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연휴가 줄줄이어서 지각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시작이요. 오은 시인님의 추천사의 일부를 펌했어요. 마지막 문장 특히 좋아서 자꾸 읽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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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례식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을 웃돈다. 그러니 앞서 말한 상조회사의 240, 360(만 원) 패키지 상품들만으로는 가당치 않다. 추가 비용은 언제나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그러니 사람은 말기 암을 선고받고도 다음 날 출근을 하고, 메일을 열어 거래처와 일정 조율을 하고,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주말에는 요양원을 찾아간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니까. 유언이라는 걸 남기고 마지막 인사를 준비한다. 내가 죽음에 관해 아는 유일한 한 가지는,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관음. 모르는 이의 관 뚜껑을 살짝 들어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공동묘지를 두려워하면서도 한밤중에 담력을 시험하듯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 무덤 앞 비석에 적힌 글귀로 타인의 삶을 감상적으로 추측하는 마음, 누군가가 범죄에 의해 희생된 일을 브라운관 너머 안전한 곳에서 들여다보는 마음. 사람들은 시체를 두려워하지만, 시신이 나오는 공포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런 시선이 내게도 있었다. 이 시선을 떼어놓을 방안을 찾아야 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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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님의 문장 수집: "관음. 모르는 이의 관 뚜껑을 살짝 들어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공동묘지를 두려워하면서도 한밤중에 담력을 시험하듯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 무덤 앞 비석에 적힌 글귀로 타인의 삶을 감상적으로 추측하는 마음, 누군가가 범죄에 의해 희생된 일을 브라운관 너머 안전한 곳에서 들여다보는 마음. 사람들은 시체를 두려워하지만, 시신이 나오는 공포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런 시선이 내게도 있었다. 이 시선을 떼어놓을 방안을 찾아야 했다."
인품과 능력 모두 훌륭하셔서 늘 존경하던 직장 상사분이 계십니다. 요 며칠 계속 안 보이셔서 연휴 맞이 여행가셨나 했는데, 자녀상을 당하셨다는 소식을 동료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변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아무 말도,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동료가 먼저 돌아간 뒤 혼자 남아 눈물 흘리다 겨우 제 자리로 왔습니다. 조만간 그분을 뵐 때, 제가 감히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관음’이라는 표현이 저한테는 참 매섭고도 정확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든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죽음을 가벼이 여겼던 제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죽었다.’ 그 말에 담긴 무게를 조금 더 곱씹었다면 감히 그럴 수 없었을 텐데, 참척의 고통을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숙연해지는데... 어쩌다 저는 그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었을까요.
그가 되레 내게 물었다. 내가 떠나면 우리 가족은 어쩌지? 이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와 그의 가족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의 손이 이리저리 쓸리고 베여가며 쌓아 올린 모래성에 관해 듣는다. 하지만 죽음은 힘도 들이지 않고 가벼이 모래를 쓸어갈 것이다. 간절하게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음을 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생사의 끈을 그는 지루할 만큼 봐왔다. 붙잡고 싶다. 이뤄질 수 없는 소망임을 안다. 그러니 눈물이 난다. 죽음에 대해 물었는데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그것을 듣는다. 결국 사는 일 가운데서 죽는 일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타인의 사별을 지켜보며 하는 노동에서 자신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그는 나에게도 “영이 있다는 걸 믿나요?” 물었지만, 대답을 머뭇거렸다. 장례를 취재한 후부터 명확한 것이 없어졌다. 살고 죽는 일이 내 의지와 무관하다는 걸 번번이 확인하기 때문일까. 영혼의 존재는 잘 모르지만, 그날 그의 등을 안아 올릴 때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무게감에 비해 안아 들기 힘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안도를 불러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바나나님의 대화: 연휴가 줄줄이어서 지각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시작이요. 오은 시인님의 추천사의 일부를 펌했어요. 마지막 문장 특히 좋아서 자꾸 읽게 되네요.
저두요. 추천사도 밑줄 쳐가면서 읽었어요. 확실히 시인이셔서 그런지 감각적인 추천사입니다.
