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하다고 하는 이보 사람들은, 심지어 작은 질병 하나도 걸리지 않은 사람이 수천 명이나 있는데 음낭에 상피병이 걸린 사람에게 천연두까지 걸리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속담을 만들어 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건 옳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난다. "세상사가 다 그런 거지, 뭐."라고 그들은 말한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146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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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그린 씨가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건 분명하지만 단지 어떤 일부만이었다. 심부름꾼 찰스의 아프리카, 그의 집에서 일하는 정원사의 아들이나 집사 아들의 아프리카뿐이었다. 본래 그가 이곳에 올 때에는 분명 가슴에 어떤 이상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암흑의 핵심에, 기묘한 종교 의식이나 입에 담기도 무서운 관습을 수행하는 야만적인 부족민들에게 빛을 가져다주겠다는 이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아프리카는 그를 배반했다. 인간 제물로 그득한 그의 사랑하는 오지는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성장(盛粧)한 채 말을 탄 성(聖) 조지는 있는데, 도대체 용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1900년이었다면 아마도 그린 씨는 위대한 선교사 대열 속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1935년이었다면 학생들 앞에서 교장의 뺨을 때리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1957년에는 단지 악담을 퍼부을 수 있을 뿐이었다.
섬광처럼 번득이는 통찰력으로 오비는 졸업하기 위해 읽었던 조셉 콘래드의 소설이 기억났다. "간단하게 의지를 행사하여 실제로 우리는 거침없이 선을 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건 소설의 등장인물인 커츠가 암흑의 심장이 그를 삼키기 전에 한 말이었다. 나중에 그는 "짐승 같은 놈들을 모두 다 없애 버려라."라고 써 놓았다. 물론 이건 아주 유사한 예는 되지 못했다. 커츠는 암흑에 굴복했지만 그린은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새벽에 스스로를 희생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시작과 끝은 상당히 유사했다. 이런 분석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흐뭇해진 오비는 '그린 씨와 같은 사람들이 이 세기에 겪고 있는 비극을 다루는 소설을 꼭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155-156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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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갑자기 오비는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슨 물의 낭비란 말인가. 대서양의 아주 작은 부분만 가지고도 사하라 사막은 무성한 초원으로 바뀔 것이다. 가능한 최상의 세상이란 말은 이제 그만하자. 여기는 과잉이 고 저기는 전혀 없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46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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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그렇습니다. 진정한 비극은 결코 문제가 해결되는 법이 없지요. 영원히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지요. 전통적인 비극은 너무나 쉬워요. 영웅은 죽고 우리는 감정의 정화를 느끼게 됩니다. 진정한 비극은 W.H. 오든 의 말을 인용하면 깨끗하지 못한 모퉁이 같은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합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63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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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정말 현실세계에서 문제가 잘 해결되는 법은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학폭 직전까지 갔던 문제 때문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다같이 모여서 얘기하는데....한 부모님께서 본인이 원하는 방식 -> 가해자가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모두에게 사과한다. 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임 자체가 무의미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피해 아이들은 부모들과 가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의 부모들이 만나서 이야기 한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졌다는 반응이었거든요...
무엇이 과연 옳은 걸까요....그것 때문에 모임을 주최한 제가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심지어 가장 피해가 컸던 학생은 가해자 학생과 다시 놀고요(그 아이의 부모님은 모릅니다. 저희 아이 제보). 그 아이 부모님 말로는 아이가 악몽에 시달리고, 가해자 아이한테 전화만 와도 큰 일 난 것처럼 전화받고 했다는데...저희 아이도 그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다시 노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합니다;;;
은화
현실의 문제 대부분이 그렇지만 더 큰 갈등이나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재의 수준에서 타협을 하고 봉합하는 것과, 끝까지 발본색원을 해서 재발을 방지한다는 것은 모두 어느 쪽이든 쉽지 않죠...
전자대로 하면 결국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갈등의 씨앗이 또 다시 터져나올 수도 있고요. 후자대로 하면 또 거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확실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고집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집이나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고..
사실 학생들 또래관계만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관계성이라는 건 모순적이죠. 마치 어른들도 사회생활 때문에 어울리거나 마주하기 싫지만 결국 엮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 아이도 가해자 아이와 어울려야만 하는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꽃의요정
완독했는데 꼭 다시 1장을 읽어 봐야겠네요.
1장이 시작이 아니고 끝이었다니!
꽃의요정
“ 그들이 지금 우무오피아로 와서 훌륭한 대화술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이 여기로 와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친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의 지배하에서도 여전히 삶의 즐거움이 파괴되지 않은 채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남녀노소를 직접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77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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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이전에 클라라가 조셉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오비는 그녀의 강도 높은 증오심을 보고 때로는 경악했고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이제 조셉은 미꾸라지같이 잘 빠져나가서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고 남의 행운을 시샘하는 사람이었으며 심지어는 오비를 해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133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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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크리스토퍼가 제대로 된 영어로 말하는가 아니면 '엉터리' 영어로 말하는가 하는 것은 무슨 말을 하는가, 어디서 말하는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가에 달려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은 대부분의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적용되는 말이지만, 특히 토요일 밤에는 한층 더 그랬다. 하지만 크리스토퍼의 경우에는 이중적인 유산과 이런 식으로 타협하는 일에 다소 특출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6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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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작품에서 자주 반복되는 소재였던 언어의 사용(영어, 이보어)이 다시 한 번 언급되는군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히 메세지의 전달을 넘어 화자가 상대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는지 또는 어떻게 보이고 인식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걸 짚습니다.
