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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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최근 물리학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 중이다. 특히 우주의 비대칭(물질 생성 이유)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생물체의 아미노산 편향 관련 SF를 쓰면서 생물학과 물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다. 어떻게 하다가 로저 펜로즈의 의식 연구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책 읽다 모르는 개념을 찾아보느라 나무위키에 들어갔다가 문서를 타고 넘어가는 바람에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인간의 의식이 그저 뇌의 물리, 화학적 작용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로즈 펜로즈는, 물론 그도 나처럼 생각하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의식의 생성에 양자역학적인 작용이 있을거라고 본다. 그는 전작인 <황제의 새 마음>에서 '인간의 의식이 뉴런의 미세소관 내의 양자적학적 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의식은 사라지지 않으며 인간이 죽은 뒤에도 양자역학적인 파동? 혹은 잔재?가 뇌 밖으로 방출돼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했고, 많은 과학자들로부터 신비주의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여담 : 로저 펜로즈의 이 이론에 관한 나무위키 문서를 보면 관련 다큐멘터리가 올라와 있는데 로저 펜로즈 외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수전 블랙모어, 대니얼 대닛, 김상욱 교수, 막스 태그마크 등등) 나는 뇌에서 양자역학적 작용이 있을 거라는 얘기는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생성된 의식이 정말로 죽음 뒤에도 남아 있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저 영혼의 존재를 물리학적으로 해석 혹은 증명하고 싶은 사심이 반영된 주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물론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저자의 주장이 맞다고 밝혀질 수도 있겠지. 따라서 현재로서는 그렇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절대 그런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튼 의식은 내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하고, 펜로즈의 이론이 SF 작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솔깃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황제의 새 마음>을 읽어보려 했는데, 그 이후에 나온 책 <마음의 그림자>가 있어서 이걸 보기로 했다. <황제의 새 마음>은 1980년대 후반에 쓰인 것이고 이 책은 1994년에 쓰인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에 쓴 책이라 그 후 연구가 더 이루어졌을 수도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된 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이걸 읽어 보기로.
오늘 읽은 부분은 1장 '의식과 컴퓨팅' 중에서 '마음의 과학'부터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까지이다. 첫날 읽은 감상은, 32년 전 책이다 보니 현재의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달에 대해 '예측'만 하고 있지 실제 사례는 없다. 그래서 펜로즈 경이 인간 지능과 인공 지능을 비교 묘사하는 부분이 현재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떤지 잘 모르겠다. 내가 아직 인공 지능을 잘 모르기도 하고. 아무튼 인공 지능이 발달하여 의식이 생길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관해 네 가지 관점을 소개한 것이 좋았다.
A. 사고란 모두가 컴퓨팅이고, 특히 의식적 인식의 느낌들은 단지 적절한 컴퓨팅을 수행함으로써 생겨날 뿐이다. B. 인식이란 두뇌의 물리적 활동의 한 특징이다. 그리고 물리적 활동은 모두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 자체만으로는 인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C. 두뇌의 적절한 물리적 활동으로부터 인식이 생겨나지만, 컴퓨팅으로는 이 물리적 활동을 제대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D. 물리학적 용어, 컴퓨팅 용어 내지 그 어떤 과학적 용어로도 인식을 설명할 수는 없다.
마음의 그림자 45, 로저 펜로즈 지음, 노태복 옮김
이 중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C 관점이다. 인간의 의식은 컴퓨팅을 초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것을 저자는 뒤에 가서 괴델의 논리와 양자역학으로 그 이유를 밝히겠다고 하고 있다. 양자역학은 그래도 지금까지 공부를 좀 했는데 괴델의 정리라니 뭔가 아찔한 기분이지만 일단은 계속 읽어보기로... 2026.04.04.
