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자신이 모은 농지가 뿌듯하다가도, 나 죽고 나면 저 땅이 고스란히 팔릴 것을 알아 잠시 울적하다가도, 그렇게라도 자식에게 무언가를 남겼다는 마음에 다시 뿌듯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3, 희정 지음
오래 살아 미안하기도, 나이를 더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사는 일이란 그런 걸까.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4, 희정 지음
상여 속 고인에게 불러주는 노래인가.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말인가. 상엿소리가 슬픈 것인지 사는 일이 슬픈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만 리 길을 슬프다 슬프다 하며 갈 수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5, 희정 지음
"그런데 왜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가는 거예요?" "먼 길 가는데 흥이 있어야 가지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5, 희정 지음
한국에서 유난히 묘지가 거슬린 데는 높은 인구 밀도 외에도 토지가 개발과 증식, 투자의 공간이 된 까닭이 있었다. .... 땅은 귀해졌고 사람은 태워졌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8, 희정 지음
청년 이미지는 어디에서든 선호된다. 나이 든 장례업자에겐 탐욕의 이미지를 곧잘 씌우면서, 장례업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를 소개할 때는 선하고 무해한 '착한 청년'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신기한 일이다. 이곳도 직장인데 무구함만이 존재할 리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0, 희정 지음
그가 하는 선택이 학생답지 않고, 여자답지 않고, 젊은이답지 않았기에. 이해루는 그런 자신을 보호해줄 직업을 갖기로 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1, 희정 지음
관혼상례의 한 조각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정례화된 규범을 거부하거나 거기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다. 번잡한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1, 희정 지음
장례 3일은 짧아요. 솔직히 그건 시신을 처리하는 기간이지, 사람들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애도는 장례 이후에나 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8, 희정 지음
장례 전문가라 이야기하지만, 전문가란 다른 의미로 지식을 독점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의사 한 명 한 명의 노고와 무관하게 현대 의학은 우리가 내 몸을 이해하고 판단할 권한을 소수의 전문가들에게 국한한다. 장례라고 다를 순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9, 희정 지음
'없음'과 '있었음' 사이에 채울 슬픔조차 알지 못했던 것은 나의 개인적인 무지가 아니었다. 어느 책에서 말한 것처럼 "죽음은 우리의 교과 과정에 빠져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배운 것이 없다. 장례는 더욱더. 무지의 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 온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내 몫의 장례를 치러준다. 나에게 남겨진 것은 "차가운 유리가 깔린 테이블 위에서 몇 번의 서명을" 하는 역할 뿐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0, 희정 지음
원한다면 관련 교과내용을 엮거나 재량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 정말로 우리의 교과 과정에 죽음을 도입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도 됩니다. 현재 의무교육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인데요. 이 아이들에게 죽음을 가르치려면 무엇을,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까요. 당장 저보고 '죽음에 대한 수업을 해주세요'라고 하면 자살예방교육 밖에 안 떠오를 것 같습니다. 의무교육의 틀을 던지고 생각해봐도 어떤 교과내용을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진행할 건지 머리가 아파옵니다.
맞아요. 실은 남자들은 고독사, 여자들은 자살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자살 예방 교육도 갈수록 중요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자살 외에도 실은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 노후 준비나 죽음에 대한 지식들은 생각보다 드물고 낯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및 반려동물 아니면 어렸을 때 죽음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자세한 것은 아니어도 죽음과 함께 순환하는 생명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접은 후,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이렇게 말했다. "내가 땅에 떨어져 썩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 "저는 제 일이 되게 대단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하찮다고도 여기지 않거든요. 내가 땅에 떨어진다면, 언젠가 다들 떨어지니까, 그렇다면 거름이 되면 좋겠지요.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내가 조금 힘들었던 거, 고생했던 거를 다음 사람들은 좀 덜 겪게, 덜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앞서 지나간 사람의 예의라 생각하거든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2, 희정 지음
"그럴 때면 우리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장식 같아요. 중요하지 않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걸어둔 장식이요." 반짝이지만 점멸하는 장식.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3, 희정 지음
"사람들이 사는 데 급급해서 정작 사는 걸 모르고 있는 느낌이에요. 사람들이 정말로 살아 있는 것처럼 살지 않고 꿈꾸듯이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라고 하잖아요. 그 가면이 나인 줄 알고 휘둘려 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장례 문화만 봐도 사별자가 이거를 진짜로 사고 있는 게 아닌 거예요. 울어야 할 것 같아서 울고, 사람들한테 보이는 거를 신경 쓰다 보니까 진짜 슬퍼할 수 없는 거예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4, 희정 지음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4, 희정 지음
좋은 집에 살던 사람이 명당에 묻힌다. 가난한 이들은 공동묘지에 부모의 시신을 몰래 두고 가고, 힘없는 이들은 피란 도중 이름 모를 곳에 자식을 묻었는데, 번듯하게 장사 지낸 집 자손들이 명당에 묘를 썼다는 이유로 대대손손 복을 누리는 건 아무래도 맞지 않다. 그게 세상사 이치라면 이 세상이 도리에 맞지 않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5, 희정 지음
그늘지고 습하고 질척이는 곳에 터를 닦는다면 인류는 생존 자체가 어려웠을 테니, 짐작건대 본능이 일깨우는 마음의 평화인지도 모른다. 다 살자고 하는 일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6, 희정 지음
흠결 있는 땅에 나무를 심고 풀을 기르면서 그 자리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냈다. 먼 훗날, 사람들이 울창해진 곳을 보고 명당이구나 한다. 사는 일과 비슷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76, 희정 지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부키출판사/도서증정이벤트]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프리라이팅》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웰다잉 오디세이로 계속 이어집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천천히 읽어요
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안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 책 리뷰 <지금, 그리고 그때>안노란책 리뷰 <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 책 리뷰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 앤 드 마르켄안노란 책 리뷰 <메데이아> 에우리페데스안노란 책 리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하임 마이어호프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3.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
아티초크의 멋진 책!
[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인생 록 음악’ 추천!
[그믐밤] 49. 국제 암석의 날 기념, ‘인생 록 음악’ 추천해주세요[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새폴스키의 책을 읽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동구권 SF 함께 읽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