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새벽달, 책

D-29
고양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윤주는 어쩐지 인간에게 다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p170, 임보 일기 <애쓰지 않아도> 부모는 꾸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유난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꾸꾸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농담거리로 삼았다. 닭에게 이름을 붙이고 항상 쓰다듬어줬다고,그런 이유로 이제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대체 어떤 부분이 그렇게 웃긴 것인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를 받느니 꾸꾸에 대한 이야기를 비밀에 부치는 편이 나으리라고 판단했다. (중략) 말의 목을 껴안고 용서를 빌었던 니체와 대규모로 동물을 사육하고 살처분하는 인간들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데카르트의 자녀들일까. p184, 189 안녕, 꾸꾸 <애쓰지 않아도>
저도 전라도 차별 이야기 공감하며 읽었어요. 부모님이 경상도인데 아버지는 별 말씀 없으셨는데 엄마가 늘 전라도 사람을 싫어하셨어요. 어릴 땐 별 생각없이 그런가보다 하다가 철들고 그게 차별과 편견의 언어라는 걸 알고 엄마에게 여러 번 화를 냈지요. 그래도 평생 그 생각을 지우지 않고 사셨던 거 같아요.
확증편향이 참 무서워요. 본인이 생각하는 그런 전라도 아닌 좋은 사람 만나면 그런가보다 하고, 맘에 맞지 않는 사람 만나면 신념이 굳어지죠. 저도 여러가지로 제 안의 확증편향을 없애고 유연한 사람이 되려하지만 그거야말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확증편향. 배웠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게 많은데 무의식으로 판단할 때마다 제 자신에게 놀라고 실망합니다. 늘 깨어있기란 어려운 거 같아요.
한겨레에 실린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인터뷰 읽어보세요. 흥미롭게 읽었어요. “제가 옛날얘기를 좋아해 그 문체도 좋아하는데요.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면서 아예 수다 떠는 문체가 이론으로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스카즈’(skaz)기법인데, 1인칭으로 말하지만 주인공은 3인칭이어야 돼요. ‘우리 언니 친구가 얘기를 해줬는데 그 친구가…’ 이런 식으로, 그리고 화자의 논평이나 추임새가 들어가요. 한국 판소리 문체에서도 보듯 구비문학은 넉살 좋은 태도가 가능하죠. 기나긴 만연체는 일부러 그 문장 속에 독자를 익사시키려고 씁니다.”
왜 저주토끼를 읽으라고 했는지,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에 저 말들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어요. 조선시대에 전기수가 책을 읽어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반성도 되면서, 지난번 남기신 이야기처럼 내가 모르는 이런 책들이 진짜 많겠구나 동감했습니다. 몇년 전 레이 브래드버리 작가의 <온 여름을 이 하루에> 읽고 느낀 감탄이 <저주토끼>에도 그대로 이어졌어요. 마지막 문단을 몇번이나 소리내어 읽으면서 ‘우와’, ‘우와’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방문을 닫고 완전한 어둠 속에 홀로 선다. 이 뒤틀린 세상에서, 그것만이 내게 유일한 위안이다.’
아프지 않았을 때의 어머니는 미리에 대한 적의를 헤련되게 가공하여 보여줬다. (중략) 하지만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잃어버리고, 의식을 놓아버리자 어머니는 더는 그 감정을 미리에게 숨기지 않알 수 있었다. 미리에 대한 어머니의 염오는 그토록 순수한 것이었다. 그 모습이 미리의 눈에는 차라리 자유로워 보였다. p216
미리는 아머니의 말투, 표정, 몸짓에서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는 그 당연한 진실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주인의 식탁 밑에서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개처럼 노력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작은 증거라도 찾으면 그 자그마한 것을 잡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게라도 그런 믿음의 공동체에 속하고 싶었다. (중략)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그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p220
미리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어머니의 자유의지였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어머니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미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미리는 어머니를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때로는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선택할 수 없었다. p227
최은영 <애쓰지 않아도> 를 다 끝냈습니다. 마지막 챕터인 ‘무급휴가’를 읽으면서 초반에 많이들 이야기하신 어금니깨물기와 시즈코상이 생각났어요. <애쓰지 않아도>를 쭉 읽으면서 나랑 작가랑 안맞나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마지막 챕터를 읽고나니 작가가 계속 궁금해지네요. 올려주신 인터뷰도 재미있어서 (사실 무서울거 같아서 안읽어야지 했는데) 저주토끼와 함께 최은영 작가의 단편이나 장편을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이바님. 화이팅👍👍👍
응원 감사합니다^^
오늘 동네 책방에 가서 저주토끼와 내게 무해한 사람을 구입했습니다. ‘밝은 밤’과 ‘내게 무해한 사람’을 두고 한참 서서 고민을 하다 하나씩 시작해보자하는 마음과 작가 사진 하단에 적힌 작가의 말 중 일부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누군가로 인해 슬퍼하게 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마음이 내 곁에 함께 누워주었다. 그 마음을 바라보며 왔다.’ 제 곁에도 누워있는 그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믐이 이제 열흘 남았습니다. 이제부터는 각자 읽고 있는 책 이야기들 올려주세요. 여러가지 상황이 여의치는 않지만 그래도 매일 독서하시는 거죠? ㅎ. 그 이야기 들려주세요.
