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산 사람은 살라는 말은 죽은 사람은 잊고 상처는 묻고 기억은 지우라는 말이 아니다. 남은 사람들은 살아갈 일을 생각해야 한다. 그건 내일 밥을 먹고 모레 잠을 자는 일이 아니다.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이다. 내 자식의 죽음 같은 일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그 마음으로 산다.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한강 작가는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이 답을 안다. 언제나 죽은 이는 산 자를 구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박소해님의 대화: 어제 @수북강녕 대표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죽은 다음> 북토크 정말 좋았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진행해주신 @김새섬 대표님과 길고 정성어린 답을 해주신 @ㅎㅈ 희정 작가님께 고맙습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금방일까 싶을 정도로 휙 지나갔네요. <죽은 다음> 전자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들어서 그런가, 희정 작가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 오랜만에 @장맥주 작가님도 뵈어서 더 반가웠던 북토크였습니다. 1년여 만에 인사 드린 @김새섬 대표님, 얼굴 잠시라도 뵈어서 감사했습니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뒷풀이 때 못뵈어서 아쉬웠거든요. 암과 책의 오디세이 유튜브 계속 정주행할게요...! 어제, 희정 작가님께 배운 것: 죽은 뒤에 내가 원하는 방식의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면 생전에 주변인들을 설득하라!
우리가 대개 '나 자신' 또는 '가까운 가족과 지인'의 죽음이나 질병에서 비롯되어 죽음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하는 것과 달리, 공동체적 죽음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된 이 책이 제게는 정말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에서 읽을 12권 도서를 추천할 기회가 왔을 때 제일 먼저 이 책을 추천한 이유도 그것이고요 나의 노후를 얼마나 더 부족함 없이 윤택하게 보낼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 장례식에는 어떤 정재계 인사의 화환이 즐비할까를 논의하는 기회는 많지만, 자본주의나 가부장적 사회의 틀에 갇히지 않은 여러 죽음과 삶에 대해 살피는 일은 흔치 않다고 여겨져 특히 정성을 담뿍 담았습니다 ♡ 스낵을 협찬해 주신 @꽃의요정 님, 마무리 떡잔치를 열어 주신 돌고래 출판사 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최근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이라는 르포르타주를 출간하여 "10년간 연락 없던 통장이 호텔에서 청모를 하고 와인 곁들인 식사를 대접했는데 축의금은 얼마나 해야 할까?!" 의 정답을 알려주시는 돌고래 출판사와 콜라보한다면, '허례허식 없는 장례식과 허례허식 없는 결혼식 - 내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인생의례'에 대해 제대로 실용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또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소비주의와 웨딩 산업 속에서 결혼식의 의미를 묻는다 혼인율은 낮아도 비용은 급등하는 현실과 정보 비대칭 구조를 파헤치고 비교와 경쟁, SNS 전시 속에서 나다운 결혼식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의아함에 그 말을 곱씹었다. 나는 이것을 마음이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빤히 보이는 길로 사람들을 보내는 마음. 그럼에도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체념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 안에서 틈새를 만들어내길 바라기에 하는 당부라고. 그 마음에 응답하고 싶었다. 대안적 장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83, 희정 지음
2018년 말에 협동조합의 기준은 자본금이 아니라 조합원 수와 출자금이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어서 한숨 돌리죠. 그렇지만 여전히 자본의 벽이라는 거대한 적은 있죠. 가장 어려운 적이에요. 하지만 현재 장례업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상조회사는 없어요. 거대한 상조회사들도 우리보다 적립률이 낮아요. 거인이 쓰러지면 훨씬 큰 소리가 나잖아요. 우리가 쓰러지면 소리도 안 나겠지만, 자존심이 걸려 있고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니까.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거죠. 온갖 시도를 다 하고 있어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43, 희정 지음
경제 원리만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니까. 다른 나라 사례도 살펴보고 자문도 받고 연구를 했어요. 앞으로 우리는 작은 장례를 해야겠다. 규모만 작은 게 아니라, 애도와 추모가 있는 장례여야 한다. 핵심 프로그램은 추모식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44, 희정 지음
할머니가 서클 댄스(포크 댄스의 일종) 동아리를 하셨더라고요. 동아리 회원들이 와서 나무를 빙빙 돌면서 서클 댄스를 추고. 날도 너무 좋고 아름답고. 우리가 하고 싶던 마을 장례의 모든 것을 해봤던 그런 날이었어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49, 희정 지음
장례를 치를 날이 결정되면 주민들은 배 모양의 관을 만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56, 희정 지음
