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피부는 경계이자 망루다. 피부는 배아기의 외배엽ectodem이 발달해 만들어진다. 외배엽은 생애 최초의 경계막인 세포 표면층으로,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경계선이 된다. 자아와 바깥세상 사이의 경계에 자리한 이 망루에서 우리가 감지하는 느낌은 촉감, 진동, 온도, 압력, 통증을 감지하는 피부 속 감각 조직들과 함께 외배엽에 뿌리를 두고 형성된다. 더불어 지금은 머리뼈 안에 꽁꽁 숨겨져 있는 뇌 역시 기원은 외배엽에 있다. 외배엽 세포층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개인의 모든 경계를 설정한다는 소리다. "
그런데 머리카락과 몸의 털 역시 피부에서 난다. 아마도 시작은 수염이었을 것이다. 6,500만 년 전 거대 운석이 운명을 뒤바꿔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해가는 가운데 허허벌판이 된 세상으로 나오기 전, 인류의 멀고 먼 조상인 포유동물은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피해 4,000만 년 동안 굴을 파고 숨어 살았다. 굴속에서는 주둥이 근처 섬유조직이 중요한 촉각기관이었다. 이 원시 형태의 털을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 굴의 구조를 읽고 구멍이 제 머리가 통과할 크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하거나 도망치기 위해서는 내 몸이 들어가는 길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원시 포유류의 수염은 지구와의 친밀도를 재는 가늠자로 설계된 조직이었다. 컴컴한 동굴을 더욱 풍부한 감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수염은 진화하면서 점점 두꺼워지고 숱도 많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더듬대다 경계를 세우는 새로운 기술을 우연히 얻게 됐다. 털에 보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연선택의 압도적인 추진력에 의해 털이 몸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굴속 포유동물은 감각기관이기도 한 털이 빽빽할수록 생명 에너지를 더 많이 품을 수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는 밤마다 에너지 소모가 빨라 비용이 많이 드는 온혈 동물로서는 체온을 보다 잘 관리하고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서늘한 이곳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해진 건 당연했다.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p.186~187,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그런데 머리카락과 몸의 털 역시 피부에서 난다. 아마도 시작은 수염이었을 것이다. 6,500만 년 전 거대 운석이 운명을 뒤바꿔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해가는 가운데 허허벌판이 된 세상으로 나오기 전, 인류의 멀고 먼 조상인 포유동물은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피해 4,000만 년 동안 굴을 파고 숨어 살았다. 굴속에서는 주둥이 근처 섬유조직이 중요한 촉각기관이었다. 이 원시 형태의 털을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 굴의 구조를 읽고 구멍이 제 머리가 통과할 크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하거나 도망치기 위해서는 내 몸이 들어가는 길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원시 포유류의 수염은 지구와의 친밀도를 재는 가늠자로 설계된 조직이었다. 컴컴한 동굴을 더욱 풍부한 감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수염은 진화하면서 점점 두꺼워지고 숱도 많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더듬대다 경계를 세우는 새로운 기술을 우연히 얻게 됐다. 털에 보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연선택의 압도적인 추진력에 의해 털이 몸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굴속 포유동물은 감각기관이기도 한 털이 빽빽할수록 생명 에너지를 더 많이 품을 수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는 밤마다 에너지 소모가 빨라 비용이 많이 드는 온혈 동물로서는 체온을 보다 잘 관리하고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서늘한 이곳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해진 건 당연했다. "