관점 C의 경우, 미래에 과학이 발달하여 실제 지능과 인식에 이를 수 있는 장치 - 이 장치의 토대는 오늘날의 컴퓨터가 아니라 의식적 사고 과정의 밑바탕에 틀림없이 있으리라고 C에서 주장하는 비컴퓨텅적인 물리적 활동이다 - 를 구성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보다는 바로 이런 장치가 결국 인간의 모든 역량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단계로 나아갈지 모른다. (81쪽)
2026.04.05. 오늘 읽은 부분 : 1장 '의식과 컴퓨팅' 중, '컴퓨터는 권리나 책임을 지닐 수 있는가?'~'수학적 상상은 비컴퓨팅적인가?'까지 이다. 내일부터는 2장 '괴델식 주장'을 읽을 것이다. 1장에서는 펜로즈가 본인의 주장에 관해 본격적인 증명을 하고 있진 않다. 앞으로 자신이 어떤 주장을 펼 것이며, 그로 인해 어떤 논의가 파생될 수 있으며, 이해, 인식, 의식 같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자 하며, 자신의 주장에 어떤 이론을 끌어올 것이며 같은 이야기들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자연수 0, 1, 2, 3, 4, ...의 속성을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이 바로 비컴퓨팅적인 인식이다. (...) 알기 쉬운 형태로 정리한 괴델의 정리를 활용하며 이 이해는 임의의 유한한 규칙들의 유한한 집합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면 컴퓨팅적으로 시뮬레이션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자연히 드러난다. 자연수라는 개념을 '이해'하도록 어떤 컴퓨터 시스템을 '훈련'시켰다는 이야기가 가끔씩 들린다. 하지만 앞으로 알게 되듯이, 이런 이야기는 참일 수 없다. 우리가 올바른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수'가 실제로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우리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올바른 개념을 미리 지니고 있다면 수와 관련된 갖가지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적어도 원리상으로는) 옳은 답변을 내놓을 수 있지만, 유한한 규칙 집합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직접적 인식 없이 규칙만 갖추고 있을 뿐이기에, 컴퓨터가 제어하는 로봇에는 우리와 달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음의 그림자 119, 로저 펜로즈 지음, 노태복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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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님의 문장 수집: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자연수 0, 1, 2, 3, 4, ...의 속성을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이 바로 비컴퓨팅적인 인식이다. (...) 알기 쉬운 형태로 정리한 괴델의 정리를 활용하며 이 이해는 임의의 유한한 규칙들의 유한한 집합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면 컴퓨팅적으로 시뮬레이션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자연히 드러난다. 자연수라는 개념을 '이해'하도록 어떤 컴퓨터 시스템을 '훈련'시켰다는 이야기가 가끔씩 들린다. 하지만 앞으로 알게 되듯이, 이런 이야기는 참일 수 없다. 우리가 올바른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수'가 실제로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우리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올바른 개념을 미리 지니고 있다면 수와 관련된 갖가지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적어도 원리상으로는) 옳은 답변을 내놓을 수 있지만, 유한한 규칙 집합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직접적 인식 없이 규칙만 갖추고 있을 뿐이기에, 컴퓨터가 제어하는 로봇에는 우리와 달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인식과 의식의 바탕이 되는 '이해'가 비컴퓨팅적인 과정이다, 즉 컴퓨터로 인간의 이해 능력을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는 주장의 예로 저자가 든 것이 '인간의 자연수의 이해 방식'이다. 저자는 2장에서 본격적으로 괴델의 정리를 끌어와서 이러한 주장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괴델의 정리는 예전에 어디선가 듣고 그냥 어렴풋하게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간 기억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수학의 불완전성에 관한 얘기였던 듯.
이렇듯 그런 대상들에 대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은 대체로 하향식으로 이루어져 왔고, 상당 부분 인간의 이해와 통찰에 기대고 있다. 그와 아주 비슷한 무언가가 인간의 두뇌에서 벌어지는 시각화 행위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향식 구성 요소들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여 상당한 '학습 경험'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시뮬레이션한 '시각적 그림'을 드러내는 쪽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런 유형의 의문을 풀어줄 법한 상향식 공략 방법(가령, 인공 뉴럴 네트워크)를 알지 못한다. 다만 짐작해본다면 순전히 상향식 구조에 바탕을 둔 방법으로는 결과가 무척 볼품없을 듯하다.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않은 채 강체의 기하학적 움직임이나 근 토막의 움직임에 관련된 위상기하학적 제약 사항 즉, 매듭상태를 충실히 시뮬레이션해낼 수 있으라라고는 보기 어렵다.
