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

D-29
오콩코는 일을 미적지근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인인 에퀘피가 염소 두 마리면 잔치에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그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가진 게 있으니까 잔치를 여는 게지. 강가에 살면서 침을 뱉어 손을 닦을 수는 없지 않아. 외가 사람들이 내게 잘 해 줬으니 감사를 표해야지." 그래서 염소 세 마리를 잡고 닭도 몇 마리 잡았다. 마치 결혼 잔치 같았다. 푸푸와 얌 죽, 에구시 수프, 비터잎 수프, 그리고 야자주 단지가 수도 없이 많았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94~19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책에 나온 속담이 계속 생각나서 퇴근하자마자 도서관에 들러 확인했어요. 오콩코가 꽤나 지출을 많이 했네요.
오, 이 속담을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 오콩코가 얘기했었군요. 올려주신 대목을 읽으니, 전작의 은워예가 혹시 이번 책의 이삭 오콩코(오비의 아버지)와 동일인물이 아닐까? 싶어지네요. 이삭 오콩코가 일찍이 기독교로 개종한 교리문답 교사였다는 것도 그렇고, “이 속담만 제외하고 아버지에 관한 모든 것을 거부했다”는 설명도 은워예를 떠올리게 합니다. “돈의 씀씀이가 헤픈 남편에게 아내가 항의할 때마다 남편은 자기 아버지가 즐겨 말해 주던 속담을 이용하여 니제르 강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침으로 손을 닦아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대꾸했다. 이 속담만 제외하고 아버지에 관한 모든 것을 거부했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p.21)
은워예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은워예가 중간에 들어가니 시간적으로도 얼추 맞아지네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 지나가듯이 여왕 폐하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는데 아마 엘리자베스 여왕을 말하는 것 같거든요. 읽다 보니 이번 작품은 배경이 상당히 시간이 지난 20세기로 보이는데 할아버지(전작의 오콩코)-아들(은워예)-손자(오비)로 대입해보면 비슷해집니다. 작가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단서를 달아놓은 것들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네요.
이 속담이 앞에서도 나오더니 뒤에서도 나오는군요.
우리나라 말로 비슷한 속담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는데 잘 떠오르지 않네요. 쓸 때는 써야 한다, 인색하게 굴지 말고 상황에 맞게 지출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 같은데 말이죠.
그들은 오비와 악수를 나누면서 연필을 사서 쓰고, 연습장을 사고, 여행길에 빵이라도 한 덩어리 사 먹으라고 이 사람이 1실링, 저 사람이 1페니, 오비의 손바닥에 선물을 쥐어 주었다. 적대적이고 고갈된 땅에서 풍부하지 못한 살림을 꾸려 가느라 남자와 여자가 해마다 힘써 일해야만 하는 돈이 아주 귀한 마을에서는 상당한 선물이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2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나이지리아라는 명칭이 오비에게 맨 처음으로 단순한 나라 이름 이상의 것이 된 것은 영국에서였다. 바로 그게 영국이 오비에게 처음으로 준 멋진 선물이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2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백인을 보게 되면,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해. 백인이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일이니까."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2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게 어떤 의미로 말한 문장인지 궁금하네요.
책 앞부분에 '아카라'(콩깻묵케잌)를 파는 부분이 있는데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아카라는 콩을 불리고 껍질을 벗겨낸 뒤 갈아서 반죽형태로 튀겨 만드는데요. 간단하게 간식이나 아침 식사로도 먹는다고 합니다. 안에 재료로 채썰거나 갈아넣은 양파와 고추를 넣는다고 하네요. 2번째 사진 중간의 소스 같은 건 '아카무'라고 하는데 곡물을 갈아 만든 푸딩 또는 죽 형태의 음식입니다.
그렇지만 오비가 돌아온 나이지리아라는 나라는 영국에서 머물던 사 년 동안 그가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그림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나 달랐다. 더 이상 인정하기 힘든 것들도 많았고, 또 라고스의 빈민굴과 같이 오비가 처음으로 목격하는 것들도 있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25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책에 라고스가 자주 나오는데 과거 1991년까지는 나이지리아의 수도였다고 하네요. 현재는 '아부자'가 수도로 국토 균형발전과 나이지리아 안의 다양한 부족들의 형평을 위해 옮겼다고 합니다. 1950년대의 라고스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사진은 칼라로 복원된 것 같네요.)
라고스(Lagos)는 포르투갈어로 호수를 뜻하는데, 아프리카 서부 해안의 기니 만을 접하고 있는 해안의 항구도시라서 과거부터 노예무역을 통해 번성한 도시였습니다. 이전의 수도이기도 했던 만큼 인구와 경제가 집중되어 있고 현재도 나이지리아의 최대 도시라고 하네요.
오비는 살이 썩는 냄새가 강하게 올라오는 활짝 열린 빗물 배수관 가까이에 자동차를 주차시켜 놓았다. 택시에 치인 게 분명한 개의 잔해였다. 라고스에서는 어째서 그토록 많은 개들이 자동차에 치여 죽는지 오비는 이상하게 여기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던 운전수가 일부러 개 한 마리를 치는 것이었다. 대경실색한 나머지 오비는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지 물었다. “행운 때문이죠.” 운전수가 말했다. “개들 새로 산 자동차에 행운 줘요. 그렇지만 오리 달라요. 혹시 오리 치면 사고 당하거나 사람 죽여요.”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29,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오비는 라고스에서 자동차를 몰고 차를 몰고 자기 집으로 오면서 한 나라 안에 있는 두 도시의 서로 다른 모습에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 야자나무 열매 속에 얇은 벽으로 나뉘어 있는 두 개의 핵이 연상되었다. 때때로 둘 중 한 핵은 검게 윤기가 흐르며 생생했지만, 다른 하나는 생기 없이 흰색 가루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32~3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뇌물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뇌물을 주지 않고도 곧장 꼭대기까지 올라가잖아. 그 사람들이 반드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아서 그런 게 아니야. 단지 그들은 고결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심지어 그런 식의 고결함도 습관이 될 수 있단 말이야.”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3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그들은 으깬 얌과 에구시 수프를 손가락으로 먹고 있었다. 교육을 받은 제2세대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옛날처럼 으깬 얌과 카사바 가루로 만든 음식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고 있었다. 그렇게 먹는 게 한층 더 맛있다는 합당한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은 제1세대들만큼 '미개인'이라 불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더욱 당당한 이유도 있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3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전작에서도 그렇고 이번 작에서도 이보족의 식사 메뉴가 자주 나오는데요. 에구시 수프와 더불어 비터잎 수프(오페 오누브)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입니다. 비터잎 수프는 기호에 따라 생선이나 고기(주로 천엽이나 소껍질)를 넣어 끓이는데 쓴 맛이 나는 잎파리인 오누브를 넣어서 만드는데요. 쓴 맛을 제거하기 위해 충분히 오래 씻어 손질합니다. 수프를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 이보족은 뿌리식물의 일종인 코코얌 또는 카사바를 야자유를 넣고 빻거나 갈아서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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