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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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단 그런 화학반응의 결과적 조성이 어떻게 방향 감각과 이어지는지를 더 연구해야 한다. 어쨌거나 생물학과 양자역학이 접목되어 가는 현실이 경이롭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질지 기대된다.
7장 양자 유전자. 이번 챕터에서는 이 책의 저자인 짐 알랄릴리와 존조 맥패든이 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한다. 그들의 연구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특히 적응 돌연변이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일어난다는 전통적 관점과 달리, 환경의 변화가 돌연변이율을 증가시킨다는 이론)가 생기는 이유가 양자역학, 그 중에서도 DNA의 염기쌍을 이루는 수소결합의 호변이성체의 비대칭적 중첩 때문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다. DNA의 서열은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A, G, T, C라는 염기의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A-T, G-C 이렇게만 결합하는데 이 결합은 두 분자 사이의 수소를 공유하는 수소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소결합은 내가 화학 시간에 배운 기억에 의하면 공유결합보다는 약하지만 반 데르 발스 힘보다는 세다. 그래서 잘 떨어지기도 하고 잘 붙기도 한다. 이것은 DNA에 꼭 필요한 성질인데, 왜냐하면 DNA는 평소에 염기들이 잘 붙어 있다가 복제나 전사를 할 때에는 두 가닥이 서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 작업을 마치면 다시 재빨리 원래대로 붙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수소결합이 딱 대칭이 아니라, 어느 한쪽 분자 쪽으로 약간 치우친 비대칭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걸 저자들은 표준 형태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의 반대인 비대칭 상황, 즉 수소가 다른 쪽 분자로 더 치우친 상태를 호변이성체라고 부른다. 이 두 가지의 결합 형태는 양자적인 중첩 상태로서 존재하는데, 그 말인즉슨 이 염기쌍이 양자역학적으로 측정되어야 그러한 비대칭을 나타낸다(파동함수 붕괴되어 특정 결합 상태를 선택함)는 것이지, 평소에 그러한 상태로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평소에는 두 염기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은 두 상태로 중첩되어 있다. 하지만 DNA사슬이 갈라져서 복제가 될 때는 두 상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보통은 확률이 높은 표준 형태가 선택되지만 아주 낮은 확률로 호변이성체 상태가 선택된 채로 DNA 사슬이 갈라질 수 있다. 이때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되면 A는 DNA중합효소가 그곳에 염기를 갖다 붙일 때 T가 아닌 C와 결합하고, T는 A가 아닌 G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합하는 게 에너지가 더 낮고 안정적이라고 한다.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후 복제된 DNA 사슬은 염기서열이 달라지게 된다. 돌연변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환경이 변화했을 때 어떤 돌연변이가 미리 존재하지 않았어도 단지 환경의 변화만으로 돌연변이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염기쌍 간의 수소 결합이 중첩 상태로 존재해서,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언제든 돌연변이가 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때 하필 환경에 변화가 일어났고, 그것이 적응 가능한 돌연변이라면 살아남아 후대에 전달되는 것이다. 이 이론은 이제 막 떠오르는 연구 분야인 듯하다. 그래서 연구자들도 실험적 증거를 그리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지금 현재 연구 중인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존조 맥패든은 실험을 하고 짐 알칼릴리는 계산을 하는 모양.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수많은 실험적 증거를 찾아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화학이 궁극적으로는 양자역학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렇다. 그리고 생화학 또한 화학이므로. 어떤 분자 간의 결합과 분리는 두 분자 사이의 전자들의 상태와 움직임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인데, 그것은 곧 양자역학의 세계이다. 다음 장의 제목은 '마음'이다. 제목으로 봐도 그렇고 대충 훑어 봐도 의식을 어떻게 양자역학으로 연구하는지를 소개하는 듯하다. 내가 지금 병렬 독서 중인 로저 펜로즈의 <마음의 그림자>가 책 한 권을 들여 설명하는 내용이 다음 챕터에서 소개될 것이다. <마음의 그림자>는 이제 7장 양자론과 두뇌를 읽을 차례인데 그걸 먼저 읽어봐야 할 듯 하다.
