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작가의 작품이 좋으면 작가파먹기를 하는데요,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는 전작주의라고 하죠?
최근에 W. G. 제발트의 책을 읽으면 그를 추종할 수밖에 없기에 '제발디언'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 삼 월부터 그믐에서 함께 『 이민자들』 을 읽고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4월에는 『 현기증·감정들 』 을 읽어 볼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이민자들 → 📓현기증·감정들 → 토성의 고리 → 아우스터리츠
[ 일정 ]
1주차(4/13-19):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p. 9-32)
2주차(4/20-26): 외국에서(p. 35-132)
3주차(4/27-5/3): k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p. 133-159)
4주차(5/4-10): 귀향(p. 163-244)
* 3주차 분량 이전에, 프란트 카프카의 단편 『 사냥꾼 그라쿠스 』 를 읽으면 이후의 상징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1주차와 3주차의 분량이 적으니, 시간이 나실 때 함께 읽어 보시는 걸 권합니다.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알면 좋은 부분들은 제가 공유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
이 모임의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정을 임의로 나누었으나, 엄격한 제한을 두지 않고 모임원들의 사정에 맞추어 자유로이 참여한다.
더 빠르게 읽으셔도, 천천히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책을 다 읽지 못하셨더라도 다른 분들이 인용한 문구만을 보고 의견과 감상만 남겨 주셔도 좋습니다.)
2. 작품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다른 책의 구절, 혹은 영화·공연·전시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든 편하게 공유해 주세요. 제발트를 매개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3. 모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회원분들께서 언제든 이어서 답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감하셔도 좋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셔도 괜찮습니다. 단, 상대방을 비방하는 표현만은 삼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그믐을 처음 이용하는지라 운영이 다소 서툴 수 있기에,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독서모임 운영 방식에 대해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의 ‘요청하기’를 통해 익명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과 공유하지 않고, 주인장이 참고하여 모임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반영하겠습니다.
https://spin-spin.com/hwaljaaddict
[제발디언 2차] 현기증·감정들도 같이 읽어 봅시다
D-29

코뮹모임지기의 말
화제로 지정된 대화

코뮹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주는
📖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p. 9–32) 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분량이 적어서 다음 이야기를 조금 끌어 올까 고민했었는데요, 그러기엔 조금 애매하더라고요
1부는 스탕달, 3부는 프란츠 카프카 실존인물 이야기, 2부와 4부는 화자의 현재 여행기로 구성되어 있고.
1부에서 시작된 감정이 2부에서 ‘현기증’의 형태로 이어지고, 3부를 읽고 나면 그 감정의 근원을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각 단편의 줄거리가 이어지지는 않으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숨겨진 연결 고리를 발견하며 읽어 볼 수 있다고 해서 깔끔하게 한 주에 단편 하나씩 읽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긴 2주차 분량이 100페이지를 넘지 않아서 부담은 없을 거예요 !!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3부 ‘k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 사냥꾼 그라쿠스』를 읽으면 메타포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니 같이 읽어 봅시다. 10페이지 내외라고 하니 3주차에 넣어도 무관할 것 같네용 .. 책 구하면 사진으로 공유해 둘게요
이번 모임도 잘 부탁 드립니다

나또북
넵 잘 부탁드립니다🥰
오벽
안녕하세요. 저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코뮹
“ 당시 열일곱 살이던 그는 스스로 한없이 증오했던 자신의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이 끝나는 것을 목격하고 감격에 겨운 나머지 군복무 체험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궤도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우리도 알다시피 이후 그 궤도는 그를 유럽의 먼 곳곳으로 떠돌게 만든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10,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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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그는 또 길가에 수도 없이 널브러져 있는 죽은 말들과 군대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남긴 흔적, 그런 전쟁쓰레기들을 보면서 너무나 경악한 나머지, 사물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말았노라고 쓰고 있다. 눈에 들어온 실제의 인상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추상적 이해력이 무너져내린 것 같다는 것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11,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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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우리가 알다시피, 사실과 기억은 전혀 다르다.
『현기증.감정들 (양장)』 12,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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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벨은 쓰기를, 오랫동안 자신은 그날 말 위에서 보았던 광경을 세밀한 것 하나하나 그대로 다 기억한다고 믿고 있었노라고 했다. 특히 점점 희미해지는 빛 속에서 멀리 도시 이브레아가 약 1킬로미터 거리 밖에서 최초로 윤곽을 드러내던 광경이 생생하다고 말이다. 그 도시는 계곡이 서서히 넓어지면서 시작되는 평원의 약간 오른편에 있었고, 왼쪽 저 먼 곳에 치솟아 있던 산들은, 나중에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게 될 레코의 레세고네 산, 그리고 가장 뒤편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분명 몬테로사 산이었을 것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12,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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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 벨은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을 모사한 그림들을 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 그림들은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고유한 인상과 기억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릴 뿐 아니라, 심지어 완전히 파괴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13,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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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뮹
저는 이 단락이 흥미로웠는데요, 이미지는 기억을 보존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대체하고 규정한다는 점에서 제발트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억의 내용이라기보다 그것이 서술되는 방식인데 거리, 지형의 배열, 그리고 특정 산의 이름까지 호출되는 정밀한 서술은 기억의 생생함을 보증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이미 어떤 외부의 인식 틀—가령 지도적 좌표나 지리적 지식—에 의해 조직된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오벽
“ 그래서 벨은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을 모사한 그림들을 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 그림들은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고유한 인상과 기억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릴 뿐 아니라, 심지어 완전히 파괴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3,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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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여기서는 단순히 그림들을 사지 말라고 할 뿐입니다. 더 나아가 요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드라마, 영화, 유튜브 등, 모든 연출된 영상들이 독자들이 산문을 감상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장면을 묘사한 구절을 읽을 때, 머리속에서 어디선가 보았던 영상이 재생되는 걸 더 이상 멈출 수 없습니다. 그 영상은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어떠한 인상과 이미지와도 다를 수 있습니다.
오벽
그래서 제발트는 삽화나 수정되고 조작된 이미지들을 삽입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동영상의 시대에 작가는 자신이 작성한 테스트에 조응하는 특정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가 그 텍스트를 통해 재생 하는 이미지와 영상에 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할 수 있습니다. 결국엔 이야기를 쓰는 방식,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 그것을 수용하고 감상하는 독자의 방식에 새로움을 가져옵니다.

