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새벽달, 책

D-29
여러분들은 그런 책이 있으신가요?
이십대에 읽었던 '태백산맥'과 '아리랑' 이 순간 떠오르네요. 나의 세계관이 뒤흔들렸던 책이였어요.
저는 한국소설은 아니고, 테드 창의 소설을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아요. 특히 [숨]은 압권이지요.
저는 어제 원주에 그림책 강의하러 다녀 왔어요. 준비가 필요한 강의여서 그동안 책을 읽지 못했어요. 오늘은 쉬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박쥐와 백조] 읽었어요. 재미로 읽는 책이었는데요, 범죄 피해자 가족의 상태랄까 이런 걸 잘 그렸더라고요.
도서관에서 최은영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 책을 빌려놓았던터라 이 책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단편의 글들이 소개가 되어 있네요..오늘은 '지나가는 밤'의 한 구절에 마음이 머물러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어린 시절을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끝끝내 이어져있기 마련이었다. 현실적으로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로 살아간다 할지라도." 육개월만에 여동생이 찾아왔어요. 삼개월전에는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어린 조카와 함께 왔었습니다. 복숭아 냄시가 나는 조카를 중간에 뉘어 놓고 여동생과 두런두런 옛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신기하게도 같은 시간속의 경험이였지만 다른 기억으로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밀도의 시간'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오래 머무르는 밤입니다.
정보라 작가는 친구가 같은 대학에서 강사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데요. 지금은 결혼해서 부산에서 산다고. 작품은 못 읽었는데요.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오늘 동네서점에 가서 최은영 작가의 애쓰지 않아도를 구매했습니다. 젊은 작가 책을 잘 안읽어서 뭐 부터 읽어야 할까 고민이었는데~제목이 와닿아서 이 책으로 시작하려합니다.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네요^^
아직 “애쓰지 않아도”를 못읽었네요. 전 이렇게 짧은 소설 모음이 별로예요. 긴 글을 읽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요. 내가 소설에서 얻고자하는 뭔가 본질을 주지 못하는….
말씀하신 부분이 뭔지 느꼈어요. 일기를 쓰다 마지막에 ‘참 즐거웠다’로 마무리 되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짧아서 독자에게 주제를 정확히 손에 넘겨주는 것 같았어요. 문장도, 주제도 일상적이라 재미있긴 하네요. 최은영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이 책보다는 다른 장편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 끝내고 최은영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저주 토끼> 정보라 작가를 선생님이라는 세계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이게 2017년 작이라니 놀랐어요. 근간인줄 알았거든요. 제게 SF는 김초엽 작가로 시작되었어요. 그전에는 그저 문학작품, 고전, 에세이를 주로 읽었고요. 장르소설로도 삶의 어떤 메시지나 물음을 던질 수 있구나. 시공간을 초월하는게 흥미로웠어요. 정보라 작가의 글은 더 읽어봐야겠지만 범상치 않고 생각 그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있겠는 기대감이 <저주토끼>로 인해 들었어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책이 좋더라고요. 얕은 독서력으로 좋은 질문이 어렵지만 점점 쌓아가려고요. 책을 만나는 인연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기여코 알게되는 책은 진짜 인연이 되는 것 같아요. 알게된 책이 진짜 좋은 책이라면 금상첨화. 주관적이겠지만요. 가슴이 뻐근해 숨조차 쉴 수 없는 책이 쉬이 떠오르지 않으니 아직 못만난 것 같아요. 그 책을 찾고 싶어요. 짧은 소설과 단편 소설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같은 것인데 단어만 다른것인지 궁금합니다.
단편소설이 보통 원고지 100매를 기준으로 본다면 요새는 초단편 혹은 엽편소설이라고 해서 그에 훨씬 못미치는 짧은 분량으로 소설을 많이 내요. 아마 최은영 작가 책은 아직 안읽었는데 30매 내외일까요? 일반 에세이 한 꼭지 정도 분량으로? 아무래도 분량이 짧다보니 촌철살인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메시지가 없는 한, 소설적 서사나 전개에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죠.
그녀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 p55 밝은 밤 중에서 이런 당연한 재능으로 왜 삶이 힘들어야하는걸까요....
