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내가 다른 곳에서 만난 장례지도사 박재익은 입관식에 앞서 이런 말을 했다. “어머님은 가실 준비가 되셨는데, 여러분은 보내드릴 준비가 되셨습니까?”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책 읽다가 눈물 닦기를 반복하네요. (ㅠㅠ) 저 문장을 보니 친척들 장례식 참석했을 때가 떠올랐어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장례식 치르면서 눈물이 솟는 순간이 꼭 세 번씩 있더라고요. 한 번은 입관할 때, 그 다음은 화장장 소각로에 관이 들어갈 때(혹은 매장 시 관 위에 흙이 덮일 때), 소각되어 나온 재를 볼 때. 그때 저뿐 아니라 다른 친척분들도 함께 우시는 걸 보니까 사람 마음이 다 똑같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관 뚜껑이 닫히고 못질을 할 때, 정말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알던 사람이 소각로에 들어가서 하얀 재가 되어 나올 때, 그 느낌은 정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예전에는 유족들이 고인의 몸을 닦는 과정부터 다 지켜봤어요. 요즘은 우리가 옷 입혀놓으면 가족들이 입관식에 와서 30분만 얼굴을 보고 가요. 옛날에는 참관실에서 처음부터 지켜보다가 수의 입힐 때 유족이 머리를 잡아주고 그랬거든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제가 중학생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저도 염습 과정을 처음부터 다 지켜봤어요.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저는 임종을 못 지켜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전혀 실감을 못 하다가 염습하는 걸 보고서야 깨달았어요. 정말로 돌아가셨다는 걸, 이제 다시는 집으로 못 돌아오신다는 걸.
저는 소설보다 전기문학에 그리고 다큐에 끌리고 세상 사람들 이야기와 삶에 끌립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이 기록노동자라고 자임하시는 것을 보고 참으로 존경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발인까지 읽는 날인데..한참 지나쳐 거의 책 끝부분까지 와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부랴부랴 들어왔습니다. 역시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고 그 마음들까지 전해받은 듯 합니다. 자연은 무정하며 생과 사는 그저 벌어지고 겪게 되는 사건이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의 몸을 더 이상 스스로 가눌 수 없는 상태에 까지 도달한 어머니를 접하며 머리와 가슴의 간극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죄책감이라는 막연한 감정에 지배되고 있는 자신이 느껴집니다. 누웠다 하면 자던 사람이 잠을 못 이룰 정도로요. 이런 처지에서 참 좋은 책을 알게 되었구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어떤 공간과 시간에서든지 사람이 사람 마음이 젤로 중요하구나 하는 걸 다시 깨닫습니다.
기술도, 심미도, 격식도 애도 뒤에 와야 한다. “수의도. 미국이든 일본이든 다 자기 양복이랑 드레스 입고 하잖아요. 수의를 팔면 30만 원, 50만 원 벌이가 있겠지만, 저는 그냥 당신이 아끼던 옷을 입혀드리고 더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하게 하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39 p, 희정 지음
저도 이 문장 찜합니다. 다른 거 다 챙겨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떠난 이와 남겨진 이를 위한 애도가 먼저일텐데...
그런 날의 입관이었다. 유독 많은 이가 입관식에 참석했다. 내내 눈물을 보이던 고인의 막내아들은, 장례지도사가 메이크업 도구를 꺼내자 울음을 그치고 입을 열었다. “어머니 눈썹 예쁘게 그려주세요. 눈썹에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병실에 있을 때도 지인들이 병문안을 오는 날이면 아들이 눈썹을 그려줬다고 했다. 평소에 좀 멋쟁이라 생각했는데. 그저 아치형 눈썹이 잘 다듬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랬구나.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95, 희정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죽은 다음》 5월 2주차 ■■■■ ● 함께 읽기 기간: 5월 8일(금) ~ 5월 14일(목) ● 함께 읽기 분량: 3장 성복, 4장 발인 1주차에 마주한 염습실의 풍경과 장례지도사들의 고군분투, 어떠셨나요? 이번 2주차에는 장례의 본격적인 과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숙련된 노동자들을 만나러 갑니다. 3장 '성복'에서는 우리가 빈소에서 마주하는 풍경 너머, 10시간 넘게 서서 자리를 지키는 의전관리사의 노동과 유가족조차 잘 모르는 장례의 뒷모습을 다룹니다. 이어지는 4장 '발인'에서는 장례의 완성을 돕는 이들을 만납니다. 30년간 수의를 지어온 임미숙 님, 마지막 길에 노래를 실어주는 선소리꾼 방동진 님, 그리고 화장기사와 장묘업체 운영자까지. "장례 3일은 짧다"라고 말하는 화장기사의 문장을 보며, 우리는 죽음을 떠나보내는 물리적인 시간과 마음의 시간이 얼마나 다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주에는 장례를 지탱하는 이 수많은 '손'들 중 어떤 분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을 가장 깊게 두드렸는지 궁금합니다.
