김을 당하며, 자기 영역의 절반 정도를 빼앗기고 암컷에게도 천대를 받는 등, 꼬리가 다시 제 모습대로 자랄 때까지 암울한 생활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도마뱀은 정말 가엾은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꼬리가 없으면 동료들로부터 학대받을 걸 알면서도 꼬리를 끊고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야만 하는 애처로운 천성은, 도마뱀이나 인간이라는 장르를 넘어 처연하다. 이제부터는 도마뱀 꼬리를 잡아당기는 짓궂은 장난은 그만두고 좀더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리라.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pp.137~13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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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님의 문장 수집: "속편 벌레 이야기(1) 달밤의 행진 꽤 오래전 이 칼럼에서 벌레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썼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벌레를 몹시 싫어해서 삽화를 그리느라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짓궂은 짓을 한 셈이다. 그러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벌레 이야기를 한층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연유로 또 벌레 이야기. 내 마누라는 옛날에 괄태충 행렬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여고생일 때 얘기다. 달 밝은 밤에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근처에 있는 언덕길을 걷고 있자니, 멀찌감치 앞쪽에 은색 띠 같은 게 보였다.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단다. 오른편의 돌담에 빠끔 뚫려 있는 토관 구멍에서 줄지어 기어나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돌담을 올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띠의 폭은 대충 1미터 정도. 대체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게 글쎄 쥐만한 크기의 거대한 괄태충 행렬이었던 것이다. 좌우지간 몇천 몇만 마리는 되어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행진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듯 자동차에 깔려 물컹하게 짓이겨진 자국이 노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달빛에 반사되어 미끈미끈하게 빛난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그 돌담 너머에 있던 낡은 저택을 부수고 맨션을 짓고 있었으니까. 거기 살던 괄태충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거겠지"하고 그녀는 말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의 거대한 괄태충이 과연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옮겨 가 살았을까? 괄태충의 민족대이동이라니. 마치 <십계>에 나오는 모세의 출애굽 같은 이야기다. 필기 그 괄태충 무리 중에는 월등하게 거대한 보스 괄태충이 있고 그것이 앞장서서 모두를 신천지로 인도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자니 속이 메슥거려 잠을 못 이룰 것만 같다. "
@향팔 괄태충이 뭔가 했더니 민달팽이였군요. 근데 빛을 내며 지나갔다니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루키는 전 소설은 별론데 요런 에세이는 좋아합니다. 단편도 아기자기한게 유머도 있고 좋은데 왜 장편으로 넘어가면 영 흥이 아라는지 모르겠어요.
ifrain님의 문장 수집: "속편 벌레 이야기(2) 송충이 항아리의 비극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무엇인가. 역시 '송충이 항아리'겠죠. 하긴 이 '송충이 항아리'를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니까 그다지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끔찍함에 관한 한은 그 어떤 형벌에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깊이 2.5미터에서 3미터, 직경 2미터 정도의 튼튼한 항아리를 준비한다. 꽤 단단해야 하며 또한 어느 정도 무게가 안 나가면 쓸모가 없으니까 주의한다. 안쪽 벽은 가능한 한 미끈미끈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항아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망루를 세워 거기서 항아리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이것으로 1단계는 완료. 그다음에 노예를 삼천 명 정도 모은다. 그리고 "한 사람당 송충이 열 마리씩 잡아올 것. 그러지 못하면 곤장 백 대!"라고 명령한다. 노예들은 곤장을 백 대나 맞고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죽어라고 송충이를 모아온다. 그렇게 하면 한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채취할 수 있다. 그러고는 삼만 마리의 송충이를 항아리에 쏟아붓는다. 송충이 삼만 마리를 한곳에 모으면 어지간히 장관이다. 마치 검은 콜타르가 항아리 안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광경 같다.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린다. 송충이가 쌓인 깊이는 대충 2미터 정도.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완료. 남은 건 죄수를 그 안으로 떨어뜨리는 일뿐이다. 그러고는 다같이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며 즐기는 것이다. 항아리 안으로 떨어진 죄수는 벽을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끈미끈해서 곧장 미끄러져버리고, 깡충깡충 뛰어올라 숨을 쉬려고 해도 발밑에 깔려 짓이겨진 송충이가 질척거려 뜻대로 안 되고, 그러는 사이 입안으로 검은 송충이가 꾸물꾸물 한가득 기어들어가 결국은 질식사하고 만다. 무섭죠. 이런 형벌? 따끔따끔한 송충이가 입안 가득 들어오다니 생각만 해도 정말 구역질이 난다. 이렇게 죽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다. 침대 위에서 평온하게 죽고 싶다. "
3대 혐오벌레중 하나가 송충인데. 바퀴벌레, 일명 돈벌레라 불리는 그리마인가? 왜 지네같이 생긴 벌레있잖아요. 꺄악~!!
stella15님의 대화: @향팔 괄태충이 뭔가 했더니 민달팽이였군요. 근데 빛을 내며 지나갔다니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루키는 전 소설은 별론데 요런 에세이는 좋아합니다. 단편도 아기자기한게 유머도 있고 좋은데 왜 장편으로 넘어가면 영 흥이 아라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놀랍게도 하루키 책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답니다. 이번에 @ifrain 님께서 올려주신 하루키 에세이를 접해보니 글이 참 좋네요.
