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관계를 묻는 물음 앞에 동성 애인은 친구가 되고, 사실혼 배우자는 이웃이 된다. 질문이 없으면 거짓 대답도 없다. 질문 없는 빈소가 묘하게 안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가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는 방편으로 침묵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69,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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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단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우리는 '(혈연-법률) 가족'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가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7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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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출산, 양육, 부양, 연명, 의료, 그리고 장례까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이 오직 (정상)가족 단위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둔 사회는, 가족을 벗어나 구성원이 맺는 다양한 유대적 관계를 보려 하지 않는다. 무연고자가 증가한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73-27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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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시신을 포기한 가족'들이 괘씸하다며 속내를 드러니는 걸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은 시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위임'한 것이라며 표현을 정정한다. 포기와 위임 사이에는 장례 비용이 평균 1400만 원인 현실이 존재한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7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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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어릴 적 집을 나간 고인과는 10대 이후로 본 적이 없다는, 이제는 늙어버린 동생이 빈소를 찾은 날. 장례를 치르고 함께 돌아가는 버스에서 그의 교통카드가 연신 잔고 없음을 알려댈 때, 나는 사별자들이 들려준 사연을 책에 담지 않기로 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애도가 아닌 품평을 할 거라는 우려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가난은 디테일하고 삶도 디테일하니까. 한두 시간 남짓 같은 공간에 있던 이들이 들려준 고인과의 관계, 그 안에 박힌 세밀한 경험과 감정을 내가 알 리 없었다. 악마가 디테일에 숨어 있듯, 애도도 그곳에 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75-27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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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숨이 멈춘 상태에서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리가 나에게 있다고 믿어왔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주검에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을 테니. '요람에서 영안실'까지가 아니라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닐까.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79,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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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쪽방촌에 가면 어르신들이 장례를 꼭 치르고 싶어 하세요. .... 장례를 치르면 그게 낙인이 되니까요. 장례를 치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하고 그 가족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풍토가 있으니까. 장례를 장례 조문 봉사 온 분들도 그런 말을 하세요. '잘 살았으면 장례를 치를 사람이 있겠지.' 아니요. 장례를 치를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거죠.
......
'잘 살아왔다면'에 담긴 의미는 '가족 유지'이다. 잘 살았다면 왜 가족이 없겠냐는 말이다.
......
이 사회는 (정상)가족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건전하고 바른 시민의 전형적 모습이라 여긴다. 가난하고 혼자인 노년은 건전한 시민이라는 자격을 박탈당한, 그리하여 낙인과 함께한 인생이다. 장례까지 치르지 않는다면 낙인은 더 강력해진다. 인생의 마침표가 낙인이라니.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82,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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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죽음도 되게 묵직한데 존엄이라는 말까지 겹쳐지니까, 더 무거워지는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존엄이지 않을까 해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8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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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사람들은 끊임없이 죽음과 죽은 이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죽음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에요. 애도는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죽은 후에도 관계 맺기가 계속되는 거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83-28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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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돌봄의 영역이 복지로 제도화되고 있어요. 이미 장기요양보험이 제도화된 것처럼, 장례도 돌봄의 맥락에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거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85,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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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부모 눈에 어긋남 없는 조건이란 실은 이 사회의 시선에 들어맞는 조건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90,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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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얼마나 '좋은 자식'인지는 관혼상례 모든 단계에서 검증받게 마련이다. 특히 장례는 가정의례의 연말 시험 같은 위상이라고 할까. 노릇을 평가받는 중요한 시험대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90,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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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가족이 하나의 '투자 공동체'가 된 요즘, 자식 노릇은 더 강조된다. 능력주의 사회로 이행함에 따라 자녀라는 개별의 인적 자본은 자신의 투자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사회의 '정상가족' 안에서 살아가는 아들딸의 역할이다. 장례는 투자 가능성을 가늠하고 가시적인 성과 배당을 확인하며 재생산하는 장으로 유지된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90-291,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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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인생이 시험이어선 안 되는 이유는 시험에는 답을 채점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91,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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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역으로 누군가의 죽음은 세상의 문법을 뒤집어 보이는 질문이 생겨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타인의 장례 앞에서 사람들은 다가올 자신의 장례를 떠올린다. 그로써 살아온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이때의 삶이란, 이전과 같은 삶이 아니다. 그가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의 문제다. "죽음에 슬퍼하는 자를 넘어, 그 이후를 살아갈 윤리적 주체"로 산 사람은 자신을 세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9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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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애도는 기억함이다. 그가 살아생전 생성하고 형성해온 관계로 구성된 이 세계를 기억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우리 자신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산 사람들은 새로운 장례를 찾아 나선다. 제대로 애도하기 위해. 그리고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9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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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유언장을 쓰는 건 믿음 때문이다. 법적 효력과 무관하게, 내 유언장을 읽고 그에 따라줄 이가 있다는 믿음, 아니 바람이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0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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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어떤 관계들은 사회에서 이름을 얻지 못한다. .... 내가 맺는 관계가 설명되지 않으니 나답게 살기도 어렵다.
.... 그러나 분명하게도 지금의 '나'는 내가 맺어온 관계의 총체이다. 수많은 인연과 관계가 나를 스쳐가는 동시에 머문다. 나를 나 자신으로 만드는 건 지금껏 나를 나로 살게 한 모든 것이다.
.... 어떤 장례가 치러졌으면 싶은지를 물었다. 이 질문은, 우리가 맺어온 관계와 공동체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나로서 죽을 수 있도록 지켜줄 이들이 내 옆에 있는가. 그 믿음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05-30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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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인생이 시험장이라니. 과연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든 시험장인가. 왜 인생에서 탈락자가 생겨야 하나.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0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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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구분과 구별이, 배제와 위계가 우리의 삶을 휩쓸지라도 우리는 그네를 타고 있다. 각자가 저마다의 그네를 밀어내기 위해 힘껏 발돋움한다. 그리고 서서히 내려오는 길에 인사를 한다.
"고생했어."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0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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