2026.04.21. 7장. 양자론과 두뇌. 이번 챕터에서는 인간의 의식에 양자역학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얘기한다. 우선 저자는 뉴런 세포가 어떻게 신호를 전달하는지를 설명한 다음, 내가 병렬 독서 중인 로저 펜로즈의 조화된 객관 환원 이론에 대해 소개하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펜로즈는 충분히 복잡한 양자계를 가정함으로써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에 대해 완전히 색다른 해석을 제안했다. 시공간에서 복잡한 양자계에 가해지는 중력의 영향은 교란을 일으켜서 파동함수를 붕괴시킨다. 그 결과 양자계는 고전적인 계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특별한 학설의 자세한 내용은 펜로즈의 책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감히 말하자면, 양자물리학계에서는 그의 제안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 우리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신경생물학자와 양자물리학자는 그의 학설을 거의 믿지 않는다. 가장 뚜렷한 이유 중 하나는 앞서 설명했던 내용과 연관이 있다. 바로 뇌에서 신경을 따라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에 대한 묘사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세소관은 신경 정보 처리에서 어떤 직접적인 역할도 하지 않는다. 미세소관은 각각의 뉴런을 구조적으로 지탱하고, 신경전달물질을 수송한다. 그러나 신경망을 기반으로 뇌에서 계산을 담당하는 정보 처리 과정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미세소관이 우리 생각의 기본 물질일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뇌의 미세소관이 결맞은 양자 큐비트의 후보로 대단히 부적절한 더 중요한 이유는 너무 크고 복잡하다는 점일 것이다. (...)하나의 미세소관에서조차 양자 결맞음을 몇 피코초 이상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계산 결과가 있다. 이 정도 시간은 뇌의 계산에 어떤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짧다. 그러나 펜로즈-해머로프의 양자 의식 학설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마 뇌가 양자 컴퓨터라는 펜로즈의 원래 주장일 것이다. 그가 이 주장을 토대로, 인간이 컴퓨터로는 할 수 없는 괴델의 명제를 증명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는 것을 기억할 터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인간의 뇌 속에 있는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보다 괴델 명제들을 더 잘 증명할 수 있어야만 양자컴퓨터가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자는 그 반대라고 믿고 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41~342,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이 책의 저자는 뇌에서 양자역학적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뉴런 세포막의 이온 통로를 꼽고 있다.
뉴런의 세포막은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전위, 즉 신경 신호의 조정을 담당한다. 따라서 뉴런의 세포막은 신경 정보 처리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 이온들은 일렬로 통과해야 하지만, 1초에 1억 개라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한다. 게다가 이 통로는 대단히 선택적이다. (...) 이런 대단히 빠른 운반 속도는 유난히 선택적으로 운반되는 특성과 결합되어서 활동전위의 속도를 지탱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생각이 우리 뇌에서 전달된다. (...) 구스타프 베르노이더는 요한 줌하머와 함께 전압 의존성 이온 통로를 통과하는 이온에 대한 양자역학적 모의실험을 수행했다. 이들은 이온 통로를 통과할 때 이온이 비편재화되어서 입자보다는 결맞은 파동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이런 이온의 파동은 대단히 높은 주파수로 진동하고, 일종의 공명 과정을 이용해서 주위의 단백질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이온 통로는 효과적인 이온 냉각기로 작용함으로써 이온의 운동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인다. 이런 효과적인 이온 냉각은 결어긋남을 미리 방지해 이온이 비편재화된 양자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결과 이온 통로를 통해 급속한 양자 전달이 일어날 수 있도록 촉진한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43~344,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이러한 이온 통로의 기능 덕분에 뉴런의 점화와 정보의 전달이 빠르게 일어나는데 이것이 의식의 발생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저자는 묻고 있다. 그 과정에도 양자 역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이다. 저자들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뇌 전체가 일으키는 전자기장이 그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전자기장 의식 가설이라고 부른다.