방금 2장까지 읽었습니다.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들을 생각하게 해서 강렬했는데 막상 감상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할지 정리가 잘 되지 않네요. 2주차 3-4장도 이어서 읽어나가겠습니다.
@김새섬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에게 가장 가까운 죽음은 시아버님의 죽음이었습니다. 아버님이 겪으신 죽음의 과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짬이 나는 대로 독후감과 의견을 올리겠습니다.
죽음까지 제대로 들여다보아야 삶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역설에 도달한다. 죽음의 불평등으로부터 삶의 불평등을 샅샅이 살피는 작업은 삶과 죽음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게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입말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산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으로 변모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죽음만큼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일도 없다. 시신은 수습되어야 하고, 죽은 이의 신변은 정리되어야 하며, 그 죽음은 알려지고 애도받아야 한다. 남겨진 사람에게는 남겨진 사람의 몫이 있다. 사람의 몫이라는 건 노동을 의미한다. 손과 발, 눈과 입, 관절과 오장육부, 모든 것을 동원해 처리하고 정리하고 기억한다. 그 노동이 집중되는 시공간은 장례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나는 사람이 시체로 나타났다는 사실보다 늙은 몸으로 등장한 데 더 놀랐다. 나이 듦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벗은 몸. 나는 나이 듦도 모른 채 죽음에 대해 알고자 했던 것이다. 고인의 몸에서 욕창 밴드를 떼어내며 죽는 일보다 늙는 일에 대해 먼저 배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나는 가네 나는 가네 북망산천으로 나는 가네 만당 같은 내 집 두고 문전옥답 다 버리고 만첩 청산에 들어가니 구척광중 길이라고 칠성으로 요를 삼고 떼장으로 이불 삼아 살은 썩어 물이 되고 뼈는 썩어 진토 되니 삼혼 칠백 흩어지니 어느 친구가 날 찾으랴 창해 유수 흐른 물은 다시 오기 어려워라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일을 시작했을 땐, 제가 고인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라든가, 남들이 하기 꺼리는 일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취해 있을 때도 있었어요. 장갑도 안 끼고 염습하고 그랬어요. 나는 시신을 더러운 걸로 취급하지 않을 거야, 이런 마음으로. 그러다가 어머니 장례를 치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머니 시신을 입관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때의 나와 같다면, 나는 싫다. 내 어머니의 죽음과 무관하게 자기감정에 취해 있는 거잖아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저도 이 문장을 마음에 담아두었습니다. 꼭 죽음뿐만 아니라 여러 삶의 현장에서 경계해야 하는 태도라고 느껴져 큰 배움이 있는 부분이었어요. 죽음과 관련되어 있기에 더 크고 무거운 깨달음으로 다가왔고요.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돌 위에 북두칠성 모양을 새겨 시신을 올렸다고 한다. 내 손을 떠난 이의 평온을 별에 빈다.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인 북두칠성이 그를 무사히 인도하길 바란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어울리지 않는 옷과 화장은 때로 이질감 때문에 죽음의 생경함을 도드라지게 한다. 보는 이에게 상처를 입힌다.(...) “내가 아끼는 옷이 가장 좋은 수의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고인이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세상을 떠났을 경우에는 사망진단서가 아니라 시체검안서를 떼어야 한다. (...) 집에서 죽기 어렵게 만드는 세상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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