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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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각류의 머리가 하드로사우루스나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만 했다면, 목이 지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용각류의 머리는 부모님 말을 잘 듣는 아이와 달리, 그들이 먹이를 씹어 먹지 않았기 때문에 작아질 수 있었다. 용각류는 나뭇가지에서 잎과 씨를 뜯거나 죽 훑어서 따낸 뒤 그냥 통째로 - 그리고 빠르게 - 삼켰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93,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동물이 더 크게 자랄수록, 몸속에서 생성되는 열은 부피(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반면, 체열 발산은 표면적(길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공룡의 커다란 몸집 자체는 수동적으로 높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 용각류 뼈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도 이 견해를 뒷받침한다. 그들이 현생 포유류와 거의 비슷하게 체온이 36~38 °C였다고 말한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94,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생명과 자연은 하나다 우리는 카슨의 자연관 및 생명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에 떠오른 화두, 환경에 대해 어떠한 철학을 지녀야 하는지 그 의미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속에서 과학기술의 진보에만 모든 걸 맡길 수는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야 한다. 카슨에게 자연이란 위대한 신의 영역인 듯했다. 생명체란 그 자연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돼 있는 존재다. 그런데 생명체 중 하나인 인간은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카슨은 사라져 가는 해안을 보며 그 해안의 보존이 왜 필요한지 역설했다. 1958년 [홀리데이] 7월호 실린 ‘항상 변화하는 우리의 해안’에선 살아 있는 생명체들과 물리적 환경의 관계가 처음 그대로 남아 있는 해안 지역을 보존하자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 글에서 인간의 더러운 손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드러냈다. 인간의 길은 꼭 최상의 길이 아니라는 경고다. 카슨은 1958년 3월 초 도로시 프리맨(카슨은 도로시와 죽기 전까지 우정을 나누었다)에게 편지를 보내 원자폭탄 등 현대과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이 당시 생각은 점차 발전하여 그 반대편으로 향하게 되고 결국 사회적 가치관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애초에 카슨은 생명체와 환경의 관계에 대해 자연은 인간이 아무리 파괴하더라도 영원하리라고 믿었다. “구름과 비와 바람은 신에게 귀속된 것이기에” 그렇다. 또한 “생명체는 신이 어떤 과정을 점지해 주더라도 시간과 더불어 흘러가게 되어 있다.” 인간은 그러한 흐름 속에 일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설사 인간이 그 흐름을 방해한다고 해도 말이다. 더욱이 “물리적 환경이 생명체를 어떻게 주조한다 해도 그 생명체는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더군다나 파괴시킬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연은 영원하고 그 속의 인간은 미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슨은 현실의 부조리함 속에서 이러한 생각을 바꿔 갔다. <침묵의 봄>을 비롯해 카슨의 역작은 시종일관 “생명과 자연은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해도 인간은 그 자연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카슨은 <CBS 리포트>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생명체들 간의 상호 관련성, 생명체와 환경의 상호 관련성로서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우리는 아직도 정복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껏 우리 자신을 거대하고 엄청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존재로 여길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 세대는 자연과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인류는 과거에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지만, 이제 자연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정복하는 성숙한 면모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 <레이첼 카슨 평전>, 704쪽.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pp.70~72, 김재호 지음
대산소화 사건은 단순히 지구의 물리적 발달의 산물이 아니었다. 진화적 혁신만을 반영한 것도 아니었다. 지표면을 변모시킨 것은 지구와 생명의 상호작용이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131p,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앤드류 놀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것인 것 같아요. ‘지구와 생명의 상호작용’ 그 상호작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그토록 긴 지구의 역사를 축약해 전달해주려고 노력하신 듯 합니다.
