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캄브리아기 적응방산을 위해 필요한 주요요소는 벤디안 동안에 모아졌는데 바로 에디아카라 후생생물과 생흔화석에 의해 나타나는 단순한 행동양상 그리고 최초의 소형 골격화석들이다. 그러나 캄브리아기 동안 적응방산이 두드러지게 일어났다. 보다 다양한 생흔화석이 최초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여러 갈래로 뻗은 굴과 나선형의 굴들(burrows), 그리고 퇴적물을 통해 지나가는 움직임을 기록하는 스프라이트로 알려진 U자형의 보다 복잡한 층들, 그리고 지나간 자국과 동물이 쉬어간 흔적들이 이에 속한다. 보다 진보된 행동양상의 진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첫 번째의 외골격을 가진 다양한 생물은 좀더 나중에 나타난다. 이 생물들은 소형 외골격 화석으로 총체적으로 알려져 있고, 다양한 형태의 작은 원추, 관, 가시 그리고 판의 형태이다. 많은 화석들은 인산화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 석회암을 산에 녹여 생긴 잔류물에서 채집할 수 있다. 작은 달팽이 껍데기처럼 생긴 어떤 화석은 하나의 생물을 나타낸다. 경피라 불리는 다른 화석들은 한데 합쳐져서 다른 요소의 골격(스클러리톰이라 불림)을 형성하고 겉껍데기를 가진 동물의 노출된 부분을 보호했다. 물론 이 동물들이 일단 죽어 부패되기 시작하면 스클러리톰은 분해된다. 보존이 거의 완벽한 표본을 통해서만 고생물학자들은 이 원시적 생물들을 복원할 수 있다. 이런 골격 형태 중 시대상 나중에 나타난 사례인 버제스 셰일의 위왁시아는 경피가 광물화되지는 않았지만, 완벽한 스클러리톰의 예를 보여준다. 비록 소형 외골격 화석들이 캄브리아기 동안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종의 수는 초기 캄브리아기의 중간 시기에 줄어들기 시작했고 캄브리아기 중기에는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
버제스 셰일 화석군 p.70, 데릭 브릭스 & 더글라스 어윈 & 프레더릭 콜리어 지음, 김동희 옮김
소형 외골격 화석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최초의 삼엽충이 발견된다. 이와 함께 수많은 다른 절지동물들, 무관절 완족동물들, 다양한 극피동물들, 그리고 원추형의 방해석질 골격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형태의 해면동물인 아키오사이아시드들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캄브리아기 군집이 나타난 것이다. 아키오사이아시드와 삼엽충은 가장 흔한 전기 고생대 화석이고, 다른 분류군들은 중기 캄브리아기까지는 앞의 두 동물들보다는 흔하지 않은 해양동물이었다. 원생대 후기와 캄브리아기 초기 동안 아주 많은 다른 진화계통이 분화했음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러한 갑작스러운 진화적 혁신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됐다. 원인을 찾는 연구는 다양한 다른 분류군의 생물과 생태계에서 일어난 동시적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물리적 환경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얼마 동안 논쟁은 캄브리아기 적응방산의 가장 인상적인 증거를 제공했던 광물화된 골격이 암석 기록에 나타났다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대기 중 산소의 양이나 바다의 화학조성이 결정적인 분기점을 넘으면서 이에 반응해 골격이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골격은 캄브리아기 적응방산의 단지 하나의 징후이다. 어떤 가설이든 연질부 생물의 적응방산과 생흔화석이 분명히 보여주는 행동양식의 복잡성도 설명해야 한다. 산소의 양은 골격 진화 이상의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보다 크고 복잡한 동물이 진화하기 위해서 산소농도가 일정한 수준이 되었어야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륙분포, 해류, 기후(예를 들어 빙하기에 반응한)의 변화도 적응방산을 시작하게 한 요인들이었을 것이다.
버제스 셰일 화석군 pp.70~71, 데릭 브릭스 & 더글라스 어윈 & 프레더릭 콜리어 지음, 김동희 옮김
다른 종류의 설명은 환경적 변이에 대한 반응보다는 생명자체의 고유한 요인을 필요로 한다. 크기가 커짐으로써 골격이 나타나거나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 같은 다른 진화적 변화를 촉진했을지 모른다. 특정한 생활 양상이 나타나면서 적응방산을 촉진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포식행위가 나타나면서 피식자들은 방어를 위해 골격을 만들었을 수 있다. 캄브리아기 초기 동안 유전적 메커니즘은 오늘날의 일반적 메커니즘과 달랐을 것이다. 보다 많은 유전적 유연성 때문에 변이가 많이 생기고 적응방산이 촉진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안된 여러 가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캄브리아기 적응방산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후생생물이 출현한 사건은 생명의 역사에서 풀리지 않은 주요한 불가사의이다.