이 작품에서 영어는 이보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상, 즉 서구적인 관념이나 개념을 설명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동시에 나이지리아에 서구적 요소가 융화되지 못한 채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라고스/우무오피아의 사람들은 계층이나 계급, 전통에 대한 사고관, 현대적 가치가 조화롭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한 공간에 묶여있다는 느낌을 주죠.
오비의 집안에 있던 하인들, 도시 곳곳에 묘사되는 하층민들의 삶도 그렇고 오비가 사용하고 인식하는 개념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음이 소설 전반에 걸쳐 반복됩니다.
은화
“ "만일 아가씨가 자네하고 잠자리를 같이 하겠다고 제외하면 그건 뇌물이 아니야." 크리스토퍼가 말했다.
"어리석은 소리 좀 작작 하시게." 오비가 대답했다. "자넨 정말로 고등학교를 갓 나온 후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녀의 약점을 이용하는 게 아무런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자넨 너무 감상적이란 말이야.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살라온 아가씨는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가 아니야. 빈칸을 적어 넣으라고 용지를 받아 든 한 아가씨의 이야기와 똑같다니까. 그 아가씨는 이름과 나이를 적어 넣었고 그러다가 성이라는 항목에 이르자 ‘일주일에 두 번’이라고 썼다는 거야." 오비는 큰 소리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76~17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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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렇지만 어쩌면 그 아가씨는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지 않은 사람이 적어도 단 한 명은 있었다고 기억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아가씨는 자네에게 성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77~17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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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뭘 알아냈지?"
"오수라는 거요."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결혼할 수 없는지 그 까닭을 나한테 물어보는 거냐?"
"저는 그런 점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기독교도잖아요." 깜짝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말은 어느 정도 효험이 있었다. 잠깐이긴 했지만 일시적으로 침묵이 흐른 다음 다소 부드러워진 어조로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 우리는 기독교도다."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오수와 결혼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성경 말씀에 그리스도 안에서는 종이나 자유인이나 아무런 차별이 없다고 했잖아요."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9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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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이삭 오콩코(은워예)는 아버지 오콩코에게서 벗어나 서구문물을 접했음에도 전통이 남긴 그림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전환기의 전형적 인물 같네요. 전작에서 그는 식솔이자 친국였던 이케메푸나를 죽이게 만든 아버지 그리고 가혹했던 전통사회를 거부하고 떠났죠.
어쩌면 이삭은 진짜로 기독교와 서구적 가치가 자신에게 맞거나 좋아서 받아들였다기 보다는, 전통에 적응하지 못해 제2의 대안으로 기독교를 택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 오콩코는 자기 아들이 물러터지고 약하다고 항상 걱정하며 못마땅하게 생각했죠. 차라리 이케메푸나나 다른 딸들이 아들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품곤 했고요. 이삭이 설령 마을과 가족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남아 살았더라도 이래저래 우무오피아에 녹아들 수 없는 경계선 밖의 인물이 되었을 거라고 봐요.
아이러니합니다. 전통이 싫어서 떠난 사람이 여전히 전통에 얽매여 있으니까요.
은화
"그렇지만 그 모든 게 바뀔 거예요. 십 년 후에는 지금과는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질 거예요."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9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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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유니스는 유일하게 집에 남아 있는 막내딸이었다. 요즘의 세상살이는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녀들은 늙은 부모가 사는 고향집을 떠나 돈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여덟 명의 자식이 있는 늙은 여인으로서는 힘든 일이었다. 강물이 있는데도 침을 뱉어 손을 씻는 격이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9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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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진다>는 권장 진도에 맞춰 읽었었는데,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두번째 주에 다 읽었거든요. 그러다보니 후반부에 토론 참여가 좀 부족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같이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신의 화살>까지도 기대됩니다!
은화
부정한 사회에서 양심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양심이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어떤 지위와 자리에 있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소설이었어요. 저도 제가 오비의 상황에 놓였더라면 뇌물을 받지 않고 양심을 지킬 수 있었을지 장담을 못하겠더군요.
돈이 돈을 번다는 말도 있지만, 반대로 돈이 돈을 잡아먹는 상황의 묘사도 기억에 남고요. 후반부로 가면 점점 시한폭탄이나 알람처럼 쉬지 않고 뭔가를 납부해야 하는 대목들이 나오는데 읽는 제가 숨이 막혔습니다. 경제적 지위나 수입이 늘어나도 그에 비례하여 지출도 늘어난다고 하죠. 다른 고향사람들이 보면 부러워 할만한 위치임에도 품위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가는 비용을 보며 오비가 경제적으로 쫓기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나중에는 그 경제적 위기가 정신과 마음상태, 타인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도 그랬고요.
36p의 대사가 이 책의 모든 상황을 가장 잘 요약하는 말 같습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뇌물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뇌물을 주지 않고도 곧장 꼭대기까지 올라가잖아. 그 사람들이 반드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아서 그런 게 아니야. 단지 그들은 고결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심지어 그런 식의 고결함도 습관이 될 수 있단 말이야."
한달간 참여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회차 모임에서도 뵙겠습니다!
그렉 이건 <잠과 영혼> 하드SF의 정수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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