마음의 그림자 120, 로저 펜로즈 지음, 노태복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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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님의 문장 수집: "이렇듯 그런 대상들에 대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은 대체로 하향식으로 이루어져 왔고, 상당 부분 인간의 이해와 통찰에 기대고 있다. 그와 아주 비슷한 무언가가 인간의 두뇌에서 벌어지는 시각화 행위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향식 구성 요소들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여 상당한 '학습 경험'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시뮬레이션한 '시각적 그림'을 드러내는 쪽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런 유형의 의문을 풀어줄 법한 상향식 공략 방법(가령, 인공 뉴럴 네트워크)를 알지 못한다. 다만 짐작해본다면 순전히 상향식 구조에 바탕을 둔 방법으로는 결과가 무척 볼품없을 듯하다.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않은 채 강체의 기하학적 움직임이나 근 토막의 움직임에 관련된 위상기하학적 제약 사항 즉, 매듭상태를 충실히 시뮬레이션해낼 수 있으라라고는 보기 어렵다. "
이 부분은 저자가 요즘 인공지능의 발달을 보며 생각이 좀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일례로, 얼마 전에 읽은 천문학 책에서는 어떤 인공지능에게 태양계 천체들의 움직임 데이터를 줬더니 그것이 패턴을 스스로 파악해서 태양중심우주론을 결론 내리더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인간들은 관찰과 인식의 한계,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로 천 년 넘게 지구중심우주론을 믿어 왔다) 물론 그 인공지능이 물리학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같은 자세한 내용은 나도 모른다. 물리학 지식을 갖춘 채로 패턴을 파악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해 보인다. 저자의 위 주장을 다시 읽어보면... 아무튼 이 책을 읽다 보니 요즘 인공지능에 대해 빨리 공부를 해야겠다는 조급증이 든다.
2026.04.06. 2장 괴델식 주장. 저자는 인간의 의식이 컴퓨팅으로 시뮬레이션 될 수 없음을 괴델의 정리+튜링의 개념을 이용해 간단히(?) 증명하고 있다. 이후 등장하는 내용은 저자가 <황제의 새 마음>을 낸 이후 사람들로부터 받은 반박에 대한 답변이다.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내용이라 저자의 핵심 주장만 파악하고 3장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수학이나 논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그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도...
괴델이 반박의 여지없이 밝혀낸 내용에 따르면, 견실한 수학적 증명 규칙으로 이루어진 그 어떤 형식체계도 참인 명제를 모두 증명해낼 수는 없다고 한다. (...) 더 나아가 괴델의 정리에 따르면 인간의 이해와 통찰이란 것은 그 어떤 컴퓨팅 규칙의 집합으로도 환원할 수 없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가 보여준 바에 따르면 원리상으로 인간이 직관과 통찰에 기대여 참임을 쉽게 증명할 수 있는 산수의 명제들조차 그 어떤 규칙 체계로도 도저히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직관과 통찰은 그 어떤 규칙의 집합으로도 환원할 길이 없다.
마음의 그림자 124, 로저 펜로즈 지음, 노태복 옮김
이후 펜로즈는 일련의 수학적 논리에 따라 '어떤 컴퓨팅이 멈춘다면 그 컴퓨팅은 멈추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여기서 컴퓨팅이 멈춘다라는 것은 어떤 명제를 증명했다는 것이고, 컴퓨팅이 멈추지 않는다라는 것은 어떤 명제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주어진 작업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떤 명제를 만족하는 조건을 찾지 못할 경우 같은 방식의 작업을 끝없이 계속하게 된다. 결국 그 명제를 증명하지 못하는 것.
(M) C(k)가 멈춘다면 C(k)는 멈추지 않는다. 이로부터 C(k)는 사실은 멈추지 않는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M)에 비추어 볼 때, C(k)가 멈춘다면 C(k)는 멈추지 않으므로!) 그러나 그 경우 A(k,k)도 멈출 수 없는데, (K)에 따르면 A(k,k)는 C(k,k)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특정한 컴퓨팅 C(k)가 멈추지 않더라도 절차 A는 그것을 알아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A가 견실함을 우리가 안다면 우리는 C(k)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안다. 따라서 우리는 A가 확인시켜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아는 셈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해하는 바를 A가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 그러므로 추론하자면, 견실한 어떤 컴퓨팅적 규칙 집합(이를테면 A 같은)을 활용하여 컴퓨팅이 멈추지 않음을 알아내려 한다면, 실제로 멈추지 않았는데도 그 점을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그런 규칙으로는 다루지 못할 멈추지 않는 컴퓨팅(이를테면 C(k) 같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A에 대해서 알고 A가 견실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 영원히 멈추지 않을 컴퓨팅 C(k)를 실제로 구성해낼 수 있으니, 추론하자면 A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A는 해당 컴퓨팅이 멈추지 않음을 알아내려 할 때 수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절차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 수학자는 수학적 진리를 확인하기 위해 견실한 알고리듬을 활용하지 않는다.