ifrain님의 문장 수집: "도마뱀 이야기 지난 회에는 지지난 회에 이어 개미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도마뱀 이야기. 우리 집은 비교적(아니, 꽤) 시골에 있어서 사방에 도마뱀이 우글거린다. 도마뱀이란 외견상으로는 그다지 인간의 사랑을 못받는 동물이지만 사실 사람에게 이렇다 할 해를 끼치지도 않고 벌레도 잡아먹어주는데다 가만히 보면 좀 수줍어하는 구석도 있어서, 결코 성격이 나쁜 동물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 두 마리는 하여튼 도마뱀 골려먹기를 세 끼 밥보다 좋아해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으면 도마뱀을 마구 흔들어대며 장난을 친다. 도마뱀 쪽은 그게 좋을 리가 없으니 곧바로 꼬리를 끊고 달아난다. 자연계란 참으로 미스터리한 것이다. 고양이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도마뱀의 몸뚱이를 좇지 않고 잘린 꼬리 쪽에 집착한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는 잘려나와 파들파들 움직이는 꼬리에 대한 매력을 절대로 거역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도마뱀은 계속 살아남는다. 그래서 나는 바로 얼마 전까지도 도마뱀이 위대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과학잡지를 읽어보니 도마뱀도 도마뱀 나름대로 고통스럽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꼬리를 잃은 도마뱀은 동료들 사이에서 꽤나 학대를 받는 모양이다. 꼬리가 없는 도마뱀은 꼬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업신여김을 당하며, 자기 영역의 절반 정도를 빼앗기고 암컷에게도 천대를 받는 등, 꼬리가 다시 제 모습대로 자랄 때까지 암울한 생활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도마뱀은 정말 가엾은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꼬리가 없으면 동료들로부터 학대받을 걸 알면서도 꼬리를 끊고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야만 하는 애처로운 천성은, 도마뱀이나 인간이라는 장르를 넘어 처연하다. 이제부터는 도마뱀 꼬리를 잡아당기는 짓궂은 장난은 그만두고 좀더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리라. "
오, 요런 글 넘 재미있고 좋아요. 은근 빨려들어가듯 읽게 되네요. (고양이가 출연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ㅎㅎ)
향팔님의 대화: 저는 놀랍게도 하루키 책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답니다. 이번에 @ifrain 님께서 올려주신 하루키 에세이를 접해보니 글이 참 좋네요.
헉, 의왼데요? 향팔님은 좋아하실지도! 하루키의 에세이 읽으면 정말 남성성 다 빠지고 여성성 충만한 남성 작기를 보는 것 같아 재밌어요. ㅎㅎ 근데 이 할배 새 책이 잘 안 나오고 있네요.
stella15님의 대화: @향팔 괄태충이 뭔가 했더니 민달팽이였군요. 근데 빛을 내며 지나갔다니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루키는 전 소설은 별론데 요런 에세이는 좋아합니다. 단편도 아기자기한게 유머도 있고 좋은데 왜 장편으로 넘어가면 영 흥이 아라는지 모르겠어요.
민달팽이의 몸이 점액질로 덮여 있기 때문에 빛을 받으면 반짝일 것 같아요. 달빛을 받아서 반짝였던 것 같습니다.
ifrain님의 대화: 2026. 4. 14 사진 '민들레 홀씨'는 생물학적으로 틀린 표현이라고 해요. 포자spore를 우리말로 홀씨라고 하기 때문이죠. 홀씨는 암수가 결합하지 않고 새로운 개체가 되는 무성 번식을 합니다. 고사리 잎의 뒷면에서 볼 수 있는 포자낭 안에는 수많은 홀씨가 들어 있어요. 버섯의 갓 아래의 주름에도 홀씨가 수조 개나 들어있다고 해요. 민들레는 암수가 수정하는 속씨식물입니다. 그래서 꽃을 피우는 것이고요. 하얀색 솜털이 씨앗 끝에 붙어 있어요. 씨앗마다 솜털(갓털)이 달려 있어서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저 솜털이 둥그런 구체를 이룬 모양을 보며 '사탕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ㅎㅎ 반투명하고 왕방울만한 사탕이요.
