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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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생명의 엔진. 이번 장에서는 생체 내의 효소(촉매)가 양자역학적 현상, 특히 양자 터널링을 이용해 그토록 빠른 반응 속도(몇 나노초)를 이끌어내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세포 내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분자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특히 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 분자의 열적 요동에 의해 아주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다.(예전에 김상욱 교수가 <스켑틱>의 어느 글에서 쓴 표현에 의하면 주말의 나이트클럽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즉, 입자의 입장에서보면 주변 분자들로 인해 '측정' 당해 '파동함수'가 '붕괴'되어 양자역학적 효과가 사라진다. 그것이 전통적인 견해였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러한 복잡한 세포 내에서 때때로(혹은 늘?) 양자역학적인 효과를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챕터에서 자세히 소개한 것은 미토콘드리아의 호흡 효소(탄소를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내는 과정에 관여. 양성자를 퍼내는 펌프처럼 작용. 이 양성자들을 동력으로 ATP 효소가 작동한다고 한다)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이동, 그리고 효모의 탈수소효소에서 일어나는 양성자의 이동이다. 이러한 효소들에서 전자나 양성자는 고전 물리학과 고전 화학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 그리고 빨리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이 '양자터널링'에 의해 일어난다는 증거를 실험적으로 얻었다고 한다. 이것은 <기계 속의 악마>에서도 언급되는데, 그 저자는 생명이 에너지 사용과 엔트로피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을 생각하면, 생명이 양자역학적으로 작동된다는 사실이 실은 그리 신기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연선택이라는 무시무시한 원리 때문이다.
이렇게 전자의 에너지를 작은 덩어리로 나눠 포획하는 방식은 산소에 에너지를 곧바로 쏟아붓는 것에 비해 전체 과정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매우 적어진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120,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우리가 뭔가를 태우는 것, 즉 연소는 연료와 산소가 결합하여 높은 열과 밝은 빛을 내며 활활 타는 것. 이때 연료의 탄소의 높은 에너지 준위에 있는 전자가 에너지가 낮은 결합을 위해 산소와 결합, 그 결과로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118) 이러한 연소는 빠르고 비효율적이다. 한번에 에너지가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소실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포는 그렇지 않다. 탄소를 아주 천천히 조금씩 태운다. 그래서 우리 체온이 36.5도로 유지될 수 있는 것. 우리가 연료를 이렇게 알뜰하게 쓰는 것은 미토콘드리아의 ATP(세포 내의 배터리) 덕분이다. 학부 때 생화학 시간에 배우기로 ATP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단순히 화학적인 과정으로 이해했는데(교과서도 그렇게 돼 있었고) 그 과정에 양자역학이 관여하고 있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체 분자에서 양자 터널링이 일어난다는 것은 분자들의 각 입자가 양자 결맞음 상태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효소의 구조가 이와 관련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전통적으로 효소의 구조는 단백질 서열에 의해 결정되고 그것은 다른 기질의 반응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돼 왔는데, 단순히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러한 구조가 양자결맞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거니까. 이게 실험적인 증거가 나왔는지는 책을 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2026.04.12. 4장. 양자 맥놀이. 이번 장에서는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입자의 특성 중 하나인 '중첩'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미생물과 식물의 광합성에 이 중첩이 이용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양자의 중첩은 입자의 '이중성'(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함)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입증하는 것은 그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이다. 설계한 실험 : 진공이면서 절대 영도인 상자를 준비한다. 그 안에 서로 적절한 거리만큼 떨어진 슬릿(가늘고 길쭉한 구멍) 두 개를 파낸 납작한 판을 세워놓고 슬릿을 향해 입자 빔을 쏜다. 슬릿을 통과한 입자들은 뒤쪽 스크린에 부딪혀 자국을 남긴다. 이때 예상하는 결과는 두 슬릿 중 하나를 통과한 입자가 스크린에 자국을 남겨, 슬릿처럼 평행한 두 선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다. 실험 1. 입자 빔을 계속 쏘면 스크린에 물결 같은 간섭 무늬가 생긴다. 입자들이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 실험 2. 입자를 한꺼번에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씩 차례대로 쏜다. 그런데 이때도 간섭 무늬가 생긴다. 입자 하나하나가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 실험 3. 슬릿에 입자 감지기를 단다. 이러면 입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면 놀라운 일이 발생하는데, 입자들은 간섭 무늬를 만들지 못 하고, 마치 슬릿에 공을 통과시켰을 때처럼 길쭉한 띠 두 개만 남긴다. 