몇몇 연구소에서 수행된 실험을 통해, 우리 뇌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의 구조와 세기가 비슷한 외부 전자기장이 뉴런 점화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최근에 증명되었다. 실제로 전자기장은 신경 점화를 조정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여러 뉴런을 동조 상태로 만들어서 모두 함께 점화시키는 것이다. 이 발견이 암시하는 바는 뉴런 점화로 발생한 뇌 자체의 전자기장이 다시 뉴런 점화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자기 참조 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많은 이론가는 자기 참조 순환이 의식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전자기장은 뇌의 서로 다른 부분에 있는 결맞은 이온 통로들을 모두 함께 끌어당겨서 동조 점화를 일으킴으로써, 무의식을 의식적 사고로 이행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47~348,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9장.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나는 이런 얘기를 원해 왔다.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 장에서는 이 우주에 생명에 생겨나는 데에 양자역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원시 수프 가설, RNA 세계 가설 등등은 그간 많이 들어왔으나 중요한 한 가지는 해결되지 않았다. 도대체 그 복잡한 최초의 자기복제가가 어떻게 그 작은 화률을 뚫고 생성되었는가? 이 책의 계산에 의하면 단순히 분자A와 분자B가 만나서 분자AB가 생견나다는 고전적인 인식으로는 리보자임 같은 자기복제자가 일어날 확률은 엄청나게 낮다. 그럴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낮다. 하지만 양자 터널링과 양자 중첩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효소가 양자 터널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로부터 자기복제자 후보 물질도 분자 내부의 전자나 양성자의 양자터널링을 통해 여러 형태로 중첩된 채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수소 결합을 통해서다. 그리고 그러한 중첩과 결어긋남의 과정은 가역적이다) 이 분자가 자기복제자 기능을 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하필 그러한 형태일 때 결맞음이 깨지면서 자기복제를 시작한다면? 아직까지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따라서 이를 뒷받침하는 계산과 실험적 증거가 필요하지만, 단순히 원시 수프에서 복잡한 구조의 생명 분자들이 생겨났을 거라는 막연한 상상보다는 훨씬 논리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원시수프같은 오만가지 물질이 뒤섞인 상태에서는 단백질이나 DNA 합성 같은 정제된 반응이 일으나기 힘들다) 만약 이게 입증된다면 RNA 세계 가설은 가설이 아니라 이론이 될 지도 모른다. 생체 분자 중에서 분자 내에 유전 암호를 지닌 채로 스스로를 복제하는 효소 역할을 하는 것은 리보자임밖에 없기 때문이다. DNA도 단백질도 스스로를 복제하지 못한다. 복제를 위해서 서로서로가 필요하다. 마치 닭과 달걀의 문제 같다. DNA가 먼저인가? 단백질이 먼저인가? 하지만 리보자임은 RNA이기 때문에 분자 구조 자체로써 유전 암호를 지니고 있으면서, 효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필 그 효소의 기능이 RNA합성에 관여하는 거라면 스스로를 촉매로 써서 자신과 똑같은 RNA 가닥을 복제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고전적인 물리, 화학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는 원시 수프 속에서 리보자임 같은 정교하고 거대한 태어날 확률은 너무나도 낮다(위에 언급한 것처럼) 여기서부터는 내 생각. 최초의 자기복제자는 리보자임처럼 거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분자에서부터 큰 분자로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리보 핵산 한 두 개 정도의 단위에서부터. 이렇게 보니 양자역학이 여기서도 쓰이고 저기서도 쓰이고 만능이자 구세주처럼 보이는데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문제다. 우주 자체가 양자역학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과학의 3대 불가사의는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의식의 기원이다. 양자역학은 우주의 기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앞에서 논의했듯이 의식의 기원과도 연관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알게 될 것처럼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양자역학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비양자적 설명이 생명의 기원을 완벽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58~359,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그레이엄 케언스스미스는 원시 수프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단순한 유기화합물에서 RNA 염기가 합성되려면 약 140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추정했다. (...) 어떤 시작 물질이 RNA로 전환될 확률은 주사위를 던질 때 6이 연달아서 140번 나올 확률과 같다. (...)전 생물세계 prebiotic world에서는 오로지 우연에만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 우연에만 의존해서 얻을 확률은 쉽게 추정 가능하다. 바로 6의 140승(대략 10의 109승)분의 1이다. 