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D-29
흔히 말하는 과학의 3대 불가사의는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의식의 기원이다. 양자역학은 우주의 기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앞에서 논의했듯이 의식의 기원과도 연관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알게 될 것처럼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양자역학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비양자적 설명이 생명의 기원을 완벽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58~359,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그레이엄 케언스스미스는 원시 수프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단순한 유기화합물에서 RNA 염기가 합성되려면 약 140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추정했다. (...) 어떤 시작 물질이 RNA로 전환될 확률은 주사위를 던질 때 6이 연달아서 140번 나올 확률과 같다. (...)전 생물세계 prebiotic world에서는 오로지 우연에만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 우연에만 의존해서 얻을 확률은 쉽게 추정 가능하다. 바로 6의 140승(대략 10의 109승)분의 1이다. 순전히 무작위적인 과정을 통해서 우연히 RNA가 만들어지려면, 우리의 원시 수프에는 그만큼 많은 수의 시작 물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10의 109승은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에 있는 기본 입자의 수(약 10의 80승)보다 훨씬 더 큰 수다. 간단히 말해서, 지구에는 이수아 암석에 의해 암시된 생명의 등장과 RNA의 형성 사이의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양의 RNA를 만들 충분한 수의 분자도, 충분한 시간도 없었다. (...) 대부분의 리보자임은 최소 100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RNA 가닥이다. (...) 염기 100개 길이의 RNA 가닥이 조합되는 방식은 모두 4의 100승(10의 60승)가지가 된다. 마구 뒤섞여 있는 RNA 염기들이 자기 복제를 하는 리보자임을 만드는 올바른 순서대로 배열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70~371,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벵갈루르에 위치한 인도과학원 고에너지물리학 센터의 물리학자인 아푸르바 D. 파텔은 양자컴퓨터의 소프트웨어인 양자 알고리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다. 파텔은 유전암호에는 양자암호에서 기원했음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고 제안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80,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2026.04.26. 마지막 장. 양자생물학 : 폭풍의 경계에 선 생명 3주에 걸쳐 책을 완독했다. 그믐에 기록하지 않고 그냥 후루룩 읽었으면 이미 완독했겠지만 그 대신 기록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재독하고 요점 정리하고 직접 손가락을 움직여 발췌문을 적고 하는 것이 책을 꼼꼼하게 읽는 데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번 장에서는 생명체가 양자역학을 이용하는 일에 있어서 주변의 잡음을 어떻게 극복하고 결맞음을 유지하는가, 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론은, 생명은 잡음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이용'한다. 분자 잡음을 양자 결맞음을 유지하는 데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생명은 진화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저 추측이 아니며, 현재 양자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느 정도 실험적 증거를 찾아낸 것이기도 하다.
이런 유형의 분자 진동을 생명이 어떻게 활용하지에 관한 단서는 서로 다른 두 연구진이 독립적으로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발전했다. 한쪽은 마틴 플레니오와 수산나 후엘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영국 연구팀이다. 이들은 양자계의 동역학에서 외부 '잡음'의 효과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4장에서 다뤘던 그레이엄 플레밍의 2007년 광합성 실험을 처음 접했을 때에도 당연하게 여겼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모형에 관해 몇 편의 논문을 빠르게 내놓았고, 이 논문들은 오늘날 널리 인용되고 있다. 이들의 제안에 따르면 소란스러운 생체 세포의 내부는 양자역학을 일으키고 광합성 복합체와 다른 생물학적 계에서 양자 결맞음을 파괴하기보다는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91,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MIT연구진은 세균 광합성 복합체에서 분자 잡음/진동의 영향을 추정하면서, 양자 수송의 최적 온도가 식물과 미생물이 광합성을 수행하는 온도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진의 주장에 따르면, 이처럼 최적의 수송 효율이 유기체가 살아가는 온도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30억 년에 걸친 자연선택이 생물권에서 가장 중요한 생화학 반응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엑시톤의 전달이라는 양자 수준의 진화 기술을 세밀하게 조정해왔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들은 최근 논문에서 "자연선택은 양자 결맞음이 최고의 효율을 얻기에 '딱 맞는' 정도까지 양자계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93,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많은 사람들이 진화,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 제목 때문에 더 그런 오해가 생기기도 했는데, 유전자는 스스로 어떤 의식이나 의지를 갖고 진화를 설계하지 않는다. 다만 수많은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그 중에서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아 자신이 가진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 환경에서 살아 남지 못하고 저세상 간 개체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지 못했다. 따라서, 양자역학을 이용한 생체 메커니즘도 그러한 메커니즘을 활용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개체는 살아남지 못해서 이러한 유전자가 대대로 이어지게 된 거라고 봐야 한다. 왜냐면 양자역학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하면 고전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할 때보다 반응 속도가 훨씬 빠르고 에너지 이용 효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느리고 비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는 유전자는 생존 경쟁에서 뒤처져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을 것이다.
마틴 플레니오의 연구진은 2012년과 2013년에 독일 울름 대학에서 발표한 두 편의 최신 논문을 통해서 만약 엑시톤의 결맞음이 백색 진동에 의해 어긋날 때에는 단백질의 진동에 의해 다시 제 박자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제로 2014년 <네이처>의 한 논문에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알렉산드라 올라야카스트로가 아름다운 이론 연구를 통해서 증명한 바에 따르면 엑시톤의 진동과 유색 잡음인 분자의 진동은 단일한 에너지의 양자를 공유하는데 그 방식은 양자역학의 도움 없이는 아예 설명이 불가능하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394,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생명은 거센 폭풍이 부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와 비슷하다. 이 배에는 거의 40억 년의 진화로 다듬어진 유전 프로그램이라는 노련한 선장이 타고 있어서 다양한 깊이의 약자 영역과 고전 영역을 항해할 수 있다. 생명은 폭풍우를 피하기보다는 끌어안는다. 분자의 돌풍과 강풍을 모아서 돛을 부풀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이라는 배를 똑바로 세워서, 좁은 용골이 열역학의 바닷물을 지나서 양자세계와 닿게 한다. 생명의 깊은 뿌리는 양자세계의 경계를 배회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다룰 수 있게 해 준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408, 짐 알칼릴리 &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이 단락은 생명체가 어떻게 양자역학의 세계와 열악학의 세계와 고전역학의 세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균형을 잡는지를 적절한 비유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도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전자가 선장 역학을 한다고 해서 유전자에 어떤 의식이나 의지가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유전자는 프로그래밍(염기 서열을 이용한 암호화)된 대로 자기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유전자가 선장이 된 것은 스스로의 의지나 누군가의 설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에 의해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도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는 하는데, 자연에게도 어떤 의식이나 의지가 있어서 그 유전자를 골랐다고 하는 착각이다.(가이아 이론?) 자연과 우주에는 아무런 의지도 의도도 없다. 그저 철저히 논리적인 결과-유리한 것은 살고 불리한 것이 죽는다-로 어떤 유전자가 살아남고 도태할 뿐이다. 양자역학도 생명체에 유리함을 주기에 진화 과정에서 채택된 것이지 누가 고의로 선택하여 생명체에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유리한 것이 살고 불리한 것이 죽는다는 이 단순한 논리에 40억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합쳐져 우리 자연의 생명은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자연선택의 무서움 혹은 위대함 혹은 경이로움이다. 200여 년 전에 다윈이 이것을 깨닫고 얼마나 소름 돋았을지를 생각하면 이 또한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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