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case No Appeal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에 나이지리아의 댄 풀라니(Dan Fulani)라는 작가가 낸 소설도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법정 변호사 준비를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간 테오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돌연 그는 결정을 뒤바꿔 자기 고향의 족장 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옵니다. 당연히 고향에서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격던 테오는 어느 날 집에서 하인을 고용한 뒤로 삶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합니다. 이 하인은 나이지리아의 토착 주술을 주인에게 걸었는데 그 영향으로 테오의 아내는 의문사를 당하고, 자식들은 범죄에 빠져들며, 마을 주민들은 잊혀진 옛 주술신앙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내용인데요.
<더 이상 평안은 없다>가 1960년에 나온 작품임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치누아 아체베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생각도 드네요. 영국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유망한 직업을 위해 유학을 다녀온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플롯도 비슷하고요.
https://www.hachette.co.uk/titles/dan-fulani/hodder-african-readers-gods-case-no-appeal/9780340940372/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
D-29

은화

향팔
오, 원서 문장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그대로 번역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각주로 간단히 부연 설명을 달아주고 말이죠.)

은화
“ 자신을 어떤 유형의 사람으로 오비가 생각하는지 그린 씨가 알고 모르고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사실 그린 씨는 알아야만 했다. 하지만 앞잡이를 통해 그런 사실이 알려지게 할 생각은 없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25~12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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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청렴결백하기는 아주 쉬웠다. 그저 "아무개 씨,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이런 논의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되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3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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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대학 학위는 현자의 돌이었다. 대학 학위 하나가 일 년에 150파운드를 받는 3급 사무원을 570파운드 연봉에 자동차를 굴리고 보잘것없는 집세를 내면서도 사치스러운 가구가 비치된 구역에서 살아가는 고급 공무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실제로 봉급이나 문화적 설비의 불균형이 단지 이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유럽인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실제로 유럽인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일반 대중의 위치에서, 칵테일파티에서 "요즘 자동차가 잘 굴러가는가?"라는 한참을 나누는 엘리트 그룹으로 신분 상승하는 것이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36~13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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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결국 돈을 제공하는 것은 몸을 제공하는 것만큼은 나쁘지 않잖아요. 하지만 당신은 그 아가씨한테 마실 것도 주고 시내까지 자동차로 태워다 주었잖아요." 클라라는 깔깔대고 웃었다. "이 세상이 다 그런 거지요."
오비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4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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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들은 오비를 영국에 보내기 위해 800파운드를 모금하느라 잔인할 정도로 과도한 회비를 지불했었다. 어떤 회원은 한 달 수입이 5파운드도 되지 않았다. 오비의 한 달 수입은 거의 50파운드였다. 그들에게는 아내도 있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도 있지만 오비에게는 아내나 자녀가 없다. 20파운드를 지불하고 나면 그에게 30파운드 정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가 받는 이자만도 일부 사람들의 봉급만큼 될 것이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4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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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하지만 그들이 알지 못했던 것은 훌륭한 엘리트 가운데에 자기 친족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땀과 눈물로 고생한 그들이 그 사람이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구성원끼리 서로 인사를 나눌 때 "요즘 자네 자동차는 잘 굴러가는가?"라는 말을 주고받는 상류 클럽의 일원으로 만들어 놓은 후에 설마 그들은 기가 막히게도 오비가 "미안해요. 하지만 제 자동차는 요즘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보험료를 지불할 돈이 없거든요."라고 대답하리라 기대했겠는가?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p.14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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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책을 읽다 보면 이전 작품에서 나왔던 속담이 자주 나오는데 오늘 도서관에 들러 몇몇 부분을 더 찾아봤습니다. 95p에서 오비가 가족을 방문했을 때 그의 언니 아그네스가 아이 이름을 먼저 부르지 않고 데려가려 하자 잔소리를 하는 대목이 있죠. 이때 오비는 아이를 갑자기 데려가면 잠에서 깨기 전에 몸으로 영혼이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하는데요. 뭔가 익숙해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은화
“ "에퀘피!"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였다. 오콩코의 첫 부인인 은워예 어머니였다.
"저 말이에요?"
에퀘피가 크게 대답했다. 그것이 바깥에서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결코 "예."라고 대답하지 않는데, 악귀가 부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5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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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아마도 이그보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름을 부른다는 게 그저 단순히 누군가를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영혼까지도 부르는 것이라는 의미인가 봐요.

