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고대 문명 이후 처음으로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돌아오고 있다. 그리스 희곡의 필연성은 현대 유전학의 필연성으로 바뀌었다.” 와.. 한 번도 이렇게 연결지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전문가 선생님들의 안목은 다르구만요.
노화와 노인병은 미토콘드리아의 자유라디칼 누출과 산화성 스트레스, 만성적인 염증이 합쳐져 일어나는 퇴행성 과정이다. 몇몇 유전자, 감염, 환경 요인이 산화성 스트레스를 이른 나이에 악화시키고, 이는 적어도 일부 신체 기관에서 노화 과정을 빠르게 한다. 아밀로이드 침착이나 아포지질단백질E4, 다운 증후군, 잠복성 바이러스 감염의 재활성화 모두 산화성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 담배를 피우거나 혈당량이 높거나 환경에 여러 독성물질들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니코틴이 여러 가지로 나쁘다고는 하지만, 중독성은 있을지 몰라도 흡연이 유발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는 책임이 없다. 그래서 니코틴 껌이나 패치가 안전한 금연 수단이 되는 것이다. 담배 연기가 위험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중에 가장 극악한 자유라디칼 발생원이기 때문이다(나도 담배를 피우지만 이 책만 다 쓰고 나면 끊을 생각이다). 담배 연기에는 세미퀴논semiquinone, 폴리페놀, 황화 카르보닐carbonyl sulfide 등 여러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산소와 반응해 과산화라디칼과 수산화라디칼, 과산화수소. 게다가 일산화질소와 과산화아질산염peroxynitrite까지 만든다. 담배를 한 모금 피울 때마다 1000조 개의 자유라디칼이 생긴다고 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 염증세포를 활성화해 우리 몸에서까지 독성을 내게 한다. 그 결과 특히 허파와 혈관 벽에 산화성 스트레스가 나타난다. 세포 내의 글루타티온 농도가 억제되고(담배를 끊으면 혈액 내의 글루타티온 농도가 3주 만에 20퍼센트나 높아진다), 이는 NFkB 등의 전사인자를 활성화한다. 흡연자들은 비타민 C 등의 항산화제를 훨씬 빨리 써버리기 때문에 위협에 맞서려면 식생활에서 항산화제를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따라서 흡연은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심장병과 암의 위험을 높이는 주된 이유가 된다.
산소 - 세상을 만든 분자 pp. 420~421, 닉 레인 지음, 양은주 옮김
‘나도 담배를 피우지만 이 책만 다 쓰고 나면 끊을 생각이다’ 이 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ㅎㅎ
하하 저도 그 부분에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산소가 노화를 촉진한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만일 우리가 순수한 산소를 호흡한다면 촛불처럼 더 빨리 ‘타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이미 은연중에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실험만을 근거로 해도 산소 자유라디칼이 노화와 일부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며 아마 다른 질병의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실험적인 관점에서 항산화제가 수명을 늘리거나 질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자유라디칼의 역할은 다른 여러 요인들 중 하나로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화적인 시각은 우리 눈앞에 전혀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인다. 생물은 무수한 적응을 통해 산소에 대항하는 법을 익혔다. 행동부터 몸 크기와 생식까지 전부 적응의 결과다. 어떻게 해서 두 가지 성별이 진화하게 되었는지, 또 왜 난포 안에서 난자가 발생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진화적 시각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된다. 복제 실험의 실패나 노인병에 대한 말라리아의 영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산소는 진화와 생명의 엔진일 뿐 아니라 노화와 노인병의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한 원인이 된다. 이러한 시각은 자연에서 우리 인간의 자리를 돌아보는 데에 도움이 된다. 노화가 미리 정해진 것도 아니고 피할 수도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록 쉽게 노화를 미루지는 못하더라도 희망을 가질 수는 있다. 노인병에 대한 ‘민감성’ 유전자를 추적하는 일이 그릇된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도 바로잡을 수 있다. 또한 노화라는 문제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연구 분야(면역 조정과 미토콘드리아 의학)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시각은 건설적이다. 그리고 건강한 노년을 위한 합리적인 길을 제시하는 실용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결국 골고루 먹되 과식은 피하고 지나칠 정도로 깨끗하게 살거나 스트레스를 너무 받지 말것, 그리고 금연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활기찬 마음을 갖는 게 제일인 것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생물학과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론은 이렇게 어른들의 지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현명한 노년 세대에게 잃어버린 위엄을 상당 부분 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소 - 세상을 만든 분자 pp.463~464, 닉 레인 지음, 양은주 옮김
