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조각조각 단편적으로만 이해가 되지, 전체적인 풍경 묘사나 작가의 의식의 흐름은 집중도 안 되고, 잘 이해도 되지 않았어요. 다행일 건 아니지만, 이래서 전 책모임이 좋아요~ ^^
[제발디언 2차] 현기증·감정들도 같이 읽어 봅시다
D-29

꽃의요정

나또북
1980년 여행에서 주인공은 공포, 두려움, 현기증 상태로 여행을 하다 결국 영국으로 도피를 합니다. 87년 같은 곳을 여행을 할 때도 이런 불안한 상태에서 칠 년 전 기억을 짜맞추려하는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갑자기 길지나가는 소년보고 카프카를 닮았다고 했다던지, 유령을 본다던지..) 후반부에는 루트비히 범죄조직의 행적을 쭉 서술하며 불안해하는데 보는 제가 더 불안해졌던.,(...) 여행 그리고 티탄(대중)-피그미(소수자)의 대조를 통해 파시즘(전체주의)의 억압, 강요, 폭력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폭력과 억압의 기억으로 불안, 현기증을 느끼며 위태롭게 버티기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저도 덩달아 불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실, 불안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기록이었기에 그렇게 강박적으로 기록을 했던건지... 제발트가 카프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벽
“ 그런데도 그동안 단 한 번도 원형극장의 공연을 본 적이 없어요. 그 대신 여기, 오페라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극장 바깥의 피아차 브라 광장에 앉아 있는 거죠. 오케스크라의 음악도, 합창대의 노래도, 가수의 목소리도 전혀 들려오지 않는 이곳에요. 그 어떤 음색도 없는 곳이죠. 나는 그렇게 일종의 무성 오페라를 감상하는 거에요.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28,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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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이 소설은 네 편의 단편소설 또는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는데, 각 부분을 별도로 이해해서는 전체적으로 윤곽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외국에서>를 읽고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를 읽고 연이어 <K 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향>을 읽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읽어봐야 이 소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분명한 것은 <이민자들>에서도 느꼈듯이 제발트는 별 것 아닌 풍경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묘사를 하되, 거기에 감정, 의식의 흐름 등이 녹아있어서 함부로 흉내내기 어려운 문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떠한 의미 부여 없이 문장 자체에 빠져보는 것도 그의 소설을 즐기는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인용하는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귀향>까지 읽어보고 판단해보려 합니다.
오벽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외국에서>를 읽고 뭔가 써보려했는데, 제발트에 대해 일반론적인 내용 밖에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저도 <K박사..> 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꽃의요정
아!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거군요. 길을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 다들 극찬하신 <스테이션 일레븐> 읽을 때 9/10 지점까지 읽고 "괜찮긴 한데, 이게 극찬할 정도인가"하면서 읽다가 마지막 부분 읽고, 머릿속에서 별가루들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이 책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오벽
“ 나는 이어서 말했다. 과거에서 끌어올린 그림들을 더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그것들이 내가 기억한 대로 흘러갔던 것인지가 더욱 모호해질 뿐이라고, 왜냐하면 과거에 속한 그 무엇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경악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99,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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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꿈속에서 문득 든 생각은, 나는 앞으로 저 산을 결코 넘지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나의 왼편으로는, 그야말로 현기증이 일어날 만큼 까마득한 심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기증.감정들 (양장)』 p.243,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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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현기증' 이라는 제목이 이 구절에서 나오네요. 다른 작가라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제발트라서 단어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혹시 다른 페이지에서도 이 단어가 나온적이 있나요?
밥심
일단 88쪽에 나오긴 합니다.
‘심장이 가쁘게 뛰었고, 차를 탈때마다 멀미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처럼, 다시금 그와 유사한 까마득한 현기증이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오벽
앗 다시 책을 펼쳤는데 101쪽에도 나오네요
"그러나 이러한 현기증날 만큼 행복한 느낌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으며, 금방 이성을 되찾아 루치아나에게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오벽
'현기증'을 관념적인 은유나 심리적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나 주변 공간에 대한 왜곡된 신체 감각을 느끼는 증상이라고 본다면,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관통하고 서로 묶어주는 문학적 일관성을 느끼게 됩니다.
화자는 각각의 인상이나 이미지에서 그리고 고유명사와 지명들에서, 그것들이 불러내는 다른 시간과 공간의 감각과 마주합니다. 각 장들의 많은 부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복잡하게 지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벨, 리바 호수, 베네치아, 카사노바, K박사, 사냥꾼 등 많은 단어들이 나타나며 이미 읽었던 내용들을 상기시키고 이후에 나올 내용들을 암시합니다. 마치 술자리 게임에서 여러 개의 손가락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공허히 서로를 가르키는 조용한 순간을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의 상호참조는 필연적으로 기억의 왜곡을 가져옵니다. 기억 자체가 우연하게 나열된 이미지들에 일관성과 인과성을 부여하는 정체성 형성의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면, 기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믿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오벽
이 책이 그가 출판한 첫 번째 산문이라고 한다면, '귀향' 이라는 테마로 책이 마무리되는 것도 의미심장 합니다. 대부분 그의 산문들이 삶에 대한 진부한 은유인 '여행' 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생각할 때, 작가의 시작인 남부독일 고향으로 갔다가, 이민자로서 또 다른 삶의 터전인 영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영원한 윤회이자, 정착하지 못하는 고독한 삶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나또북
“ 그래도 K박사가 어두컴컴한 실내와 환한 외부를 연결하는 출입구의 문지방 위에 선 순간,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자신이 막 빠져나오고 있는 그 출입문을 통해서 똑같은 성당의 문으로 다시 들어서고 있는 듯한, 이 장소가 자신이 꿈속에서 보았던, 무시무시한 정도로 무수한 개체로 끝없이 늘어나며 자기 분열을 일으키던 바로 그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은 증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42,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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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가 인식하기에 광증과 실제로 맞닿아 있는 것이 분명한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검은색 나폴레옹식 사령관 모자를 그 자신의 자의식 위에 씌워주는 일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51,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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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K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을 읽었습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다른 분께서 말씀하신 <사냥꾼의 그라쿠스>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ㅠㅠ 카프카가 리바 온천여행에서 알게된 자살한 퇴역 장군이 스탕달의 연구자임이 밝혀지면서 1부와의 연관성이 드러났습니다. 리바를 여행하면서도 1,2부에서 느껴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제발트가 스탕달-카프카-화자를 연결하면서 이방인으로서 불안과 공포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는 시간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귀향> 파트를 읽으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ㅎㅎ...;; 카프카 <사냥꾼의 그라쿠스>부터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ㅠㅠ

