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

D-29
"에퀘피!"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였다. 오콩코의 첫 부인인 은워예 어머니였다. "저 말이에요?" 에퀘피가 크게 대답했다. 그것이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결코 "예."라고 대답하지 않는데, 악귀가 부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아마도 이그보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름을 부른다는 게 그저 단순히 누군가를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영혼까지도 부르는 것이라는 의미인가 봐요.
113p에서는 조셉이 오비에게 결혼 문제를 얘기하며 한 손가락에 기름이 묻으면 모든 손가락이 더럽혀진다고 충고와 걱정의 의미로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오비에리카는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여신의 뜻이 이루어진 다음, 그는 자신의 오비에 앉아 친구의 불행을 슬퍼했다. 왜 본의 아니게 저지른 잘못으로 이렇게 심한 고생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은 없었다. 생각이 더욱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는 내다 버린 자신의 쌍둥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대지의 여신이 쌍둥이는 대지에 대한 모독이므로 없어져야 한다고 명했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들이 위대한 여신을 거역하는 것에 대해 엄정한 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여신의 저주가 명을 어긴 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온 땅에 퍼져 나간다는 것이었다. 어르신들은 손가락 하나에 기름이 묻으면 네 손가락으로 번진다고 말하곤 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5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130p에서는 솔개 가족이 오리와 암탉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이전 작품에서 나오는 속담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죽이지 말게. 아바메 남자들이 바보였구먼.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있었는가?" 그가 다시 이를 갈더니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 주는 이야기를 했다. "한번은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먹이를 가져오라 심부름을 시켰지. 딸이 가서, 오리 새끼를 가지고 돌아왔네. '잘했다.'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말했지. '그런데, 네가 내려가 새끼를 낚아채자 어미 오리가 뭐라 말하더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걸어가던데요.' 어린 솔개가 말했지. 그러자 '오리 새끼를 돌려주어야겠다. 그런 침묵 뒤엔 불길한 뭔가가 있지.'라고 어머니 솔개가 말했지. 그래서 딸 솔개는 오리 새끼를 돌려주고 대신 병아리를 가져왔지. '병아리 어머니가 어떻게 하더냐?'라고 어머니 솔개가 물었다. '울고 소리를 지르며 내게 욕을 했어요.'라고 아이 솔개가 대답했지. '그렇다면 병아리를 먹어도 되겠구나.'라고 어머니가 말했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무서울 게 전혀 없지.' 아바메 남자들은 바보였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6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모든 방문객이 돌아가자 어머니가 다가와 오비를 껴안으며 그의 목에 두 팔을 둘렀을 때 그의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솟아났다. 이후로 오비는 돌로 만든 목걸이와도 같이 어머니의 슬픔을 목에 걸고 다녔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85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내가 벌떡 일어나 '아버지, 난 더 이상 아버지가 믿는 하나님을 믿지 않아요.'라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오비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만일 자기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그저 궁금했다. 오비는 종종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마찬가지로 몇 주 전 런던에서도 오비는 이런 상상을 했다. 아프리카 학생들을 앞에 놓고 중앙 아프리카 연방이라는 정치 기구에 대하여 강연하던 말솜씨 좋은 하원 의원에게 혹시 자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꺼져 버려, 이 형편없는 위선자들아!" 하고 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무척 궁금했다. 하기야 이건 아주 똑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오비의 아버지는 열렬하게 하나님을 믿었지만 말솜씨 좋은 하원 의원은 그저 형편없는 위선자에 불과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87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화제로 지정된 대화
클라라를 만나고 그녀와 교제를 시작하지만 오비의 교육과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오수'라는 사회적 인식과 제약마저 뛰어넘지는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집니다. 또한 우무오피아 곳곳에서는 보다 나은 경제적 기회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부정한 수법과 뇌물을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1) 8장에서 우무오피아 진보연맹의 회장은 오비와 클라라의 결혼이 바람직하지 못하며, 마을과 공동체가 이를 바로잡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말합니다. 이로 인해 오비는 연맹과 관계가 틀어지고 그가 준비했던 지출 계획도 틀어지는데요. 여러분은 둘 중 어느 쪽의 언사와 조치가 더 부적절했다고 보시나요? 연맹이 오비의 개인적 문제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오비가 연맹의 모든 지원을 받은 처지임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너무 섣불렀다고 생각하나요? 2) 9장에서는 유학을 위해 장학금을 신청하려는 한 소녀의 처지가 나옵니다. 오비는 소녀의 실력으로 공정하게 승부하면 될 것이라며 어떤 도움도 거절합니다. 클라라는 나중에 이를 보고 오비가 너무 엄격하게 대처했으며 차라리 돈을 받는 게 몸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덜 나쁘다고 말하는데요. 클라라의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1) 사랑이라는 문제에 있어 오비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연맹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소설의 가장 큰 핵심은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고 느꼈습니다. 작가는 부정부패도, 악습도 한 번에 척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들의 불가피한 비극에 초점을 맞췄고요. 오비의 문제는 자신이 교육을 받은, 계몽된 입장에서 우무오피아와 사람들을 판별하려는 태도 같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나 오비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당황스럽지만 우무오피아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사회현실이 당연한 현상이죠. 제가 보기에 오비는 성급했습니다. 클라라와 사랑하는 문제는 개인의 감정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그가 가족이나 연맹에 보여주는 태도는 상대편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에 너무 급진적이죠. 연맹의 입장에서는 회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돈을 십시일반 하여 이권을 위해 투자했는데 그 인재가 정작 자신들의 편의를 '공정성'과 '청렴'을 이유로 퇴짜 놓는 모습에서 실망이 컸을 겁니다. 오비가 어울리고 대화하는 사람들의 많은 이들이 현대적 교육과 생활양식에 적응한 지식인과 정치인들이지만, 그런 사람들과 주로 엮이고 그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게 오비의 패착일 겁니다. 그는 정작 자신을 둘러싼 훨씬 많은 우무오피아의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으니까요. 서는 곳이 다르면 보는 풍경도 다르다는 말처럼 각자가 처한 여건의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는 시대의 비극이 개인에게도 되풀이되는 구도입니다.