데비는 자기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낙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데비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휠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데비를 질투할 수조차 없었다. p50 데비 챙 <애쓰지 않아도> 나무 웃어서 정민은 꿈의 갈라진 틈으로 빠져나갈 뻔한다. 깨고 싶지 않다. 윤이사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정민을 바라보다 입을 연다. 우리는 네 꿈에서 자주 만났어. 알잖아. 꿈을 기억할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었다는 거. 넌 깨어나기 전에 선택할 수 있었어. 그리고 매번 기억하지 않는 걸 선택했고. (중략) 너는 너를 용서해야 해, 머뭇거리며 그 말을 하던 윤이의 얼굴은 꿈속처럼 모호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민은 한동한 침댜에 걸터앉아 있었다. 알람은 10분 후에 울릴 것이었다. 아무리 생생한 꿈이라고 하더라도 꿈은 깨고 나면 유리창에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녹아 흘러내렸다. p70, 꿈결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작가 <밝은 밤>과 정세랑 작가 <시선속으로>를 함께 보면 좀 더 비교가 되는 것 같아요. 둘다 할머니에서 엄마에서 딸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의미를 두는 시대는 다르지만 어쨌든 일제시대에 태어나 조국 근대화 시대를 거친 우리 엄마 할머니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같아요. 여성 작가가 이렇게 백 년에 걸친 여성의 삶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건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작가 소설이 대개 자기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배경도 그저 집과 회사, 카페와 술집을 전전하는...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를 작품을 많이 쓰는 걸 생각해보면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일 수 있겠어요.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 읽고 있습니다. ^^ 책 펴는 일이 어렵지, 펴면 속도감 있게 읽히네요. 저는 저주 토끼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토끼들이 문서를 갉아먹어 사라지는 것이었어요. 경쟁사의 남자 삼대가 죽는 것은 업보려니 하는데, 바이러스처럼 옮겨가고 퍼지는 문서 파쇄 현상은... 무서워요.
저주토끼. 단편 하나하나가 속도감있게 잘 읽히면서도 다양한 상징과 해석의 여지를 주어서 좋았어요.
“중요한 것들은 배울 수가 없나봐. 미리 대비할 수가 없나봐, 송문.” 유리가 말했다. 그들은 광장 한쪽에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고양이 두 마리를 바라봤다. 송문은 생각했다. 동물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사는데도 저렇게 아름답구나.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될 만큼 완전하구나. p91,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애쓰지 않아도>
어제 오늘 행사와 손님맞이로 책 이야기를 나눌 틈이 없었네요. 다들 읽고 계시는 거죠? ㅎ
그러나 어른들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어른들이 조심하라고 하는 사람은 조심하고 봐야 했다. (중략) 나는 그 아파트에서 그 이후로도 10년을 더 살았다. 민성이 아주머니네가 언제 그곳을 떠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아파트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나를 보며 애써 웃어주는 민성이 아주머니를 멀뚱히 바라보며 지나갈 때, 나는 힘이 있는 어른들의 세계에 속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까지 했다. p143, 호시절 <애쓰지 않아도>
길게 쓰면 업로드가 어렵네요 ㅎㅎㅎ 주인공이 1988년부터 10년간 살았던 아파트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부모님이 호시절이라고 생각하는 그 시절은 마치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풍경같은 곳인데요. 주인공도 그 시절이 따스했지만 동시에 한켠이 걸리는 불쾌감과 불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성이 아주머니네가 이사를 오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은근히 그 가족들을 무시합니다. 특히 주인공 집안과 제일 친한 서경이 언니네는 대놓고 무시를 하는데요. 그 이유는 민성이 아줌마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사실때문입니다. 또 서경이 언니 부모님은 고기에 체질적, 심리적 거부감이 있는 주인공에게 고기 먹기를 강요합니다. 주인공은 그 시절을 영국남자와 결혼해 그곳에 살면서 다시 환기하게 되는데요. 그 이유가 같은 아파트에 한 집안이 그녀를 노골적으로 차별하기 때문입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날 담임선생님이 저희에게 한 말이 “우리 동네랑 강원도는 인제 망했으니 이민갈 준비 하자” 그때로부터 근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편견의 단어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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