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D-29
이제 장강명을 만나보자. 장강명은 문체도 나와 맞고 글이 독창적이다. 한번 보자. 읽으면서 영감이 떠오르면 별로 관계 없는 것도 댓글에 달 것이다. 이게 내가 책 읽는 나름대로의 특징이라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실은 자연에 따라 나고 죽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을 어기면 좋을 게 없다.
카르텔 사회적 위층의 카르텔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다 해 먹으면 그걸 나중에 무너지게 하는 게 쉽지 않다. 아예 처음부터 그게 안 만들어지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아예 독재를 보고도 어쩌지 못하게 된다. 그런 곳엔 민주주의는 영원히 요원하다.
공감 공감과 이해는 다른 것 같다. 이해는 머리로 알고 공간은 머리로 아는 걸 지나 가슴으로 같이 느끼는 것 같다. 공감은 이해가 지나야 하는데 사실 남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다. 그냥 남은 나와 다르기에,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는 게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해하고 이해를 바라는 것은 어떤 기대를 하는 것인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너무 기대하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받는 건 이래서 그런 것 같다. 나를 제일 잘 알고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기대는커녕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같은 걸 겪고,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살아야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성적(異性的) 차이도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을 이해 못 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비로소 그때 부모님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 “아, 그때 부모님이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지금 애들에게 주현미나 최민수를 아느냐고 물으면, “그게 누군데요?”하고 되묻는다.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왕과 사는 남자>에 나온 박지훈을 아시냐고 내게 물으면 나는 모른다. 요즘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같은 고통을 겪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픔을 나누며 공감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유족이 아닌 사람들은 공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실연을 당했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에 공감되는 영화나 소설을 읽으면 위로를 받는 것도 자기와 비슷한 걸 거기서 만나기 때문이다. 공감은 지역적 정서와도 상당히 관계가 깊은 것 같다, 문화차이. 외국 오지를 여행하다가 한국인을 만나면 그냥 이유 없이 반가운 것이다. 한국어를 같이 쓰는 것도 그렇지만, 상대와 내가 서로를 쉽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한국 특유의 정서가 통하는 것이다. 각자 여행 짐을 풀어 고추장, 김치, 라면을 나눠 먹으면 한국인만 그 맛을 제대로 알기 때문이다. 서로 흡족한 얼굴을 하고, “바로, 이 맛이지!” 반면, 트로트가 세계적인 음악으로 퍼지지 못하고 한국에서만 힘을 쓰는 것도 너무 한국적인 정서가 깃들어서 그런 것 같다. 대신 <케데헌>은 안 그래서 인류의 보편성을 갖춰 세계적인 음악으로 거듭난 것이다. 한국적 정서에만 그치지 않고 거기에 글로벌 보편성을 가미한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 느낌적인 느낌은 영향력이 대단하다. 그럼, 공감의 기술은 무엇인가. 상대가 요즘 힘들다며 내게 의견을 구할 때 물론 작은 의견은 줄 수 있지만 인간은 상대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아 너무 강하게 이래야 한다고 충고하면 반감만 불러올 수 있다. 대개는 상대가 아닌 내 처지에서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것보다 곁에서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참, 힘들었겠다!”하고 상대에 감정 이입(感情移入)해서 비슷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산을 내미는 것도 좋지만 비를 같이 맞으며 함께 길을 걷는 것이다. 상대와 비슷한 처지가 되어보는 것이다. 오랜 연인이나 친구, 부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처럼, 곁만 묵묵히 지켜주고 기대오면 어깨를 살며시 내주는 것이다. 같이한 세월이 있어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침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진정한 공감은 자기 관점에서 객관적인 충고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비록 그게 쉽지 않더라도. “이렇게 해보지 그래?”하고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럼, 상대는 서서히 위안을 받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와 비슷하고 비슷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도 그렇고 인간이 만든 세상은 모순투성이다. 자신이 힘들 때는 공감을 바란다. 그게 아닐 땐 상대가 나를 너무 속속들이 알면 거북할 때도 있다. 적당히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알려고 들면 다친다!” 내 마음과 행동을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여자 셋과 한 남자가 있을 때 한 여자가 남자에게 호감이 있어 눈웃음치면 나머지 여자들은 여우짓 한다며 그 신호를 금방 알아채지만, 남자는 바보처럼 눈치를 못 챈다. 다른 것에서도 “이 느낌, 뭔지 알겠지?” 했을 때 여자끼리는 바로 알지만 남자는 모른다. 그래서 추파(秋波)를 던지는 여자는 같은 여자들이 불편한 것이다. 이 자리에 없었으면 한다. 남자와 단둘이만 만나고 싶다. 거짓말이지만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라며 변명하고 해명하는 것도 피곤하다. 만나더라도 여자는 사후 관계와 우정, 의리 때문에 그 남자 만난다고 이실직고하고 만나지만 남자는 자기만 좋으면 관계,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여자를 사전 고지 없이 만난다. 이런 것에서도 남녀 공감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럴 땐 자기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편하다. 그 남자는 모르고, 나만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내가 좋아한다는 걸 그 남자는 알면 안 된다. 오히려 공감이 불편하다. 너무 공감을 잘해도 불편하고 너무 둔감해도 불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모순 속에 인간은 살기에, 공감해 주었으면 하기도 하고 그냥 무심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그때그때 다르다. 공감 못 받아 서운하기도, 너무 내 마음이 들통나 불편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게 뒤섞여 얽힌 게 세상 같다. 갈등(葛藤)처럼 칡과 등나무가 뒤얽힌 게 세상 모습 같다. 인간과 세상은 항상 만족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불만족 속, 적당한 선에서 그냥저냥 살아가는 게 인간 아닐까. 공감 ● 이해는 머리, 공감은 가슴. ● 비슷한 걸 겪고 시대와 장소, 성별이 같으면 더 쉽게 공감하는 것 같다. ● 진정한 공감은 냉철한 조언이 아니라 가만히 곁을 지켜주고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 함부로 끼어들어 훈수 두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관심하지 않은 것. ● 그런데 너무 또 나를 공감하면 불편하고, 무심하면 서운한 게 인간과 세상 모습 아닐까.