꽃의요정
저도 이 문장 수집했어요. 달사진이나 불꽃놀이 사진도 그런 거 같아요.
오벽
“ 그 믿음이 얼마나 가슴을 옥죄어왔던지 오페라가 진행되는 동안 마음을 졸이던 그 두 눈에는 자꾸만 눈물이 가득 고였고, 엠포레움 극장을 떠날 즈음에는 카롤니네 역을 맡은 여배우가 공연중 그에게 한 번 이상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으며 음악을 통해 그에게 약속했던 그런 환희를 실제로 베풀어주리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4,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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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 한 세기가 시작되는 것을 기념하여 벨은 스칼라 극장에서 다시 한번 <비밀결혼>을 보았으나, 무대장치의 완벽함과 카롤리네 역을 맡은 여배우의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과거 이브레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주인공들과 동일시할 정도의 깊은 감동은 얻지 못했다. 동일시하기는커녕 이번에는 음악이 도리어 그의 심장을 말 그대로 부서뜨린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연이 낯설고 멀게 느껴졌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8,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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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벨은 스탕달이라고들 합디다. 그런데 왜 작가는 스탕달이라는 잘 알려진 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벨이라는 친근하고 짧은 이름을 사용했을까요. 아니 만약 스탕달이라는 이름을 바로 썼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스탕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전 지식과 그의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그의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초상화가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오벽
한 예술가 (나름 유명한) 의 인생을 어떻게 축약시킬 것인가에 대해 제발트는 어떤 것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걸까요. 이야기는 기억의 예술입니다. 기억은 주관적 재구성이고 이야기는 재현의 재현의 재현의 재현입니다. 수많은 재현을 거듭하는 동안 진리 여부의 문제는 사라지고, 이떻게 기억을 조작하고 재구성하는가. 그러한 재구성은 어떠한 욕망과 뒤틀린 바램 속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미래를 향한 의지를 반영하는가 의 고민이 남습니다. 이 어떻게의 문제이자 과정이 우리가 책을 읽는 경험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오벽
“ 그 배는 아마도 방금 부두에 도착한 듯이 보였는데, 은색 단추가 달린 검은 옷차림의 두 남자가 들것 하나를 배에서 육지로 운반해내는 중이었다. 들것은 보풀이 인 커다란 꽃무늬 비단천으로 덮여있었고, 그 아래에는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마담 게라르디는 기분이 좋지 않아 그 자리에서 당장 리바를 떠나자고 말했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27,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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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이 부분은 뒤에서도 나오겠지만 <사냥꾼 그라쿠스>를 연상하게 하네요
밥심
<사냥꾼 그라쿠스> 첫 쪽의 구절과 거의 같습니다.
참고하시라고 해당 구절 옮겨 놓습니다.
"뱃사공이 밧줄을 꺼내 배를 정박하는 사이에 은 단추가 달린 짙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술이 길게 늘어진 꽃무늬 비단 천으로 덮인 들것을 옮겼다. 그것에는 분명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죽음, 테마명작관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국세라 옮김, 출판사 에디터, 165쪽)"
<사냥꾼 그라쿠스> 역시 매우 짧은 이야기인데 카프카 작품 답게 뭔 이야기지 하면서도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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