2) 이후의 장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오죠. 수집 문장에도 올려놨지만 176~178p에 걸쳐서 오비가 수녀원의 아가씨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크리스토퍼는 뇌물의 영역에서 돈과 하룻밤을 보내는 문제를 비교하면서 돈은 누군가의 재산이 감소하는 반면 성적 대가는 그럴 일이 없으니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논리로 말하고요. 책에서는 뇌물과 부정한 방법으로 목표를 이루는 수단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합니다. 클라라나 크리스토퍼의 태도는 사회적 출세를 통한 성공이 1순위인 환경과 사회 분위기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들은 물질적 혜택을 제공해서라도 원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돈을 주는 것이 손해라는 그들의 인식은 정직한 노력이나 순결함이라는 가치가 별 볼 일 없어진 우무오피아를 대변합니다. 하지만 그게 이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거의 후반부에서 오비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게으름이나 휴가에 대해 지적하는 백인들에게 반박하죠. 애초에 사회의 좋은 자리 대부분을 백인과 기득권이 차지한 상황에서 얼마 없는 화이트칼라와 상류층의 자리를 놓고 흑인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의 문제점도 얘기하고요. 게임이 공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게임의 규칙 그리고 보상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껴야 하죠. 흑인들 다수가 진출할 수 있는 위치는 바늘구멍과도 같고, 경쟁이 극도로 치열하다면 노력과 실력만으로는 남보다 앞서는 데 한계가 오게 됩니다. 구조적 압력이 치열해지면 자연스레 참여자 중에서는 경쟁보다 효율성이 좋은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런 유혹은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목표를 이룬다면 그것도 능력이다.' 라는 왜곡된 능력주의로 합리화 하게 됩니다. 오비는 이런 시각과 우무오피아의 분위기에 맞서는 지식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위치에 올라갔기에 능력주의에 기초해 개인의 노력을 중시하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혜택이나 개입이 작동해서는 안된다는 가치관을 가졌죠. 정말로 노력하고 재능이 있다면 굳이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원리원칙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오비가 과연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만으로 출세했는지는 의심도 들더군요.) 하지만 오비의 '공정에 기반한 능력주의'는 사회문제를 개인으로 한정하게 되죠. 그의 역할은 장학관으로서 자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국가 지원을 받아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기 동포들의 많은 사람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비는 동포를 위해 교육을 받으러 다녀왔건만 이제 오히려 대다수의 동포를 걸러내고 경쟁에서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직업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오비의 위에는 백인 그린 씨가 자리를 잡고 있고, 보다 위에는 과거 그런 백인들이 만들어 놓고 간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고요. 오비는 공명정대할지 몰라도 그 공정성은 백인들의 체제 안에서 작동할 뿐이며, 결국 기존의 공정하지 못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또 하나의 축에 불과하게 됩니다. 백인도, 기득권도 아니며 그렇다고 완전히 전통적인 우무오피아 사람도 아닌 오비는 이 간극 사이에서 계속 방황할 수밖에 없게 되죠. 클라라의 의견은 옳지 않지만, 당시 우무오피아에서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11장에서는 high-life라는 장르의 음악에 맞춰서 신나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책에 나오는 Gentleman Bobby라는 노래를 들어보니 정말 좋네요! (https://youtu.be/OBkf5iL4WsM?si=BeBvfm_B5lwkwgnv)
링크 공유 감사합니다! 하이라이프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가 싶었는데 몇 곡 들어보니 이해가 되네요. 책을 읽을 때 저는 좀 더 무겁고 진중한 재즈풍이 상상되었는데 훨씬 경쾌하고 에너지가 튀어오르는 노래네요. 다른 나이지리아 하이라이프 음악들도 모은 플레이리스트가 있어 가져와 봅니다. 오비가 처음 영국에서 집으로 들여보낸 여성이 로우라이프를 언급한 건 꽤 그렇고 그런 농담이었군요 ㅎㅎ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YnYIhbO2Pi-3Tk0y38ApRZgqqY-7FkY2
@여우는 @은화 음악 감사합니다! 잘 듣고 있어요.