일찌감치 준비된 이 피부 감각기관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에 걸쳐 전신으로 퍼져 나갔고 퍼진 부위에서는 새로운 용도마저 발견됐다. 가령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방울뱀이 경고음을 내듯 목과 등의 털을 세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원시 피부조직은 국경의 파수병처럼 바깥세상에 속한 무언가가 침범할 때 영토를 넘어온 것으로 인식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차원의 공간 개념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 곤두세운 털은 그저 외부인을 쫓아내는 경고였지만,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포유동물인 우리 인간이 지구에 출현할 무렵에는 겉으로 보이는 이 신호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면의 감각 역시 그 개체 상태의 일부였고 특히 자아에 더없이 유용한 신호였다. 뇌와 한참 먼 말초 피부조직인 털은 심리적인 혹은 물리적인 개인 구역의 침범 여부를 보고하는 임무를 맡아 세상에 진출할 때도 세상의 침략을 받을 때도 척후병 역할을 야무지게 했다. 우리 인류는 결국 몸에 있던 털 대부분을 다시 잃었지만 털을 통해 전달되던 느낌은 그대로다. 이처럼 오직 포유동물의 내면에만 최초로 허락된 위협과 성장의 고감도 탐지 기능은 먼 옛날 깜깜한 터널 속에서 태어난 진정한 원시의 감각이 아닐까.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p.187~188,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일찌감치 준비된 이 피부 감각기관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에 걸쳐 전신으로 퍼져 나갔고 퍼진 부위에서는 새로운 용도마저 발견됐다. 가령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방울뱀이 경고음을 내듯 목과 등의 털을 세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원시 피부조직은 국경의 파수병처럼 바깥세상에 속한 무언가가 침범할 때 영토를 넘어온 것으로 인식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차원의 공간 개념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 곤두세운 털은 그저 외부인을 쫓아내는 경고였지만,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포유동물인 우리 인간이 지구에 출현할 무렵에는 겉으로 보이는 이 신호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면의 감각 역시 그 개체 상태의 일부였고 특히 자아에 더없이 유용한 신호였다. 뇌와 한참 먼 말초 피부조직인 털은 심리적인 혹은 물리적인 개인 구역의 침범 여부를 보고하는 임무를 맡아 세상에 진출할 때도 세상의 침략을 받을 때도 척후병 역할을 야무지게 했다. 우리 인류는 결국 몸에 있던 털 대부분을 다시 잃었지만 털을 통해 전달되던 느낌은 그대로다. 이처럼 오직 포유동물의 내면에만 최초로 허락된 위협과 성장의 고감도 탐지 기능은 먼 옛날 깜깜한 터널 속에서 태어난 진정한 원시의 감각이 아닐까. "
우리는 피부로 자신의 경계를 정의하고 감지한다. 그런 까닭에 피부는 경계선이자 망루이며, 색으로 경고하고 신호한다. 한편 피부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피부를 통해 우리는 온기를 빼앗긴다. 게다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남과 피부를 맞닿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피부는 여러 일을 하기에 복잡하고 모순적인 조직이다. 목젖부터 복부를 지나 골반으로 이어지는 중앙선 근처의 말랑말랑한 배쪽 피부 - 사람에게는 앞면이고 사족보행 파충류나 원시 포유류는 땅에 붙이고 다니던 부부 - 는 혈액이 표면 쪽으로 흐른다. 붉어지고 부어오르고 무언가에 닿고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고 연결되기 위해서다. 반면에 영역을 침범당해 털이 주뼛 서고 살갗이 따끔거리고 속에서 불길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은 배가 아닌 등 쪽에서 느껴지고 표출된다. 눈앞의 상대와 멀찌감치 떨어진 데다 은밀하고 눈에 덜 띄는 등이라니 역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화사에서 인간이 직립보행하기 이전 시절에는 등이 눈에 훨씬 잘 띄는 신체 부위였다. 고양이와 늑대가 등에 주름을 잔뜩 잡고 털을 바짝 세워 존재감을 부풀릴 때처럼 말이다.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p.188,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향팔님의 문장 수집: "나르키수스는 지하에 내려간 이후에도 스틱스의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누이들인 물의 님프들은 나르키수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를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바쳤고, 숲의 님프들도 슬퍼했다. 에코는 님프들이 슬퍼하는 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들은 장례를 위하여 장작, 관대, 횃불을 준비했으나 나르키수스의 시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체 대신, 노란 중심부 주위를 하얀 이파리가 빙 두른 모양의 꽃을 발견했다."
꽃은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요..
ifrain님의 대화: 꽃은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요..