즉, 슬릿 하나만을 통과하는 것. 입자들이 실험 3과 같이 행동하는 이유는 입자가 감지기와 상호 작용(물리학에서는 이를 관측, 혹은 측정되었다고 말한다. 사람처럼 의식적인 존재가 관측했다는 뜻이 아님. 사람이 아닌 다른 물체와 상호 작용해도 같은 일이 일어남)하면서 '파동함수'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파동함수라는 것은 입자가 어느 위치에 존재할 지를 알려주는 '확률'의 분포다. 입자는 공간 속에서 특정 위치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모든 곳에 존재'한다.(우리가 그것을 단지 확률적이기 때문에 모르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이곳저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주변 사물과 상호 작용을 하면 그 위치가 특정되어 버린다. 우리가 사는 거시세계는 수많은 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세계이므로, 우리는 양자의 중첩 같은 상황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관측하는 것은 모두 주변 분자들의 열적 요동 때문에 결맞음이 깨어져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상태인 것. 생명을 이루는 세포도 거시세계에 속한다. 따라서 옛날 과학자들은 생물학과 양자역학을 별도의 영역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시세계인 생명체 내에서도 양자역학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광합성이다. 엽록소는 빛(광자)을 받는다. 그러면 그 분자 내부의 마그네슘에서 전자 하나가 떨어져서 주변 탄소로 감으로써 양이온을 띈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엑시톤'(음극과 양극으로 이루어진 작은 전지)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상태를 얼른 '반응 중심'으로 옮겨야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반응 중심에서는 엑시톤을 이용해 NADPH라는 조금 더 안정된 상태의 화학 전지가 만들어 지고 이것이 광합성의 주요 반응(ATP합성)을 일으키는 데에 이용된다. 엑시톤의 전달은 효율이 매우 높고(거의 100%에 가까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효율적인 기계도 효율이 이렇게까지 안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름 돋도록 놀라운 일) 매우 빠르다. 이것은 그동안 생물학계에서 수수께끼였으나, 최근 엑시톤이 양자중첩을 이용해서 최단거리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여러 경로를 모두 탐색 후에 최단 경로를 찾아내야 하는 최적화 문제(양자 컴퓨터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엽록소가 해 내고 있는 것이다. 광합성의 이런 양자역학적 성질은 세균, 조류(새가 아닌 바닷속에 사는 식물을 말함), 고등식물(시금치)에서 모두 발견되었다. (엽록소 분자에 빛을 쬐자 간섭현상과 같은 맥놀이를 보임) 우리는 오늘 샐러드를 먹으면서 양자컴퓨터를 섭취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버클리 연구진은 FMO 복합체가 반응 중심에 이르는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양자컴퓨터처럼 작용한다고 제안하고 있었다. 이런 최적화 문제는 다수의 목적지를 경유하는 여행 경로와 연관된 유명한 수학 문제인 외판원 순환 문제에 해당되며, 대단히 강력한 컴퓨터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주석) 외판원 순환 문제는 다수의 도시를 여행하기 위한 최단 경로를 찾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수학적으로는 NP하드 문제라고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름길이 없고, 가능한 모든 경로를 계싼 집약적으로 철저하게 탐색하는 것이 이론상으로도 최적의 해법을 찾는 유일한 방법인 문제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174,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저자는 광합성에서의 양자역학을 잘 이해하면 양자컴퓨터를 만들고 인공 광합성을 하거나 태양광 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일에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식물과 미생물처럼 따뜻하고 축축하고 소란스러운 계에서 양자 결맞음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양자물리학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고, 이제는 살아 있는 계가 정교한 양자 결맞음 상태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하는지를 정확히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 양자세계는 대단히 기이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기이함은 종종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그 양자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단절시키는 징후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법칙은 하나뿐이다. 바로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각주) 단 중력은 예외다. 아직 중력은 양자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중력을 이해하는 방식인) 일반상대론은 양자역학과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론을 통합해 중력의 양자론을 만드는 일은 물리학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다. (...) 우리에게 친숙한 통계 법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도 결국은 기이한 것들을 가리는 결어긋남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걸러진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그래서 양자 현상이 우리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7~29,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2026.04.17. 5장. 니모의 집을 찾아서. 이번 장에서는 후각에 양자역학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얘기한다. 