타인의 죽음과 장례를 숱하게 보거나 간여하다가 정작 자신의 죽음 이후는 자신만 전혀 모르고 가는 것이, 사람과 뭍 생명의 결국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당사자에게 종결이다. 생애의 모든 긍과 부, 기쁨과 고통과 걱정은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끝나고, 나머지는 산 자들의 몫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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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타인의 죽음과 장례를 숱하게 보거나 간여하다가 정작 자신의 죽음 이후는 자신만 전혀 모르고 가는 것이, 사람과 뭍 생명의 결국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당사자에게 종결이다. 생애의 모든 긍과 부, 기쁨과 고통과 걱정은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끝나고, 나머지는 산 자들의 몫이다."
근데 여기서 간여 -> 관여, 뭍 생명 -> 뭇 생명'이 맞지 않나요? 전자책만 그런 건지 오타 같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입말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산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묵직한 질문으로 변모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5, 희정 지음
죽음이 끝이 아니고 끝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산 사람이 치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을 각성하게 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6, 희정 지음
생로병사의 '생로병'이 삶 쪽에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신산한지 짐작게 해준다.죽음을 통해 무수한 삶을 조명하는 이 책은 누가 있었는지와 누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길어 올린다. 죽음을 잘 치러내면서 역설적으로 잘 살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죽음을 얘기할 때조차 희정의 글은 삶 쪽에, 사람 곁에 있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사람이 현장이다. 없음에서 있었음을 떠올리는 일, 희정은 지금껏 누구보다 성실하게 이 작업을 해왔다. 삶을 소외시키지 않는 '있음'으로, 죽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있었음'으로.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7, 희정 지음
여러 가지로 고마웠소.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천만에.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무슨 말씀을.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원, 별소리를 다 하는군. 그런데... 어째 떠날 마음이 안 나는데. 그게 인생이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3, 희정 지음
'없다'와 '있었다' 사이의 시차와 간극을 메우는 것이 우리의 슬픔이라고 했지만, 나는 묻고 싶었다. 그 슬픔은 어떤 모습인가요? 틈새를 메워야 할 슬픔의 모양을 알 수 없어 내게 죽음이란 슬퍼하기도 어려운,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 같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사는 게 금방이잖아요."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넘긴 이들이 해주는 말이 있었다. 사는 게 금방이니, 죽는 일이 금방인 것도 당연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 희정 지음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고들 하는데, 삶을 아는 일도 가당치 않아 보였다. ... 그럼에도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헤매는 것보다는 모르는 일을 뒤적이는 것이 나았다. 작은 가닥이라도 잡힌다면 그것을 손에 쥐고 싶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 희정 지음
수십만 명의 마음을 저마다 짐작할 순 없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죽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죽고 싶다는 사람도, 다가오는 그 시간 앞에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 인생의 마지막에 떠올리는 건 사람들이었다. .... 내가 죽음에 관해 아는 유일한 한 가지는,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 희정 지음
최초의 누군가가 주검 위에 흙을 덮은 순간부터 죽음은 1인칭이 아니었다. 죽음만큼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일도 없다. ... 남겨진 사람에게는 남겨진 사람의 몫이 있다. 사람의 몫이라는 건 노동을 의미한다. 손과 발, 눈과 입, 관절과 오장육부, 모든 것을 동원해 처리하고 정리하고 기억한다. 그 노동이 집중되는 시공간은 장례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17, 희정 지음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누구나 혼자 죽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다. ... "혼자 살게 되면 어쩌나요?"라고 물으며 결혼 시장으로 향하던 이들은 줄어갔지만, "혼자 죽게 되면 어쩌나요?"라는 물음은 여전히 답 없이 남아 있다. ... 그래도 이제 사는 일에 대해서는 "혼자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정도의 질문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로 이런 질문도 등장했다. "다르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이제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려는 게 아닐까? "다르게 죽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17, 희정 지음
죽음 앞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보려 했다. 죽어가는 자를 찾아가진 않았다. 죽은 자를 둘러싼 사람들을 볼 생각이었다. ... 그러는 동안, 나는 이제껏 없다고 자신하던 내 안의 어떤 시선을 느꼈다. 관음. 모르는 이의 관 뚜껑을 살짝 들어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 사람들은 시체를 두려워하지만, 시신이 나오는 공포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런 시선이 내게도 있었다. 이 시선을 떼어놓을 방안을 찾아야 했다. ... 밖에서 엿보는 사람이 되기 싫다면, 길은 두 가지가 아닐까. 보는 일을 멈추든가, 아니면 그 안으로 들어가든가.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8-19,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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