2026. 4. 22 사진 공원에서 본 글귀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지구의 짧은 역사>에서는 꽃이 등장하려면 아직 멀었네요. ^^
많은 동물 집단은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는 육식동물에 맞서서 몸을 보호하고자 광물이 섞여서 단단해진 뼈대를 갖추는 쪽으로 진화했지만, 캄브리아기 석회암은 여전히 물리적으로 또는 미생물을 통해 만들어진 탄산칼슘이 쌓여서 형성되고 있었다.(오늘날에는 대양에서 일어나는 석회암 퇴적물의 대부분을 뼈대가 차지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3,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오르도비스기의 기록을 읽으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암석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삼엽충은 여전히 많았지만, 다른 뼈대 화석들이 점점 많아졌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조개, 달팽이, 두족류(오징어와 문어가 속한 집단), 산호, 이끼벌레, 완족류, 바다나리의 뼈대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일부 해역에서는 이런 뼈대들이 해저 위로 솟아오르면서 오늘날 플로리다 키스나 바하마의 해안에서 스노쿨링을 할 때 볼 수 있는 것과 적어도 어느 정도 비슷한 암초를 형성하기도 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이번에도 생물권에 작용하는 물리적 과정과 생물학적 과정은 따로따로 활동하지 않았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6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이웃 주민께서 길가에 내놓고 가꾸시는 화분이 눈길을 확 끌길래 사진을 찍었어요. 철쭉 같은데 온통 하얀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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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대화: 저희 집 건물 바로 앞의 민들레가 눈에 들어와서 찍어봤습니다. 이런 삭막한 시멘트 틈새에서도 싹을 틔고 꽃을 피우는 걸 보면 정말 저보다 나은 것 같아요 하하; 이 모임을 하기 전에는 땅바닥에 풀이 있는지 꽃이 있는지 보지도 않고 그냥 터벅터벅 댕겼는데, 제가 달라졌어요. 민들레 홀씨 이웃에 있는 초록색 친구는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역시 꿋꿋이 살고 있네요.
저희집 4월 달력에도 민들레가 있었군요. 고양이가 인연의 붉은 실을 손목에 매고 있습니다. 달력이 한장 한장 넘어갈 때마다 달라지는 계절 풍경을 따라 고양이 혼자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노는데요. 그러다가 11월쯤 되면 실의 나머지 한쪽 끝을 손목에 맨 인간을 만나게 되지요.
향팔님의 대화: 이웃 주민께서 길가에 내놓고 가꾸시는 화분이 눈길을 확 끌길래 사진을 찍었어요. 철쭉 같은데 온통 하얀색이네요.
이쁘게 잘 찍으셨네요 ^^ 따끈따끈 합니다 ㅎㅎ
향팔님의 대화: 저희집 4월 달력에도 민들레가 있었군요. 고양이가 인연의 붉은 실을 손목에 매고 있습니다. 달력이 한장 한장 넘어갈 때마다 달라지는 계절 풍경을 따라 고양이 혼자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노는데요. 그러다가 11월쯤 되면 실의 나머지 한쪽 끝을 손목에 맨 인간을 만나게 되지요.
달력 속 고양이가 넘 귀엽네요. 11월에 만나는 사람은 향팔님을 닮았군요 ~
2026. 4. 24 사진 지난주 산책길에 머리를 돌리고 있는 오리를 발견했어요.(청둥오리의 암컷인듯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리도 한 발로만 서 있더라구요. 그러다 발을 바꾸는 걸 목격했어요. 눈도 뜨고 있고 .. 그런데 저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고..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오리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는 한 발로 서 있는다고 해요. 그리고 잠을 잘 때도 한쪽 눈은 감고 다른 쪽 눈은 뜬 채로 경계 태세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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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님의 대화: 2026. 4. 24 사진 지난주 산책길에 머리를 돌리고 있는 오리를 발견했어요.(청둥오리의 암컷인듯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리도 한 발로만 서 있더라구요. 그러다 발을 바꾸는 걸 목격했어요. 눈도 뜨고 있고 .. 그런데 저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고..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오리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는 한 발로 서 있는다고 해요. 그리고 잠을 잘 때도 한쪽 눈은 감고 다른 쪽 눈은 뜬 채로 경계 태세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
흰 새의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고 있진 않을 거였다. 한쪽 눈으로는 인선과 눈을 맞추고, 다른 쪽 눈으로는 벽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을 거다. […] 귀를 기울이는 듯 꼼짝 않고 갓등 위에 앉은 아미의 얼굴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한쪽 눈은 벽에서 움직이는 인선과 아마의 그림자를, 다른 쪽 눈은 유리창 밖 마당에서 저녁 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개의 시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알고 싶었다. 저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 같은 걸까.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5년 만의 장편소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며 큰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향팔님의 문장 수집: "흰 새의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고 있진 않을 거였다. 한쪽 눈으로는 인선과 눈을 맞추고, 다른 쪽 눈으로는 벽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을 거다. […] 귀를 기울이는 듯 꼼짝 않고 갓등 위에 앉은 아미의 얼굴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한쪽 눈은 벽에서 움직이는 인선과 아마의 그림자를, 다른 쪽 눈은 유리창 밖 마당에서 저녁 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개의 시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알고 싶었다. 저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 같은 걸까."
