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뭇가지를 기적의 예술품으로 만드는 그 오랜 결정화 과정은, 우리 영혼의 암염광산에서 성장해가는 사랑의 알레고리처럼 느껴졌다고 벨을 묘사했다.
『현기증.감정들 (양장)』 p.28,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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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일방적이게도, 신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면서 삶의 어떤 것도 그 행복과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하자, 그는 그만 소름끼치는 충격에 휩싸여버렸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30,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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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다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사실과 기억은 전혀 다르다.' 라는 문구에서 <이민자들>에서 실제 진실(사실)과 문학적 기억(허구)의 대조를 통해 만든 작품이었다면 이번 <현기증, 감정들>도 그 궤를 비슷하게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존인물이었던 스탕달을 차용한 것도 그렇고, 삽입된 그림, 사진들도 실제 진실이 아닌 기억이니까요. 그런데 저한텐 확실히 이 사실과 다른 기억들을 통해 제발트가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 건지 <이민자들>보단 어렵게 느껴지긴 했습니다ㅎㅎ;; 벨이 사랑했던 여자들을 조합한 마담 게라르디가 신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자, 바로 그녀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부분에서 벨이 추구했던 '사랑의 결정화 과정'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구요... 한 예술가를 차용하여 그의 삶과 사랑을 재구성하여 문학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제발트가 말하고자 한 사랑과 욕망은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고민 또한 들었습니다.
코뮹
1부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짧은 분량이었음에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쉽게 다가오지 않아, 두 번 읽은 게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 !! 다른 책의 경우,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인데, 제발트는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쓰기 위해 젊은 시절 충분히 연습 과정을 겪고서 40대에 이르러 소설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과 그가 늘 원고 수정 과정에서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문장을 뜯어 고쳤다는 일화를 들었기에 수수께기를 푸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의문을 품고 책장을 뒤적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코뮹
그럼에도 30쪽 남짓하는 분량에서 제가 얻은 건 아직 미미하더군요. 이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는 제대로 짐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1부를 통해 느낀 바는 역시나, 제발트 작품답게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느낌이 강했고, 기억에 집착하는 그의 면모가 두드러졌습니다. 또한, '벨'이라는 인물이 실존인물 '스탕달'의 젊은 시절의 재현인 것을 알지만, 제발트를 알아갈수록 실존인물과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 간의 상동성은 그닥 중요치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벨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제발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을까? 늘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침묵을 고수하는 작품 전반적인 흐름과 달리, 그의 의도는 늘 냉철하고 때로는 신랄할 정도의 풍자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뮹
기억은 언제나 특정한 매개를 통해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체성은 개인의 직접적 체험이라기보다, 지리적 담론과 서술 형식이 개입된 결과로서의 재구성된 것이겠지요. 특히 마지막의 “~였을 것이다”라는 추정적 표현은, 이러한 기억이 확정된 재현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며, 기억이란 결국 확실성과 추정이 교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코뮹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주 분량 안내 드립니다.
2주차(4/20-26): 외국에서(p. 35-132)
시간 내어 읽으시고 자유롭게 참여 부탁 드려요.ᐟ
꽃의요정
헉...왜 저한테는 이 게시판이 안 떴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에서야 보였어요. 당장 읽어야겠어요!
밥심
저도 지난주 목요일에야 발견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꽃의요정
저도 오늘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을 읽었는데, 하하하 모두들 두 번 읽으셨다니~ 지하철에서 졸다 읽다가 해서 저만 두 번 읽은 줄 알았어요. 전 뭔가를 전하려는 의도는 생각 안 하고, 내용에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며 읽었습니다. 사실 소설 읽을 때 그렇게 의미를 두고 읽지 않아서요. 인생에도 별 의미를 두지 않고 현재만 즐기면 살자주의라서 그런 거 같아요. 책도 읽는 순간이 너무 즐거워 항상 읽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발트 씨가 스탕달을 그리는 방식이 특이해, 역시 제발트를 연발했습니다. 처음엔 전쟁으로 시작했다 사랑하는 여성들의 이름들까지...신선했어요.