버제스 셰일 화석군 p.71, 데릭 브릭스 & 더글라스 어윈 & 프레더릭 콜리어 지음, 김동희 옮김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 適應放散'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하나의 조상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단기간에 다양하게 진화하고 심화되어 결국 여러 종으로 분화하는 현상을 말해요.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가 대표적인 사례이고요. 남미 대륙에서 건너온 핀치새가 갈라파고스의 각 섬으로 흩어지면서 부리의 모양이 환경에 맞추어 다양하게 변한 것이죠. 적응방산을 거치면 겉모습과 기능은 다르지만 그 기원이 같아서 해부학적 기본 구조가 비슷한 기관이 있어요. 그걸 상동기관Homologous Organs이라고 해요. 사람의 팔, 고래의 가슴지느러미, 박쥐의 날개가 그 뼈의 기본 구조가 유사하다고 합니다. 생명체는 환경에 따라 정말 치열하게 적응하면서 살아남았다는 걸 알 수 있네요. 사진은 귀여운 땅핀치 인데요. 아래 링크에서 가져왔습니다.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69563&cid=63057&categoryId=63057
@밥심 밥심님 탐구욕은 웬만한 과학자를 훨씬 능가하는 군요.^^
밥심님은 느리게 읽기 방의 공인 우수멤버이시죠. ^^
@ifrain 결국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질량이 작으니 떼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죠. 이게 분자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암튼 생명체가 참 영특(?)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도 결국 질량과 전하를 가진 물리적 실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겠죠. ^^
저희 집 근처 공원에 물이 있는데.. 아래 들여다보니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네요. ^^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이런 것이 생흔 화석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길냥이 발자국인가봐요! 귀여워라. 우리나라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다던 얘기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비둘기가 유해조수라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비둘기도 공룡 아닌가요.
오늘 제가 문장 수집을 하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 "그러니 앵무새에게 말을 걸 때, 독수리의 우아한 모습에 감탄할 때, 닭고기를 먹을 때, 뒤뜰에서 까마귀를 내쫓을 때, 조류에게 존경심을 보이기를.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 장엄한 공룡 계통의 생존자이니까."
2026. 4. 23 비둘기 두 마리가 풀 숲에 있으니 매우 아름다워 보여요. ^^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는 도시에서 왜 혐오스러운 동물이 되었을까요. 우리가 그들의 거처를 내쫓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꼴이잖아요?
진흙이 밀봉하는 바람에 굶주린 미생물의 공격을 받아서 분해되지 않은 채 보존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고대 해부학 교과서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일반적인 화석을 이루는 광물화한 뼈대만이 아니라, 광물화하지 않은 등딱지, 팔다리, 아가미, 소화관, 심지어 신경절까지 볼 수 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58,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160-161쪽에 실린 버제스 셰일의 화석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진흙에 묻혀 생을 마감한 것이 그들에게는 비극이었겠지만… 그 죽음 덕분에 이렇게 세밀하고 아름다운 화석을 우리가 볼 수 있네요.
또 이 암석에는 해면동물 화석이 흔하며, 훈련된 눈을 지닌 생물학자는 연체동물(달팽이, 조개, 오징어), 다모류와 새예동물, 심지어 우리가 속한 척추동물의 가까운 친척을 포함하여 많은 좌우대칭 동물문들의 대변자들을 알아볼 수 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59,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우선 버제스 셰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에디아카라기의 다양한 거시생물들이 잘 보존된 약 5억 5,000만 년 전의 셰일이 중국에서 발견되었다. 바닷말이 많고 동물이라고 할 만한 화석은 적으며 절지동물, 연체동물, 기타 복잡한 좌우대칭동물의 흔적은 전혀 없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0,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책 제목에 주목하지 않았었는데 번역을 <지구의 짧은 역사>로 했군요. 원제는 아시다 시피 "A Brief History of Earth: Four Billion Years in Eight Chapters"죠. 직역을 하자면 간략한 '지구의 역사: 8개 챕터에 담긴 40억년의 역사' 정도가 되겠네요. 'A brief history'란 구에서 스티븐 호킹의 그 유명한 "A brief of time"이 연상될 수 밖에 없는데 아마 이 책의 제목을 짓는데 상당히 영향을 받았을 거라 추측됩니다. 호킹의 책은 아시다 brief를 번역하지 않고 그냥 '시간의 역사'란 제목으로 번역되었죠. 간략한 시간의 역사로 하면 적어도 한국에선 판매량이 많이 줄지 않았을까요? ㅎㅎ brief를 '짧은'이라 번역한 건 좀 애매해 보이긴 합니다. 지구의 역사가 짧다는 것인지 짧게 요약된 것(이게 원저 제목의 의미였겠죠?)이란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죠. 아마 중의적으로 사용했겠죠? 암튼 짧은 역사란 표현이 그렇게 나쁘게만 보이진 않네요 ㅎㅎ
한국어로 '짧은' 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한 부분은 굉장히 위트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 짧지도 않은 45억 4천만 년의 역사를 짧다고 표현했으니까요. 짧은 역사에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한 찰나를 살다 가는 인간이 지구 역사를 '짧다'고 말하는.. 이런 대범함이라니..! 시간 따위는 훌쩍 뛰어넘어 버리는 인류 지성에 대한 찬사일까요. ㅎㅎ
@ifrain 저도 애매하긴 하지만 재치 있는 번역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단순히 지구의 역사라고 했거나 의미해 충실해서 간략한 지구의 역사라고 했다면 매력이 훨씬 떨어졌을 것 같네요.^^ 중국어로 번역하면 지구소사 정도 될까요? ㅎㅎ
중국에서 출판된 책에는 "地球简史(지구간사)"라고 되어 있어요. 중국어에서 흔히 简单(간단) '졘스'라고 발음, 이라는 단어는 같은 한자를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보다 활용 범위가 훨씬 넒어요. 제일 기본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고요. 복잡하지 않은, 군더더기가 없는 것을 표현할 때 쓰죠. 사람의 성격이 단순하다고 할 때도 사용하고요. 한국어에서는 짧은 역사라고 하니 시간에 대한 역설이 드러나는 반면 중국어에서는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지구 역사를 "쉽게 이해하고 가자"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한국어 '짧은'에 비해 핵심을 추려 요약했다는 의미에서 그들의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역사서에 简史를 자주 사용해요. 스티븐 호킹의 'A Brief History of Time'도 중국에서 '时间简史(시간간사)'로 번역되었고요. 빌 브라이슨의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도 '万物简史(만물간사)' 로 번역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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