저는 이자람의 공연을 보고 공연장에서 <오늘도 자람> 에세이를 사왔습니다. 이 언니(!) 판소리, 밴드만 잘하는게 아니라 글도 잘쓰네요. 담백하게. 솔직하게. 팬심이 켜켜히 더해집니다ㅎㅎ
진짜 너무 좋은 공연이었겠어요. 이자람님~너무 멋지시다며
그럴 때 서로의 몸은 차라리 꿏잎과 물결에 가까웠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일 뿐 이라고 이경은 생각했다. 한없이 상승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추락하는 하나의 숨결이라고. p14 무력감이 잠길 때, 이경은 그때의 일을 기억한다. 강을 따라 돌고 돌아 가던 길에서 나던 물냄새와 풀냄새, 오래된 스쿠터의 엔진 소리와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던 따뜻한 팔의 감촉, 합숙소 근처까지 오고서도 아쉬워서 스쿠터에 앉았다 내렸다를 반복하던 수이, 그때 수이가 짓던 우스꽝스러운 표정, 집으로 돌아갈 때 스쿠터 백미러로 보이던, 점점 작아지던 수이의 모습. p17 수이는 시간과 무관한 곳에, 이경의 마음 가장 낮은 지대에 꼿꼿이서서 이경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이야, 불러도 듣지 못한 채로, 이경이 부순 세계의 파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p59 그 여름,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계속 눈팅(이 단어로 옛날 사람 인증)해오다 적어봅니다. 하도 정보라 작가 얘기를 해서 어제 도서관 간김에 현대문학에 마침 한국과학소설 작가 연대의 단편들을 묶어 실은 장이 있어 읽어보았습니다. ‘저주토끼’는 도서전에서 오디오북으로 들었었는데 정신이 산란하고 일부만 들을 수 있어 별로 다가오는게 없었는데(제가 공포 장르 보다는 사이파이나 판타지 선호) 여기 실린 ‘통역’은 공포가 아니라 SF+사회문제를 섞은 듯한 이야기라 흥미로웠어요. 노동과 갑질, 차별이 얽혀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보라 작가 좋아하는 분은 강화길 소설도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은 고딕 호러+여성 문제를 같이 담으시는데 지향점이 비슷해 보입니다. 사실 1-2작품씩 밖에 안읽어서 단정지을 순 없지만요. 여름이라 저는 심장 단련을 위해 뒤늦게 ‘13계단’을 읽고 있습니다. 한 십년 전에(?) 같은 작가 ‘제노사이드’ 읽고 좋아서 사놓고 여름마다 읽어봐야지 해놓고 이제사요.
자살토끼는 자살토끼에서 멈춘 상태에요. 정보라 작가님 글은 충분히 읽고 알아갈 시간이 필요한 작가인 듯해요.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남다르게 독특해요. 북클럽이 있어 <시녀이야기> 읽고 있어요. 저는 이 글을 읽는 내내 천선란 작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주제도 다르고 지닌 작가 특유의 개성도 다를진데 뭔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인>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거기서 문장이 절제된듯 힘있지만 아름답기도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던지는 물음도 저의 반경을 넓혀주어 좋았거든요. <시녀이야기> 문장 속 딱딱 끊기는 간결함이 멈칫 멈칫 강해요. 천선란 작가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좋아했나? 생각도 했어요.
드디어 ‘저주토끼’의 저주에서 풀려났습니다.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한때 한참 유행하던 ‘엽기토끼’ 캐릭터가 떠올랐습니다. 이십대에는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여 참 많이 읽었는데 책도 나이가 들면서 맛이 달라지더라구요.(요즘은 그림책이 참 맛있습니다^^) 저주토끼부터 시작해서 재회까지 모처럼 글자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 챕터의 이야기 중에서 ‘머리’ 는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글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오래 마음에 남아서 공유합니다. (한동안 화장실 변기뚜껑을 못 열 것 같아요) “은혜라니, 무슨 은혜란 말이냐? 내가 언제 태어나고 싶어 네게 부탁한 적이라도 있더란 말이나? 네게서 비롯된 피조물이라 하여 네가 한 번 이라도 따뜻이 돌보아준 적이라도 있었더냐? 너는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태어나게 했고 이후에도 나를 혐오하고 역겨워하여 줄곧 없애거고자 하지 않았느냐? 내게 베풀어준 것이라고는 있어 봤자 네게는 백해무익할 따름인 배설물과 오물뿐이 아니었느냐? 그나마 받아먹으며 사람다운 외양을 이루기 위해 나는 네게서 갖은 수모와 박해를 받아야 했단 말이다. 하지만 드디어 나는 몸을 이루었다. 어두운 구멍 속에서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이제 나는 네가 되었으니 너의 자기를 차지하여 살아가리라.” 저주토끼 중 ‘머리’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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