아버지가 여느 때와 달라져서 멍하게 벽에 기대앉아 있는 날이면 어머니는 나를 불렀어요. 집히는 대로 생고구마나 오이 조각 두어 개, 귤 한두 알을 내 손에 쥐여주며 말했어요. 느네 아방 가져당주라. 안 받으민 입에다 넣어드려불라. 아버지가 그것들을 먹다가 문득 환상에서 빠져나오길 어머니는 바랐던 것 같아요. 그 방법이 정말 통하는 날도 있었어요. 내 손에서 귤을 건네받으며 아버지는 반쯤 웃었어요. 마치 두 세계를 사는 사람 같았어요. 한 눈으로는 나를 보고 다른 한 눈으론 내 몸 너머 다른 빛을 보는 것같이, 어두운 방인데도 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올려다봤어요.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에디아카라기’ 정의 에디아카라기(Ediacaran period)는 선캄브리아 시대의 마지막 시기로, 원생누대 신원생대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지질 시대이다. 약 6억 3500만 년 전부터 5억 4100만 년 전까지, 약 9,400만 년 동안 지속되었다. 지구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빙하기인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사건이 끝난 직후 시작되었으며, 지구 생태계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거대 다세포 생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가 끝나면서 고생대의 첫 시작인 캄브리아기로 넘어가게 된다. 2. 명칭 명칭은 오스트레일리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에 위치한 '에디아카라 언덕(Ediacara Hills)'에서 유래했다. 이곳에서 1946년, 호주의 지질학자 레그 스프리그(Reginald C. Sprigg, 1919~1994)가 해파리와 유사한 독특한 화석들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스프리그는 불과 27세의 젊은 나이였는데, 이미 10대 후반의 나이에 왕립학회 회원으로 거론될 만큼 촉망받는 천재 지질학자였다.[1] 그의 발견은 당시까지 미생물만 가득했다고 여겨졌던 선캄브리아 시대에 거대 다세포 생물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이 이 명칭을 2004년에 공식 비준하기 전까지는 러시아에서 유래한 명칭인 벤디아기(Vendian)가 널리 쓰이기도 했다.[2] 3. 환경과 기후 3.1. 기후 변화와 눈덩이 지구의 해소 에디아카라기는 직전 시대인 크라이오제니아기에 있었던 '마리노안 빙하기(Marinoan glaciation)'가 끝나며 시작된다. 전 지구를 얼어붙게 했던 빙하가 물러가면서 급격한 기후 변화가 찾아왔고, 이 과정에서 캡 탄산염(Cap carbonate)이라 불리는 두꺼운 석회암 및 돌로스톤 층이 형성되었다. 이는 당시 대기 중에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했으며, 빙하가 녹는 약 88만 년의 기간 동안 활발한 화학적 퇴적이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온난한 기후만 계속된 것은 아니었다. 약 5억 7,900만 년 전에는 약 34만 년간 지속된 가스키어스(Gaskiers) 빙하기[3]가 찾아왔고, 5억 7,100만 년 전에는 포키어(Fauquier) 빙하기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후 5억 5,100만 년 전에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탄소 동위원소 비율 변동 사건인 슈람 아노말리(Shuram anomaly)가 발생했다. 이는 당시 해양의 유기물이 대량으로 산화되면서 탄소 순환계에 거대한 교란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시대의 막바지인 캄브리아기와의 경계 시점(약 5억 4,900만 년 전 ~ 5억 3,000만 년 전)에는 바이코누리안(Baykonurian) 빙하기가 찾아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빙하 퇴적물을 남겼는데, 이 시기의 환경 변화가 후속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방아쇠가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3.2. 대기와 지질 빙하기가 끝나고 광합성 생물이 번성하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약 15%까지 급증했다. 이는 오늘날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생명체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복잡한 신체 구조를 갖추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또한 높아진 산소 농도 덕분에 성층권에 오존층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훗날 생명체가 자외선을 피해 육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1%로, 이는 산업 혁명 이전 시기의 35배, 현대의 25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였다. 