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엔 관계를 확장하려는 사람은 많아도, 똑 부러지게 단절하려는 이는 드물었다. 척지지 말라는 선인들의 체세 교훈에 짓눌린 나머지, 아픔을 겪으면서도, 부당함을 마주하면서도 견뎌보는 게 일반적인 관계 맺음의 방식이었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건, 짧거나 긴 추억의 궤짝에 톱날을 들이대는 일과 같아서, 대개는 그 문 앞에서 망설이다 제풀에 지쳐가곤 했다. 미련 때문이 아니었다. 자책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특히 사람들은 혼자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못 견뎌 했다. 그래서 맘에도 없는 적재적소의 사회적 아바타를 만들어 관계 유지나 그것의 확장을 도모하는 데에 바쁘게 동참했다. 모든 게 허깨비놀음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거나 파국을 맞은 뒤에나 알 것이었다. ”
『뜻밖의 카프카』 30~ 1, 김살로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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