꽃의요정
“ 그때 마담 게라르디는, 사랑은 다른 종류의 많은 문명의 혜택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본성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더 간절하게 갈망할 수밖에 없는 키마이라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오직 타인의 육신에서 본성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결국 그것과 멀어지게 될 뿐인데, 왜냐하면 사랑은 스스로 만들어낸 통화에 의해서만 부채 상환이 가능한 열정, 즉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허상의 거래이기 때문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26p,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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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그날 우리는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으리라. 적어도 나는 품위 있게 추락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결코 다다르지 못하는 법. 말하자면 그라이펜슈타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이제 옛날 같지 않았다는 의미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43p,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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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동안, 오타크링의 로렌츠만들가세 골목에 있는 할머니의 시영주택 부엌 설거지통 아래에 놓여 있던, 절반쯤 비어 있었으며 할머니가 이제는 영영 사용할 수 없는 푸른색 이슐러 소금통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48p,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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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마지막 편인 '귀향'도 다 읽었습니다만, 여전히 저에게는 이 산문들이 오리무중입니다. ㅠㅠ
누구나 뭔가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성공하지 못할까봐, 친구들보다 못 살게 될까봐, 소외될까봐, 집을 장만하지 못할까봐, 지금 쥐고 있는 것을 잃을까봐, 외로워질까봐, 죽을까봐, 사후에 고통을 받을까봐 등등 여러 불안이 있을 거에요. 제발트는 여행을 하면서 아무리 하찮은 풍경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눈여겨 보면서 사물들과 과거의 기억에 그 불안한 마음을 투영하는 것 같아요. 문장은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도저히 흉내내기 힘든 개성이 있고요. 제발트는 카프카가 느낀 불안과 소외에 대해서는 100퍼센트 공감한 듯 카프카의 작품을 자신의 글에 적극적으로 변용하죠. 그런데, 제가 느끼는 불안감과 제발트가 느끼는 불안함의 결이 조금 다른가봅니다. 크게 공감이 되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죠. 공감한 제발디언들은 제발트가 귀향했던 길을 따라 답사도 한다던데, 저는 제발디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차에 비해 2차가 더 고비인 것 같습니다. 모임장께서 <이민자들>을 더 먼저 출간된 <현기증.감정들>보다 순서를 앞당긴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참, 206~207쪽에 있는 긴 강과 높은 산을 한 번에 그린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이 마치 신경세포처럼 보이더라구요. 이 그림이 이 산문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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