지질학적으로는 약 5억 6,000만 년 전에 판노티아 초대륙이 분열하기 시작하며 대륙의 배치가 재편되었다. 천문학적으로는 달이 지금보다 지구에 더 가까워 조석력이 강했으며,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 당시의 하루는 약 21.9시간(±0.4시간)이었고, 1년은 약 400일(±7일)이었다. 4. 생태계: 에디아카라 동물군 산소 농도의 증가와 온난해진 기후는 생명의 진화를 가속화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독특한 생물군을 에디아카라 동물군이라 부른다. 이들은 뼈나 껍데기 같은 단단한 부분이 없는 부드러운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오늘날의 동물과는 전혀 다른 기하학적인 무늬나 퀼트 구조를 띤 것이 특징이다. 5억 5,000만 년 전에는 클라우디나와 같이 미세한 골격을 가진 소형 패각 화석(Small Shelly Fossils, SSF)이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포식자의 등장에 대비해 방어 수단을 갖추기 시작한 생명체의 진화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4. 에디아카라기의 종말 평화로웠던 '에디아카라의 정원'은 약 5억 4,100만 년 전을 기점으로 막을 내린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이 시기에 갑작스럽게 화석 기록에서 자취를 감추는데, 이를 두고 환경 변화로 인한 대멸종으로 보는 시각과, 새롭게 등장한 캄브리아기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그들에게 잡아먹혀 사라졌다고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결국 에디아카라 동물군 중 일부 갑주를 두르거나 굴을 파는 등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획득한 일파가 살아남아, 캄브리아기의 폭발적인 생물 다양성 증가인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본다.
*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는 고생대의 첫 번째 기(紀)로, 약 5억 4,100만 년 전에서 4억 8,540만 년 전까지 약 5,560만 년 동안 이어진 지질시대이다. 명칭은 웨일스의 옛 이름인 '캄브리아(Cambria)'에서 유래했다. 1835년 영국의 지질학자 애덤 세지윅이 웨일스의 지층을 연구하며 처음 명명했다.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사건인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난 시기로, 눈에 보이지 않던 미생물의 시대가 끝나고 복잡하고 거대한 다세포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하여 오늘날 생태계의 기틀을 마련했다. 2. 시대상 캄브리아기 상상도 캄브리아기 해양생물들의 상상도. 선캄브리아 시대와 캄브리아기를 나누는 기준은 오랫동안 삼엽충과 같은 복잡한 동물의 출현 여부였다. 과거에는 5개의 눈을 가진 오파비니아, 등에는 가시가 있고 배에는 다리가 달린 할루키게니아[1], 그리고 최상위 포식자 아노말로카리스 등 기이한 동물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을 두고 '진화의 실험장'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은 현생 동물과 전혀 다른 괴물이 아니라 오늘날 동물계의 각 문(Phylum)에 속하는 초기 조상형(Stem group)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3. 진화사 캄브리아기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생물의 몸체가 아닌, 생물이 남긴 흔적화석인 트렙티크누스(Treptichnus)의 등장이다. 이는 지렁이와 같은 동물이 바다 밑바닥을 파고 들어가며 생긴 굴의 흔적이다. 캄브리아기에는 트렙티크누스 외에도 스콜리토스(Skolithos), 크루지아나(Cruziana) 등 수직으로 깊게 파고 들어간 다양한 흔적 화석들이 최초로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캄브리아기 저층 혁명(Cambrian Substrate Revolution) 또는 '농경 혁명(Agronomic Revolution)'[2] 이라고 부른다. 이전 시대인 에디아카라기의 바다는 미생물의 끈적한 막(Matground)이 바닥을 덮고 있어 산소가 차단된 상태였고, 동물들은 그 위를 기어 다니기만 했다. 그러나 캄브리아기에 들어서며 입과 항문이 구분된 좌우대칭동물이 등장하여 미생물 막을 파헤치고(Bioturbation) 굴을 뚫기 시작했다. 