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ain님의 문장 수집: " 피부는 경계이자 망루다. 피부는 배아기의 외배엽ectodem이 발달해 만들어진다. 외배엽은 생애 최초의 경계막인 세포 표면층으로,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경계선이 된다. 자아와 바깥세상 사이의 경계에 자리한 이 망루에서 우리가 감지하는 느낌은 촉감, 진동, 온도, 압력, 통증을 감지하는 피부 속 감각 조직들과 함께 외배엽에 뿌리를 두고 형성된다. 더불어 지금은 머리뼈 안에 꽁꽁 숨겨져 있는 뇌 역시 기원은 외배엽에 있다. 외배엽 세포층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개인의 모든 경계를 설정한다는 소리다.
"
“ 그런데 머리카락과 몸의 털 역시 피부에서 난다. 아마도 시작은 수염이었을 것이다. 6,500만 년 전 거대 운석이 운명을 뒤바꿔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해가는 가운데 허허벌판이 된 세상으로 나오기 전, 인류의 멀고 먼 조상인 포유동물은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피해 4,000만 년 동안 굴을 파고 숨어 살았다. 굴속에서는 주둥이 근처 섬유조직이 중요한 촉각기관이었다. 이 원시 형태의 털을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 굴의 구조를 읽고 구멍이 제 머리가 통과할 크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하거나 도망치기 위해서는 내 몸이 들어가는 길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원시 포유류의 수염은 지구와의 친밀도를 재는 가늠자로 설계된 조직이었다.
컴컴한 동굴을 더욱 풍부한 감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수염은 진화하면서 점점 두꺼워지고 숱도 많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더듬대다 경계를 세우는 새로운 기술을 우연히 얻게 됐다. 털에 보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연선택의 압도적인 추진력에 의해 털이 몸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굴속 포유동물은 감각기관이기도 한 털이 빽빽할수록 생명 에너지를 더 많이 품을 수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는 밤마다 에너지 소모가 빨라 비용이 많이 드는 온혈 동물로서는 체온을 보다 잘 관리하고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서늘한 이곳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해진 건 당연했다. ”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p.186~187,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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