후각은 다른 기본 감각(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에 비해 상당히 연구가 더디다고 한다. 이유는 후각 수용체를 분리하기가 힘들고, 따라서 후각 수용체의 구조를 모르고, 거기다 냄새 분자의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서는 후각의 메커니즘을 다룬 과학자들과 그들이 해 온 연구를 소개한다. 간략히 말하자면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포착하는 방식에 대해 두 부류의 가설이 있다. 첫째,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의 형태를 구분하여 인식한다는 가설. 둘째,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의 진동을 구분하여 인식한다는 가설. 수십 년 간의 연구 결과, 현재는 두 메커니즘이 모두 작동한다고 생각되고 있으며, 특히 냄새 분자의 진동을 구분하는 점에 있어서 양자역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이슨과 마찬가지로, 투린도 진동 스펙트럼과 향 사이의 상관관계가 단지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후각 수용체가 분자의 진동을 감지하리라는 다이슨의 주장이 옳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다이슨과 달리, 그는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 대단히 그럴듯한 분자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이 메커니즘에서는 생체 분자가 전자의 양자 터널링을 통해서 화학결합을 감지할 수 있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11,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투린은 비탄력적 전자 터널링 분광법(IETS)에 관한 논문을 본 뒤 코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은 얇은 금속막 두 개 사이에서 전자가 이동(양자 터널링)하면서, 전자가 금속막 사이의 분자와 상호작용하여 얼마의 에너지를 잃었는지를 측정하여 금속막 사이에 놓인 분자의 화학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만약 후각 수용체가 알맞은 진동수의 결합을 갖고 있는 냄새 분자를 포집하면, 전자는 터널링을 통해 공여 위치에서 수용 위치로 뛰어넘어갈 수 있으며, 동시에 결합 중 하나를 튕길 수 있는 적당량의 에너지를 냄새 분자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터널링을 통해서 수용 위치로 넘어간 전자는 고정되어 있던 G 단백질 분자 어뢰를 발사시켜서 후각 뉴런의 점화를 일으키고, 그 결과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우리는 오렌지 향을 '경험'한다는 것이 투린의 가설이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13,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투린은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동일한 화학 구조이지만 수소가 중수소로 치환된 냄새 분자들(화학 구조가 같으나 진동 수가 다름)의 냄새를 확인하는 실험을 설계한다. 이후 여러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사람, 초파리 등의 후각으로 실험한 결과 중수소로 치환된 냄새 분자의 냄새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다. 또한 그들은 화학 구조가 다르지만 진동수가 같은 두 냄새 분자가 같은 냄새로 느껴진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한 마디로, 후각 수용체가 특정 냄새를 인식하는 메커니즘에 냄새 분자의 진동수가 관여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제는 그 이론적 토대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물리학 연구팀에 의해 설명되고 있다. 이들은 2007년 터널링 가설을 뒷받침하는 양자 계산을 "빈틈없이" 수행하고, "근본적인 물리학은 물론 관찰된 냄새의 특정과도 일치하여 후각 수용체가 어떤 일반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규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의 일원인 제니퍼 브룩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경이 쓰이는 소소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로 진동수는 같아도 냄새는 완전히 다른 리모넨과 디펜틴 같은 거울상 분자와 관련된 문제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19,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냄새 분자는 먼저 왼손이나 오른손 키랄성 결합 부위와 들어맞아야 한다. 따라서 같은 분자의 왼손과 오른손 이성질체처럼, 같은 결합을 갖고 있어도 형태는 다른 냄새 불질은 서로 다른 수용체와 결합할 것이다. 먼저 각각의 냄새 분자가 상보적인 후각 수용체와 맞아떨어져야만, 진동에 의해 유발되는 전자 터널링이 일어나서 후각 수용체 뉴런이 점화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왼손 분자는 왼손 수용체만 점화시키게 될 것이므로, 오른손 수용체를 점화시키는 오른손 분자와는 다른 냄새가 날 것이다. (...) 리모텐과 디펜틴은 같은 진동수를 갖고 있어도, 각각 왼쪽이나 오른쪽 후각 수용체와 결합해야 하는 것이다. 수용체가 다르면 뇌와 연결되어 있는 영역도 다르므로 다른 냄새가 날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와 양자 진동 인식의 조합은 거의 모든 실험 자료와 일치하는 모형을 제공한다. (...) 아직까지 양자 터널링이 냄새와 연관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검증한 실험은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자의 비탄력적 양자 터널링은 단백질이 냄새 분자의 진동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유일한 메커니즘이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20~221,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2026.04.20. 6장 나비, 초파리, 그리고 양자울새 이번 장에서는 동물들의 자기 수용성 감각에 대해 다룬다. (첨언하자면 미생물과 식물도 자기 수용성 감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동물들의 자기 수용성 감각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몇몇 과학자들은 그런 감각을 가진 일부 동물들의 몸에서 자철석을 발견하여 그것이 나침반 역할을 할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생물의 자기 수용성 감각을 설명하지 못한다. 