이카리아 와리우티아 같은 초기 좌우대칭동물은 에디아카라기 후반에 등장하여 얕은 굴을 파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미생물의 막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모래 속으로 산소가 공급되고 생태계가 3차원적으로 확장되었으며, 기존의 미생물 막 환경에 의존하던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지게 되었다. 고배류 흔히 캄브리아기를 삼엽충의 시대로 알고 있지만, 삼엽충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고 약 3,000만 년이 지난 캄브리아기 제2세가 되어서야 등장한다. 그전까지 초기 캄브리아기의 바다는 작은껍질화석(SSF, Small Shelly Fossils)과 고배류(Archaeocyatha)가 지배했다. SSF는 조개나 복족류의 껍데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시, 화살벌레의 이빨(유사 코노돈트) 등 수백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한 화석들을 통칭한다. 이들은 주로 석회암 속에 보존되어 있어 산으로 암석을 녹여내어 추출한다. 고배류는 몸 전체에 구멍이 숭숭 뚫린 이중벽 구조를 가진 생물로, 해면동물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지구 역사상 최초로 생물초(Reef)를 건설하여 다양한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했다. 고배류는 캄브리아기 초기에 폭발적으로 번성했으나, 중반에 일어난 보토미안 대멸종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고 멸종했다. 이후 고배류의 빈자리는 보통해면류 등이 불완전하게 대체했다. 캐나다의 버제스 셰일 동물군은 캄브리아기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증거다. 이곳은 뼈나 껍데기가 없는 연체동물의 부드러운 조직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특이한 화석 산지(Lagerstätte)이다. 버제스 셰일과 유사하게 연조직이 보존된 화석지들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대표적으로 덴마크(그린란드)의 시리우스 파세트 동물군, 중국의 청장 생물군(마오텐산 셰일)[3], 호주의 이뮤 베이 셰일(Emu Bay Shale)[4], 미국의 스펜스 셰일(Spence Shale)[5], 스페인의 발데미에데스층(Valdemiedes Fm.)[6] 등이 있다. 특히 중국의 청장 생물군에서는 척추동물의 가장 오래된 조상인 하이코우이크티스와 밀로쿤밍기아가 발견되어 척추동물의 기원을 캄브리아기 초기까지 앞당겼다. 캄브리아기는 생명의 폭발적 증가뿐만 아니라, 몇 차례의 심각한 멸종 위기도 겪었다. 5대 대멸종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당시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들이다. 보토미안 대멸종(End-Botomian Mass Extinction)은 캄브리아기 중반(캄브리아기 제4절 말기)에 발생했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지층 구분인 '보토미안' 시기가 끝날 때 일어난 사건으로, 전 지구적인 고배류 군락이 붕괴하고 소형 패각 화석 생물군과 삼엽충 상당수가 멸종했다. 일부 통계에서는 지구상 동물의 약 70%가 멸종했다고 보기도 하나, 이는 화석 기록의 불완전성이나 여러 지역적인 멸종 사건이 뭉뚱그려진 결과일 수 있어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드레스바히안 대멸종(Dresbachian Mass Extinction)은 캄브리아기 후반(푸룽세 초기)에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이 시기에는 전 지구적 탄소 동위원소(C-13) 비율이 급격히 치솟는 SPICE 사건(Steptoean Positive Carbon Isotope Excursion)이 관측되는데, 해양 무산소화나 기후 냉각과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가 멸종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4. 생물상 라디오돈트 좌측 상단부터 암플렉토벨루아(Amplectobelua symbrachiata),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 canadensis), 아에기로카시스(Aegirocassis benmoulai), 페이토이아(Peytoia nathorsi), 리라라팍스(Lyrarapax unguispinus), 캄브로라스터(Cambroraster falcatus), 후르디아(Hurdia victoria). 캄브리아기 바다의 제왕은 단연 라디오돈트(Radiodont)류였다. 