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

D-29
시계바늘이 밤 열두시를 훌쩍 넘었네요.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편안히 계시겠지요? 저녁에는 조금 가볍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픈 마음에 ‘끝말잇기’로 다가가 보았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이 글을 읽고 계실 우리 눈동자분들에게는 금요일 밤 그저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클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괜찮습니다. 말이 없어도 이 곳은 불씨가 꺼지지 않게 온기를 잃지 않을게요. 그림책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 제가 참 좋아하는 도구가 ‘편지’인데요. 남은 시간동안은 오늘처럼 밤 이면 짤막한 편지를 읽어드리는 라디오처럼 조용히 찾아올게요. 물론 아침에는 계속해서 굿모닝 인사처럼 똑똑 노크를 드릴 겁니다. 이 밤, 그림책 한 켠의 여백을 가만히 두고 갈게요. 아무것도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저 눈으로 읽고 가셔도 좋아요. 밤바다처럼 고요한듯 마음껏 일렁이는 밤 되세요. 굿나잇.
Day20 스무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오래된 책]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몇 번이나 읽어서 친숙할 대로 친숙한 책에는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는 구절이 담겨 있어요. 물론 요즘 나오는 책도 재미있지만, 마음이 허전할 때는 오랜 친구 같은 고전을 찾게 된답니다.” 오래될수록 빛이 나고 더 귀한 것들이 있지요. 그 중 하나가 책일 텐데요. 여러분에게 어오랜 친구처럼 찾게 되는 책이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랜 친구를 떠올리듯 책의 제목이나 문장 한 구절 떠올리는 하루 되세요. 늘 그러하듯 오늘의 키워드가 아니어도 얼마든 괜찮습니다.
토요일밤입니다. 오늘 밤엔 세 친구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단발머리 아이가 감자 한 알 손에 쥐고 집 밖으로 나옵니다. 거미줄 구경하다 토끼를 만나 어깨동무하구 같이 가요. 따라오던 까마귀 날개에 셋은 하늘까지 날아봅니다. 물질하는 엄마는 늘 혼자서 기다렸는데, 어느새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입니다. 까만 돌담 사이 까만 눈동자가 가만가만 독자에게 말 거는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 소개해드렸습니다. 훨훨 하늘도 날아보고 슬렁슬렁 친구랑 마실도 다니는 단꿈 꾸는 밤 되세요.
Day21 스물한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집안일:빨래&가구옮기기]입니다. 빨래 자주 하시나요? 작가는 빨래를 미루고 미루다가 한꺼번에 하는 편이랍니다. 빨래하는 날이면 입을 옷이 여의치 않곤 하지요.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삶을 살아야 격렬하고도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작가의 남편은 일 년에 한번 옷가게에 들러 신중하게 옷 몇가지를 고른다고 해요. 반복되는 일상에는 무엇으로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작가의 할머니는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거실을 새롭게 바꾼대요. 구조는 물론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곤 한다네요. 해도 해도 끝없는 게 집안일이라지만 하고 나면 또 그만큼 개운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 집안일은 어떤 단어들을 떠올리게 할까요? 늘 그러하듯 오늘의 키워드가 아니어도 얼마든 괜찮아요. 단어 하나, 사진 한 장도 환영이에요:)
집 앞 야트막한 작은 숲애서 새가 우는 밤입니다. 해가 뜨거울수록 낮이 길어질수록 밤이 되면 새우는 소리가 더 가까이 더 멀리 파동을 일으키며 퍼져나갑니다. 파도도 아닌데 밤바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처럼 새소리가 귓가를 떠나질 않습니다. 세끼 설거지를 종일 미뤘다가 턱까지 차오른 그릇들을 거품을 내며 닦았어요. 새소리나 듣다가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또 어떤 소리를 듣게 될까요.
Day22 스물두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정리정돈&마무리]입니다. “정리정돈은 일종의 마법이에요. 사람들은 말해요. 양말을서랍 안에 깔끔하게 개어 두면 삶 전체가 정돈된 느낌이 든다고요.” 사실 작가는 정리정돈과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정리 정돈을 하고 싶어진답니다. 공간을 깨끗이 하려고 다음 일을 준비하려고 질서를 되찾으려고 또는 친구들을 초대하려고 말이에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정리정돈 좋아하시나요? 작가는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어요. 만약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미완성 프로젝트 박물관’을 열었을지 모른다고 고백합니다. 그만큼 시작하고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얘기죠.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마지막까지 치료를 받거나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거나 치약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거나 마라톤 결승선까지 완주하고 통과하는 일. “무언가를 마무리 짓는다는 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답니다.” 오늘 하루 무엇이든 어질러진 것들을 작게라도 정리정돈해보고 마무리짓는 날이 되시길 바라요. 언제나 그렇듯 키워드가 아니어도 단어 하나 사진 한 장이면 됩니다. 기록하는 날 되세요:)
무엇을 마무리지을까 하다가 늘어난 양말을 버렸어요 ㅎㅎ
우왕! 도롱님 넘 넘 반가워요! 이 밤에 도롱님 소식을 이렇게 듣게 되다니 소리를 지를 뻔했어요:) 양말 정리 생각보다 망설이게 되어 어렵던데 그걸 해내셨군요!