최근의 의학 연구는 생명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각 세포들의 기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은 건강뿐 아니라 생명 유지에도 바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관이나 기능보다 중요하다. 세포 속에서 에너지 생성이 순조롭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몸은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런데 곤충, 설치류, 잡초 등을 없애려고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이런 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미쳐 아름다울 정도로 정교한 신체 기능을 교란한다. 생물학과 생화학 분야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세포 속에서 진행되는 산화작용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이런 선구자들의 업적을 기반으로 지난 25년간 연구가 한 걸음씩 진행되었다. 물론 세부적인 면까지 완벽하게 완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개별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기에 이제 생물학자들은 세포 내 산화작용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보유하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1950년 이전에 교육받은 의사들은 세포호흡의 중요성은 물론 그 과정이 교란될 때의 위험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다. 에너지 생성 작업은 특정 기관이 아닌 몸의 모든 세포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활활 타는 불꽃처럼 살아 있는 세포는 생명을 지탱하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연료를 태운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체온 정도의 은근한 열을 방출한다. 따라서 '태운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기보다 시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수십억 개의 은근한 작은 불이 깜박거리며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만일 이 불이 계속 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화학자 유진 라비노비치(Eugene Rabinowitch)는 이렇게 말한다. "심장은 박동을 멈추고, 중력을 거슬러 위를 향해 자라던 식물은 성장을 멈추게 된다. 아메바는 헤엄을 치지 못하고, 신경을 타고 감각이 전해지지도 않을 것이며, 인간의 뇌 속에서 사고가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세포 속에서 물질을 에너지로 변형시키는 과정은 물 흐르듯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자연계의 재생 사이클의 한 부분으로서 마치 쉴 새 없이 굴러가는 바퀴와 비슷하다. 탄수화물 연료는 한 알 한 알, 한 분자 한 분자씩 포도당 형태로 이 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계속되는 순환 과정을 거치며 연료 분자는 화학적 분해 작용으로 미세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이 변화는 질서정연하고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각 단계마다 특정한 효소의 감독과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이 효소는 한 과정에만 작용할 뿐 다른 과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각각의 과정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폐기물(이산화탄소와 물)이 방출되는데, 변화된 연료 분자는 또다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 바퀴가 완전히 한 바퀴 돌고 나면 연료 분자는 다시 새로운 분자와 결합하여 새로운 순환을 시작한다.
침묵의 봄 - 개정판 pp.228~229,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침묵의 봄 - 개정판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 <침묵의 봄>이 5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번 개정판에는 서문과 후기가 완전히 새롭게 단장되었으며, 2002년 출간본에는 없던(원서에도 없었음) 찾아보기를 새롭게 추가했다. 그리고 편집과 장정도 완전히 바뀌었다.
생명이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는 부적절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생명체가 등장하고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생물이 생겨났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 즉 자연의 시간 동안 생명체는 각종 파괴적인 세력에 적응해갔는데,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들은 사라지고 저항력이 강한 것만이 살아남았다. 이런 자연적 발암물질들은 여전히 악성질환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 수가 적고 생명체 역시 오랫동안 이런 상황에 적응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인간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생물체 중에서 유독 혼자만 암 유발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인간이 만들어낸 발암물질들은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방향족 탄화수소류의 일종인 매연이다. 산업 시대의 여명이 밝으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에 점점 더 가속이 붙었다. 생물학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보유한 새로운 화학물질과 물리적 동인들이 자연환경을 대신하게 되었다. 인간은 이런 발암물질을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인간의 생물학적 유전형질이 서서히 진보해온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놀라운 물질들은 인체의 방어벽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암의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발암물질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데에도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한 영국인 의사는 외부 또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악성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1775년 퍼시벌 포트(Percivall Pott) 경은 굴뚝 청소부에게서 음낭암이 발견되는 것은 몸속에 쌓인 숯검정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요구하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적인 분석 방법은 숯검정 속의 유독 성분을 분리해냈고 그의 생각이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포트 경의 발견 이후 한 세기가 넘도록 화학물질을 피부에 접촉하거나 흡입함으로써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에 별 진전이 없었다. 