대표적인 아노말로카리스는 최대 50cm~1m까지 자랐으며, 머리 앞쪽에 달린 거대한 두 개의 부속지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노말로카리스는 단단한 삼엽충을 부숴 먹기보다는 연한 먹이를 주로 사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바닥을 훑으며 먹이를 찾는 허디아, 집게 모양 부속지를 가진 암플렉토벨루아,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거대 여과 섭식자인 아에기로카시스 등 다양한 식성을 가진 라디오돈트가 번성했다. 레들리키아목 삼엽충은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강력한 포식자였다. 이들은 다리 사이에 '구기(Gnathobase)'라는 톱니 모양의 가시가 빽빽하게 박혀 있어 단단한 먹이도 으깨 먹을 수 있었다. 아카도파라독시데스(Acadoparadoxides)와 같은 대형종은 최대 45cm까지 자라기도 했다. 진흙 속에는 오토이아와 같은 새예동물의 선조들이 숨어 살았는데, 이들은 식도를 뒤집어 튀어나오게 해 먹이를 낚아채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또한 화살벌레의 조상인 프로토코노돈트나 척추동물의 조상인 원시적인 코노돈트들이 물속을 헤엄치며 작은 먹이를 사냥했다. 바닥에는 초기 완족류와 원뿔형 껍데기를 가진 히올리스(Hyolith)가 살았다. 히올리스는 '헬렌(Helen)'이라는 긴 수염 모양의 지지대를 이용해 몸을 바닥에서 들어 올리며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히올리스 중에서도 원시적인 종류인 오르토테키드(Orthothecid)는 헬렌이 없었다. 캄브리아기에는 생물초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고배류가 번성했다가 멸종했고, 그 외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와 스롬볼라이트(Thrombolite)가 많이 보였을 것이다. 스롬볼라이트는 스트로마톨라이트와 비슷하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겹겹이 쌓인 층 구조로 이루어진 반면 스롬볼라이트는 겹이 딱히 없이 무작위로 생성된 덩어리 구조라는 차이점이 있다. 5. 캄브리아기의 한반도 키라야바 한반도의 전기 고생대 퇴적층은 강원도 태백, 영월, 평창 및 경상북도 문경 지역에 분포하는 조선누층군으로 대표된다. 당시 한반도는 적도 부근의 곤드와나 대륙에 속한 한중지괴(Sino-Korean Craton)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얕고 따뜻한 바다인 조선해(Joseon Sea)였으며, 호주 대륙과 맞닿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누층군은 지역마다 층서의 양상에 차이를 보이며 태백층군, 영월층군, 용탄층군, 평창층군, 문경층군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평창층군은 2019년 연구에서 용탄층군과 구분이 되지 않아 동일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했다. 조선누층군은 캄브리아기 동안 크게 세 번의 퇴적 시퀀스(Sequence)를 겪으며 형성되었다. 제1퇴적시퀀스: 캄브리아기 초반(캄브리아기 제2세 ~ 먀오링세 중반)에 해당한다. 장산/면산층: 최하부 지층으로 선캄브리아 시대 암석 위에 부정합으로 놓여 있다. 장산층과 면산층은 동시기에 퇴적되었으나 암석의 양상이 다르며, 동점단층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장산층이, 동쪽에는 면산층이 분포한다. 묘봉층: 셰일 지층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삼엽충인 레들리키아 노빌리스(Redlichia nobilis)와 다양한 작은껍질화석이 발견된다. 비슷한 연대의 영월 지역 지층인 삼방산층에서도 화석이 보고된다. 대기층 중부: 얕고 맑은 바다에서 형성된 두꺼운 석회암층이다. 이후 해수면 하강으로 인해 대기에 노출된 흔적(각력암 등)이 나타난다. 제2퇴적시퀀스: 먀오링세 후반에서 푸룽세 초반에 해당한다. 대기층 상부 ~ 세송층: 깊은 바다(외대륙붕) 환경에서 만들어진 사암과 셰일이다. 이 퇴적 시퀀스의 끝 무렵인 세송층과 마차리층에서는 탄소 동위원소 값의 급격한 변동이 관찰되는데, 이는 드레스바히안 멸종과 관련된 전 지구적인 SPICE 사건'의 흔적으로 해석된다. 제3퇴적시퀀스: 푸룽세 중반 이후에 해당한다. 세송층 상부 ~ 동점층 하부: 다시 얕은 바다(내대륙붕) 환경으로 바뀌며 형성되었다. 동점층 하부에서는 비대칭형 극피동물인 석개재키스티스(Sokkaejaecystis)라는 매우 희귀하고 보존율이 높은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생물은 멸종한 분류군인 스틸로포라(Stylophora)에 속한다. [1] 한때에는 다리와 바늘이 거꾸로 복원되기도 했다. [2] 1970년대 고생물학자 아돌프 자일라허(Adolf Seilacher) 등이 제안한 용어로, 캄브리아기 기질 혁명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캄브리아기 동물들이 마치 농부가 쟁기로 밭을 갈아엎듯(Ploughing) 바다 밑바닥을 수직으로 파헤쳐 뒤섞어버린 현상(생물교란, Bioturbation)을 뜻한다. 