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

D-29
Day16 열여섯번 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결혼식 & 아기]입니다. “결혼식만큼 기쁘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중략) 지루하고 딱딱한 주례사와 새겨들을 만큼 멋진 주례사 (중략) 일 년도 안 되어 갈라설 것 같은 커플과 백년해로할 듯 행복해 보이는 커플…”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거예요.” 오늘 하루, 두 가지 키워드로 바쁜 일상에 잠시 쉬어가는 틈이 생기기를 바랄게요.가만히 머물다 가셔도 한 단어만 남기셔도 충분해요. 틈틈이 숨 고르는 하루 되세요.
결혼식을 올리던 날은 겨울이었어요. 겨울의 한복판이었지요. 신기하게도 추워서 떨었던 기억보다 떨려서 떨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사진을 보면 누구누구 왔는지 보이는데도 무슨 인사를 나눴는지 얘기라도 몇 마디 주고받긴 했는지조차 생각이 나질 않아요. 결혼식이 끝나고도 우리가 정말 결혼을 했나 실감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다들 그러신가요?
Day17 열일곱번 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헤엄 & 운동]입니다. “거추장스러운 옷이나 신발, 휴대폰은 물론 걱정과 두려움까지 물 밖에 두고 몸만 들어가는 거예요. 가볍게 헤엄쳐도 좋도 흐르는 물에 몸을 가만히 내맡겨도 좋아요. 몸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지금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될지도 몰라요.” “특히 땀 흘려 일한 뒤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물을 한 잔 들이켜는 순간은 기대할만 하지 않나요?” 헤엄을 치든 줄넘기를 하든 달리기를 하든, 운동이 주는 에너지와 기쁨은 따로 있는 듯 합니다. 운동 좋아하시나요? 주로 어떤 운동을 하시는지, 저처럼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사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가만히 머물다 가셔도 한 단어만 남기셔도 충분해요. 틈틈이 숨 고르는 하루 되세요.
수영입니다. 평생이라고 얘기하면 거창하지만 여튼 살면서 유일하게 배운 운동은 수영이에요. 다 커서 엄마하고 같이 배웠어요. 백화점 수영복 코너에서 열 번도 더 들었다놨다 하면서 원피스 수영복을 골랐지요. 초급반에 등록하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전날 밤 설치던 기억이 납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살금살금 걸어가던 맨질맨질한 수영장 바닥 타일의 감촉과 냄새도요. 결혼 전까지 둘이서 바지런히도 다녔는데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니 엄마하고 원피스 수영복 하나 사가지고 수영장 가고 싶어지네요.
Day17 열여덟번 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안경 & 바느질]입니다. 작가의 아이는 아홊 살 때 처음 안경을 썼답니다. 그 때 비로소 알게 된 게 있는데요. ’사람들이 나무에 달린 잎 하나하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안경을 쓴 뒤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셈이지요. 좋아하는 옷이 닳거나 구멍이 뚫려 아쉬웠던 경험 한두번 있을 텐데요. 또는 마음에 드는 옷이 길어서 짧게 수선을 해야할 때도 생기잖아요. 간단한 바느질 정도 가능하다면 별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만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안경이나 바느질은 어떤 단어를 떠오르게 할까요? 바쁜 하루 중에 잠깐 머물다 가셔요. 한 문장, 한 단어, 사진 한 장만 남기셔도 충분해요. 틈틈이 숨 고르는 하루 되세요. 한 분 한 분 소식이 기다려지는 날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시력은 괜찮은 편이라 여기고 살았어요. 해가 갈수록 시력이 떨어지더니 책을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안경부터 찾게 됐어요. 안 그랬다간 미간에 인상을 찌푸리며 주름이 어찌나 선명하게 생기는지요. 시력이 떨어지면서 좋아진 점 딱 하나 있는데요 자세히 안 보이니까 웬만하면 다 이뻐 보인다는 거예요. 기분이 꿀꿀할 때 꽤 요긴하게 쓰면서 지냅니다.
Day19 열아홉번 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조약돌 & 바다]입니다. 작가가 살았던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해변에서는 특이한 무늬나 화석이 박힌 조약돌을 흔히 볼 수 있었대요. 어릴 때부터 그런 조약돌을 즐겨 모으곤 했답니다. ‘조약돌 하나하나가 신비한 역사를 지닌 골동품이자 모험을 기념하는 보물’인 셈이지요. 언젠가는 조약돌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어 선물하는 날도 올 테고요.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자란 작가는 매일같이 해변을 산책했는데요. 모래사장에 나무막대기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지금은 바다와 떨어진 산에서 살지만 언제나 바다가 그립다네요. 허먼 멜빌이 쓴 <모비딕>의 주인공 이스마엘처럼 바다로 나가고 싶은 심정을 무척 공감하면서요. 바쁜 하루 중에 잠깐이지만 가만히 머물다 가셔요. 오늘의 키워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한 문장, 한 단어, 사진 한 장만 남기셔도 충분해요. 틈틈이 숨 고르는 하루 되세요. 한 분 한 분 소식이 기다려지는 날들입니다.