영국의 콘월과 웨일스 지방의 구리 제련소와 주석 주조소에서는 비소 증기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피부암이 보고되었다. 색스니(작센 주) 지역의 코발트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보헤미아의 요하임스탈 우라늄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폐질환에 쉽게 걸리고 폐암으로까지 발전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일은 산업화 이전, 즉 공산품이 대량으로 등장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산업화로 인해 악성질환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1875년 이후였다. 이때 파스퇴르가 전염병의 미생물학적 원인을 발견했고, 다른 학자는 암의 화학적 원인을 찾아냈다. 색스니 지역의 갈탄 지대와 스코틀랜드의 이판암 지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피부암에 자주 걸렸고, 타르와 역청에 노출된 사람들 역시 암에 걸렸다. 19세기 말까지 산업적 발암물질 6~7종이 알려졌다. 20세기에 들어서자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셀 수 없이 많이 등장했고 일반 대중도 이런 물질과 쉽게 접촉하게 되었다. 포트 경의 연구가 발표된 지 20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의 주변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 비단 노동자들만 이런 화학물질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화학물질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스며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심각한 질환이 점차 증가하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침묵의 봄 - 개정판 pp.248~249,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살충제 중 발암물질로 알려진 것은 진드기 제거제만이 아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시험에 따르면 DDT는 간에 종양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과학자들은 발견된 종양의 원인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했지만 "DDT가 가벼운 간세포 암종을 일으킨다고 추정할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휴퍼 박사는 DDT를 '화학성 발암물질'로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 제초제인 아미노트라이아졸은 실험동물에 갑상선암을 일으켰다. ... 이 새로운 염화탄화수소 살충제와 제초제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알려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대부분의 악성질환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징후가 나타나려면 그 희생자의 생애 상당 부분을 관찰해야 한다. 1920년대 초반 도로표지판에 형광 도료를 칠하던 여성 근로자들은 페인트 붓을 입에 댈 때마다 도료에 포함되어 있던 라듐을 조금씩 흡수하게 되었다. 그중 몇 명에게서 15년 이상 지난 뒤 골육종이 발견되었다. 작업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될 경우 그 잠복기는 15~30년, 또는 그 이상이다. ... 현대적인 살충제가 등장한 이래 백혈병의 발병률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동태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조혈조직의 악성질환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1960년 미국에서 백혈병에 걸린 환자만 해도 1만 2290명에 이르렀다. 혈액과 림프계의 악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 5400명이었다. 10만 명당 사망자 수를 보더라도 1950년에는 11.1명이었는데 1960년에는 14.1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은 단지 미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매년 4~5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 이 수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증가율은 우리 환경 속에 존재하는 어떤 치명적인 존재 때문이 아닐까?
침묵의 봄 - 개정판 pp.253~256,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환자의 병력은 무얼 의미하는가? 거미를 싫어하는 가정주부가 있었다. 8월 중순 이 여성은 지하실 전체, 계단 밑, 과일 선발, 천장과 서까래 등 구석구석에 DDT와 석유 증류물이 포함된 에어로졸 살충제를 뿌렸다. 살충제를 뿌리고 나서 몸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구토와 신경불안증을 겪게 되었다. 며칠 지나고 기분이 나아졌지만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기에 9월에 두 번 더 살충제를 뿌렸다. 다시 병을 앓다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후 또다시 살충제 뿌리기를 반복했다. 세 번째 살충제를 뿌리고 나서는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다. 열이 나고 관절에 통증이 생기며 불쾌한 느낌이 계속되었고 한쪽 다리에 정맥염이 나타났다. 하그레이브스 박사의 진찰 결과 이 여성은 백혈병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사망하고 말았다. 하그레이브스 박사의 또 다른 환자 중 바퀴벌레가 자주 나오는 오래된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었다. 벌레가 자주 눈에 띄자 그는 직접 약을 뿌리기로 마음먹고, 일요일에 하루 종일 지하실과 구석진 곳에 살충제를 뿌렸다. 메틸나프탈렌(methylated naphthalenes)이 함유된 용매에 DDT를 25퍼센트 녹인 농축액이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몸 곳곳에 멍이 들고 출혈이 생겼다. 몇 차례 출혈이 일어나자 병원을 찾았다. 혈액을 검사한 결과 재생불량성빈혈로 인한 심한 골수 기능 저하로 밝혀졌다. 그러고 나서 5개월 반 동안 그는 치료와 더불어 59차례의 수혈을 받았다. 그 후 잠시 증세가 호전되는 듯하더니 9년 뒤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침묵의 봄 - 개정판 pp.256~257,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지구와 바다 지구의 바다는 광활하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인류는 우주로 나간 뒤에야 지구의 가장 큰 특징이 육지가 아닌 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폴로계획은 인간을 달까지 보냈으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인류에게 지구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인간의 관점을 바꾸어놓은 2장의 사진이 있다. 