암흑의 핵심에, 기묘한 종교 의식이나 입에 담기도 무서운 관습을 수행하는 야만적인 부족민들에게 빛을 가져다주겠다는 이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아프리카는 그를 배반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5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11장에서 언급하는 '암흑의 핵심'은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작 '어둠의 심장'(Heart of Darkness)을 의미하기도 하죠. 실제로 국내에서도 <암흑의 핵심>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기도 했고요. 치누아 아체베 작가는 콘래드의 이 작품에 비판적이었는데 그린 씨에 대한 오비의 판단도 그 연장선 같습니다.
어둠의 속폴란드 태생의 영국 작가 조셉 콘라드의 대표작. '인간성을 상실한 서구 제국주의의 위선을 파헤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시대를 앞지른 문제의식, 주제에 어울리는 이미지, 짜임새 있는 구성, 시적인 문체를 보여주는, 콘래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다.
암흑의 핵심
어둠의 심장폴란드 태생이지만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작. 시인이자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영문학 번역가인 황유원이 ‘어둠의 심장’이란 좀 더 자연스러운 제목을 붙였고, 또한 오늘날의 독자들이 깊고 짙은 콘래드 문체의 숲을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새롭게 번역했다.
치누아 아체베가 조지프 콘래드는 철저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대놓고 비난했던 <어둠의 심연>에 대한 비평 에세이 (An Image of Africa: Racism in Conrad's Heart of Darkness) 전문은 다음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어요 : https://msuweb.montclair.edu/~furrg/pursuits/xachebehod.html 콘래드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언어와 개성을 부여하지 않고 그들을 한 유럽인의 정신 붕괴를 위한 배경으로 전락시켰다는 내용입니다. 콘래드가 아프리카를 유럽 문명의 원시적 대립항(문명의 빛을 돋보이게 하는 야만의 어둠)으로 위치시키고 있는데, 치누아 아체베는 이러한 서구의 병적 심리 상태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자신의 도덕적 추악함과 인종적 편견을 아프리카에 투사한다는 주장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둠의 심연>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이 독서모임에서 이전에 읽으셨던 대화기록이 있네요. 치누아 아체베가 맹비난한 작품이니, 나중에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는 콘래드가 철저한 인종차별주의자라기 보다는 우위에 선 무지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차별을 당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종종 범하는 오류랄까요...제국주의 국가의 백인이란 이유로 조금은 과장되게 비난한 거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링크 감사해요! 나중에 시간을 두고 번역해서 보겠습니다.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세부적인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어둠의 심연>에서는 흑인이 지나가는 배경 정도로만 등장할 뿐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백인이었던 거로 기억해요. 아프리카의 어느 거대한 강을 따라 상류까지 다녀와 봤던 항해 선원 '말로'가 승객인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시절을 회상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따라서 책의 중심내용과 시간대는 기본적으로 과거형이죠.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조지프 콘래드가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로서는 객관적으로 작품을 썼다고 봅니다. 물론 아프리카나 그곳에 사는 밀림 속 흑인들을 두려움의 대상, 열병과 말라리아와 어둠이 가득한 땅으로 묘사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차별적이거나 경멸하는 태도가 깊게 묻어 나오지는 않는 느낌이었거든요. '말로'를 통해 비치는 콘래드의 묘사와 시선은 차별보다는 당시 서구인이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무지에 따른 두려움 그 자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서구권이 '문명'과 '사명'이라는 명분으로 스스로 정신무장과 세뇌를 하고 들어가 헤집고 돌아다니며 아프리카를 유린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느끼는 건 제가 서구권이나 아프리카의 문화권이 아닌 제3자이며, 당시의 시대상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이기에 몰입감이 다른 걸 수도 있겠고요. 요약해서 적어주신 아체베 작가의 지적도 이해가 됩니다. <어둠의 심연>에서는 아프리카가 문명이라는 허울 아래 가려진 인간 본연의 폭력성과 야만성이 살아 숨 쉬는 날 것의 공간으로 묘사되는데 이게 오늘날의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일방적인 묘사라 불쾌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도 조지프 콘래드는 시대와 문화, 인종이라는 필터를 한꺼풀 끼고 살 수 밖에 없는 개인으로서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묘사하려 했던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군인들은 거대한 세상을 직접 목격한 영웅들이었다.그들은 아비시니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미얀마 등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 중 일부는 마을에서는 무능한 낙오자들이었는데 이제는 영웅이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26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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