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

D-29
어, 호주가 건조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15년간 가뭄이었다니! 갑자기 풀풀 날리는 흙먼지가 떠올라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 부산은 물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할머니 댁은 계단을 많이 올라가서야 나오는 집이었어요. 엄마 집과 할머니 집을 오가던 그때는, 무한한 땡땡이의 황금기였습니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할매집! 할매 집은 물이 잘 나오지 않아 물동이를 줄 세워야 했습니다.물동이 줄 지키고 서있으면 꼭 새치기하는 아줌마 있어요. 그러면 정의의 사도 아줌마도 나타나요. 새치기 물동이를 멀리 발로 차버려요. 한바탕 고함이 나지만 다들 신경도 안 써요. 저희 엄마는 철물점을 건넛방 드나들듯 하셨어요. 흔한 철물재료 사와서 우리집에 딱 맞게 고쳐 썼어요. 어느 날 '내가 집에 목욕탕 만들었다.' '어? 뭐라고?' 마당에서 2층 장독대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 빈 창고가 있었어요. 온갖 잡동사니 보관소였지요. 거기 바닥에 시멘트 직접 바르고 미끄러지지 말라고 공사장 파레트 같은 것도 가져다 두고 안으로 잠금장치도 만들어 달아놨어요. 수돗물은 마당에서 끌어와서 단단한 호스를 박아 매달아 두었더라고요. 경제개발 엄마는 일이 늘 많았지요. 집에 이런저런 객식구들도 많아서 개인 공간은 사치였어요. 그 샤워실은 엄마는 한다면 한다를 상징하는 장소가 됐어요. 그런데 그곳의 단점은 뚜렷했어요. 불빛이었어요. 너무 어두웠어요. 계단 밑 버려둔 공간에 30촉 전구를 매달아 둔 건데. 와, 그게 밤에는 좀 무서웠어요. 식구들이 알전구 60촉은 달아야 한다고 하면 엄마는 단칼에 '배부른 소리'라고 덮었어요. 저는 지금 새벽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따뜻한 샤워, 찬물샤워 다 하고, 가까운 곳에 커디란 스파시설도 있어요. 백만장자 샤워실을 갖고 사는 거죠. 자료 1. 양철물동이(제 기억과 똑같은 건 없어서 비슷한 거로) 자료2. 부산 산복도로 집들(가운데 보면 계단이 많은 게 보여요) 자료3. 오늘날 제 샤워실 그림(잡지 B의 '러쉬'에 나온 사진을 보고 베껴서 연습한 그림이에요)
사진으로 보니까 계단이 엄청 많아요. 저런 계단을 따라 물동이 줄을 서면서 물을 받았다니 별별 일이 다 있었을 거 같아요. 그런 시절 어머니께서 집 안에 빈 창고를 그냥 두지 않으시고, 목욕탕을 그것도 직접 만드신 건 정말 대단하세요! 계단 밑 버려둔 공간에 30촉 전구 달린 목욕탕이라니, 왠지 비밀스럽게 느껴져요.
그 세월을 다 지나 지금은 마음껏 따듯한 샤워 찬물 샤워 다 할 수 있는데다, 가까운 데 큰 스파까지 있으니 ‘백만장자’ 맞네요. 매거진 B 저도 자주 보는 편인데, 러쉬에 나온 사진을 보고 그림 그릴 생각은 전혀 못해봤어요. 그림으로 보니 또 색다른데요:)
감기에 걸려 열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열감이 있어서 샤워는 못하고 세수만 했어요. 밤새 앓다가 아침에 일어나 욕실에 들어서서 세수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물을 틀고 비누를 잡으려는데 세수비누 옆에 있는 비누가 너무 작은 거예요. 언제 이렇게 작아졌지 하다가 새 비누를 꺼내왔습니다. 샤워할 때 쓰는 비누입니다. 2년쯤 됐을까 모르겠어요. 욕실에서 쓰는 여러가지 용품들이 죄다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게 어느 날부터 자꾸 신경이 쓰였어요. 하나라도 바꿔보자 하다가 바디워시 대신 샤워비누를 쓰기로 했습니다. 따듯한 물을 틀고 몸을 적시고, 샤워비누에도 물기를 묻혀 비비면 거품이 납니다. 보글보글 이는 거품이 기분좋게 구석구석 몸을 감쌀 때마다 괜히 건강해지는 기분까지 들게 해줍니다.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는 욕실에서 플라스틱이라곤 눈 씻고 찾아도 안 보이는 날이 오리라 생각해요. 무지 뿌듯해할 것도 같고요. 아직은 과도기 그 자체거든요. 오늘 밤도 보송보송 따듯한 물에 씻고 푹 주무시길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
Day4 넷째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누군가를 위해 하는 요리& 저녁식사]입니다. 작가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오두막을 지을 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어느 날‘ 직접 머핀을 구워 작업 현장으로 가져갔답니다. ’하얀 서리로 뒤덮이 지붕 위에서 작업 중인 인부들에게 따뜻한 머핀을 건네자‘ 인부들이 뜻밖이면서도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해요. 한편 대학에 다닐 때 작가는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요. 어머니가 ‘아침마다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하고 물었고, 아버지와 나는 온종일 저녁 식사를 기대했’다고 합니다. 물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이나 먹죠, 뭐.”라고 대답하거나 전날 저녁에 먹다 남긴 음식을 먹기도 했지요. 대부분 사람들은 날마다 음식을 먹고 저녁 식사를 합니다. 때로 요리를 직접 해서 먹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해 만들기도 하고요. 평범한 저녁 식사 자리가 가끔은 다른 이들과 더불어 정신없지만 특별하고도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기도 할 테고요. 오늘 여러분의 하루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됩니다. 모쪼록 기록하는 하루 되시길 응원합니다. 스윽 보기만 하고 지나가셔도 괜찮아요. 그러다 어느 날에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남기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저녁에 다시 찾아올게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딸 중학교 첫 체육대회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잠 덜깬 눈 비비면서도 '맛있겠다, 엄마 고마워요~' 하는 아이 덕분에 기분좋은 아침이었습니다. 책가방 없이 운동화끈 다시 묶으며 등교하는 뒷모습이 가벼웠어요. 오늘 날씨도 좋으니 얼마나 신날까요^^ 엄마로서의 요리는 다른 사람을 챙기고 행복하게 해 주는 도구에요^^ '효율과 맛'만 생각했던 혼자일때의 요리보다 '건강과 여유'를 생각하는 요리랄까요.