은화
113p에서는 조셉이 오비에게 결혼 문제를 얘기하며 한 손가락에 기름이 묻으면 모든 손가락이 더럽혀진다고 충고와 걱정의 의미로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은화
“ 오비에리카는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여신의 뜻이 이루어진 다음, 그는 자신의 오비에 앉아 친구의 불행을 슬퍼했다. 왜 본의 아니게 저지른 잘못으로 이렇게 심한 고생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은 없었다. 생각이 더욱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는 내다 버린 자신의 쌍둥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대지의 여신이 쌍둥이는 대지에 대한 모독이므로 없어져야 한다고 명했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들이 위대한 여신을 거역하는 것에 대해 엄정한 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여신의 저주가 명을 어긴 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온 땅에 퍼져 나간다는 것이었다. 어르신들은 손가락 하나에 기름이 묻으면 네 손가락으로 번진다고 말하곤 했다. ”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5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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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130p에서는 솔개 가족이 오리와 암탉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이전 작품에서 나오는 속담입니다.

은화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죽 이지 말게. 아바메 남자들이 바보였구먼.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있었는가?" 그가 다시 이를 갈더니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 주는 이야기를 했다. "한번은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먹이를 가져오라 심부름을 시켰지. 딸이 가서, 오리 새끼를 가지고 돌아왔네. '잘했다.'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말했지. '그런데, 네가 내려가 새끼를 낚아채자 어미 오리가 뭐라 말하더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걸어가던데요.' 어린 솔개가 말했지. 그러자 '오리 새끼를 돌려주어야겠다. 그런 침묵 뒤엔 불길한 뭔가가 있지.'라고 어머니 솔개가 말했지. 그래서 딸 솔개는 오리 새끼를 돌려주고 대신 병아리를 가져왔지. '병아리 어머니가 어떻게 하더냐?'라고 어머니 솔개가 물었다. '울고 소리를 지르며 내게 욕을 했어요.'라고 아이 솔개가 대답했지. '그렇다면 병아리를 먹어도 되겠구나.'라고 어머니가 말했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무서울 게 전혀 없지.' 아바메 남자들은 바보였어." ”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p.16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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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모든 방문객이 돌아가자 어머니가 다가와 오비를 껴안으며 그의 목에 두 팔을 둘렀을 때 그의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솟아났다. 이후로 오비는 돌로 만든 목걸이와도 같이 어머니의 슬픔을 목에 걸고 다녔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85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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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내가 벌떡 일어나 '아버지, 난 더 이상 아버지가 믿는 하나님을 믿지 않아요.'라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오비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만일 자기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그저 궁금했다. 오비는 종종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마찬가지로 몇 주 전 런던에서도 오비는 이런 상상을 했다. 아프리카 학생들을 앞에 놓고 중앙 아프리카 연방이라는 정치 기구에 대하여 강연하던 말솜씨 좋은 하원 의원에게 혹시 자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꺼져 버려, 이 형편없는 위선자들아!" 하고 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무척 궁금했다. 하기야 이건 아주 똑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오비의 아버지는 열렬하게 하나님을 믿었지만 말솜씨 좋은 하원 의원은 그저 형편없는 위선자에 불과했다. ”
『더 이상 평안은 없다』 87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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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클라라를 만나고 그녀와 교제를 시작하지만 오비의 교육과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오수'라는 사회적 인식과 제약마저 뛰어넘지는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집니다. 또한 우무오피아 곳곳에서는 보다 나은 경제적 기회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부정한 수법과 뇌물을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1) 8장에서 우무오피아 진보연맹의 회장은 오비와 클라라의 결혼이 바람직하지 못하며, 마을과 공동체가 이를 바로잡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말합니다. 이로 인해 오비는 연맹과 관계가 틀어지고 그가 준비했던 지출 계획도 틀어지는데요. 여러분은 둘 중 어느 쪽의 언사와 조치가 더 부적절했다고 보시나요? 연맹이 오비의 개인적 문제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오비가 연맹의 모든 지원을 받은 처지임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너무 섣불렀다고 생각하나요?
2) 9장에서는 유학을 위해 장학금을 신청하려는 한 소녀의 처지가 나옵니다. 오비는 소녀의 실력으로 공정하게 승부하면 될 것이라며 어떤 도움도 거절합니다. 클라라는 나중에 이를 보고 오비가 너무 엄격하게 대처했으며 차라리 돈을 받는 게 몸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덜 나쁘다고 말하는데요. 클라라의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은화
1) 사랑이라는 문제에 있어 오비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연맹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소설의 가장 큰 핵심은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고 느꼈습니다. 작가는 부정부패도, 악습도 한 번에 척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들의 불가피한 비극에 초점을 맞췄고요.
오비의 문제는 자신이 교육을 받은, 계몽된 입장에서 우무오피아와 사람들을 판별하려는 태도 같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나 오비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당황스럽지만 우무오피아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사회현실이 당연한 현상이죠. 제가 보기에 오비는 성급했습니다. 클라라와 사랑하는 문제는 개인의 감정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그가 가족이나 연맹에 보여주는 태도는 상대편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에 너무 급진적이죠. 연맹의 입장에서는 회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돈을 십시일반 하여 이권을 위해 투자했는데 그 인재가 정작 자신들의 편의를 '공정성'과 '청렴'을 이유로 퇴짜 놓는 모습에서 실망이 컸을 겁니다.
오비가 어울리고 대화하는 사람들의 많은 이들이 현대적 교육과 생활양식에 적응한 지식인과 정치인들이지만, 그런 사람들과 주로 엮이고 그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게 오비의 패착일 겁니다. 그는 정작 자신을 둘러싼 훨씬 많은 우무오피아의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으니까요. 서는 곳이 다르면 보는 풍경도 다르다는 말처럼 각자가 처한 여건의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는 시대의 비극이 개인에게도 되풀이되는 구도입니다.

