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사람 주의

D-29
조경란의 책을 이제 접해 보자. 나이가 좀 있고 중견 작가가 아무래도 정서 상 맞는 것 같다. 대개는 실망을 안 하기 때문이다. 돈 주고 책 사고 실망하고 안 읽으면 뭔가.
작가가 예쁘면 글도 더 잘 읽힌다. 어쩔수가없다.
너댓/너덧/네댓 (너댓, 네댓) 사람이 모이다. 둘 중 어떤 단어가 맞을까? ‘넷이나 다섯쯤 되는 수’를 말할 때 흔히 ‘너댓’이란 표현을 많이 쓰지만 이는 ‘네댓’ 혹은 ‘너덧’의 잘못된 표현이다. ‘네댓’은 ‘두세, 서너, 대여섯, 예닐곱’ 등 두 가지 숫자를 아울러 나타내는 말 중에 유일하게 엄청나게 틀리는 단어다. 참고로 7과 8을 아울러 말하는 단어 ‘일고여덟’의 준말은 독특하게도 ‘일여덟’이다. 그녀는 너덧 살 정도 되는 딸이 있다. 손님이 왔는지 현관에는 신발이 네댓 켤레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일여덟 해를 혼자 사셨다.
내가 어렵게 이룬 거라고 그걸 그저 쉽게 편하하는 인간들은 있게 마련이다.
진짜 어릴 땐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고 구슬픈 소쩍새 울음 소리를 들으며 으슥한 곳의 곳집을 곁눈질하며 어둑한 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올케가 순 우리말이라는 게 신기하다. 한국어 명사에 케가 들어가는 게 얼마나 되려나?
좀 떨어진 상태에서 마음을 생생히 표현하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들어 받아 적을 게 적어진다.
어머니는 밤중까지 늘 혼자라는 말 대신, 나는 차사장에게 커피 한잔을 타달라고 했다.
말에 따옴표를 안 넣어서 이게 말인지 그냥 생각을 쓴 건지 헷갈린다.
작가는 대개 순수하고 본질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변의 미움을 사기도 한다. 이게 없으면 그게 어디 작가인가.
한꺼번에 다 얘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면서 하나씩 사연를 늘어놓는다. 마치 배급을 조금씩 주는 것처럼.
여자는 자기를 밝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고 뭔가 애매하고 빙빙 돌려 말한다. 좀 답답할 때가 많다. 자기는 남을 실컷 볼 수 있지만 남이 자기를 보는 것은 싫은 것이다.
작가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획일화를 경멸한다. 작가의 이 본령을 모르면 그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날씨가 벌써 너무 덥다. 지구 온난화 큰일이다. 그런데 전쟁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에/에게 조사 ‘에, 에게’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는 이 문제를 일본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이 문장은 언뜻 보면 틀린 게 없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에 강력히 항의했다’로 수정해야 한다. ‘일본’은 ‘무정물(無情物, 나무나 돌 따위와 같이 감각이 없는 것)’이라서 조사 ‘에’를 써야 한다. 이를테면 ‘정부는 삼성전자에 수출공로상을 주었다’라는 문장에서도 ‘삼성전자에게’로 쓰면 안 된다. 반면에 ‘어머니는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었다’에서 ‘강아지’는 ‘유정물(有情物, 사람이나 동물과 같이 감각이 있는 것)’이라서 ‘에게’라는 조사가 붙는다. ‘강아지에 간식을 주었다’라고 쓴 후 읽어 보면 어딘지 이상하게 들린다. 조사 ‘에게’와 ‘에’는 우리가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오랫동안 쓰다 보니, 잘못 바뀌어서 쓰여 있는 문장을 보면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사 ‘에’는 무정물에, ‘에게’는 유정물에 쓰인다.
옛부터/예부터 “옛부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였다.” 이 문장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았나요? ‘옛부터’가 틀린 거다. ‘예’는 ‘아주 먼 과거’를 뜻하는 명사이므로 조사 ‘부터’를 붙여 ‘예부터’라고 쓸 수 있다. 하지만, ‘옛’은 ‘지나간 때의’를 뜻하는 관형사이므로 조사 ‘부터’를 붙여 사용할 수 없다. 이 고장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고향은 내게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고 정겹다. 나는 길에서 우연히 옛 직장 동료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은 초등하고 취학 전이나 저학년 때를 가장 좋게 선명하게 기억하는,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 같다.
취학 전 아동들은 부모를 통하여 언어를 배운다.
죽은 사람 옷 입는 거 아니랬어.
왜요, 형님, 자살한 사람 옷 입는 거 아니라고 하시지 그래요.
올케는 울지도 화를 내지도, 표정을 바꾸지도 않은 채 나를 내려다보며 형님은 허물이 없을까봐요,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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