순전히 무작위적인 과정을 통해서 우연히 RNA가 만들어지려면, 우리의 원시 수프에는 그만큼 많은 수의 시작 물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10의 109승은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에 있는 기본 입자의 수(약 10의 80승)보다 훨씬 더 큰 수다. 간단히 말해서, 지구에는 이수아 암석에 의해 암시된 생명의 등장과 RNA의 형성 사이의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양의 RNA를 만들 충분한 수의 분자도, 충분한 시간도 없었다. (...) 대부분의 리보자임은 최소 100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RNA 가닥이다. (...) 염기 100개 길이의 RNA 가닥이 조합되는 방식은 모두 4의 100승(10의 60승)가지가 된다. 마구 뒤섞여 있는 RNA 염기들이 자기 복제를 하는 리보자임을 만드는 올바른 순서대로 배열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70~371,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벵갈루르에 위치한 인도과학원 고에너지물리학 센터의 물리학자인 아푸르바 D. 파텔은 양자컴퓨터의 소프트웨어인 양자 알고리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다. 파텔은 유전암호에는 양자암호에서 기원했음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고 제안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80,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2026.04.26. 마지막 장. 양자생물학 : 폭풍의 경계에 선 생명 3주에 걸쳐 책을 완독했다. 그믐에 기록하지 않고 그냥 후루룩 읽었으면 이미 완독했겠지만 그 대신 기록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재독하고 요점 정리하고 직접 손가락을 움직여 발췌문을 적고 하는 것이 책을 꼼꼼하게 읽는 데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번 장에서는 생명체가 양자역학을 이용하는 일에 있어서 주변의 잡음을 어떻게 극복하고 결맞음을 유지하는가, 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론은, 생명은 잡음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이용'한다. 분자 잡음을 양자 결맞음을 유지하는 데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생명은 진화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저 추측이 아니며, 현재 양자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느 정도 실험적 증거를 찾아낸 것이기도 하다.
이런 유형의 분자 진동을 생명이 어떻게 활용하지에 관한 단서는 서로 다른 두 연구진이 독립적으로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발전했다. 한쪽은 마틴 플레니오와 수산나 후엘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영국 연구팀이다. 이들은 양자계의 동역학에서 외부 '잡음'의 효과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4장에서 다뤘던 그레이엄 플레밍의 2007년 광합성 실험을 처음 접했을 때에도 당연하게 여겼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모형에 관해 몇 편의 논문을 빠르게 내놓았고, 이 논문들은 오늘날 널리 인용되고 있다. 이들의 제안에 따르면 소란스러운 생체 세포의 내부는 양자역학을 일으키고 광합성 복합체와 다른 생물학적 계에서 양자 결맞음을 파괴하기보다는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91,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MIT연구진은 세균 광합성 복합체에서 분자 잡음/진동의 영향을 추정하면서, 양자 수송의 최적 온도가 식물과 미생물이 광합성을 수행하는 온도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진의 주장에 따르면, 이처럼 최적의 수송 효율이 유기체가 살아가는 온도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30억 년에 걸친 자연선택이 생물권에서 가장 중요한 생화학 반응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엑시톤의 전달이라는 양자 수준의 진화 기술을 세밀하게 조정해왔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들은 최근 논문에서 "자연선택은 양자 결맞음이 최고의 효율을 얻기에 '딱 맞는' 정도까지 양자계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93,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많은 사람들이 진화,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 제목 때문에 더 그런 오해가 생기기도 했는데, 유전자는 스스로 어떤 의식이나 의지를 갖고 진화를 설계하지 않는다. 다만 수많은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그 중에서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아 자신이 가진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 환경에서 살아 남지 못하고 저세상 간 개체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지 못했다. 따라서, 양자역학을 이용한 생체 메커니즘도 그러한 메커니즘을 활용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개체는 살아남지 못해서 이러한 유전자가 대대로 이어지게 된 거라고 봐야 한다. 왜냐면 양자역학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하면 고전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할 때보다 반응 속도가 훨씬 빠르고 에너지 이용 효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느리고 비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는 유전자는 생존 경쟁에서 뒤처져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을 것이다.
