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대한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인데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토론도 아주 많네요 ㅎㅎ제가 지질학을 공부할 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이 뭔가 팬시하게 보이긴 했지만 사실 지질학에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뉴턴 역학 체계로 충분하고 화학과에서 배우는 것 보다는 좀더 많은 원소들의 자연적인 거동을 다루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지질학은 다른 과학과 구분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있죠.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 같은 작은 과정들이 장기간 누적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 이를 통해 역사적인 시간을 과학에 도입했다는 것. 무엇보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질학이야말로 범인들이 자연환경의 관찰을 통해 과학적 추론을 해볼 수 있는 서민적인 과학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polus

ifrain
상대성 이론 이야기가 나온 것은 향팔님께서 물리학 책 읽기 방에서 의문을 제기한 것을 밥심님께서 이 방에서 풀어주셔서 그렇게 된 것이지요. ^^ 덕분에 함께 내용을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어요.
'작은 과정들이 장기간 누적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 제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 희한하게 생긴 돌을 가져오셨는데 사방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죠. 빗방울이 오랜 시간 돌에 떨어져서 그렇게 구멍이 난 것일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역사적 시간을 과학에 도입했다'
'범인들이 자연환경의 관찰을 통해 과학적 추론을 해볼 수 있다'
물리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원리를 캐내는데 치중하는 반면 지질학은 눈으로 보기 위해 발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큰 것 같아요. 그런데 과연 범인들이 관찰을 통해 추론을 해낼 수 있을까요? 해당 분야에 지식도 쌓여야 하고 관찰력이 남달라야 할 것 같습니다.

polus
@ifrain 관찰력이 남다르면 더 좋겠지만, 평범한 관찰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본것들을 토대로 보지 못한 것들을 추론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될 것 같습니다.^^

ifrain
“ 여기서 사건들을 순서대로 재현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우선 토닐라이트에서 시원대 지각이 형성되었다. 그 다음 이 지각이 지하에 깊이 묻혀서 그래뉼라이트상으로 변성되었다. 온도가 섭씨 1,000도, 압력이 10킬로바인 조건을 뜻한다. 이런 지구조적인 변화를 겪은 결과, 우리가 스코리 해안에서 보았던 굽이치며 길게 뻗은 회색 덩어리들인 줄무늬가 있는 편마암이 생겼다. 그런 다음 암맥의 관십이 일어났다. 암맥은 앞서 있던 암석을 뚫고 지나갔다. 이 모든 역사들이 세계 최북단에서 자라는 야자나무가 있는 스코리로지 주변의 지층에 드러나 있다. 따라서 영국 제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인 스코리 암에는 이런 고대의 사건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게어로크에서는 그 뒤에 다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스코리 암을 다시 변형시켰다. 혼을 낸 것도 모자라 모욕까지 준 셈이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편마암이나 저 편마암이나 똑같아 보인다. 그러나 톨리 호 주변의 지질 지도를 꼼꼼히 작성하자, 암맥들을 포함해서 이전의 암석들이 그 뒤에 일어난 지구조 사건에 휘말려 또다시 습곡 장용을 겪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마지막 사건을 랙스포디아(Laxfordian) 사건이라고 한다.
구조지질학자들은 그런 것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맹인이 점자를 읽듯이 암석에서 그런 요곡(橈曲)을 읽는다. 그들은 습곡 작용을 한 번 겪었던 암석이 또다시 습곡 작용을 받으면 어떤 모습이 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나는 3차원, 아니 시간까지 포함해서 4차원으로 생각하는 그런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홈스"의 초판이 나오고 개정판이 나오기 전인 1951년, 재닛 왓슨과 그녀의 남편이자 동료인 존 서턴은 루이스 암의 역사를 현대적인 형태로 개괄한 논문을 발표했다. 게어로크 지역에 있는 암석들은 모두 다시 가열되고 구워져서 그래뉼라이트상보다 변성 정도가 덜한 각섬암상으로 다시 변성되었다. 덜 깊고 덜 극단적인 조건에서 변성된 것이다. 광물학자는 편마암에 든 광물들의 변화를 하나하나 기록함으로써 이 과정을 읽어낸다. 전문용어로는 "역행한다(retrogress)"라고 한다. 광물들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광물들은 암석이 겪은 온도와 압력 조건을 정확히 말해줌으로써, 그 암석이 또다시 "오랫동안 마구 사용되었다"는 것을 폭로한다. 이것은 또다른 요리법이다. 변형 작용에서는 요리법에 따라서 요리할 수도 있고, 순서를 거꾸로 해서 요리할 수도 있는 셈이다. ”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pp.412~413,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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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구조지질학자들은 그런 것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맹인이 점자를 읽듯이 암석에서 그런 요곡(橈曲)을 읽는다. 그들은 습곡 작용을 한 번 겪었던 암석이 또다시 습곡 작용을 받으면 어떤 모습이 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나는 3차원, 아니 시간까지 포함해서 4차원으로 생각하는 그런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상상은 그 동안 쌓인 지식을 기반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polus
@ifrain 이런 연구들은 상당히 전문적이죠.^^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경험을 통해 쉽게 알고 있는 사실들, 퇴적물은 기본적으로 평평하게 쌓인다, 아래에 굵은 입자가 쌓이고 위로 갈 수록 입도가 낮아진다 등등을 이용해 과거에 쌓인 지층들을 해석해 보는 것이죠. 멋진 스토리를 만들지 못해도 그냥 추론하고 상상해 보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ifrain
말씀하신 즐거움을 얻으려면 현장 답사를 가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상상만 하는 것으로는 좀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ㅎㅎ <지구의 짧은 역사> 느리게 읽기 1부 초반에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릴 때(초등학교 시절)때는 학교에서 무지개 찰흙으로 그런 것들을 시각화하면서 단층을 이해하는 시간이 있었죠. 아무래도 평상시에는 지층이 쌓인 곳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주로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 단면을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하고는 합니다. ^^