일부 동물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자철석 없이 지구 자기장을 인식하는 동물들은 빛을 통해서 자기장을 감지한다. 빛이 눈에 있는 크립토크롬 단백질의 어느 전자를 떨어져 나가게 하고, 이 빈 자리에 인접한 다른 단백질 분자에서 전자가 들어오는데, (여기서부터는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이 전자는 원래 얽혀 있던 다른 전자와 여전히 얽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이 전자들은 일중항 스핀과 삼중항 스핀이 중첩된 상태로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고 민감해서 약간의 자극(자기장)으로도 이쪽, 혹은 저쪽으로 화학반응이 진행되어 최종적으로 다른 조성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것이 동물들로 하여금 (지구)자기장의 방향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 같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능력을 가진 동물들이 아마도 자기장을 눈으로 '볼' 거라고 추측한다. 이것은 동물들이 빛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을 때 방향 감각을 상실하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그리고 자철석과 같은 종류가 아닌 일중항/삼중항 스핀 중첩 같은 화학적 나침반을 사용한다는 증거는 이 동물들이 자석을 진동시켜 만든 높은 진동수의 자기장이 방향 감각을 교란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번 장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양자역학적 특성은 중첩과 얽힘이다. 중첩은 한 입자가 여러 상태로 동시에 있다는 것. 얽힘은 그러한 두 입자가 서로 쌍을 이루고 있어서, 한 입자가 관측되어 상태가 확인되면(파동함수 붕괴), 나머지 입자를 관측하지 않아도 그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 (아무리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작동되는 현상) 그리고 이번 장에서는 일중항 스핀과 삼중항 스핀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파울리의 배터 원리의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만약 한 원자나 분자에서 짝을 이루고 두 전자의 에너지가 같으면 이 두 전자는 반대의 스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두 전자의 스핀이 상쇄된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것은 딱 한 가지 상태만 나타낼 수 있으므로 스핀 일중항 상태라고 부른다. 원자의 대부분의 전자 속에 들어 있는 전자쌍은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에 있다. 그러나 만약 두 전자가 같은 에너지 준위에서 서로 짝을 이루지 않으면, 이 두 전자는 같은 방향의 스핀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상태를 스핀 삼중항 상태라고 하며, 슐텐이 연구했던 반응도 이와 같은 경우였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46,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일중항 상태로 결합된 두 전자는 서로 짝을 이뤄서 반대 방향으로 스핀하며 삼중항 상태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스핀한다. 만약 같은 원자 안에서 일중항 상태인 전자쌍의 전자 하나가 인접한 원자로 도약하면 이 전자의 스핀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그러면 남아 있던 쌍둥이 전자와 스핀의 방향이 같아져서 삼중항 스핀 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두 전자는 이제 서로 다른 원자에 있어도 여전히 섬세한 얽힘 상태를 유지하면서 양자역학적으로 쌍을 이룬다. 그러나 이곳은 양자세계이므로 다른 원자로 도약한 전자가 스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확실히 바꾼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각의 원자는 여전히 두 방향으로 모두 스핀하는 중첩 상태에 있으면서, 동시에 일중항과 삼중항의 중첩상태로도 존재할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도 스핀하면서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도 스핀한다는 것이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51,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이런 양자 중첩의 중요한 특징은 동등한 균형을 이룰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포착하는 얽힌 전자쌍이 일중항이나 삼중항 상태일 확률은 동등하지 않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두 확률 사이의 균형은 외부 자기장에 민감한다. 실제로 분리된 전자쌍의 방향에 대해 자기장이 이루는 각도는 일중항이나 삼중항 상태로 전자쌍이 포착될 가능성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유리기 쌍은 대단히 불안정한 편이기 때문에 유리기의 전자들은 종종 다시 결합해서 화학반응의 산물을 형성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장이 그렇게 민감해도 형성된 산물의 정확한 화학적 특성은 일중항-삼중항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반응에서 유리기 중간 단계의 상태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화강암 벽돌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상태에서 화학반응은 대단히 위태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과 같은 100마이크로테슬라 이하의 미약한 자기장이라도 벽돌에 앉은 파리처럼 일중항/삼중항 상태라는 동전 던지기가 화학반응의 산물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넘어가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53,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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