이 '농사' 덕분에 단단한 미생물 매트로 막혀 있던 해저 퇴적물 속으로 산소와 물이 공급되었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바닥 표면(2차원)에서 지하 깊은 곳(3차원)으로 확장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3] 징강동물군(澄江動物群). 중국 윈난성 위시시 청장시 마오톈산에 위치한다. [4]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에뮤 베이에 위치한다. [5] 아이다호 남동부와 유타 주 북동부의 랭스턴 층. [6] 스페인 사라고사 주 다로카 인근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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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흰 새의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고 있진 않을 거였다. 한쪽 눈으로는 인선과 눈을 맞추고, 다른 쪽 눈으로는 벽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을 거다. […] 귀를 기울이는 듯 꼼짝 않고 갓등 위에 앉은 아미의 얼굴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한쪽 눈은 벽에서 움직이는 인선과 아마의 그림자를, 다른 쪽 눈은 유리창 밖 마당에서 저녁 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개의 시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알고 싶었다. 저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 같은 걸까."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 이 대목이 와닿네요.
노칸 절벽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캄브리아기 이전 시대, 더 오래된 지질시대를 볼 수 있다. 우리 앞에는 해발 981미터의 컬모어 산이 놓여 있다. 그 산은 울퉁불퉁하지 않고 신기할 정도로 둥글며, 주변의 언덕들과 어울리지 않게 가파르게 솟아 있다. 눈발 사이로 위쪽의 지층들이 보인다. 마치 누군가 하얀 가로줄들을 나란히 그어놓은 듯하다. 층층이 쌓은 케이크 위에 가루 설탕을 뿌린 듯한 모습이다. 습곡도 뒤틀림도 없이 그대로 쌓인 퇴적층들이다. 그리고 그 밑에는 캄브리아기의 지층들이 놓여 있다. 그 근처에는 이렇게 캄브리아기 지층들을 이루는 사람들 위에 더 오래된 퇴적암 "묶음"이 놓인 곳이 몇 군데 있다. 또 캄브리아기 암석들의 밑으로 시간의 단절, 즉 부정합이 있다는 증거도 있다. 그것은 해수면에 가까워질 정도까지 풍화가 일어난 뒤에 그 위로 바다가 밀려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컬모어 산을 이루는 암석들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퇴적된 것이다. 즉 선캄브리아대의 것이다. 스코틀랜드 서해안의 이쪽 지역에는 서일벤 산, 스캑폴레이드 산, 캐니스프 산, 퀴네이그 산 등 똑같은 퇴적암들로 이루어진 산들이 늘어서 있다. 루이스 편마암으로 된 해안을 따라 어디로 가든지, 낮은 언덕들 너머로 이런 산 중 하나가 삐죽 솟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산들 중 스코틀랜드의 "먼로 산(휴 먼로 경은 높이가 914미터[3,000피트] 이상인 산들을 모아 목록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속한 284곳의 산들을 먼로 산이라고 한다) "에 속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 산들은 비탈이 가파르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높아 보인다. 등산가가 하켄(haken)을 박지 않은 채 올라갈 수 있는 길이 한 곳밖에 없는 산들도 있다. 기나긴 세월의 침식을 겪은 뒤 이제 이 봉우리들만 자랑스럽게 서 있다. 전체가 단단한 덕분에 신기한 기념물 같은 지형이 형성된 것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정상에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나긴 세월을 정복하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그 암석들의 이름은 남서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토리돈 호에서 따왔다. 즉 토리돈 암들이다. 지난 30년 동안 꼼꼼한 조사가 이루어진 결과, 토리돈 암 내에 오래된 것들과 젊은 것들 두 종류의 암석들이 있음이 드러났다. 선캄브리아대가 세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듯하다.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pp.405~406,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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