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D-29
어차피 편견은 존재 인간은 어차피 편견으로 산다. 물론 그걸 알고 균형 잡히게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그것에만 치우치면 그의 생각과 글이 재미가 없다. 꼭 독자를 속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편견을 인정하고, 그런 자신의 흠결을 알고 그것을 주로 쓰고 그런 다음에 균형을 생각하는 게 좋다. 안 그러면 꼭 회색분자 같고 오히려 기회주의자, 위선적으로 보인다. 자기가 결국 균형을 위해 노력하니까 더 옳다는 말 아닌가. 그게 더 지독한 편견 아닌가. 인간은 늘 자기와만 혼자 지내기 때문에 편견이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하다. 수음(Masturbation)할 때나 똥 쌀 때 누구와 같이 있나? 자기와만 혼자 너무나 오랜 시간 같이 있다. 그리고 그게 남처럼 끊기는 게 아니라 스토리와 맥락이 있다. 내가 이러는 건 그럴만하다, 는 정당화가 가능하다. 그래 편견은 어쩔 수가 없다. 거기다가 인간은 느끼기 때문에 본능에도 안 충실한 것처럼 연기한다. 차라리 본능에만 충실한 동물들이 더 믿음직스럽다. 인간은 안 그런 척 가증스럽다.
많이 얻는 게 최고 나는 소설에서 평론가의 해설보단 작가와의 인터뷰가 더 좋다. 왜냐하면 거기서 솔직히 더 많은 것을 얻기 때문이다. 독자는 많은 걸 얻는 게 가장 좋은 거 아닌가.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면 그냥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한국만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소설의 해설은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평론이라는 자기 직업의 성(城)을 쌓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의사나 판사들이 자기들만 쓰는 전문 용어를 일부러 남발하는 것하고 같다고 본다. 그러니까 한글을 반대한 이유와 같다. 양반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계속 움켜쥐기 위해 백성들이 문자를 모르게 하기 위해 한글이 아닌 한자만 고집한 것하고 같다고 본다. 자기 영역,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사회엔 내가 더 나을 수도 판사, 의사, 고위 공무원, 공기업 임원같이 사회 지도층들이 우리보단 그래도 좀 낫겠지, 하는 게 잘못일 수 있다. 그래도 사회 지도층인데 우리보단 사회를 생각하며 결정하겠지, 하는데 그게 잘못일 수 있다. 나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도 나처럼 한낱 부족한 인간에 불과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더 마음도 약하고 인간적 양심이 있을 수 있다, 염치와 경우라는 게. 그들은 경쟁에서 늘 이겨 자기가 최고인 줄로만 안다. 자기 판단만이 옳은 것이다. 그러니 인정사정없다. 나보다 더 가차 없다. 더 철면피에 가깝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자기 것부터 먼저 챙긴다. 사회도 나라도 자기에게 이익이 되게만 굴린다. 윤석열 정부 한덕수 같은 고위 공직자같이.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것도 더 인간적이라 차마 그럴 수는 없어-그래도 선은 지켜-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남과 사회에 더 무해(無害)할 수 있다. 설령 삐딱해도 지도층이 아니라서 영향력이 적어 결과적으로 사회에 해코지를 덜 한다. 그러니 이 정도면 떳떳하게 살자.
시간이 사람을 옥죈다 시간 때문에 피곤하다.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어야 한다. 전엔 그냥 배고플 때 먹으면 그만인데. 지금도 시간을 어기고 그렇게 하면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시간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인간을 더 초조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 남들이 가는 해외 여행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나, 하고 우르르 몰려간다.
대장 수면 내시경에서 주사인지 입에 넣는 것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바로 자버린다. 이때 의사가 무슨 짓을 해도 모르는 것이다. 강간을 해도 모르고 죽여도 모르는 것이다.
다시 읽히는 책만 읽자 나는 유시민을 따르는 편이다. 그의 말을 잘 듣는다. 그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재미가 없어 안 읽었다고 하는데, 나도 그다음부터 안 읽히는 책은 안 읽는다. 나는 나이도 들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읽히는 책만 읽을 것이고, 남에게도 나는 그런 취지로 주장할 것이다.
분류가 안 좋을 수도 뭔가 틀에 가두고 프레임을 씌우고 그것에 맞게 말하다 보면 모순이 있을 수도 있고, 안 맞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 오류 속에 갇히는 것이다. 그냥 틀이 아니라 자유롭게 말하는 게 맞는 경우가 더 많다. 듣는 독자 입장에서도 그게 더 유익하다. 어떤 분류를 하고 그것의 취지에 따라 안 맞는 것도 억지로 그렇다고 주장할 수 있다. 거기에 넣어진 어떤 것은, “내가 왜 이 카테고리에 있지? 아닌데.” 할 것이다. 핵심은 얼마 안 되고 나머진 다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답정너’인 것이다. 먼저 목적을 세워놓고 그 재료들을 일렬로 줄을 세우는 것이다. 그 목적에 부합하게 끼워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색갖추기가 되어 글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사랑이란 주제로 말하면 모든 게 사랑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주제 아래 모든 게 헤쳐모여 재배치되는 것이다. 그게 실은 사랑이 아닌 건데도 사랑 타령만 하는 것이다. 이게 별로 독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검찰 수사에서 표적 수사를 하는 것하고 같다. 죄를 밝히는 게 아니라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일단 잡아넣고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쇠고랑을 채워 망신을 주는 것이다. 이미지를 추락시켜 정치판에서 퇴출시키려는 의도다. 그런 보여주기식으로 실적을 쌓으면서 윗선에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다. 윗선 입맛에 맞게, 알아서 기는 것이다. 그러면 별건 수사(別件搜査)로 번진다. 잡아넣는 게 목적이니 먼지떨이식 수사가 된다.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책 제목에 얽매이지 않게 글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주로 글 내용에 제한을 안 두는 제목을 정한다. <아무튼 함께>처럼, 모호하게. 사랑이라고 정하면 사랑 타령만 하다 만다. 사랑 얘기도, 인생 얘기도, 인간의 불안 얘기도 책 얘기도, 정치 얘기도, 기후 위기 얘기도 그때그때 생각날 적마다 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어떤 주제에 얽매이지 않게. 물론 이렇게 애매하게 쓰면 책은 안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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