첫 번째는 1968년 아폴로 8호에서 촬영한 '지구돋이Earthrise', 두 번째는 1972년 아폴로 17호에서 촬영한 '더 블루 마블The Blue Marble'이다. 두 사진을 보면 우주에 떠 있는 창백한 푸른 점, 다시 말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품은 지구의 모습과 그 의미가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지구의 푸른 해양은 육지가 그려진 캔버스, 거대한 대륙 사이의 공허, 다른 중요한 의문을 해결할 때까지 남겨둘 수 있는 수수께끼로 여겨졌다. 아폴로계획이 종료되고 50년이 지났다. 인류는 마침내 그 광막하고 푸른 구역에 무엇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주로 가는 여정은 우리에게 필요한 출발점, 즉 비어 있는 지도를 채울 기회를 제공했다. 지구의 지도는 놀랍고 풍성한 보물창고이며, 지구본은 훨씬 훌륭하다. 지구를 해부하면 매혹적인 구성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안선, 산맥, 강, 제도, 갖가지 패턴 등 다양하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많은 요소가 등장하며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울퉁불퉁한 대륙은 푸른 해양에 형태를 부여하고, 우리는 지구를 땅과 바다로 나눈다. 비교적 형태가 고정되어 있는 육지에 표식을 남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표식은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한 지도의 고정성은 지구의 가장 중요하고 경이로운 특징을 우리가 쉽게 망각하게 만든다. 바로 바다가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블루 머신 - 바다는 어떻게 세계를 만들고 생명과 에너지를 지배하는가 pp.17~18, 헬렌 체르스키 저자, 김주희 역자, 남성현 감수
블루 머신 - 바다는 어떻게 세계를 만들고 생명과 에너지를 지배하는가해양물리학을 중심으로 자연사와 지리학, 역사와 문화를 넘나들며 바다의 움직임을 추적한 최고의 대중 과학서.
어제 밤 갑자기 스치는 생각에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을 꺼내보았어요. ———————————————- 위험한 가계家系•1969 1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 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풍병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매셨다.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 줌 집어 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 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봄엔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 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3 방죽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가을밤의 어둠 속에서 큰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추리닝 윗도리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 소리를 냈다. 추리닝이 문제겠니. 내년 봄엔 너도 야간 고등학교라도 가야 한다. 어머니. 콩나물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댕이 묻어 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 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 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뺨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깎던 감자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셨댔었다. 작은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맨드라미처럼 빨간 내복이 스웨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 씨앗 대신 알약을 부리고 계셨던 거예요.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 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튀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 다음 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5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서 석유 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6 그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하시고 굳은 혀. 어느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 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 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 반듯한 불들은 꺼지지 않았다.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가계家系를.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저 동지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하늘에는 벌써 튀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류-사지류의 전이 단계를 보여주는 틱타알릭처럼, 시조새는 진화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97,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앵무새에게 말을 걸 때, 독수리의 우아한 모습에 감탄할 때, 닭고기를 먹을 때, 뒤뜰에서 까마귀를 내쫓을 때, 조류에게 존경심을 보이기를.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 장엄한 공룡 계통의 생존자이니까.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98,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어린아이처럼 사실을 앞에 두고 앉아라. 미리 가지고 있던 생각은 모두 포기할 준비를 하라. 자연을 이끄는 곳이 어디든 어떤 심연이든 겸허하게 따라가라.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 토머스 헨리 헉슬리
화석은 말한다 -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 p.17,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류운 옮김
화석은 말한다 -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진화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바로 화석 기록이다. 선도적인 고생물학자인 도널드 R. 프로세로는 지금껏 발견한 거의 모든 화석 기록을 종합한 이 책에서 생명 진화의 역사를 밝히고 창조론자들이 저지르는 모든 왜곡과 날조를 바로잡는다.