아름다운 꽃잎이나 향긋한 향기도 모두 곤충을 끌어모으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꽃의 색이나 모양에는 모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꽃은 어쩌다가 그냥 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예컨대 초봄에는 노란색 꽃이 많이 핀다. 노란색 꽃을 알아서 찾아오는 곤충은 꽃등에같이 자그마한 등에 종류다. 물론 인간에게는 노란색으로 보인다 해도 곤충에게 무슨 색으로 보이는지는 곤충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 흔히 곤충에게는 자외선이 보인다고 한다. 노란색 꽃에는 자외선이 적은데, 그것이 바로 꽃등에가 좋아하는 특징일지도 모른다. 꽃등에는 기온이 낮은 초봄에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하는 곤충이다. 그래서 초봄에 피는 꽃은 꽃등에를 불러 모으기 위해 노란빛을 띤다. 사실 꽃등에가 좋아해서 꽃이 노란색으로 피었는지, 아니면 노란색 꽃이 많아져 꽃등에가 노란색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알 수 없는 문제다. 어쨌든 초봄에는 노란색 꽃이 피고 노란색 꽃에 꽃등에가 모여든다는 식물과 곤충의 약속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꽃등에를 짝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 꿀벌 같은 꿀벌상과 친구들은 종류가 같은 꽃들 사이를 날아다닌다. 그런데 꽃등에는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은 곤충이라 꽃의 종류를 식별하지 못해서 종류가 다른 다양한 꽃 사이를 날아다닌다. 이는 식물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같은 노란색 꽃이라도 민들레 꽃가루가 유채꽃으로 옮겨간들 씨앗은 생기지 않는다. 민들레 꽃가루는 민들레꽃으로 옮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꽃등에가 꽃가루를 옮기는 식물들은 어떻게 해야 꽃가루를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 참 어려운 문제지만 들에 피는 잡초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초봄에 노란색 꽃들은 한데 모여 꽃을 피운다. 꽃이 한데 모여 있으면 꽃등에는 가까이에 피어 있는 꽃들 사이를 날아다닌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종류가 같은 꽃으로 꽃가루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작은 꽃등에는 나는 힘이 그렇게 세지 않아서 꽃이 한데 모여 피어 있으면 그 근처 꽃들 사이에서만 날아다닌다. 이렇게 초봄에 들꽃은 같은 장소에 뭉쳐서 핀다. 봄이 되면 꽃이 한가득 피어 꽃밭이 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향팔님의 문장 수집: "아름다운 꽃잎이나 향긋한 향기도 모두 곤충을 끌어모으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꽃의 색이나 모양에는 모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꽃은 어쩌다가 그냥 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예컨대 초봄에는 노란색 꽃이 많이 핀다. 노란색 꽃을 알아서 찾아오는 곤충은 꽃등에같이 자그마한 등에 종류다. 물론 인간에게는 노란색으로 보인다 해도 곤충에게 무슨 색으로 보이는지는 곤충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 흔히 곤충에게는 자외선이 보인다고 한다. 노란색 꽃에는 자외선이 적은데, 그것이 바로 꽃등에가 좋아하는 특징일지도 모른다. 꽃등에는 기온이 낮은 초봄에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하는 곤충이다. 그래서 초봄에 피는 꽃은 꽃등에를 불러 모으기 위해 노란빛을 띤다. 사실 꽃등에가 좋아해서 꽃이 노란색으로 피었는지, 아니면 노란색 꽃이 많아져 꽃등에가 노란색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알 수 없는 문제다. 어쨌든 초봄에는 노란색 꽃이 피고 노란색 꽃에 꽃등에가 모여든다는 식물과 곤충의 약속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꽃등에를 짝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 꿀벌 같은 꿀벌상과 친구들은 종류가 같은 꽃들 사이를 날아다닌다. 그런데 꽃등에는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은 곤충이라 꽃의 종류를 식별하지 못해서 종류가 다른 다양한 꽃 사이를 날아다닌다. 이는 식물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같은 노란색 꽃이라도 민들레 꽃가루가 유채꽃으로 옮겨간들 씨앗은 생기지 않는다. 민들레 꽃가루는 민들레꽃으로 옮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꽃등에가 꽃가루를 옮기는 식물들은 어떻게 해야 꽃가루를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 참 어려운 문제지만 들에 피는 잡초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초봄에 노란색 꽃들은 한데 모여 꽃을 피운다. 꽃이 한데 모여 있으면 꽃등에는 가까이에 피어 있는 꽃들 사이를 날아다닌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종류가 같은 꽃으로 꽃가루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작은 꽃등에는 나는 힘이 그렇게 세지 않아서 꽃이 한데 모여 피어 있으면 그 근처 꽃들 사이에서만 날아다닌다. 이렇게 초봄에 들꽃은 같은 장소에 뭉쳐서 핀다. 봄이 되면 꽃이 한가득 피어 꽃밭이 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에서 노란색 꽃은 한데 모여서 핀다고 소개했다. 민들레도 꽃이 노란색이라 역시 한데 모여 핀다. 그러면 모여서 피지 않고 한 송이씩 피는 민들레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옹기종기 모여서 피는 민들레와 한 송이씩 피는 민들레는 종류가 다르다. 초봄에 모여서 피는 민들레는 예부터 일본에 있던 일본민들레다. 그와 달리 서양민들레는 모여서 피지 않고 한 송이씩 피는 경우가 많다. 서양민들레는 꽃가루가 달라붙지 않아도 씨앗을 만들 수 있는 '아포믹시스(무수정생식)'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주변에 친구가 없거나 꽃가루를 옮길 곤충이 없어도 씨앗을 만들 수 있다. 길거리에 서양민들레가 많이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 서양민들레는 봄뿐만 아니라 1년 내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 수 있다.
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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