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걔들 탑.탑이래."
미희가 큰 비밀이라도 알아낸 것처럼 말했다.
"걔들이라니?"
"해도 선배 커플 말이야."
"그게 뭐 어쨌는데?"
로사는 호들갑을 떠는 미희가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너 되게 담담한 척한다. 속으론 당황스럽지?"
미희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로사는 이 상황이 마치 '카프카!'라고 외치던 한 시절의 데자뷰 현상과 같다고 생각했다. '카프카!'는 그 시절 즐기던 그들만의 개그 코드였다. 모임에서 대화 도중 모순된 상황을 맞거나 이해할 수 없는 지점과 맞닥뜨렸을 때 누군가 카프카!하고 외쳤다. 카프카의 <성城>을 윤독하고 난 이후에 생긴 유희였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인간 운명의 부조리, 존재 증명의 불안, 실존적 체험의 극한까지를 의도하고 내뱉던 감탄사 놀이는 아니었다. 성 밖 아웃사이더로 남을 수 밖에 없었던, 무위와 좌절로 점철된 주인공 K의 운명이 다들 재것인 양 짓까불던, 객기 서린 날의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성주처럼 굳건한 관료성과 온갖 부패한 사회적 시스템 앞에서 무기력한 실존을 자각한 청춘들이, 나름의 명랑한 허세로 가면 놀이를 즐기던 시절이었다.
”
『뜻밖의 카프카』 105~ 7 , 김 살로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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