저는 마무리도 정리정돈도 다 실패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막 쓰고는 올리려던 참이었어요
망했습니다. 완전 실패에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현관을 열고 들어오면 전실이 있는 구조에요. 대체로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게 지냅니다. 가끔 변수가 생기는데요. 지난 일주일동안 나무를 자르고 사포질할 일이 있어 전실은 그야말로 각종도구와 나무들, 겹겹이 펼쳐놓은 종이박스에 사포질로 나온 가루들까지 난장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주말엔 정리해야지 해야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현실은 1도 못 치웠어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딱 감고 싶어지는 광경입니다.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양심상 손바닥만큼이라도 치우고 싶었으나 몸이 어찌난 무거운지 거실 소파에서 중문에서 전실까지 무슨 천리길처럼 멀더라고요. 이렇게 된 거 며칠 더 그냥 뭉개볼까 스리슬쩍 눈감을까 궁리중입니다. 어찌될진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제가 저질러놓은 거라 제가 치울 수 밖에 없는데 큰 일이에요. 부디 이번 주를 넘기지 않고 치워야할텐데 여간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다들 저처럼 집이든 사무실이든 자동차든 어디 한구석 보기만해도 저거 언제 치워야는데 하고 숙제같은 공간 있으신가요? 우리 며칠은 좀 더 비겁하게 뭉그적거리더라도 꼬옥 우리 손으로 치워서 정리 끝하고 개운하게 외쳐보아요:)
Day23 스물세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박물관]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가는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거라고 말합니다. ‘인류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곳, 바로 박물관’입니다. 호주를 떠나 현재 작가가 거주하는 미국에는 다양한 박물관들이 많아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어떤 박물관은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간과해온 역사를 되돌아볼 뿐 아니라 시야가 넓어지고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도’ 있게 하지요. 집 안에 나만의 박물관을 만들어 보기를 작가는 권합니다. 거창할 것 없이 상자 하나 마련해서,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두는 거죠. 창고에서 발견한 퓨즈 조각에 사연이 있다면 얼마든지 나의 박물관 상자에 모을 이유가 되잖아요. “우리가 만든 작은 박물관은 우리가 누구인지, 사랑한 사람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작게는 보물상자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사진, 영수증, 옛날옛적 소중했던 자잘한 물건도 얼마든지 가능할 거에요. 무엇이든이요. 여러분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간직한 물건들이 박물관이라는 키워드를 타고 생각이 날까요? 오늘도 기록하는 하루 되세요:)
시골집에 가면 어릴 때 쓰던 책상이 아직 있어요. 가끔 내려가면 책상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뒤적거려봅니다. 일기장이며 편지, 친구들하고 주고받았던 쪽지 같은 것들도 아직 남아 있는데요. 책상 위 책꽂이에 이제 교과서도 참고서도 없지만, 여전히 작은 소품들은 엄마가 그냥 두셨어요. 그 중에 종이로 접은 작은 종이상자 하나는 볼 때마다 오래전 친구의 얼굴을 떠오르게 합니다. 생일이라고 곱게 접어 주었던 색종이들, 서툰 손으로 뜨개질해준 장갑, 귀여운 장식품들까지 상자가득 들어있습니다. 옛날 물건들을 많이 정리했지만 그 상자만큼은 더 오래 간직하게 될 거 같아요. 어쩌면 그믐에서 함께 기록하는 이 시간들도 나중에 오래전 기억으로 보물상자에 담아두고 싶을 듯해요.
Day24 스물네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보내는 편지&받는 편지]입니다. “손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상대방이 봉투를 뜯어서 바로 읽을지, 주전자에 찻물을 끓이며 천천히 읽을지, 답장을 보내올지 말지 여러 상상을 하게 된답니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에서는 얼그레이차나 난롯불 장작 향을 맡을 수 없어요. 마당의 고무나무에서 딴 이파리를 같이 보낼 수도 없고요.“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셨나요? 최근에 받아본 편지는 누가 보낸 편지였는지 생각나세요? 몇 초만 타다닥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요즘인데요. 그동안 내가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가만히 더듬어보는 것만으로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편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 또한 반가운 편지를 받는 기분일 것 같아요:) 오늘도 기록하는 하루 되세요.
종일 비가 왔습니다. 분홍인지 다홍인지 빨강인지 오묘한 빛깔 장미 위로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지더라고요. 문득 생각나는 분이 있어 연락을 드렸어요. 얼마전 몸에 무리가 와서 조심조심 생활하고 계시는 중이셨지요. 비가 온다고 생각이 나서 연락드렸다고 했지요. 한결같이 담백하고도 따듯하게 대해주시는 어른이세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내 곁에 머물면서 닮아가고 싶습니다. 빗소리 들으면서 포근한 밤 되세요.
Day25 스물다섯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잠&낮잠]입니다. 간밤에 잘 주무셨나요?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다 잠을 설치진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잠자리가 예민하거나 잠이 얕은 사람은 입버릇처럼 말하지요. 머리 대면 잠들면 얼마나 좋아 하고요. ”모든 문제를 내 힘으로 해결할 순 없어요. 물론 어떤 문제는 적극적으오 덤벼들어서 해결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도 있지요. 그러려면 예전처럼 잠들고 꿈꿀 수 있어야 해요.” “일단 낮잠에 빠져 보세요.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상처투성이인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될 거예요.“ 끙끙 싸매는 골치아픈 일이 있든, 몸이 예전같지 않아 힘에 부치든, 새로운 변화에 정신이 하나 없든, 오늘만큼은 꿀잠자고 일어난 상쾌한 날이길요. 오늘도 기록하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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