마음의 그림자 142~143, 로저 펜로즈 지음, 노태복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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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님의 문장 수집: "(M) C(k)가 멈춘다면 C(k)는 멈추지 않는다. 이로부터 C(k)는 사실은 멈추지 않는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M)에 비추어 볼 때, C(k)가 멈춘다면 C(k)는 멈추지 않으므로!) 그러나 그 경우 A(k,k)도 멈출 수 없는데, (K)에 따르면 A(k,k)는 C(k,k)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특정한 컴퓨팅 C(k)가 멈추지 않더라도 절차 A는 그것을 알아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A가 견실함을 우리가 안다면 우리는 C(k)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안다. 따라서 우리는 A가 확인시켜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아는 셈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해하는 바를 A가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 그러므로 추론하자면, 견실한 어떤 컴퓨팅적 규칙 집합(이를테면 A 같은)을 활용하여 컴퓨팅이 멈추지 않음을 알아내려 한다면, 실제로 멈추지 않았는데도 그 점을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그런 규칙으로는 다루지 못할 멈추지 않는 컴퓨팅(이를테면 C(k) 같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A에 대해서 알고 A가 견실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 영원히 멈추지 않을 컴퓨팅 C(k)를 실제로 구성해낼 수 있으니, 추론하자면 A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A는 해당 컴퓨팅이 멈추지 않음을 알아내려 할 때 수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절차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 수학자는 수학적 진리를 확인하기 위해 견실한 알고리듬을 활용하지 않는다. "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위에서 말했듯이, 컴퓨터는 어떤 명제를 증명하지 못하는(컴퓨팅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추론 가능하므로 그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한 마디로, 컴퓨터가 모르는 것을 인간이 아는 것, 혹은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것을 인간이 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수학적 개념의 이해로 인해 일어나는 결과이다. 컴퓨터는 주어진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할 뿐,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인간과 컴퓨터가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의 작동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인간의 인식, 이해 같은 일을 절대로 따라할 수 없다.
앞의 내용은 과연 대부분이 수학적 추론을 제시할 뿐이기는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는데 바로 알고리듬 A가 서로 무척 다른 두 층위에서 논변에 개입한다는 사실이다. 한 층위에서는 A를 그냥 이런저런 속성을 갖춘 단지 어떤 알고리듬일 뿐이라고 취급하지만, 다른 한 층위에서는 A를 어떤 컴퓨팅이 멈추지 않으리라는 점을 우리가 믿기 위해서 실제로 '우리가 이용하는 알고리듬'으로 간주하려고 한다. 이 논의는 그저 컴퓨팅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으며, 어떤 수학적 주장 - 여기서는 C(k)의 멈추지 않는 성질 - 의 유효성을 추론해내려 할 때 우리가 의식적 이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다루고 있다. 우리가 그와 같은 의식적 활동과 한낱 컴퓨팅 사이의 근보적 충돌을 드러내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알고리듬 A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층위 - 의식적 활동이라고 추측하는 경우와 컴퓨팅 그 자체가 여기는 경우 - 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덕분이다.
마음의 그림자 143~144, 로저 펜로즈 지음, 노태복 옮김
귀류법에 속하는 이 논변은 그저 특정한 소수 p보다 더 큰 소수를 찾아내어 p를 물리칠 수 있다고 입증해 보이는 데 그치지 않으며, 가장 큰 소수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음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앞의 괴델-튜링 논변은 특정한 알고리듬 A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경우가 반드시 있음을 입증해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어떤 컴퓨팅이 멈추지 않음을 알아내는 데 활용하는 통찰과 대등한 (견실한) 알고리듬이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음을 보인다.
마음의 그림자 151, 로저 펜로즈 지음, 노태복 옮김
2026.04.09. 3장. 수학적 사고의 컴퓨팅 불가능성 이번 장은 당최 뭔 소린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수학을 얼마나 못하는지 다시 한 번 실감함. 짧기라도 하면 찬찬히 반복해서 읽어보겠는데 심지어 챕터 길이도 엄청 길다. 3.1 괴델과 튜링은 무슨 생각을 했는가? 정도만 대략 이해가능한 것 같다. 괴델과 튜링 모두 2장에서 저자가 말한 논리를 똑같이 결론 내리고도 각자 다른 길을 갔다고 하는데, 괴델은 저자가 의식의 모방 가능성에 대해 카테고리를 나눈 A~D 중에서 D주장(의식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므로 컴퓨팅으로 모방 불가능하다)과 가까운 생각을 했다고 하고, 튜링은 A(의식은 컴퓨팅으로 모방 가능하다)와 가까운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C(의식은 물리적 과정의 결과이나 컴퓨팅으로 모방할 수가 없다)이다. 아무래도 이번 챕터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봐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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