낮에는 부는 바람도 따끈따끈한 게 계절이 바뀌는구나 실감했습니다. 이럴 때 바다에 가면 딱인데 말이죠.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철썩이는 파도를 보면 좋겠더라고요. 문득 끝말잇기나 해볼까 싶은데요. 제가 먼저 운을 띄워보겠습니다. 누구든 이어가주시면 조금 덜 쓸쓸할 것만 같아요. 음, 첫단어는 ‘바다’로 할게요. 바다!
시계바늘이 밤 열두시를 훌쩍 넘었네요.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편안히 계시겠지요? 저녁에는 조금 가볍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픈 마음에 ‘끝말잇기’로 다가가 보았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이 글을 읽고 계실 우리 눈동자분들에게는 금요일 밤 그저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클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괜찮습니다. 말이 없어도 이 곳은 불씨가 꺼지지 않게 온기를 잃지 않을게요. 그림책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 제가 참 좋아하는 도구가 ‘편지’인데요. 남은 시간동안은 오늘처럼 밤 이면 짤막한 편지를 읽어드리는 라디오처럼 조용히 찾아올게요. 물론 아침에는 계속해서 굿모닝 인사처럼 똑똑 노크를 드릴 겁니다. 이 밤, 그림책 한 켠의 여백을 가만히 두고 갈게요. 아무것도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저 눈으로 읽고 가셔도 좋아요. 밤바다처럼 고요한듯 마음껏 일렁이는 밤 되세요. 굿나잇.
Day20 스무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오래된 책]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몇 번이나 읽어서 친숙할 대로 친숙한 책에는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는 구절이 담겨 있어요. 물론 요즘 나오는 책도 재미있지만, 마음이 허전할 때는 오랜 친구 같은 고전을 찾게 된답니다.” 오래될수록 빛이 나고 더 귀한 것들이 있지요. 그 중 하나가 책일 텐데요. 여러분에게 어오랜 친구처럼 찾게 되는 책이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랜 친구를 떠올리듯 책의 제목이나 문장 한 구절 떠올리는 하루 되세요. 늘 그러하듯 오늘의 키워드가 아니어도 얼마든 괜찮습니다.
토요일밤입니다. 오늘 밤엔 세 친구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단발머리 아이가 감자 한 알 손에 쥐고 집 밖으로 나옵니다. 거미줄 구경하다 토끼를 만나 어깨동무하구 같이 가요. 따라오던 까마귀 날개에 셋은 하늘까지 날아봅니다. 물질하는 엄마는 늘 혼자서 기다렸는데, 어느새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입니다. 까만 돌담 사이 까만 눈동자가 가만가만 독자에게 말 거는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 소개해드렸습니다. 훨훨 하늘도 날아보고 슬렁슬렁 친구랑 마실도 다니는 단꿈 꾸는 밤 되세요.
Day21 스물한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집안일:빨래&가구옮기기]입니다. 빨래 자주 하시나요? 작가는 빨래를 미루고 미루다가 한꺼번에 하는 편이랍니다. 빨래하는 날이면 입을 옷이 여의치 않곤 하지요.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삶을 살아야 격렬하고도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작가의 남편은 일 년에 한번 옷가게에 들러 신중하게 옷 몇가지를 고른다고 해요. 반복되는 일상에는 무엇으로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작가의 할머니는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거실을 새롭게 바꾼대요. 구조는 물론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곤 한다네요. 해도 해도 끝없는 게 집안일이라지만 하고 나면 또 그만큼 개운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 집안일은 어떤 단어들을 떠올리게 할까요? 늘 그러하듯 오늘의 키워드가 아니어도 얼마든 괜찮아요. 단어 하나, 사진 한 장도 환영이에요:)
집 앞 야트막한 작은 숲애서 새가 우는 밤입니다. 해가 뜨거울수록 낮이 길어질수록 밤이 되면 새우는 소리가 더 가까이 더 멀리 파동을 일으키며 퍼져나갑니다. 파도도 아닌데 밤바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처럼 새소리가 귓가를 떠나질 않습니다. 세끼 설거지를 종일 미뤘다가 턱까지 차오른 그릇들을 거품을 내며 닦았어요. 새소리나 듣다가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또 어떤 소리를 듣게 될까요.
Day22 스물두번째 날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키워드는 [정리정돈&마무리]입니다. “정리정돈은 일종의 마법이에요. 사람들은 말해요. 양말을서랍 안에 깔끔하게 개어 두면 삶 전체가 정돈된 느낌이 든다고요.” 사실 작가는 정리정돈과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정리 정돈을 하고 싶어진답니다. 공간을 깨끗이 하려고 다음 일을 준비하려고 질서를 되찾으려고 또는 친구들을 초대하려고 말이에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정리정돈 좋아하시나요? 작가는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어요. 만약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미완성 프로젝트 박물관’을 열었을지 모른다고 고백합니다. 그만큼 시작하고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얘기죠.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마지막까지 치료를 받거나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거나 치약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거나 마라톤 결승선까지 완주하고 통과하는 일. “무언가를 마무리 짓는다는 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답니다.” 오늘 하루 무엇이든 어질러진 것들을 작게라도 정리정돈해보고 마무리짓는 날이 되시길 바라요. 언제나 그렇듯 키워드가 아니어도 단어 하나 사진 한 장이면 됩니다. 기록하는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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