오벽
저도 수능 언어영역 식으로 작가가 의도한 주제의식이라던지 의미에 대해 더이상 집착하지 않는 편입니다. 작가가 그려놓은 세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밥심
저도 그렇게 맘 편히 읽고 싶지만 제발트의 소설은 왠지 그렇게 읽으면 안 될것 같은 강박관념에 빠진 듯 해요. 그나저나 첫 번째 소설은 짧기나 했지 두 번째 소설은 100여 페이지나 되는데 역시나 두 번 읽어야 할 것 같아 난감합니다.
오벽
“ 이런 한밤중에도 소각을 하느냐고 묻자 말라치오는 대답했다. 네 항상요. 끝없이 태우지요.
(중략)
말라치오는 다시 한번 손을 흔들더니 이렇게 외쳤다. 예루살렘에서 다시 만나요. 배가 꽤 멀리 나간 다음, 그는 또 한번 크게 외쳤다. 내년에는 예루살림에서!
(중략)
말리치오는 무슨 의미로 예루살렘에서 만나요라는 말을 했을까. 나는 그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보려고, 그의 눈동자만이라도 기억해내려고 헛되이 애를 썼으며, 거리에 바로 오늘 한번 더 나가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지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더욱 자리에서 꼼작할 수조차 없게 될 뿐이었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62~67, 말라치오와의 여정에서,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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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작가는 직접적으로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않는다. 인상과 이미자들을 흩뿌려놓고,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연상과 의식의 흐름에 서사를 내맡긴다. 소각과 예루살렘의 이미지에서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오벽
“ 그러다 우리의 눈길이 허공에서 마주칠 때면, 그녀는 매번 마치 무엇인가를 실수하다 들킨 사람들처럼 웃었다. (p.94)
(중략)
그러다 한번 종이 한 장을 다 채운 그가 고개를 들고 잉크 건조용 모래가 든 병에 손을 뻗는 찰나,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기는 했으나 그 순간만큼은 아주 완벽하고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졌기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잠시 중단했던 내 일에 전념할 수가 있었다. (p.119) ”
『현기증.감정들 (양장)』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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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작가 자신이 화자가 되는 이 장에서, 그는 여행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상호작용합니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는 그 어떤 마술적 순간에서만. 진실된 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또북
“ 내가 타고 온 기차는 점점 멀어져 시간이ㅡ적어도 내 생각에는ㅡ 영원의 절반 정도 흐른 뒤에 결국 서쪽으로 달아나는 조그만 점이 되어 사라졌고, 역사만이 한낮의 눈부신 섬광 아래 덩그러니 홀로 남았다. 앞으로 쭉 뻗은 선로는, 적어도 인간의 시선이 미치는 한에서는 약간의 구부러짐도 없이 완벽한 직선으로 곧장 지평선을 향해 있었으며, 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85,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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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 출발 시각인 한시 이십 오분을 조금 남겨농고 열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소년의 얼굴은, 가슴이 철렁할 만큼 놀랍게도, 한창 자라사던 청소년기 카프카의 사진 속 모습과 대단히 흡사했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87-88,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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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하지만 모든 예술과 아름다움의 진정한 티탄은 다름아닌 우리 인민들이며, 다른 모든 것은 단지 피그미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피그미라는활자에서 오랫동안 눈을 멜 수 없었다.
『현기증.감정들 (양장)』 p.118,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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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또북
이번 <외국에서>는 저의 이해력 부족인지 읽고도 내용 이해가 가지 않아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고 검색도 해보고 그랬던 부분입니다🤣 1980년 여행vs1987년 같은 장소로의 여행이더라구요. 오스트리아 빈,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로나, 리바 이렇게 4개의 지역이 나오고 다시 칠 년 뒤에 같은 장소를 여행하는 게 내용인데, 큰 틀로 보니 이번에는 시간의 대조로 이야기를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을 그렇게 강조, 반복하는게 아니다보니 자칫 흐름놓치면 내용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렉 이건 <잠과 영혼> 하드SF의 정수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since 1966년, 좋은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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