져버리다/저버리다 ‘약속을 져버렸다’처럼 잘못 쓰는 이들 간혹 있다.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의리를 잊거나 어기다’를 의미하는 동사는 ‘저버리다’이다. “더 있다 가시라는 그의 호의를 저버릴 수 없어 아버지는 하루 더 머무르셨다.”처럼 쓰면 어울린다. ‘져 버렸다’로 쓰면, 승부 같은 것에서 ‘지다’를 달리 말하는 게 된다. 그는 부모의 소원을 저버리고 구도(求道)를 위하여 불문(佛門)에 귀의하였다.
사회적 상부는 카르텔 때문에 뭉치기 쉽지 않은 하류층이 상대하기 어렵다. 그들은 지식도 없다. 아는 것도 없다. 의욕도 없다.
작가가 대놓고 내세우는 주제보다 그 디테일과 그가 표현하는 일상에서 더 많은 것을 독자들은 얻을 때도 많다.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합니다. 제게는 사람보다 책이 편해서, 책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배로 편안해집니다.
나도 말보단 글자가 편하다. 그래서 요즘 같은 문자 시대가 나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현실과 이상은 서로 힘을 줘야 한다.
당시 사회에는 믿을 수 있는 부품 같은 직원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인간은 손해만 더 못 잊어 이것도 인간에 대한 총찰이라면 통찰(洞察)이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보면 항상 맞은편 열차가 먼저 오고 꼭 나중에 내가 탈 지하철이 오는 것 같다. 근데 알고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가고 다음에 오는 차는 맞은편 승강장 열차다. 맞은편 승객은, 꼭 왜 맞은편 지하철이 온 다음에 내가 탈 차가 오냐고 불만일 것이다. 인간은 가해자인 경우엔 생각을 못 하지만 피해자인 경우엔 잘 잊지 못한다. 항상 자기가 손해 보고 피해 본 것만 오래 기억한다. 아마도 생존 본능 같다.
AI 시대에 AI 시대 이전엔, 시키는 일만 잘하면 먹고살았다. 산업화 시대엔. AI 때문에 이젠 독창적인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시키는 일 처리는 AI가 전문가다. 이제 감히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 전체적인 구조와 맞물려 판단하는, 통찰(洞察)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빨리 계산적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인간만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유하는 인간이다. 호흡이 긴 문장의 깊은 독서가 연원(淵源)인 문해력(文解力)이 자신에게 체화된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가 필요한 시대에 들어섰다.
자기 것이 되는 것 괴테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에서 뭔가 생각해 아는 사람은 아주 깊이 이 말을 이해하는데 안 그런 인간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흘려서 듣는다. 자기 것이 될 수 없다. 먹을 만한 그릇이 못 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보약도 약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말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면 그냥 아무 때나 웃기만 한다. 바보인 것이다. 배만 부른 돼지인 것이다. 그러나 늘 생각하면서 살면 고뇌에 싸여 있다. 생각하면서 노력하니까 방황하는 것이다. 흔들리는 것이다. 그 흔들림을 멈추려고 더 고뇌한다. 그래 아주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삶은 충만한 것이 된다. 세상의 여기저기서 기쁨을 발견한다.
우리 안의 악마를 억누르고 천사를 북돋우려면 정교한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핑거의 주장입니다.
인간은 절대 알아서 안 한다. 그냥 법으로 강제하는 게 유일한 답이다. 성악설이 더 우세하다.
인간은 역시 감정의 노예 인간의 이성은 겉에만 드러나 있지 속은 다 감정이 지배하고 있다. 누가 보면 이성적으로, 안 보면 무조건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극우들조차 카메라 앞에 서기가 창피하니까 자기가 투표한 극우 후보를 안 찍었다고 출구 조사에서 거짓말을 해서 방송사 예측을 빗나가게 한다. 안 보면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인간을 지지한다. 그래 지역감정이 안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페미니즘이 가만히 안 있으니까 남녀 차이에 대해 안 다루는데 분명 그 차이는 중요하고 그 페미니즘을 넘어서서 꼭 다시 붐이 일어나 다뤄야 한다. 안 다르니까 몰라 그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이를 알아야 이해를 하지.
기껏해야 두 페이지여서 뭔가 해설, 설명이 부족하다. 한 3페이지 정도 되어야 하는데, 너무 짧다.
현실 사회엔 기본과 상식만 갖고 산다. 기대를 별로 안 한다. 그러나 가상, 그르이 세계엔 정성을 기울인다. 그래 글 내용과 내 현실을 사는 괴리가 심해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을 현실에서 그래서 만나면 안 되는 것이다.
현실엔 별로 기대를 안 함 현실 사회엔 기본과 상식만 갖고 산다. 거기에 합리, 효율을 견지한다. 기대를 별로 안 한다. 내 이상이 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선 내 기질을 발휘하고 그걸 방해하는 건 피한다. 그러나 가상, 글의 세계엔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그래 기대도 크다. 아끼고 사랑한다. 그래 글 내용과 내 현실을 사는 괴리가 심해 사람들이 내게 실망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을 현실에서 그래서 만나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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