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로스코와 나 2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로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만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
어둠과 빛
사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스며오르는 것
번져오르는 것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 치는 구름을
통과한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pp.19~21, 한강 지음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38권.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의 첫 시집.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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