아.LJY 반가워요. 중학교 첫 체육대회 도시락이라니! 거기다가 고맙다는 딸의 살가운 인사까지 정말 신나는 하루 시작하셨네요. 저도 딸이 있는데 중고대의 화살 같은 시간 지나 자신 삶이지요. 딸이 일터 다니면서 저랑 의논했지요. 저녁. 네가 일단 먹어내질 못하네. 나도 저녁준비 고민거리에 버리는 때 식비도 아까워. 우리 먹는 거 단순히 하자. 그날부터 가득야채.생선구이. 구운/찐 달걀. 닭고기살 이런 거로 양념 확 뺀 저녁 준비해요. 덕분에 생활이 단순해져서 책 보고 공부하고 좋은 만남 시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그 딸이 1달 후 이사 나가면 저는 더 살림을 줄여보려고요. 오늘 날씨 좋아서 그 댁 딸은 살짝 분홍 띤 건강한 뺨으로 돌아오겠네요 ! 딸들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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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20 님, 중고대의 화살같은 시간... 새기겠습니. '양념 확 뺀 저녁'도 아직 제게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단순한 생활이 아직은 로망이지만 언젠가 제개도 다가오겠지요. 딸은 분홍이다 못해 새카매진 얼굴로 돌아와서 뻗었답니다. 계주, 줄다리기 우리반이 1등이라며 얼른 내년이 오면 좋겠다지요.
저는 내일 10일간 집을 비워요. 여기 그믐에는 11일부터 다시 올 수 있어요. 저는 오래 밥.반찬을 직접 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았어요. 일을 나갈 때도요. 정말 바빴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맛있는 밥상을 대한다 생각하니 마구 설레요.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군침이 넘어가요. 모임지기. LJY 잘 다녀와서 다시 만나요. 10일 먹거리로 냉장고 넣어둔 야채. 달걀 보여드릴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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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20 님 ,여행가시나봐요~10일~~우와~~ 부럽고 부럽고 부럽습니다~! 남이 차려준 밥상, 여행지 다~~즐기시고 반갑게 뵈어요^^
살구20님 열흘간 자리비우시고, 차려주는 밥상 받게 되신 거 넘 축하드려요! 저까지 막 설레네요. 열흘치 먹거리 친근하고 속까지 편안한데요:) 따님하고 저녁 상차림 단순하게 하기로 하신 덕분에 누리시는 다채로운 시간들 만끽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집안일일랑 다 잊으시구 마구마구 훌훌 가볍게 다니다 컴백하시길요. 다른 참가자분들하고 저흰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LJY 님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함께 하게 되어서 기뻐요. 지금쯤 중학생 따님은 도시락 싹 비우고 체육대회 끝내고 왔을까요?!! 가방 없이 운동화끈 다시 묶으면서 등교하는 뒷모습, 아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날씨까지 받춰주니 더 좋은 건 말해 뭐할까요. 맞아요, 혼자 하던 요리하고 엄마로서 하는 요리는 다를 수 밖에 없는 듯해요.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한번씩 이렇게 벅차오르게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어 수없이 반복하면서 요리하게 되잖아요. 소소한 일상 속 기쁨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 승강장을 지날 때였어요. 승강장에 놓인 벤치 위에 비닐 봉지 두 개가 보였습니다. 하나는 언뜻 보기에도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네모 반듯 납작한 것, 네, 생각하신 그것 맞습니다. 피자였어요. 그럼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비닐 봉지에는 뭐가 들었을까요? 아, 이번에도 잘 맞추셨으리라 생각하겠습니다. 콜라? 아니요. 커피였습니다. 얼음 가득 꽉꽉 채운 아이스아메리카노였어요.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나요? 이 봉지 둘의 주인 말입니다. 누구였을까요? 혹시 떠오르는 인상착의가 있을까요? 무엇을 상상하든 예측이 빗겨갔으리라 확신해봅니다. 왜냐면요, 할아버지셨거든요. 허리가 구부정한 어르신이셨어요. 물론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피자든 아이스아메리카노든 뭐든 즐기실 수 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르신이 드시려고 산 게 아니구나 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였을까요? 마나님과 드셨을지, 손주하고 드셨을지, 나이 꽉 찬 자녀하고 드셨을지, 그도 아니면 정말로 어르신 혼자 드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은 이래저래 편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하루를 살았는데요. 내일부터 연휴라 식구들과 함께 자주 음식을 해가면서 지내지 싶어요. 해서 먹든 사서 먹든, 함께 하든 혼자 하든, 그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말고 편안하시기를 바래봅니다.
@그틈에 님, 피자 냄새가 솔솔 나는 것 같아 군침이 돕니다. 시가 어른들 모시고 식사할 때 느꼈는데 의외로 어르신들이 피자, 파스타 등 즐기시더라구요. 아주 새로운 맛으로 느끼시나봐요. 저는 연휴에 제일 부담스러운 게 끼니인데 덕분에 좀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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