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도 그동안 단 한 번도 원형극장의 공연을 본 적이 없어요. 그 대신 여기, 오페라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극장 바깥의 피아차 브라 광장에 앉아 있는 거죠. 오케스크라의 음악도, 합창대의 노래도, 가수의 목소리도 전혀 들려오지 않는 이곳에요. 그 어떤 음색도 없는 곳이죠. 나는 그렇게 일종의 무성 오페라를 감상하는 거에요.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28,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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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이 소설은 네 편의 단편소설 또는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는데, 각 부분을 별도로 이해해서는 전체적으로 윤곽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외국에서>를 읽고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를 읽고 연이어 <K 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향>을 읽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읽어봐야 이 소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분명한 것은 <이민자들>에서도 느꼈듯이 제발트는 별 것 아닌 풍경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묘사를 하되, 거기에 감정, 의식의 흐름 등이 녹아있어서 함부로 흉내내기 어려운 문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떠한 의미 부여 없이 문장 자체에 빠져보는 것도 그의 소설을 즐기는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인용하 는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귀향>까지 읽어보고 판단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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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밥심님의 대화: 이 소설은 네 편의 단편소설 또는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는데, 각 부분을 별도로 이해해서는 전체적으로 윤곽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외국에서>를 읽고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를 읽고 연이어 <K 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향>을 읽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읽어봐야 이 소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분명한 것은 <이민자들>에서도 느꼈듯이 제발트는 별 것 아닌 풍경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묘사를 하되, 거기에 감정, 의식의 흐름 등이 녹아있어서 함부로 흉내내기 어려운 문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떠한 의미 부여 없이 문장 자체에 빠져보는 것도 그의 소설을 즐기는 한 방법인 것 같 습니다.
<외국에서>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인용하는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귀향>까지 읽어보고 판단해보려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외국에서>를 읽고 뭔가 써보려했는데, 제발트에 대해 일반론적인 내용 밖에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저도 <K박사..> 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벽
“ 나는 이어서 말했다. 과거에서 끌어올린 그림들을 더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그것들이 내가 기억한 대로 흘러갔던 것인지가 더욱 모호해질 뿐이라고, 왜냐하 면 과거에 속한 그 무엇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경악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
『현기증.감정들 (양장)』 P.199,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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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꿈속에서 문득 든 생각은, 나는 앞으로 저 산을 결코 넘지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나의 왼편으로는, 그야말로 현기증이 일어날 만큼 까마득한 심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기증.감정들 (양장)』 p.243,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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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벽
오벽님의 문장 수집: "꿈속에서 문득 든 생각은, 나는 앞으로 저 산을 결코 넘지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나의 왼편으로는, 그야말로 현기증이 일어날 만큼 까마득한 심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기증' 이라는 제목이 이 구절에서 나오네요. 다른 작가라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제발트라서 단어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혹시 다른 페이지에서도 이 단어가 나온적이 있나요?
오벽
'현기증'을 관념적인 은유나 심리적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나 주변 공간에 대한 왜곡된 신체 감각을 느끼는 증상이라고 본다면,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관통하고 서로 묶어주는 문학적 일관성을 느끼게 됩니다.
화자는 각각의 인상이나 이미지에서 그리고 고유명사와 지명들에서, 그것들이 불러내는 다른 시간과 공간의 감각과 마주합니다. 각 장들의 많은 부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복잡하게 지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벨, 리바 호수, 베네치아, 카사노바, K박사, 사냥꾼 등 많은 단어들이 나타나며 이미 읽었던 내용들을 상기시키고 이후에 나올 내용들을 암시합니다. 마치 술자리 게임에서 여러 개의 손가락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공허히 서로를 가르키는 조용한 순간을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의 상호참조는 필연적으로 기억의 왜곡을 가져옵니다. 기억 자체가 우연하게 나열된 이미지들에 일관성과 인과성을 부여하는 정체성 형성의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면, 기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믿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 다.
밥심
오벽님의 대화: '현기증' 이라는 제목이 이 구절에서 나오네요. 다른 작가라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제발트라서 단어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혹시 다른 페이지에서도 이 단어가 나온적이 있나요?
일단 88쪽에 나오긴 합니다.
‘심장이 가쁘게 뛰었고, 차를 탈때마다 멀미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처럼, 다시금 그와 유사한 까마득한 현기증이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오벽
밥심님의 대화: 일단 88쪽에 나오긴 합니다.
‘심장이 가쁘게 뛰었고, 차를 탈때마다 멀미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처럼, 다시금 그와 유사한 까마득한 현기증이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앗 다시 책을 펼쳤는데 101쪽에도 나오네요
"그러나 이러한 현기증날 만큼 행복한 느낌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으며, 금방 이성을 되찾아 루치아나에게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오벽
이 책이 그가 출판한 첫 번째 산문이라고 한다면, '귀향' 이라는 테마로 책이 마무리되는 것도 의미심장 합니다. 대부분 그의 산문들이 삶에 대한 진부한 은유인 '여행' 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생각할 때, 작가의 시작인 남부독일 고향으로 갔다가, 이민자로서 또 다른 삶의 터전인 영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영원한 윤회이자, 정착하지 못하는 고독한 삶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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