은화
2) 이후의 장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오죠. 수집 문장에도 올려놨지만 176~178p에 걸쳐서 오비가 수녀원의 아가씨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크리스토퍼는 뇌물의 영역에서 돈과 하룻밤을 보내는 문제를 비교하면서 돈은 누군가의 재산이 감소하는 반면 성적 대가는 그럴 일이 없으니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논리로 말하고요. 책에서는 뇌물과 부정한 방법으로 목표를 이루는 수단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합니다.
클라라나 크리스토퍼의 태도는 사회적 출세를 통한 성공이 1순위인 환경과 사회 분위기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들은 물질적 혜택을 제공해서라도 원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돈을 주는 것이 손해라는 그들의 인식은 정직한 노력이나 순결함이라는 가치가 별 볼 일 없어진 우무오피아를 대변합니다.
하지만 그게 이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거의 후반부에서 오비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게으름이나 휴가에 대해 지적하는 백인들에게 반박하죠. 애초에 사회의 좋은 자리 대부분을 백인과 기득권이 차지한 상황에서 얼마 없는 화이트칼라와 상류층의 자리를 놓고 흑인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의 문제점도 얘기하고요.
게임이 공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게임의 규칙 그리고 보상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껴야 하죠. 흑인들 다수가 진출할 수 있는 위치는 바늘구멍과도 같고, 경쟁이 극도로 치열하다면 노력과 실력만으로는 남보다 앞서는 데 한계가 오게 됩니다. 구조적 압력이 치열해지면 자연스레 참여자 중에서는 경쟁보다 효율성이 좋은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런 유혹은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목표를 이룬다면 그것도 능력이다.' 라는 왜곡된 능력주의로 합리화 하게 됩니다.
오비는 이런 시각과 우무오피아의 분위기에 맞서는 지식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위치에 올라갔기에 능력주의에 기초해 개인의 노력을 중시하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혜택이나 개입이 작동해서는 안된다는 가치관을 가졌죠. 정말로 노력하고 재능이 있다면 굳이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원리원칙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오비가 과연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만으로 출세했는지는 의심도 들더군요.)
하지만 오비의 '공정에 기반한 능력주의'는 사회문제를 개인으로 한정하게 되죠. 그의 역할은 장학관으로서 자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국가 지원을 받아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기 동포들의 많은 사람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비는 동포를 위해 교육을 받으러 다녀왔건만 이제 오히려 대다수의 동포를 걸러내고 경쟁에서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직업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오비의 위에는 백인 그린 씨가 자리를 잡고 있고, 보다 위에는 과거 그런 백인들이 만들어 놓고 간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고요. 오비는 공명정대할지 몰라도 그 공정성은 백인들의 체제 안에서 작동할 뿐이며, 결국 기존의 공정하지 못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또 하나의 축에 불과하게 됩니다. 백인도, 기득권도 아니며 그렇다고 완전히 전통적인 우무오피아 사람도 아닌 오비는 이 간극 사이에서 계속 방황할 수밖에 없게 되죠.
클라라의 의견은 옳지 않지만, 당시 우무오피아에서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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