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모자를 두고 왔다>중에서
"자카란다 퍼플이요. 시드니 출신 시인이에요."
낮고 느린 마린의 목소리는 맑고 또렸했다. 절제감이 베어 있어 어떤 권위를 부여하게 되는 그런 목소리였다. 오랜 훈련에 의한 무게감 같은 게 느껴졌고, 한 호흡식 쉬어가는 간격 어딘가에 숨가쁜 욕망을 쟁여두고 있는 듯도 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말의 고저와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자들의 속내는 한층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경우가 많았다. 자기 절제만큼이나 자기방어에 능한 언어 방식이었다. 오래 갇혀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불편함이 읽히는 마린의 그런 모습이 당황스럽지만, 나는 그것이 내 막연한 선입견이길 바랐다. 그만큼 마린은 내게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 마린을 향한 감정선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
『뜻밖의 카프카』 68~ 9, 김살로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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