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빈소에서는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한다. 그게 이곳의 제1법칙이다. 연신 바라보되, 거슬리게 보면 안 된다. 눈빛마저 다소곳해야 한다. 본 듯 안 본 듯 상차림을 눈여겨보며 필요한 것이 없는지 미리 살핀다. 상주의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좋은 죽음을 원한다. 하지만 어떤 죽음이 올지 모른다. 불확실하기에 바람은 더 간절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9, 희정 지음
고인 본인에게 좋은 죽음(호상)은 있을지라도, 남겨진 이들에게 좋은 죽음은 없기 때문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죽음은 늘 갑작스럽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0, 희정 지음
죽으면 끝이라 하지만, 빚은 대를 이어 남는다. 현실은 현실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병원이나 시설에서 죽고, 그건 생의 마지막까지 돈을 쓰다가 간다는 말이기도 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0, 희정 지음
'좋은 죽음'을 두고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건 거기에 그만큼 구체성이 없다는 뜻인데, 같은 이유로 '좋은 장례'는 앙상한 뼈대조차 그려낼 수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1, 희정 지음
염습실에서 장례인들은 따뜻했다가, 미적지근했다가, 애틋했다가, 무심했다. 애초에 죽음도, 그에 따른 의례도 하나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5, 희정 지음
막상 죽음이 다가오면 아픔 외에도 걱정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다른 질문으로 바뀐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6, 희정 지음
그의 손이 이리저리 쓸리고 베여가며 쌓아 올린 모래성에 관해 듣는다. 하지만 죽음은 힘도 들이지 않고 가벼이 모래를 쓸어갈 것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8, 희정 지음
어쩌면 이 모든 장례 절차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없이 절차에 따르다보면 도대체 이런 일이 나에게 왜 일어났나 하는 생각이나 슬픔조차도 잠시 접어두게 되더라고요 쉽지않은 일을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담담히 해오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말씀하신 걸 읽으니 문득 박완서 작가님의 <부처님 근처>라는 단편이 떠올랐습니다. 거기서 이런 얘기를 봤거든요.
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한국문단을 지탱해온 깊은 뿌리이자 세대를 거듭해 생장하는 거대한 우듬지인 작가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기 위해 박완서 단편소설선 『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사람이 죽으면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한다. 눈물이 마르면 침을 몰래몰래 발라가며, 기운이 빠지면 박카스를 꼴깍꼴깍 마셔가며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고, 조상객을 치르고, 노름꾼을 치르고, 거지를 치르고, 복잡하고 복잡한 밑도 끝도 없는 여러 가지 절차를 치르고 복잡한 절차 때문에 웃어른과 아랫사람과 말다툼도 치르고, 차례에 제사에 또 제사를 치른다.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은 기운이 빠질 대로 빠지고 진저리가 나고, 빈털터리가 되고 지긋지긋해지면서 죽은 사람에게서까지 정나미가 떨어진다. 비로소 산 사람은 죽은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 부처님 근처, 박완서 지음
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한국문단을 지탱해온 깊은 뿌리이자 세대를 거듭해 생장하는 거대한 우듬지인 작가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기 위해 박완서 단편소설선 『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책이 얌전히 책꽂이에 꽂혀 있(기만).. 꺼내어 이 단편이라도 함께 얼른 읽어보렵니다.
이 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죽은 이의 몸을 다루는 두려움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무섭다. 염습은 죽은 이의 몸을 다루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 몸을 볼 이가 고인과 절친한 이이기에 어렵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46, 희정 지음
"사람들은 시신을 무서워한다. 죽은 사람을 붙잡고 흔들며 껴안는 사람들은 겁이 없어서가 아니다. 죽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 안타까움과 슬픔이 너무 큰 나머지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니 시체가 아닌, 단정하게 옷이 입혀지고 곱게 화장된 상태에서 '내가 알던 그'로 고인을 만나고 싶다. 점차 입관식만 참관하는 문화가 굳어져간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47, 희정 지음
결국 '산 사람'이 무서운 것이다. 양측 다 편의에 따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 사이에서 편안할 수 없는 건 죽은 사람이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고인 혼자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47, 희정 지음
내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 순간에도 사회가 나를 잊지 않고 장례를 치러줄 거라는 믿음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연대감이죠. 위패 하나 드는 게 큰일은 아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계속 내는 거죠. 당신의 장례를 함께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혼자가 아니고 당신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을 끊임없이 내는 거예요. 그 인기척이 저에겐 위패를 드는 거고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안녕하세요. 수북강녕 대표님의 이끔으로 왔습니다. 책을 쓴 희정이라고 합니다. 다들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책에서, 좋아하는 문장 하나 꼽고 갈게요. 26일, 수북강녕에서 뵙겠습니다 :)
4월의 도서<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를 받아들었을 때의 충격과는 대조적으로 후반부로 가면서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5월은 쉬어갈까 생각하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 얼른 가서 찾아왔습니다. 함께 읽기의 즐거움 5월에도 누릴 수 있게 되었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는 좀 사연이 있어요. 우리 아들이 갑자기 아팠어요. 뇌종양이라 회사도 그만두고 아이를 케어하다가, 그 아이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납골당(봉안당)에 매일매일 갔어요. 매일 가니까 납골당 사장님이 어떻게 살려고 하냐, 그러면서 장례 일을 권하더라고요. 장례도우미 일이라고 해서 ‘아, 우리 아들 (장례) 때 왔던 그분들이구나’ 했어요. 매일 출근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우리 아들 보고 싶으면 일 안 가고 여기에 수시로 와도 된다고. 그래서 시작했어요. 일 시작하고 처음에는 우울했죠. 맨날 죽은 사람들 보니까. 같이 울고, 우리 아들 또래들 보면 뒤에서 울고. 처음에는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뭐라고 할까, 제가 (사별한) 경험이 있잖아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저 사람이 힘든데 지금 뭘 해주어야 할지, 저분들을 언제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지금까지도 저는 이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읽다보니 일정보다 하루 앞서서 올린 걸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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