1부에서도 다루었던 시카포인트는 부정합이었죠. 부정합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 예로 영국 스코틀랜드 시카포인트의 부정합과 미국 그랜드 캐년의 부정합을 보여주고 있네요. 부정합Unconformity 지층이 지각 변동을 받아 육지로 솟아오른 후 침식 작용을 받다가 물 밑으로 가라앉으면 침식면 위에 새로운 퇴적층이 쌓인다. 이 침식면을 기준으로 해서 위 아래층 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부정합이라 한다. 평행부정합 : 먼저 쌓인 지층과 뒤에 쌓인 지층이 평행인 상태 경사부정합 : 먼저 쌓인 지층과 뒤에 쌓인 지층이 평행이 아닌 상태 난정합 : 결정을 가진 심성암이나 변성암이 침식된 위에 새로운 지층이 퇴적된 상태
'경사 부정합(먼저 쌓인 지층과 나중에 쌓인 지층이 평행이 아닌 부정합-옮긴이)'이 커다란 시간 간격이나 공백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챈 사람은 제임스 허턴이었다(그림16). 사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시카포인트Siccar Point에서 처음 경사 부정합을 발견하기도 전에 그 존재를 확신했다. 허턴을 열렬하게 지지했던 존 플레이페어John Playfair는 경사 부정합의 중요성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시간의 심연을 너무 깊이 들여다보면 정신이 아찔해진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허턴이 친구에게 경사 부정합이 만들어지려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이야기한 듯하다. 우선, 부드러운 퇴적물이 새로운 퇴적물 아래에 깊이 파묻혀야 한다. 그래야 암석으로 변할 뿐만 아니라 땅 아래의 막대한 압력을 받아서 모양이 바뀔 수 있다. 압력 때문에 휘어진 암석은 이제 똑같이 맹렬한 힘을 받아 산맥으로 융기해야 한다. 그런 후 천천히 침식되어서 해수면 높이까지 내려오면, 마침내 난폭한 썰물과 파도에 깎여나간다. 그러므로 경사 부정합은 거대한 암석 순환이 끝났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하지만 암석이 다시 침강되면 새로운 퇴적 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테드베리캠프의 쥐라기 퇴적물도 같은 과정을 거쳐서 암석으로 변했다. 이 사실은 아래층에서 암석 순환이 발생하고 나서 매장과 융기, 침식이라는 순환이 적어도 한 번 더 일어났다고 말해준다. 아마 알프스산맥을 형성한 대륙판 충돌과 관련 있을 것이다. 허턴은 이 같은 경사 부정합을 관찰하고 무한해 보이는 지구 역사에서 순환이 쉼 없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얼음과 불의 탄생, 인류는 어떻게 극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가 - 빙하와 화산을 통해 지적인 생명체의 기원을 추적한다 pp.229~230, 그레이엄 실즈 지음, 성소희 옮김, 최덕근 감수
화산과 지진, 단층, 부정합 등 지질학 관련 섹션은 보시다시피 사진과 전시 자료가 너무 오래 되었어요. 저희 아이들이 어려서 이곳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어요. 최소 20년은 이 상태인 거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내에 다른 전시실과 로비에서는 기획전도 꾸준히 하고 1층에 있던 도서실도 리모델링 하면서 3층으로 이전하고 변화가 많은데 유독 이 공간만 그대로 두는(방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근래에 전시 공간이 쾌적해지고 깔끔해진 것은 맞습니다. 반면 전시 내용에서 집중도와 구성력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어요. 과학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근본 원리가 튼튼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구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화산과 지진, 판구조론 등은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힘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지요. 세계 최대 자연사박물관인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는 판구조론 갤러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례를 연구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전시를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지질학, 대기과학, 해양학, 천문학 등 지구과학 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분야에 대해 연계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고 아껴야 하는 지구이니까요.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한국의 박물관에서도 이런 부분에 포인트를 맞추어서 좀 더 힘을 실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
우리는 공룡이 멸종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앞서 제시한 공룡의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그 생각은 옳지 않다. 우리는 동네에서 살아 있는 공룡들을 본다. 참새, 지빠귀, 비둘기가 그렇다. 조류가 공룡 조상의 후손이라는 개념은 150년 전 T. H. 헉슬리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다윈을 가장 열렬히 지지한 인물이었다. 1868년 헉슬리는 이렇게 썼다. "파충류에서 조류로 가는 길은 공룡을 거친다. ……근원인 앞다리에서 날개가 자라났다." 헉슬리는 특히 조류의 뼈대와 트라이아스기 말과 쥐라기 초의 지층에서 발견되는 작은 공룡인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의 뼈대 사이에 보이는 해부학적 유사성에 주목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195-197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어릴 적엔 동네에 참새가 많아서 아침에 참새들이 짹짹대며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곤 했는데, 이젠 참새 보기 힘들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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