polus
@ifrain 지질학의 진면목은 현장에 있긴 하죠 ㅎㅎ 케이크로 상상해 보는 것도 좋고 좀더 실재에 다가 가려면 가까운 산이에서도 상상해 볼 수 있죠^^

ifrain
과학자님 말씀을 듣고 오늘 오랜만에 안산을 가보 았습니다. ^^
지금 <지구의 짧은 역사>에서 '초록 지구' 부분을 읽고 있는데 산이 진한 초록빛을 띄기 전에 연한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중이네요. 두번째, 세번째 사진은 메타세콰이어 숲길 이에요. 지층을 볼 수 있는 곳은.. 안산에서는 찾기 힘드네요. 풍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암반들은 보였어요.




stella15
와, 참 부지런 하세요. 사진 정말 좋네요. 저는 이렇게 나무가 쫙쫙 뻗어 있는 거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대나무숲을 좋아하죠. 그러니까 갑자기 영화 <와호장룡>이 생각나네요. ㅎㅎ

ifrain
감사합니다. ㅎ 이맘 때 녹색의 빛깔이 너무 예쁘죠.. ^^ 빛을 받으니 더 그렇게 보입니다.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것 같아요.
대나무숲이라고 하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보았던 담양 죽녹원이 생각나네요. 그 안에 독특하게 도 이이남 아트센터가 있었어요. 죽녹원에서는 <와호장룡>만큼 대나무숲이 울창하고 거대한 느낌은 못받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와호장룡>에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stella15
저는 사실 배우들이 대나무숲을 여기저기 날아 다녔던 것 밖엔 생각이 나지 않아요. 멋지긴한데 비현실적이긴 하죠? ㅎㅎ

ifrain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중국에는 사실 우리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에 존재하기도 하더라구요. ㅎㅎ 녹색 대나무 숲에서 흰색 옷을 입고 정중동의 느낌으로 무술을 하는 것이 예술적으로 보였어요.

stella15
와, 정말요? 놀랍네요. 역시 그냥 중국이 아니었네요.

ifrain
아.. 제가 말씀드린 것은 영화 속의 이미지가 예술적으로 보였다는 것이고.. 실제로 중국에 가면 비현실적인 풍경이 많으니... 비현실적인 것도 현실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무술은 힘들지 않을까요? ^^ 물론 어디까지 가능한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stella15
ㅎㅎ 아, 그런 말씀이었군요. 중국 영화가 좀 비현실적인 게 있긴 하더라구요. <황후화>란 영화도 화려하긴 한데 좀 비현실적이라 한 번 이상은 못 봐주겠더라구요. 그 나라는 아무래도 무협의 종주국이니. 그래서 그런지 제가 무협소설엔 관심이 없더라구요. ㅋ

ifrain
저도 무협소설 쪽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중국 현대소설이나 수필을 좋아합니다. ^^ 중국 드라마도 현대 중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것들이 재미있더라구요.
그것과 별개로 주성치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ㅎㅎ

ifrain
가령 이런 것들이죠. 첫번째 사진은 나무 뿌리가 암반을 뚫고 쪼개면서 풍화시킨 흔적으로 보입니다.
두번째 사진은 암반 이 풍화되고 위에 남은 암석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누가 저것만 따로 올려놓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저걸 보니.. 인절미가 생각납니다.ㅎㅎ
세번째 사진은 암반이 이리저리 풍화된 흔적이겠죠. 색상이 얼룩덜룩합니다. 찾아보니 화강암은 망가니즈(Mn) 성분이 산소와 만나서 산화되면 착색이 된다고 합니다. 또 화강암 속의 알갱이인 흑운모(Biotite)가 수분과 반응해서 산화되면 주변에 철(Fe)와 망가니즈 성분이 배출되기도 하고요.




ifrain
@polus 안산에는 이런 암반들이 주로 많이 보입니다. 화강암인 것이죠? 인절미를 너무 많이 찌면 형태가 녹아서 서로 붙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느낌이네요. ㅎㅎ




polus
@ifrain 훌륭하시네요^^ 화강암은 간단하게 말해 석영, 운모, 장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석영이 풍화에 강하고 장석은 풍화가 잘 되죠. 장석은 풍화되 떨어져 나가고 석영이 도드라지는 모습을 관찰 할 수 있죠. 화강암은 입자가 굵은데 이건 심부에서 천천히 식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걷고 계신 곳은 과거에 지하였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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