마틴 플레니오의 연구진은 2012년과 2013년에 독일 울름 대학에서 발표한 두 편의 최신 논문을 통해서 만약 엑시톤의 결맞음이 백색 진동에 의해 어긋날 때에는 단백질의 진동에 의해 다시 제 박자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제로 2014년 <네이처>의 한 논문에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알렉산드라 올라야카스트로가 아름다운 이론 연구를 통해서 증명한 바에 따르면 엑시톤의 진동과 유색 잡음인 분자의 진동은 단일한 에너지의 양자를 공유하는데 그 방식은 양자역학의 도움 없이는 아예 설명이 불가능하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94,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생명은 거센 폭풍이 부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와 비슷하다. 이 배에는 거의 40억 년의 진화로 다듬어진 유전 프로그램이라는 노련한 선장이 타고 있어서 다양한 깊이의 약자 영역과 고전 영역을 항해할 수 있다. 생명은 폭풍우를 피하기보다는 끌어안는다. 분자의 돌풍과 강풍을 모아서 돛을 부풀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이라는 배를 똑바로 세워서, 좁은 용골이 열역학의 바닷물을 지나서 양자세계와 닿게 한다. 생명의 깊은 뿌리는 양자세계의 경계를 배회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다룰 수 있게 해 준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408,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이 단락은 생명체가 어떻게 양자역학의 세계와 열악학의 세계와 고전역학의 세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균형을 잡는지를 적절한 비유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도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전자가 선장 역학을 한다고 해서 유전자에 어떤 의식이나 의지가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유전자는 프로그래밍(염기 서열을 이용한 암호화)된 대로 자기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유전자가 선장이 된 것은 스스로의 의지나 누군가의 설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에 의해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도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는 하는데, 자연에게도 어떤 의식이나 의지가 있어서 그 유전자를 골랐다고 하는 착각이다.(가이아 이론?) 자연과 우주에는 아무런 의지도 의도도 없다. 그저 철저히 논리적인 결과-유리한 것은 살고 불리한 것이 죽는다-로 어떤 유전자가 살아남고 도태할 뿐이다. 양자역학도 생명체에 유리함을 주기에 진화 과정에서 채택된 것이지 누가 고의로 선택하여 생명체에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유리한 것이 살고 불리한 것이 죽는다는 이 단순한 논리에 40억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합쳐져 우리 자연의 생명은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자연선택의 무서움 혹은 위대함 혹은 경이로움이다. 200여 년 전에 다윈이 이것을 깨닫고 얼마나 소름 돋았을지를 생각하면 이 또한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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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에게 필요한 건 우정? 사랑?
[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청소년 문학 함께 읽기] 『스파클』, 최현진, 창비, 2025[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여고생 챔프 아서왕』[북다] 《위도와 경도》 함윤이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4/9)[북다/라이브 채팅]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백온유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소설로 읽는 기후 위기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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