오늘 도서관에 책들을 반납하기 전에 텍스트들을 좀 많이 올렸네요. ^^
동물이 커지고 산소가 풍부해져 갈 때, 지구의 광합성 생물상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화석과 보존된 지질 모두 30억 년 넘게 주로 세균이 맡던 광합성을 조류가 대신하면서 생태학적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동물, 조류, 공기의 이 조화로운 전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 157,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동물지구와 초록지구... 벚꽃이 지고나니 초록이 순식간에 올라오는게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데 집 근처 산책로에 나가보면 풋풋한 신록과 함께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까치와 비둘기들, 심지어는 (요새 번식기인지) 바닥을 기어다니는 노래기까지 모두 열심히 사는것 같아서 별것도 아닌것 같은 모습에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구라는 존재는 정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름다운 글입니다 :) 지구를 특별하게 볼 수 있는 눈이 감동적입니다. 모두 각자의 리듬대로 움직이는 가운데 거대한 관현악을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와, 캄브리아기 아노말로카리스로 검색하니 그때 그 영상이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MSuTaiwj8uQ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당시에 다큐전문성우셨던 김종성 성우님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듣습니다. 저는 그때 그 아노말로카리스의 카리스마와 저 성우님의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어요.
95년도 영상이네요. ㅎㅎ 성세정 아나운서님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나이가 꽤 드셨겠지요.. 저는 95년도에 아노말로카리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어요 :)
https://ko.wikipedia.org/w/index.php?title=%EC%95%84%EB%85%B8%EB%A7%90%EB%A1%9C%EC%B9%B4%EB%A6%AC%EC%8A%A4&oldformat=true 위키백과의 아노말로카리스에 대한 설명이에요. 사담인데// 제가 어릴때 고고학에 관심이 쬐끔 있었거든요. 취미정도로요. 저 아노말로카리스 영상은 진짜 호기심을 마구 부채질했었고 그 이전에 '매리 애닝'이라는 영국의 고고학자의 이야기를 청소년 버전으로 쓴 '바닷가 보물'이라는 책을 읽고 홀딱 빠져서 바닷가나 강가에 가면 혹시 나도 암모나이트같은 화석을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었어요. ㅎㅎㅎ 거기엔 손가락모양의 화석을 주인공이 관광객에게 파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지금 찾아보니 벨렘나이트라는 연체동물의 화석이네요. 2024년에는 메리 애닝의 삶을 재조명한 책이 나왔어요.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이라는 제목이고, 저자는 <진주귀고리 소녀> 작가인 트레이시 슈발리에입니다. 한국어판에는 원서에 없는 네 점의 화석 삽화가 실려있는데 펜화 스타일로 제작된거라고 해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5807365
오, 이책 넘 재밌겠어요!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향팔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이런 책도 썼군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재밌게 봤었는데요.^^
그러게요, 저도 @아이스라테 님의 책소개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 ㅎㅎ
이 영상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유사한 내용을 보여주네요. 에디아카라와 버제스 현지도 등장하고 캄브리아기의 주요 동물들을 잘 소개해주네요. 게다가 당시 최고 포식자로 추정되던 아노말로카리스의 발견 과정과 독특한 입의 구조는 정말 흥미로왔습니다. 그 와중에 별 특징이 없고 약해보이지만 나중에 척추로 발전할 척색을 가진, 지금의 창고기와 비슷했던 피카이아가 살아남고 진화하여 인간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주장은 감동적이네요. 이 영상 시리즈 <생명 그 영원한 신비>는 10부작인데 모두 시청하면 이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아이스라테 님 감사합니다.
맞아요. 10부작에 도전해야겠어요.. 지난 번에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하나의 세포 같다고 말했다는 그 우주인이 영상에 나오는 모리 마모루(일본인) 입니다. ㅎㅎ
@아이스라테 와, 95년 영상 고색창연하네요 ㅎㅎ 지금 분위기와 너무 다른 듯. 좋은 영상 소개 감사합니다.^^
영상은 오래되었지만 (90년대 감성이 새록새록입니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옛날엔 이런 다큐가 많았던것 같은데 지금은 아예 제작을 안하는건지 제가 잘 모르고 지나치는건지 좀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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