핼러윈의 유래는 아일랜드의 모든성인대축일이다.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모든성인대축일이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여기에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축제가 혼합되어 지금의 핼러윈이 되었다고 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57, 희정 지음
그리고 이날, 또 하나의 존재가 세상에 나온다. 보이지 않는 자들. 죽어서도 보이지 않는 자들을 기억하는 목소리가 함께한다. 사회적으로 잊힌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려는 행동이다. 2009년 죽은 자들의 날에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다가 생사를 달리한 5000명의 이민자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국경의 담에 5000개의 십자가를 거는 행사가 열렸다. 이들뿐 아니라 부랑자, 성소수자, 성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라 불리는 존재들의 삶이 소환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58, 희정 지음
허나 기억하는 일이 어렵듯이 잊는 일도 쉽지 않다. 《없음의 대명사》에서 오은 시인의 말처럼 “‘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 상실은 오히려 존재를 드러낸다. 그러니 숨 쉬지 못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59, 희정 지음
하지만 그는 통념에 맞서 딸의 장례를 치렀다. 그로써 딸이 살아온 삶 자체를 인정했다. 누구의 삶도 지울 수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60, 희정 지음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ifrain님의 문장 수집: "하지만 그는 통념에 맞서 딸의 장례를 치렀다. 그로써 딸이 살아온 삶 자체를 인정했다. 누구의 삶도 지울 수 없다. "
살아서도 잊혀지는 존재가 있고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있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이 세상을 떠난 자의 삶에 대한 존중이자 .. 이후에도 그를 기억하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이렇게 보니 장례는 또 다시 만남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그 존재와 만나고 기억하겠다는 것이죠.
그리다 빈소가 아니더라도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유족은 눈과 입으로 묻는다. 어떻게 오셨나요? 고인 또는 유족과 무슨 관계인가요? 사회적 관계를 묻는 물음 앞에 동성 애인은 친구가 되고, 사실혼 배우자는 이웃이 된다. 질문이 없으면 거짓 대답도 없다. 질문 없는 빈소가 묘하게 안전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69, 희정 지음
의료법, 토지법, 환경법, 상속법, 연명의료결정법 등의 적용도 받는다. 그리고 대개의 법률은 직계가족에 권한을 한정한다. 예컨대 의료법은 사망진단서 발급을 직계가족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말했지만, 사망진단서 없이 장례도 없다. 화장도 없다. 내가 아무리 장례주관자로서의 합당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첫단추조차 끼울 수 없다. 도돌이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72, 희정 지음
죽음과 장례에서도 국가가 사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공영장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래야지만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애도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78, 희정 지음
‘아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아.’ 우리가 살아오며 지닌 다양한 정체성이 유지되고 인정되고 지켜지는 게 존엄인 거고. 특정한 시선이나 외면으로부터 상대의 고유함을 지켜주는 과정도 존엄이라 생각해요. 그것이 사후에도 지켜져야 죽음이 존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83, 희정 지음
사람들은 끊임없이 죽음과 죽은 이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죽음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에요. 애도는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죽은 후에도 관계 맺기가 계속되는 거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83, 희정 지음
지자체에 공영장례 조례를 만드는 데까지 왔지만, 장례하고 처리하면 끝인 거예요. 예방이라는 의미는 없어요. 가족중심주의를 벗어난 관계의 다른 해석을 쥐고, 사회적 고립을 막고, 복지 차원에서의 장례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85, 희정 지음
불경하게도(신이 있다면 말이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마저 정하고 싶어하는 오만한 생명체가 인간이다. 죽음은 지상에서 입은 자아(에고)의 옷을 반납하는 일이라 했다. 그렇다면 나는 끝내 에고라는 옷을 벗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경솔하도록 오만한 일임을 안다. 그럼에도 준비된 죽음을 맞고 싶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359, 희정 지음
중간후반까지 읽다가 손을 놓으니 다시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첫 참여인데... 완독을 못하면 어쩌지 하던중에 "355화 암과 책의 오디세이"에서 @김새섬 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결국 어제 완독을 했어요 :-) "여러분도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한권의 책을 읽고나면 굉장히 뿌듯함이 그껴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완독을 하게 되면 내 기분이 좋다. 무언가를 얻어 가실 수 있을거예요" 저도 지금 굉장히 뿌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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