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 맨 앞에 생전 벼슬을 하지 못한 사람은 학생이라 적는데, 평생 공부하여 수련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높여 이르는 명칭인 듯 하다는 희정 작가님의 글도
여덟 글자 명정이 아닌 한자 사이에 한글 두 글자를 추가한 열 글자 명정을 쓰면서 “저는 이름을 넣어주려고 해요” 전통이라는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이안나 천생 장례지도사의 여정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그믐30

장맥주
“ 나이 든 몸 은 굽고 휘었다. 팔이 안쪽으로 꺾여 펴지지 않거나 무릎이 세워진 상태로 안치실에 왔다. 온 하루를 병상에서 보낸 몸들이다. 병원이나 요양원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일이 늘어나면서 가지런한 몸을 보기 어려워졌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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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그는 전통이 라는 이름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는 과하고 불필요한 절차들이 ‘전통’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고급 상품’으로 변모해 판매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대렴이라고 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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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토마토
하지만 괜찮았다. "사는 게 금방이잖아요."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넘긴 이들이 해주는 말이 있었다. 사는게 금방이니, 죽는 일이 금방인 것 도 당연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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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토마토
책 앞부분을 읽다가 마음이 겸허해져서 책을 덮게 됐네요. 또 읽기 도전해보겠습니다.

장맥주
“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3일간의 장례식을 하나의 무대라 생각하는 듯했다.
“세상에서 사람을 지우는 장이 아니다,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기억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저는 장례라는 의식을 프로듀싱한다고 생각해요. 장례지도사는 프로듀서이기도 하 고 보조출연자이기도 한 거죠. 이 무대의 주인공은 고인이고.”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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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운이 좋다면 우아하게 죽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우아하게 장례를 치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임종과 죽어가는 이의 곁을 지 키는 임종은, 단어만 같지 전혀 다른 일이다. 장례는 움직이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계산해야 하는 일의 연속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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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생과 사를 결정하는 주도권이 의료진에게 있다. 의사에게서 사망진단을 받아야 한다. 고인이 병원에서 돌아가셨다면 병원 원무과로 가자. 담당의가 발급한 사망진단서를 원무과 직원이 교부해줄 것이다. 경황이 없어도 이것은 기억하자. 여러 장을 발급받아야 한다. 장례식장 빈소를 잡을 때도, 화장할 때도, 심지어 가족과 친척이 회사로부터 장례 휴가를 받으려고 해도 증명 서류가 필요하다(당신이 고인과 법적 가족 관계가 아니라면 현행법으로는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6부에서 이야기하겠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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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
최초의 누군가가 주검 위에 흙을 덮은 순간부터 죽음은 1인칭이 아니었다. 죽음만큼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일도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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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p.21 고복 부분을 읽으며 중고등학생 때 배운 김소월의 시 '초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초혼'이 뭔지 몰라서 찾아보고 상상해보았던 기억이 있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셨지만 일상에서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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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바나나
“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사람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가리킨다. 생로병사의 ‘생로병’이 삶 쪽에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신산한지 짐작게 해준다. 죽음을 통해 무수한 삶을 조명하는 이 책은 누가 있었는지와 누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길어 올린다. 죽음을 잘 치러내면서 역설적으로 잘 살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죽음을 얘기할 때조차 희정의 글은 삶 쪽에, 사람 곁에 있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사람이 현장이다. 없음에서 있었음을 떠올리는 일, 희정은 지금껏 누구보다 성실하게 이 작업을 해왔다. 삶을 소외시키지 않는 ‘있음’으로, 죽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있었음’으로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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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연휴가 줄줄이어서 지각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시작이요.
오은 시인님의 추천사의 일부를 펌했어요. 마지막 문장 특히 좋아서 자꾸 읽게 되네요.

borumis
저두요. 추천사도 밑줄 쳐가면서 읽었어요. 확실히 시인이셔서 그런지 감각적인 추천사입니다.

그믐30
아 저두요ㅎㅎ 삶을 소외시키지 않는 ‘있음’으로, 죽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있었음’으로

장맥주
“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례식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을 웃돈다. 그러니 앞서 말한 상조회사의 240, 360(만 원) 패키지 상품들만으로는 가당치 않다. 추가 비용은 언제나 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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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
“ 그러니 사람은 말기 암을 선고받고도 다음 날 출근을 하고, 메일을 열어 거래처와 일정 조율을 하고,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주말에는 요양원을 찾아간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니까. 유언이라는 걸 남기고 마지막 인사를 준비한다. 내가 죽음에 관해 아는 유일한 한 가지는,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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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
“ 관음. 모르는 이의 관 뚜껑을 살짝 들어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공동묘지를 두려워하면서도 한밤중에 담력을 시험하듯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 무덤 앞 비석에 적힌 글귀로 타인의 삶을 감상적으로 추측하는 마음, 누군가가 범죄에 의해 희생된 일을 브라운관 너머 안전한 곳에서 들여다보는 마음. 사람들은 시체를 두려워하지만, 시신이 나오는 공포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런 시선이 내게도 있었다. 이 시선을 떼어놓을 방안을 찾아야 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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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
인품과 능력 모두 훌륭하셔서 늘 존경하던 직장 상사분이 계십니다. 요 며칠 계속 안 보이셔서 연휴 맞이 여행가셨나 했는데, 자녀상을 당하셨다는 소식을 동료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변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아무 말도,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동료가 먼저 돌아간 뒤 혼자 남아 눈물 흘리다 겨우 제 자리로 왔습니다. 조만간 그분을 뵐 때, 제가 감히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관음’이라는 표현이 저한테는 참 매섭고도 정확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든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죽음을 가벼이 여겼던 제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죽었다.’ 그 말에 담긴 무게를 조금 더 곱씹었다면 감히 그럴 수 없었을 텐데, 참척의 고통을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숙연해지는데... 어쩌다 저는 그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었을까요.
진제
“ 그가 되레 내게 물었다. 내가 떠나면 우리 가족은 어쩌지? 이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와 그의 가족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의 손이 이리저리 쓸리고 베여가며 쌓아 올린 모래성에 관해 듣는다. 하지만 죽음은 힘도 들이지 않고 가벼이 모래를 쓸어갈 것이다. 간절하게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음을 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생사의 끈을 그는 지루할 만큼 봐왔다. 붙잡고 싶다. 이뤄질 수 없는 소망임을 안다. 그러니 눈물이 난다.
죽음에 대해 물었는데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그것을 듣는다. 결국 사는 일 가운데서 죽는 일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타인의 사별을 지켜보며 하는 노동에서 자신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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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그는 나에게도 “영이 있다는 걸 믿나요?” 물었지만, 대답을 머뭇거렸다. 장례를 취재한 후부터 명확한 것이 없어졌다. 살고 죽는 일이 내 의지와 무관하다는 걸 번번이 확인하기 때문일까. 영혼의 존재는 잘 모르지만, 그날 그의 등을 안아 올릴 때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무게감에 비해 안아 들기 힘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안도를 불러왔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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