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고래는 육상동물에서 진화했다. 육상동물의 크기는 뼈의 역학적 강도에 의해 제한된다. 일정한 무게를 초과하면 뼈가 부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양 동물인 고래는 물의 부력을 받기에 어느 육상동물보다 커질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랬다. 콧구멍은 머리 꼭대기로 이동했고 앞다리와 꼬리는 지느러미발이 됐으며 뒷다리는 사라졌다. 수천만 년간 고래는 난바다(육지로 둘러싸이지 않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_옮긴이)의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이었으며 수십만 마리가 바다를 누볐다.
난바다에서 생명을 제약하는 핵심 조건은 영양소를 얻는 것이다.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동식물은 바닷물 위쪽에서 살아가다가 죽고 나면 '바다눈marine snow'이 왜 끊임없이 떨어져 내린다. 영양소가 무한정 공급되지 않으면 표층수는 생명이 거의 존재할 수 없다. 육상식물이 햇빛과 물 이외에도 거름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을 하며 해양 먹이그물의 토대를 이루는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려면 햇빛이 비치는 해수면과 질소화합물이 필요하다. 바다에는 분해된 바다눈이 해저의 산맥과 융기 위를 흐르는 해류에 의해 교란되고 상승하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식물플랑크톤과 어류가 번성할 수 있다. 하지만 난바다의 나머지 부분은 고래가 아니라면 드넓고 푸른 사막으로 남았을 것이다.
고래는 몸집이 하도 커서 먹이를 먹으려고 깊이 잠수하거나 숨을 쉬려고 수면으로 올라갈 때 주위의 물을 거세게 뒤흔든다. 그러면 영양소가 떠올라 해수면에 머무른다. 또한 고래가 대변을 누면 주변의 물이 무척 비옥해진다. 이 '고래 양수기'는 난바다의 비옥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실제로 일부 해역에서는 바다로 흘러드는 강물보다 고래가 표층수에 더 많은 영양소를 공급한다고 한다. 홀로세의 바다가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고래가 필요했다. 하지만 20세기에 인간은 300만 마리 가까운 고래를 죽였다. ”
『푸른 행성을 위한 증언 - 찬란했던 생명의 기록과 지구를 복원할 마지막 기회』 pp.66~67, 데이비드 애튼버러.조니 휴스 지음, 노승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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